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5 [인도/라다크] 한가로운 레 그리고 마지막 밤

 아침에 눈떠서 밖으로 나가 느긋하게 담배 한대 피고 있으니 하루도 깨서 밖으로 나와서 담배 한대를 문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둘다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이나 먹으로 가기로 했다. 쏘세지를 깨우긴 좀 그래서 쏘세지는 두고 우리 둘만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내가 전에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눈 여겨 봐둔 그 식당에 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환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데 너무 행복하다.  눈부실 정도로 환한 이 햇살. 내가 사랑하는 햇살이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하루와 눈여겨봤던 식당으로 향한 우린 1층으로 들어갔다.  이미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
 

 주문하려고 하자, 점원이 2층에 자리가 있다고 2층으로 올라가길 권한다. 마침 우리도 바깥에서 먹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서 2층으로 가자, 잘 정돈 된 2층 식당이 나타난다. 지붕을 어설프게 나마 씌웠지만 야외였다. 비가 거의 안오니까 가능한 구조다. 만약 비가 오면 정말 난리가 날 듯.   건조한 사막기후 특유의 식당 분위기.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주문을 하는데 뭘 먹을까 하다가 피자 1개, 스파게티 1개를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했다. 여자들 스타일! 

 
 주문 해놓고 앉아서 담배 한대 피고 있으니, 천국이 여기다.  밝고 맑은 햇살, 저 멀리 보이는 풍경들, 한가로이 있는 라다크 양식의 집들.  조용한 골목, 평화로운 새 지저귀는 소리. 된장끼를 한껏 복돋아주는 주변의 서양인들, 자연스럽게 브런치를 즐기는 그 모습이 이태원 브런치 안부러웠다.

우리는 그냥 먹으면 목 메일것 같아 애플 쥬스를 하나 시켜서 일단 쥬스 한모금을 마셨다.   꿀맛이다. 블랙퍼스트 세트 먹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다.


 다들 아침 식사용 시리얼이나 블랙퍼스트 세트를 먹는데 당당하게 피자와 파스타를 아침부터 즐기는 이 여유. 


 
 드디어 음식이 나오는데, 때깔이 남다르다.
 뭔가 제대로 하는 느낌!!!!


하루나 나나 둘다 음식 비쥬얼만 보고도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일단 기왕 된장끼로 시작된 일이니 음식 사진 신나게 찍고는 식사 시작!


 맛보는데 이게 왠일 피자면 피자 파스타면 파스타 뭐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레젼드!


 너무 맛있어서 정말 하루랑 둘이서 계속 웃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행복이 뭐 별건가. 


 폭풍흡입도 그런 폭풍흡입이 없을 지경.  먹으면서도 둘이서 미친놈들 마냥 계속 실실 웃게 되었다. 너무 맛났다.



 한바탕 멋진 한판을 끝내고 난뒤 하루와 나는 이젠 기분이 너무 좋아진 나머지 우리도 모르게 음악을 흥얼거렸다.  내가 기분이 좋아 정말 콧노래를 부르며 흥얼 거리니 하루도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다른 서양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아랑곳 않고 흥얼거렸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정말 풍경좋고, 날씨 좋고, 맛있고, 멋진 한판이다.
  그러다 난 문득 궁금해져서 하루에게

 " 하루야 최고의 멋진 한판이 뭐였냐? " 묻자 숨도 안쉬고 " 닭도리탕이요 "
 " 역시 닭도리탕은 마날리죠 "


 진짜 빵터졌다.
 맞다. 정말 윤카페 막판에 짜증나게 했지만 그 닭도리탕은 안먹어봤으면 말하지 말아야된다.
 
 영혼을 울리는 닭도리탕.

빵터진 우린 갑자기 쏘세지에게 미안해졌다.
 " 그나저나 쏘세지가 우리끼리 밥 먹고 온거 알면 화낼텐데 " 
 " 그러게요 누나한테 뭐라도 사드려야 되는거 아니에요? "
 " 야. 우린 그냥 국수랑 빵먹은거여 "
 " 하하하하하하 맞아요 국수랑 빵먹었잖요 우리 "

 하루랑 나랑 주거니 받거니 완전 콤비였다.



우린 신나는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오니까 세상에! 쏘세지가 일어나서 마당에 나와있다!


 " 어디 갔다와! "
 쏘세지가 쏘아붙이길래


 당당하게 말했다.
 " 밥 먹고 왔어. 깨울까 하다가 좀 그래서 "
 " 아. 나도 깨우지! "

 " 근데 뭐 먹었어? "
 " 국수랑 빵 먹었어요 " 라고 하루가 얘기하자 
 쏘세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앉아서 담배 피며 하루랑 나랑 실실 쪼개고 있었다. 정말 너무 만족했던 식사라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쏘세지가 내 카메라를 집어든다.  그러더니 사진을 보기 시작하는데 쏘세지가 분노를 날린다. 

" 빵이랑 국수라며!!!!!!!!!!!!!!!!!!!!!!!!!!!!!!!!! "
 " 어 빵하고 국수 "
 " 피자랑 파스타가 빵이랑 국수냐!!!!!!!!!!!!!!!! "

 쏘세지가 분노하는데 나랑 하루랑 진짜 미친듯이 웃었다.  우리끼리 맛난거 먹었다고 투덜투덜 하는데 기왕 이렇게 된거 하루랑 나랑 염장 지른다고 정말 여행 최고의 파스타와 피자였다고 하니 쏘세지 분노 가중!

 
 
 배도 부르겠다.  느긋하게 기분 좋게 일기 쓰기 시작. 너무 기분이 좋아 모든 일들이 잘 풀릴것 같다.  오늘의 할일은 누브라밸리 인원 모으기

 일기쓰며 쉬다가 약속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어제 밤에 누브라밸리에 같이 갈 민이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한참을 내려가서 강용해만큼 한국인들이 밀어주는 여행사인 하얀 히말라야로 향했다. 좀 기다리고 있으니 민이가 나왔다. 잠시 통영애들도 만났는데 떠나는 버스를 끊었다고, 진짜 작별이구나.   우린 저녁에 만나서 회포풀기로 하고 일단 누브라 가는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누브라 인원을 구하러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다들 걱정이다 만약 누브라 인원 못구하면 어쩌나 하면서 한국사람들이 가장 몰린다는 껠라쉬로 향하기로 했다. 껠라쉬 게스트하우스는 레에 도착한 첫날 돼지엄마가 여기 갈꺼라면서 명함을 보여줬던 그 곳이다. 나름 인터넷 카페나 그런데서 밀어주는 곳인 듯 했다. 

물어물어 우리는 켈라쉬로 향했다. 가는 길 한국 사람이 많이도 보인다. 레에 정말 한국 사람이 많은데 물어보는 사람마다 일정이 안맞거나 갈 생각이 없거나 한다.  




 켈라쉬를 겨우겨우 찾아 도착하니 그 곳은 느린 정원이라는 한국식당과 함께 하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일 먼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보니까 시설 좋아보이고 정원 이쁘고 왜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알겠다. 일단 잠시 둘러보는데 적혀있는 가격을 보니 우리가 머무는 숙소의 몇배다. 게다가 쏘세지가 " 오빠 이 것 좀 봐 " 이래서 봤는데 온갖 게스트하우스에서 지켜야 될 룰 같은 것들이 적혀있는데 엄격하다. 심지어 여기 머물었던 사람들조차 체크아웃하면 일정시간 되면 들어오면 안되고 등등. 온갖 인간미 없는 것들이 잔뜩 적혀있다. 우리 숙소 같은 편안함은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안에 지금 이시간에 사람들이 있을리가 없지.  우린 바로 정원 반대편 쪽에 있는 느린정원으로 향했다. 그 곳에 가니 한국여자 한명이 채소들을 다듬고 있었다.





그 분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 느린정원 사장님인 듯 했다.  온갖 대화를 하는데 마침 오늘 달라이 라마가 레에 와서 사람들이 모두 달라이 라마를 보러 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달라이라마 목격담을 한참을 늘어놓는다. 어쩐지 어제 판공초에서 돌아오는 길에 레에 무슨 높은 양반 오는 것처럼 난리도 아닌 분위기를 느꼈는데 그게 달라이 라마였다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일단 쉬면서 사람들을 기다려 보고자 했는데 쏘세지가 아침도 안먹어서 배고프다며 밥먹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이에게 " 언니 오빠하고 하루하고 얼마나 웃긴지 알아요? " 이러면서 한참을 흉을 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메뉴판 달래서 메뉴 보는데 씨발 메뉴가격 완전 비싸다. 진짜 역대 한국음식점 중에 제일 비싼듯.  한참을 고민하는 쏘세지.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비빔밥 먹는다고 해서 주문해놓고 앉아 있으니 갑자기 문을 열고 등장하는 한 한국커플.   아무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나는 그들에게 " 혹시! 누브라 밸리 가실 생각있어요? " 라고 물었다.
 

" 거기가 어디에요? " 라고 되묻는 커플, 난 그 커플에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인원이 이러이러하고 이런 곳이다. 블라블라~


 그러자 그 커플은 " 갈까? " 서로 물어보더니 
 " 네 갈께요 " 라고 한번에 오케이 한다. 쏘쿨하다.

 
 정말 대박이었다. 이렇게 쉽게 결정하다니. 결국 그 커플이 합류 하는 덕분에 우린 6명이 되었다.  완전 한번에 해결



 쏘쿨하게 결정한 커플은 밥 먹으로 왔는지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진짜 신나게 주문한다. 와. 돈을 미친듯이 쓰는 느낌, 먹을거 진짜 좋아하고 쏘쿨한듯.  뭐랄까 우리랑 패턴이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니 우린 비교도 안됐다.


그리고 거의 1시간 기다려 비빔밥이 나왔는데. 사실 아까 전에 한국여사장이랑 이야기하는데 경상도 여자였는데 음식값이 엄청 비싼 이유가 델리에서 보낸 쌀이며 음식재료를 쓴다고 엄청 식재료 자랑했는데 진짜 쥐똥만큼 나왔다. 제일 비싸고 제일 양이 작았다. 경상도 인심이란 암튼. 손 작어..

 우린 쏘세지 밥먹는 동안 노가리까고, 쏘세지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맛은 정말 있다고, 하지만 여자인 쏘세지마저도 양이 너무 적다며 타박한다.  그리고 우리랑 누브라 밸리 같이 가기로 한 그 커플은 음식 기다리면서 메뉴에 있던 보리쉐이크도 시켜서 먹는데 민이도 그 모습을 보고 보리쉐이크를 하나 시켰는데 보리쉐이크는 무슨 미숫가루 탄 물인데, 존나 희멀건 해서 그걸 70루피씩이나 받고 난리다. 비빔밥은 무려 260루피.


 다들 실망감. 뭐 나나 하루야 암것도 안먹었으니 뭐라 할말은 없지만, 드디어 쏘세지가 밥 다먹고, 난 잠시 그 커플에게 내일 누브라 밸리를 갈려면 오늘 지금 당장 퍼밋을 받으로 가야 된다고 설명한 뒤에 그 커플이 밥 다먹길 기다렸다가 강용해오피스로 함께 가기로 했다. 커플은 둘이서 그 비싼 메뉴 몇개를 시켜서 먹고는 맛있다며 저녁에 안동찜닭 3인분을 미리 예약 까지 해놓고 자리를 떴다. 정말 소쿨하다.    누브라 밸리 말꺼내자마자 쏘쿨하게 오케이하더니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정말 이번 여행에서 하루와 쏘세지와 더불어 너무나 기억에 남고 가장 잘 만났다고 생각되는 진,수 커플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쏘쿨한 아이들! 

 
 하지만 이때까진 우리가 그런 사이가 될 줄 몰랐던 때였다. 그저 필요에 의해 만났던 일행!  아직 친해지기 전이었다.


 
 강용해 오피스로 향하는 길, 아직 어색했는데, 그 커플은 꽤나 친해보였다. 둘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 깔깔대며 신났는데 참 보기 좋았다.   남자애는 잘 생겨서 성격이 서글서글해 보였고, 여자애는 염색한 머리에 나름 여행 좀 한 느낌?   얘기만 들어서는 둘다 인도가 처음은 아닌듯 보였다. 가벼운 얘기들을 나누며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 하며 그렇게 강용해 오피스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우린 퍼밋이 급한 관계로 그 커플의 퍼밋 작성을 도와줬다.  나나 쏘세지, 하루, 민이는 나머지 4명은 퍼밋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필요가 없었다.  퍼밋은 한번 받으면 1주일의 유효기간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판공초 갈 때 받은 퍼밋은 여전히 유효하다!





 퍼밋 작성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강용해 사장과 내일 출발 시간이나 일정에 대해 확인을 하고 내일 떠나기로 확약했다.  그 커플과 저녁 때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할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아까전에 저녁으로 둘이서 안동찜닭을 3인분이나 예약했는데  좀 그랬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니 역시나 식사 예약을 해놔서 좀 그렇다고 거절 당했다.   아쉬운대로 내일 보자고 얘기를 나누고 민이와도 저녁에 통영애들 가기 전에 마지막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약속을 잡고 각자 숙소로 향했다.



 아침 스타트가 좋으니 모든게 좋다.  숙소에 돌아와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고 낮술이나 한잔 해야겠단 생각에 하루랑 낮술 한잔 콜?  애들이 왠일로 다 콜한다.


 마당에 앉아서 술 한잔을 빨고 있으니, 갑자기 옆 집 2층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그간 레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만났던 한국여자가 말을 건다. 

 " 낮부터 술드세요? " 라며 말을 걸더니 붙임성 좋게
 " 저 거기 놀러가도 되요? " 라고 묻길래 흔쾌히 오케이 했다.




  그리고 좀 지나니 여자가 놀러왔는데, 몇 번 얼굴도 보고 가볍게 대화도 나눈 터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사실 맨 처음 봤을 때 나랑 나이가 비슷한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한참 누님이다. 그것도 큰누님.  정말 동안이다. 이분을 지금부터 "두리안"이라고 해두자.
 

 이런저런 얘기해보니 신림동 살고, 인도만 5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한다.   누브라 밸리 내일 간다고 이야기 하니, 자기네도 내일 간다고. 한국 그룹 또 하나가 내일 누브라 밸리로 간다. 잼나겠다.
 누브라밸리 이후에 초모리리 갈 생각은 없냐 물어보자 자기는 판공초도 아직 못갔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얘기하며 놀다가 통영애들하고 민이 만날 약속시간이 다 되어 우린 하얀 히말라야 여행사로 향했다 

 내려가면서 하루가 판공초에서 바베큐하고 술마시며 재미나게 놀았던 거 얘기하면서 이번에 누브라밸리는 더 풍성하게 준비해서 1박2일도 아닌 2박 3일 일정이니 술하고 먹을꺼 엄청 많이사서 더 잼나게 놀꺼라고 얘기하자, 여자가 약간 부러워하면서 자기네 팀은 그런거 준비 할 생각 없는 것 같다며 약간 걱정한다.

 하얀히말라야 앞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와있다. 반갑게 인사나누고 술 사러 가지고 얘기를 했다.  술은 오늘 먹을 술 + 누브라밸리에 사갈 술
 

 술 산 뒤에, 아미고라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 얘기하고 있으니 두리안께서 내일 누브라밸리 같이 갈 자기 일행들을 만난듯 길가는 일행을 붙잡고 한참 얘기하는데 분위기가 딱 요러했다.


 " 저 팀도 낼 누브라 가는데 가서 술 마시고 바베큐 해먹는다고 이것저것 산다는데 저희도 사요 "
 이런 느낌? 

 그런데 관심 없는듯 했다.  약간 축 쳐저서 우리에게 오더니 " 저희 일행들은 술 안먹고 닭도 안산다네요.. " 라고 말한다.





 
 술 사러가는데 두리안은 자기네 일행 여자3명이 술 안산다고 하니 걱정되고 실망됐는지 하루에게 " 누브라 가면 저도 같이 그 쪽에서 놀면 안돼요? " 이렇게 묻는다. 착한 하루가 " 네 괜찮아요~ " 이러면서 얘기하자 이제서야 안심이 된듯 좋아한다. 술 가게에 도착하니 오늘도 한국 사람들로 바글바글.


 그런데 여기에도 두리안 일행들이 있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있었는데 모두 술 사러왔다. 근데 이 술은 낼 가져갈 술이 아니라 오늘 마실 술인듯 했다. 두리안은 뭐 왕따 당하고 있는건가 싶었다. 어쨌든 잠시 술 사면서 있는데 재밌는 일이 있었다.



 아까 전에 우리 숙소에서 낮술 마실 때 두리안이 해준 얘기 중에 자기 일행 중에서 쉐프가 한명 있는데 그 쉐프가 그랬다고 한다. 여행 나와서 칼 잡은지가 오래되서 오랜만에 칼 잡고 싶다고 시장가서 큰칼을 샀다고.  이 얘기를 들으면서 사실 들으면서도 여행 나오면 뻔히 보이는 존나 깝치는 새끼들, 존나 나대는 놈들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웃겼다. 개병신같아 보였다.



 술 사면서 두리안이 또 일행들에게 " 이분들은 내일 닭도 사갈꺼래요 " 뭐 이런식으로 얘기하면서 " 우리도 가서 닭 사서 쉐프님이 닭요리 해주시면 되잖아요 "  이러니까 존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 아 여기 닭 존나 상태 안좋던데.. 닭이 거의 다 상하기 일보직전이에요 " 이 지랄을 한다.  정말 너무 코웃음나고 빵터졌다.


 거기 준호도 닭 가공업체에서 일했어서 닭 좀 나름 본다는데, 우리도 그렇고 다들 닭 잘만 먹었는데 뭔 개소린가 싶었다.  아 진짜 칼 잡고 싶다고 칼 샀다는 얘기 들을 때 부터 깝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병신이었다.




 암튼 결국 저쪽은 닭도 안사고 술도 안사갈 모양이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일행이란게 이렇게 중요하다. 코드가 맞아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술을 한참 사들고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아미고란 식당으로 향했다.  아미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보기엔 뻔한 한국사람 상대하는 인도식당


 적당히 한국어로 간판에 적고, 비싸게 받아쳐먹는 그런 식당이라 생각하고 들어가 볼 생각도 안했는데 왠걸 들어가니 깜짝 놀랬다.  한국 사람 지존 많은데 느낌이 팍왔다. 이 정도라면  한국 음식 나름 제대로 하는 집, 분명 가성비도  훌륭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늘 드는 생각이, 워낙 한국 사람들은 이런걸 잘 알아보니.






 예상대로 아미고는 제법 음식 좀 하는 집이었다.  엄청 맛있다기 보다는 인도에서 있는 수 많은 어깨넘어로 한국음식 배워서 한국음식이라고 내놓는 집들 중에서 나름 중간은 가는 느낌. 그냥 딱 그 가격에 한국음식 비스므레한 걸 맛보기에 괜찮은 곳이었다. 특히 레에서!


 그리고 거기에 한국사람들이 많고, 또 만남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하다보니 온갖 한국 사람들 다 만났는데, 그 중엔 보드가야에서 절에서 만났던 청년까지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땐 이제 갓 배낭여행 처음 나온 느낌이 물씬 풍기더니 그 사이에 '나 배낭여행 좀 했어요'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난 거기서도 혹시 누브라 이후에 초모리리도 가고 싶어서 초모리리 갈 사람 구하는데 다들 관심이 없다.   아쉽지만 오늘의 작업은 여기까지. 우리가 시킨 음식들이 나오는데 제일 맛있었던 것은 김치찌게. 비빔밥은 가성비 좋고, 괜히 한국사람 많은게 아니었다. 이런건 너무나 다들 잘 안다.  어떻게들 알고 이렇게 오는지 대단들하다. 맛나게 먹고 우리 숙소로 이동해서 애들과 양게임하며 노는데 즐거웠다. 마지막을 불태우는데 참 아쉬웠다.



 다들 헤어지기 아쉬어 늦게까지 놀았다.   옆방에 목걸이 만드는 서양 여자애가 밤에 위드 한수 같이 하자고 꼬드긴다.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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