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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서블 여행기 #18 [인도/마날리] 바쉬쉿 티타임
마날리의 아침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던 탓인지 마음이 평온해져서 그런건지 꽤나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서 애들에게 연락하니 10시 40분에 보자한다. 씻고 준비하면서도 감탄, 또 감탄 풍경이 짱이다. 세상에나 이렇게 평온한 곳이 또 있을려나, 3면이 뻥 뚫려있는 창 덕분에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그저 창 밖만 봐도 이렇게 행복 할 수가 없다. 마날리 짱이다! 햇볕은 기분 좋게 내리 쬐고, 날씨는 고산지대인 탓에 시원하고, 어떤 소음도 없이 고요하고 조용한 세상, 더 바랄 것 없는 평온. 따스하게 내리 쬐는 햇볕 탓에 맥간에서 구질구질하게 말렸던 빨래들은 어느새 뽀송뽀송. 여기가 천국이다.
오늘은 마날리의 또 다른 마을인 바쉬쉿에 가기로 했다.
마날리는 뉴마날리를 중심으로 협곡이 나뉘는데 한쪽 산엔 올드 마날리가 자리 잡고, 다른 쪽 산에는 바쉬쉿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여행자 거리는 올드마날리가 있지만, 바쉬쉿도 새로운 걸 찾는 여행자들, 좀 더 한적하고 조용한 마날리를 즐기기 위한 이들로 작은 여행자거리가 형성 되어있다.
숙소에서 준비하고 나가는길 애들과 만났다. 어제는 비가 와서 꾸물꾸물한 길들이 오늘은 기분좋게 햇볕이 내리 쬐니 더욱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전통가옥과 전통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게 마날리의 매력이 아닐까, 기분좋게 내려가는길, 우리는 아침을 먹기로 했다.
적당히 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메뉴 2개를 시켰다. 인도에 왔음에도 백만년만에 알루고비와 볶음밥을 시켜서 나눠먹는데 정말 2인 1메뉴가 딱이다. 4명이서 2개 나눠먹었더니 배부르다. 밥먹고 난뒤 난 유명한 마날리 특산물, 사과쥬스를 하나 사서 먹어봤다. 그런데 딱히 뭐가 그리 특별한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맛은 있지만 특별한 맛은 없다.
식당에서 나와 걸어서 언덕을 다 내려와 전나무 숲을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며 시원하게 내려오는 계곡물 줄기에 감탄, 물빛이 에메랄드 빛이다. 다리를 건너고 이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입구에서 5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그 곳. 정말 너무나 멋진 숲이다. 하늘 높이까지 치솟은 전나무들. 공기마저 달콤했다. 쭉뻗은 전나무에 눈도 시원해지고, 시원하고 달콤한 공기에 콧구멍부터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숲을 걸으며 보니 숲 이 곳 저 곳에서 마날리 사람들이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멋진 숲의 풍경에 숨결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사람들. 어제 이미 마날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 정말 알면 알 수록 마날리는 또 다른 매력을 숨겨놓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쉬쉿, 온천수
좀 걸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뉴 마날리 도착 실로 읍내에 나온 것 같은 모양새 이것저것 쇼핑 구경. 하지만 오늘 우린 마날리에 또 다른 마을인 뉴 마날리 저 건너편인 바쉬쉿에 가기 위해 온 것이기에 바쉬쉿에 가기 위해 흥정을 했다. 릭샤 2대 200을 부르는 미친놈들이다. 릭샤를 2대 타고 갈바에야 택시타고 간다고 하면 그제서야 1대 4명을 외치는 우리는 결국 1대 100루피에 가기로 하고 바쉬쉿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거리는 아니지만 꽤 높은 언덕길, 바쉬쉿 언덕길을 오토릭샤가 숨이 넘어갈듯 올라간다. 더이상 못간다며 끝까지 오른 그곳에 바로 온천이 있었다. 바쉬쉿에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유황온천이 있다는 얘기에 오랜만에 때도 벗기고 목욕 좀 하겠단 마음으로 아예 목욕준비를 해가지고 온 것이다.
오토릭샤에서 내려서 좀 살펴보니 바쉬쉿은 내 생각보다 조금은 다른 곳이었다. 가이드북의 소개글로는 왠지 아무도 없고 허허벌판일것 같았는데 상점,식당 엄청나게 번성해 있다. 올드 마날리 메인로드 만큼은 있는듯 번화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던 온천은 알고보니 온천이 아니라 사원이다. 사원안에 온천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 사원이라 따로 입장료는 없다. 신발을 맡기고 들어갔더니 토쿨같은 작은 신당 2개 그리고 남녀구분이 있는 욕탕이 있는데 욕탕안으로 들어가니 세상에 충격과 공포였다.
목욕탕은 사진금지라 사진을 찍진 않았는데 정말 물이 난리도 아니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그 물. 씨발 진짜 도저히 못들어가겠더라. 그 안에 한국분 한분이 계셨는데 목욕중이다. 쩐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목욕을 하지. 잠깐 발만 물에 살짝대자 엄청나게 뜨거운 물이다. 보면서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아는 형의 여행 사진에서 본 곳이다. 바로 이 곳에서 목욕사진을 찍은 것이었구나 생각한 뒤, 나도 목욕을 해야되는데 하다가 한참 고민해도 이건 아닌 듯 하여 밖으로 나왔다. 여자애들도 마찬가지 우린 멍하니 있다가 그냥 저녁에 그렇게 다들 맛난다고 칭찬을 하는 한국식당 오원이나 가자고 위안을 삼았다.
목욕 좀 할려고 했더니 다들 엄두가 안나서 허탈하게 멍하니 있으면서 뭘 할까 하고 있는데 아까 탕 안에 있던 한국분이 나오셨다. 여기 머문다는 그분은 위의 게스트하우스로 우릴 초대 하는데 처음에 못알아들었다. 자기가 온다는 건지, 아니면 우리더러 오라는 건지. 저 엄두가 안나는 곳에서 목욕하길래 와~ 했는데 그분은 가서 샤워해야되니 20분 있다 올라오면 된다고. 암튼 노닥거리다가 저 위쪽에서 그 분이 오라는 손짓에 " 아 정말 올라오라고 한거구나 " 하면서 그 높은 곳에 위치한 그분의 게스트하우스 루프탑으로 향했다. 오르면서 생각해보니 저 높은 곳에서는 목욕탕안이 다 보이겠다 싶었다. 완전 빨개벟고 하는 목욕은 아니지만, 여자애들 말로는 여자탕안에서 인도여자들이 옷벗고 목욕중이라고. 보고싶다!!!!!!!!!!!!!!!!!
평화로운 바쉬쉿 티타임
그 게스트하우스 언덕길을 오르는 길은 역시나 빡셌다. 트리운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때라, 저마다 여길 왜 가고 있지 싶었는데 막상 오르니 풍경도 너무 좋고 그 분은 차 (다기) 세트를 준비해서 차를 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여행하며 다기세트를 들고 다니다니 대단한 차 사랑! 느긋하게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따스한 볕, 시원한 바람, 좋은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차, 그렇게 그 곳에 앉아 멋진 풍경에 맛좋은 홍차에 음악에 취했다.
그러던중 갑자기 쏘세지의 뜬금포!
쏘세지가 내가 말아피던 담배 잎을 보더니
- 이걸로 차 끓이면 무슨 맛이려나
갑작스런 그 질문에 모두가 궁금해졌던 찰나
그 분의 과감한 행동력!
- 마셔보면 되죠
라더니
- 조금만 떼갈게요
라며 담배잎을 떼서 차 우리는 컵에 넣는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붓는데 모두가 과연 무슨 말일지 궁금해 하며 우려지길 기다렸다.
그 분이 먼저 한잔 마시며
- 괜찮은데요
라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했는데 모두 손사래 치는 가운데 쏘세지가 마셔보더니
- 담배맛이다. 근데 먹을 만 해!
이러면서 우리더러 먹어보라고 하는데 전혀 마셔보고 싶지 않았다. 냄새만 살짝 맡아보니 담배 재떨이 맛이다 ㅋㅋㅋㅋㅋ
한모금만 마셔보라는 그 분과 쏘세지의 권유에 살짝 한모금 마시는데 재떨이에 물타먹는 맛이다. 정말 뭔가 탁 쏘는게 진짜 신기한 맛
덕분에 다들 한모금씩 마시고 그 분과 쏘세지만 그걸 끝까지 마시는데 갑자기 쏘세지가
- 이거 마셨더니 잠이 깨면서 각성되는거 같아
그러자 그분도
- 정말 그런거 같아요, 담배에서 뭐가 우러나왔는지 각성되는거 같은데요
담배잎으로 차를 끓여먹으며 별 짓을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데 마날리만 3개월째라는 그분, 차분한 말투와 무심한듯한 표정. 크게 깊은 이야기 나누지 않아도 좋았다. 풍경까지 좋아서 다들 느긋해지고 나른해지며 멍을 때렸다. 멍 때리기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을듯. 그 분이 맘에 들어서 이따 저녁이나 함께 먹자고 오원에 갈꺼라며 오원 가보셨냐고 묻자 엄청나게 많이 가보신 듯, 이 메뉴 저 메뉴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전반적으로 모두 맛있는 듯 했다. 우리의 기대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대박 한국 식당, 오원 그리고 달콤한 소주
그 곳에서 5시정도까지 앉아있다가 우린 함께 오원으로 향했다. 우리끼리 였음 찾기도 힘들 구석진 위치를 그 분이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었다.
어느 계곡 근처에 위치한 식당. 어디 팔당댐 근처에 식당들을 보는 기분. 그 곳에 가니 한글 간판으로 '오원'이라고 적힌 식당이 있고. 우린 들어가서 넓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 때우기 아주 좋게 만든 구조다. 느긋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모두 늘어진 상태에서 메뉴판을 보며 신나게 메뉴를 고르는 순간. 이 때를 위해 올드마날리에서부터 나는 소주를 가져왔다. 내가 가방에서 소주를 꺼내는 순간 그 분의 눈빛이 환하게 빛이 났다.
어느 계곡 근처에 위치한 식당. 어디 팔당댐 근처에 식당들을 보는 기분. 그 곳에 가니 한글 간판으로 '오원'이라고 적힌 식당이 있고. 우린 들어가서 넓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 때우기 아주 좋게 만든 구조다. 느긋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모두 늘어진 상태에서 메뉴판을 보며 신나게 메뉴를 고르는 순간. 이 때를 위해 올드마날리에서부터 나는 소주를 가져왔다. 내가 가방에서 소주를 꺼내는 순간 그 분의 눈빛이 환하게 빛이 났다.
지금까지 온화하고 평온해 보이던 그 였지만, 그 소주에 그렇게 밝은 눈빛과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본 순간 느꼈다.
우리 과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있을 수가 없다는 나의 지론!
갑자기 소주 3병만 가져온게 미안해질 정도의 눈빛이었다.
메뉴 고르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두고 소주를 집어 들고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물건 인 것처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미소를 지었다.
" 진짜 오랜만에 소주 마시겠는데요 " 라며 한껏 들떴다. 그렇지. 마날리만 3개월인데...
그 사이에 애들은 메뉴를 결정했고 우린 닭백숙, 김밥,비빔밥,김치찌게를 주문하고 추가로 밥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사이에 주당들은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나 혼자 마시려고 3병만 가져왔는데 (애들이 술을 안좋아함. 술 귀한줄 모르고!!! ) 정말 이 분과 함께라면 오늘 30병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사이에 주당들은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나 혼자 마시려고 3병만 가져왔는데 (애들이 술을 안좋아함. 술 귀한줄 모르고!!! ) 정말 이 분과 함께라면 오늘 30병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원한 공기, 맑은 공기, 옆에 흐르는 계곡 물 씨발 내가 신선이다!!!!!!!!!!!!!!!!!!!!!!!!
결국 나는 소주를 깠고, 우린 안주도 없이 소주를 마시기 시작하는데 정말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소주는 눈깜짝 할 사이에 3병 다 마셔버렸을 지도, 누군가
" 안주랑 같이 먹어요! " 라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소주 1병이 그냥 비워져 있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술 마실 때 삼겹살 먹으로 가면 소주 부터 주문해서 고기가 나오고 고기가 익기 전까지 두당 두병씩 마시던 기억이 떠오르며 이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정말 좋은 짝을 만났다.
어느새 시킨 음식이 나오는데 음식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밥도 엄마가 해주는 검은콩밥.
음식에다가 소주에 맥주까지 진수성찬이었다. 정말 이 맛을 누가 알까!
마날리에서 소주를 먹어봐야지!
음식이 나오자 우린 모두 신나게 먹기 시작하는데 대박이었다. 닭백숙은 완전 닭이 부들부들. 모든 음식이 완전 맛났다. 쩔었다.
게다가 그 것들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보다 맛난 소주를 이번 여행에서 또 먹어볼 수 있을까? 의심이 들정도였다.
하지만 물론 있었다. 애니웨이!
하지만 물론 있었다. 애니웨이!
음식을 먹으며 안주삼아 반주를 하다보니 소주 3병 따윈 순식간.
그 분은 빈 소주병을 들고 다시 또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 본다. 그리고 얼굴엔 아쉬움의 빛이 잔뜩이다. 아까 그 행복해보이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다.
진정한 주당, 술 친구를 만났는데 나는 소주 3병 밖에 안가져오다니. 씨발. 앞으로 나머지 소주 수십병을 짊어지고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괜시리 미안해지고 있던 찰나에 그 분은 빈소주병을 입으로 가져가 들어올리며 탈탈 탈탈 탈탈 영혼까지 털듯이 털어서 떨어지는 한방울을 입에 넣고는 입맛을 다셨다. 아 씨발. 내가 지금 가서 택시타고 소주 좀 가져올까 싶었다.
이런 진정한 술 친구를 눈앞에두고 술을 못마시다니, 진한 슬픔이 몰려왔다.
옆에서 애들은 후식으로 무슨 붕어빵을 시킨다.
아오!!!!!!
얘네는 술도 안마시고 붕어빵이나 먹고 앉아있고!
나와 이 분은 술을 다 먹은 허탈감에, 내일의 죠 마냥 하얗게 불태우고 허탈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다. 표정이 압권!
- 내일 올드 마날리로 오시죠 낮술 한잔하게
- 그럴까요?
우린 낮술을 기약했다.
배터지게 먹고 어둑해질 때까지 앉아있다 계산하는데 오원에서 한사람당 270루피 가량 나왔다. 한국돈으로 5000원 가량의 돈. 존나 비싸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음식이었다. 5000만원 버금가는 멋진 한판이었다. 우린 나와서 숙소로 가기 위해서 릭샤랑 흥정. 그 분과 이별을 나눴다. 내일 낮술을 기약하며 2 대에 나눠타고 100루피에 올드마날리까지 왔다.
아직 초저녁이고 해서 나는 릭샤에서 내려서 술을 사러갈려다가, 새롭게 얻은 정보!! 윤카페 앞 슈퍼에서 술을 살 수 있다고 해서 무슨 밀거래 하듯 조심스럽게 슈퍼에서 술을 샀다. 밀거래가 맞긴 맞다. 술은 정해진 곳에서만 사야되니까. 어쨌든 또 위스키 큰걸로 한병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너무 좋다. 술 사는데 돈이 많이 깨졌는데도 그래도 좋다. 애들이 또 놀러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늦게까지 놀았다. 부족한듯 행복한 시간. 지금 이 순간은 지금 여기 밖에 없겠지 애들과 여행얘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즐겁다.
술이 있고
너네가 있고
저 풍경이 있는데
내가 신선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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