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20 [인도/마날리] 애주가의 천국, 낮술의 천국, 마날리
여전히 나는 일정을 알지 못하기에 " 아직 모르겠어요 " 라고 얘기를 하고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애들은 아직도 배 고프다고 팬케잌먹는다고 해서 천천히 내려가며 쇼핑 모드. 내려 가는데 한 인도아줌마가 등에 짐을 어마어마하게 매고 길가에 턱에 주저 앉아있었는데 무게가 무겁다 보니 일어나질 못하고 있길래 내가 손으로 붙잡아 일으켜 세워줬다. 그게 재밌었던지 현아가 꺄르르 웃는다. 어쨌든 그리고 나서 계속 내려오며 우린 별 생각 없이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재밌는 모자들이 많아서 우린 전부 모자에 다들 꽂혀서 이 모자 저 모자 써보며 빵빵 터졌다. 그리고 어느정도 내려오다가 커피나 한잔 할까 싶어 우리는 마침 보이는 커피숍에 갔다. 근데 그 곳이 재밌는 곳이었다.
그림을 그려서 카페벽을 꾸밀수 있게 해놨는데 종이달라고 하니 준다. 테이블 위에 있는 크레파스로 각자 그림을 그리는데 빵텨졌다. 현아가 그림을 제일 잘그리고, 하루는 헤어디자이너 답게 감각적이었다. 우리끼리 그리고 우리끼리 빵터지고, 그 광경을 옆에서 보던 서양새끼들이 재밌다는 듯 지켜보길래, 내 그림을 보여줬더니 이해를 잘 못하는듯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이해한다.
먹다 남은 술로 낮술 한잔.
안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밤에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두운 산은 달빛을 받으며 검은 산세를 드러내고 있고, 구름에 이따금씩 달이 가려질 때면 자연이 빚어내는 멋진 풍경에 감탄사만 나올 때였다.
갑자기 할머니가 떠올랐다.
잠시 잊고 있었다. 너무 행복하다 보니 난 어느새 잊고 있던 할머니를 한번 떠올리자, 엄청난 기세로 할머니의 모습, 추억들이 내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겉잡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 대한 슬픔, 할머니와의 추억, 할머니의 사랑, 그런데 난 이 타국에서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데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죄책감.
급기야 눈물이 쏟아져 흘러 나왔다.
혼자서 청승 맞게 테라스 구석에 앉아서 울고 있다가, 겨우 눈물을 닦고 진정하고 혼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데, 옆 방 처자가 조심스럽게 와서
" 같이 술 한잔 하실래요? " 라고 얘기했는데
머릿속으로 현아가 얘기했던게 생각났다. 우리와는 달리 두루 친했던 현아가 " 오빠, 옆 방 언니들하고 오빠들이 오빠랑 술 마시고 싶데요. 우리 술 마실 때 오빠 얘기 하는거 듣고 전부 빵빵터졌다고 오빠 너무 재밌다고 같이 마시고 싶대요 "
그런데 때가 안좋았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터라, 그냥 아직은 혼자서 그냥 밤의 마날리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 아뇨,, 그냥 혼자 한잔 하고 싶어서요 " 라고 얘기했는데, 본의 아니게 호의를 거절한, 술을 안마시고 있던 것도 아니고 괜히 약간 시건방진 이미지로 굳혀졌을까 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혼자 술을 마시며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홀로 일찍 일어나 어제 잠깐 맛본 그 만두국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그래서 좀 기다리다 9시에 애들한테 연락해서 다 같이 만두국 먹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다. 전부 한국 사람들이다. 가격이 그나마 저렴한 베지(Veg. 베지터블) 만두국 시켜먹는데 논베지가 맛나는듯. 만두국 먹는데 델리에서 본 파키스탄 간다던 그 아줌마를 또 만났다.
이제부터 등장인물들이 많은 터라 이 아줌마를 파키스탄 부심 아줌마의 약자로 파부 아줌마!로 부르겠다.
아줌마는 반갑게 말을 걸며
" 파키스탄 언제 가세요? " 라고 묻는다.
그러자 같이 밥먹고 있는 처음보는 청년도 날 보며 [ 이하 파부청년 ]
" 파키스탄 가세요? 저도 가는데! 언제 들어가세요? " 묻는다.
그런데 그 모습이 뭐랄까 이상한 것이 한국 사람들 바글거리는 곳에서 마치 ' 우린 파키스탄도 가는 여행자야 ' 뽐내는 기분. 물론 내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직감이나 예감은 그러했다. 심지어 내 마음 속으로 내 주관적으론 솔직히 그래도 파부아줌마는 진짜 파키스탄을 가긴 가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 같이 있던 그 남자 파부청년은 파키스탄에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괜히 얘기하는 그런 기분? 그냥 내 느낌이다. 만날 때 마다 파키파키파키. 좀 지겹다. 할 말이 파키스탄 언제 가느냔 말 밖에 없나 싶다. 나만의 주관적 느낌이라고 했지만 사실 여행하면서 만난 여행부심 부리는 부류들을 많이 봐서 이들도 그렇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그 파부청년은 더더욱 파키스탄에 전혀 갈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아서 가식?! 그런 느낌도 받았다.
여전히 나는 일정을 알지 못하기에 " 아직 모르겠어요 " 라고 얘기를 하고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애들은 아직도 배 고프다고 팬케잌먹는다고 해서 천천히 내려가며 쇼핑 모드. 내려 가는데 한 인도아줌마가 등에 짐을 어마어마하게 매고 길가에 턱에 주저 앉아있었는데 무게가 무겁다 보니 일어나질 못하고 있길래 내가 손으로 붙잡아 일으켜 세워줬다. 그게 재밌었던지 현아가 꺄르르 웃는다. 어쨌든 그리고 나서 계속 내려오며 우린 별 생각 없이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재밌는 모자들이 많아서 우린 전부 모자에 다들 꽂혀서 이 모자 저 모자 써보며 빵빵 터졌다. 그리고 어느정도 내려오다가 커피나 한잔 할까 싶어 우리는 마침 보이는 커피숍에 갔다. 근데 그 곳이 재밌는 곳이었다.
그림을 그려서 카페벽을 꾸밀수 있게 해놨는데 종이달라고 하니 준다. 테이블 위에 있는 크레파스로 각자 그림을 그리는데 빵텨졌다. 현아가 그림을 제일 잘그리고, 하루는 헤어디자이너 답게 감각적이었다. 우리끼리 그리고 우리끼리 빵터지고, 그 광경을 옆에서 보던 서양새끼들이 재밌다는 듯 지켜보길래, 내 그림을 보여줬더니 이해를 잘 못하는듯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이해한다.
원래 고급음식, 좋은 음악, 질리지 않는 시대를 넘나드는 명작은 처음엔 이해도 안되고 잘 와닿지 않는 법
내가 친절하게 그림을 설명하며, 이 부분은 마날리를 형상화 한거라고, 이건 마리화나, 이건 음악 이렇게 설명하니 이 서양새끼 표정이 환하게 변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역시 서양새끼들은 어릴때부터 교육을 잘 받고 그래서 그런지 감이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도 주입식이 아닌 창의력 교육 도입이 시급하다.
그렇게 커피마시며 그림그리고 있으니 진짜 힐링되는 기분. 그 곳에서 그림그리며 한참 노닥거리는데 옆방 여자애[ 맥간에서 함께 트리운드에 올랐었던 ] 가 강하류에 팡팡 튕기는거 있다고 그거 타로 갔다 오더니 한참 설명해준다. 재미는 나겠더라. 우리도 한번 타볼까 싶어 나가기로 하고, 다 그린 그림은 주인에게 주면서 저기다 붙여달라고 하자. 주인이 알았다고 받는데 이후 그림은 찢어버렸는지 걸려있는지 알길은 없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팡팡을 타볼까 내려가는데, 빌어먹을 이번에 또 애들이 배고프다고 갑자기 뜬금포로 햄버거 먹고 싶다고 하는데 햄버거 파는데 찾아 헤매다가 비가 오는 것이다. 햄버거 먹을만한데가 어딨나 싶어 그 근처를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며 찾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다 레이지독이라는데 갔는데 고급인테리어, 비싼 가격. 다행이도 버거가 없어서 곧장 나오는데 내려오다가 있을것 같던 가게를 찾아 들어가보니 버거를 판다. 그리고 나왔는데 패티가 그냥 다지고 대충 엄청나게 맛있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래도 배터지게 먹었다. 아침 먹으로 나왔다가 점심까지 먹어버린 우린 올라가다 낮술이나 한잔 할 요량으로 술가게 들리기 전에 하루도 드디어 사가지고 온 담배들이 다 떨어졌다며 나 처럼 마는 담배를 한대 펴보고 싶다하여 담배 드럼 살려고 윤카페 앞 슈퍼마켓으로 갔다. 윤카페 앞에는 슈퍼마켓이 두군데가 있었는데, 내가 담배 사려고 둘 다 가격을 물어봤을 때 왼쪽이 저렴했다. 그리고 나중에 술 파는데 물어봤을 때 왼쪽가게에서 오른쪽 가게에 판다고 알려주어서, 오른쪽 가게에서 술을 사기 시작했던 것!
어쨌든 내가 담배를 산 왼쪽가게 가서 드럼 사고 애들 뭐사고 그리고 오른쪽 가게에서 술을 사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면서 화를 내면서 술을 안파는데 대박.
알고보니 자기네 가게도 다 있는데 왜 옆가게에서 샀냐 이런거였다. 즉, 자기도 드럼 파는데 드럼은 왼쪽집가서 사고 왜 자기한테는 술만 사냐고, 그러니까 그 술도 안팔겠다고!
정말 황당했다. 나한테 술 안 판다고 삐졌는데 빵터졌다. 정말 우리정서로는 이해가 안가지만 그러했다! 황당한 마음에 그저 웃지요. 역시 인도구나 싶다.
인도 아니면 어디서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겠는가, 최초로 가게주인이 손님에게 삐짐! 숙소로 돌아와 하루 노트북으로 오랜만에 카페 들어가 대문도 바꾸고 카페 회원관리 모드. 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셔서 카페가 흥학 있다. 보답의 뜻으로 여행기도 마저 올리고 쉬었다. 다들 피곤했는지 휴식모드. 낮잠모드! 하지만 난 잠이 안오는 관계로 혼자 심심하게 있었다.
먹다 남은 술로 낮술 한잔.
느즈막한 오후에 애들이 다시 모여서 할일 없이 모여 앉아 있다가, 쏘세지가 들고다니는 트럼프로 원카드 하는데 처음엔 그냥 아무 내기 없이 쉬엄쉬엄 하다가 내일 아침밥 밥값 내기를 했는데 내기를 하고나서 내가 1등 ㅋ 내일 아침 밥값 면제. 내가 1등 승부사!
카드를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들을 많이 나눴는데 제일 웃겼던건 현아의 삼고초려 이야기다. 모두 쉴 때 현아가 혼자 나가서 그 삐진 슈퍼마켓 아저씨를 찾아가서 술을 살려고 했다고 하는거다. 여자 특유의 애교와 현아의 귀여움으로 무려 3번을 찾아간 끝에 아저씨가 환하게 웃게 되었다고! 진짜 빵터졌다. 술 사려고 삼고초려를 하다니! 그렇게 우린 한참 놀다가 드디어 다음 목적지이자,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어한 레 leh에 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가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했다. 레까지 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길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날리에서부터 레까지 가는 길은 악명높았다.
일단 길은 둘째치고, 이제 본격적인 고산병을 걱정 할 시간이 왔다.
레 자체의 고도도 고도지만, 레까지 가는 구간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도로를 지나야만 했고. 말 그대로
걸리는 시간이면 시간, 길의 험난함, 고도 모든게 종합선물세트로 이뤄진 지역이었다.
하물며 나 역시도 살짝 걱정이 될 지경이니 오죽하랴, 우스개로 애들은 인도방랑기나 이런데서 이 길에 대한 사람들의 여행기들을 많이 읽었는지 이 길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에게 해주는데 한번 이 길을 간 사람은 다시 레에 갈 때 돈을 모아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말 할 정도의 길이었다.
결국 우리는 교통편에 대해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었다.
가는 방법은 일단 3가지가 있었다.
지프를 고용해서 인원을 모아서 가는 방법
공영버스
미니버스
각 자의 장단점이 있었다.
레에 가면 판공초나 누브라밸리, 초모리리 등을 구경가야되는데 이 문제가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지프를 타고간다면 가는 길에 초모리리를 들렸다가 레를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고산병의 위협이 있는데 레에 가서 휴식은 커녕 뭔가를 구경하러 가야된다는 부담감?! 그리고 지프의 가격등이 문제
공영버스는 비싸지만, 왠지 큰 관광버스라 편안할것 같기도 하고, 1박 2일에 거쳐서 간다.
미니버스는 가장 저렴하고, 1박2일코스나 당일코스를 결정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
지프 vs 공영버스 vs 미니버스 여러본 가본 사람이 없으니 도무지 정보가 없다. 고민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윤카페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윤카페로 향했는데 스피커가 부셔진 나의 슬픔을 위로해주고자 소세지가 비빔밥을 사준다고 해서 가니 이미 사람이 많았다.
안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여름성경학교 분위기나는 단체팀
이쁜 여자 커플
여자3명
그리고 엇그제 본 서양남자애랑 말하던 한국여자애가 혼자서 앉아있는데 분위기가 묘하다.
밥먹고 담배한대 피며 윤카페 사장님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접고 싶다고, 해외 사는 사람들은 다 똑같구나 싶다. 밖에서 느끼기에 모두가 편해보이고 즐거워보이지만 외국에 산다는것은 참으로 힘든일이다.
그렇게 거기서 쉬며 있다가 낮에 현아가 열심히 관계회복에 힘썼다는 그 슈퍼마켓. 삼고초려를 해서 관계회복을 시킨 그 슈퍼에 가서 현아가 오늘은 자기가 사겠다며 술 산다고 그래서 기다리는동안 여행사에가서 레 가는거 알아보니 미니밴 1000루피. 다른 방법에 비해 싸긴 하다. 그걸 알아보고 있으니 현아가 술을 사가지고 와서 이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러 가려는 찰나에 현아에게 술값을 물어보니 나보다 오히려 싸게 샀다. 이런 염병. 내가 술을 그렇게 많이 사먹었는데, 나는 곧장 가서 인도아저씨한테 나는 왜 비싸게 받았냐고 따지니 인도사람 특유의 헤이~ 마이프렌드 이러면서 소다수를 공짜로 하나 준다. 웃긴다.
윤카페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왼쪽 가게는 2년, 오른쪽은 30년된 가게라고 대부분 오른쪽을 이용한다고 한다는데 재밌는 아저씨다. 어쨌든 이렇게 다시 이 아저씨와 나와의 관계는 무럭무럭 싹이 터갔다.
인도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볼것인가 숙소로 돌아와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 시작. 오늘도 그렇게 마날리의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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