때는 2006년 여름, 이번 여름에는 배낭여행을 쉬고 다음 여행을 더욱 유의미하게 하기 위해 쉬기로 했으나, 절친한 동생 BC군이 그토록 간절히 염원했다. 죽기 전에 배낭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 제발 같이 가 달라. BC군의 말에 가까스로 집어넣었던 여행에 대한 생각이 마구 꿈틀거렸다. 그렇게 이 여행은 시작하게 되었다.

7월 13일 돈암동 우리은행 지점에서 BC와 SM군과 함께 환전을 하러 갔다. 어차피 달러로 환전하는 거라 대충 가까운 아무 데서나 해도 상관없다. 그깟 환율 몇 푼, 말 그대로 몇 푼이니까. 그리고는 종로로 비행기표를 끊으러 갔다. 예정이 길어질 것 같아 인도네시아로 가는 가장 싼 비행기표를 샀다. 편도는 의미가 없다. 왕복 사서 안 쓰고 버리는 거니까. 태국 한 달짜리 가장 싼 건 현재도 30만 원이다.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는 상당히 비싸다. 세금 다 포함해서 53만 원에 끊었다. 정말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가기로 한 거, 여기서 파토 내고 싶진 않다. 들떠 있는 BC군의 꿈과 희망을 꺾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내키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 꼭 가보고 싶다는… 아… 정말 이렇게 비싼 편도표를 끊어서 갔다 와야만 할까 자꾸만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생각 안 하기로 했다.

 

비행기표를 끊고 그날부로 일정을 대충 알아보고 짜기로 했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할 생각을 안 하는 BC, 나를 믿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나도 짜증 나서 준비 안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병신같은 행동이었다. 그냥 없는 셈 치고 준비했어야 했었다. 비행기 탑승 후 이때의 느낌은 너무나 즐거워야 하는데, 정말 내키지 않는 인도네시아 행이라 잘 모르겠다.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서 계속 어떤 불안감 같은 것이 나를 감싼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는 여행. 별로 내키지 않는 여행. 다만 나의 이번 여행의 계획과 목표는 동남아 5개국이다. 인도네시아로 향해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한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 그려진 루트는 인도네시아-싱가폴-말레이시아-태국-미얀마.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역대 어느 여행보다도 저경비다. 다른 여행에서는 돈이 있으면서 엄청 아껴 쓰며 막판에 하고 싶은 걸 다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 자체가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빡빡한 예산으로 시작, 게다가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더 심각하게 얘기하면 가이드북조차 없다. 사전에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가이드북이 있는 것도 아닌, 같이 가는 BC군은 해외여행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념이 없다. 정말 극도로 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린아이 하나를 달고 아무 준비도 없이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토익학원을 다녀서 영어에 자신 있다는 BC군은 비행기에서부터 완전 얼어서 아무것도 주문을 하지 못한다. 덕분에 어린애 데리고 다니는 기분으로 여행하고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만 가이드북도 없고 아무것도 준비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걱정되었다.

 

당장 발리에 내려 무얼 어떻게 해야 될지조차 막막했었다. 새로운 도전이라 하지만 이건 도전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개념 상실한 여행이었다. 지금에 와서 이런 글을 쓰면서도 느껴보지만, 인과응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번 나의 여행은 완전 실패한 여행이다.

 

목표 달성 실패, 심지어 한 달 넘게 있겠다고 일부러 편도로 끊어서 왔는데 한 달도 못 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말 아주 끔찍하다. 여행을 갔다 와서 이런 그로기 상태는 정말 처음이다. 하지만 잃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정말 큰 수확도 많았다. 정말 상상조차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제 그 여행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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