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25 [인도/여행기] 라다크, 그 험난한 여정!


  인도 여행 정보! 

  이제 본격적으로 라다크Ladakh로 향합니다.
  헷갈리실 것 같아 이야기하면 라다크는 지역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라도? 경상도? 혹은 호남? 영남? 이런식. 그리고 그 라다크의 중심 도시가 바로 레 LEH 입니다.  레는 라다크 여행의 관문도시이자, 허브죠. 이정도만 알아두시면 여행기를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25 라다크, 험난한 여정

  방에서 쉬다가 우리는 새벽 1시 좀 넘어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일하는 녀석이 자고 있어서 깨워서 열쇠를 건네주고 작별인사를 건네고 어두운 길을 나섰다. 가로등 불빛 조차 없는 곳이기에 후레쉬 불빛에 의지해 골목길을 걸었다. 시원한 공기, 마날리 골목길 특유의 소똥냄새들. 이젠 그리울 이 곳을 떠난다. 아쉽다. 골목길을 나와 큰 길로 나왔다. 세상이 모두 잠들어있는 것처럼 조용한 마날리. 

 후레쉬 불빛을 켜고 내려가다가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불빛이 있어서 밝아서 후레쉬를 끄고 언덕길을 쭉 내려갔다. 무거운 짐을 메고 떠나는 이 길, 마날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여행의 하이라이트 라다크Ladakh 를 향하는 기대감도 한가득이었기에 너무 좋았던 이 마날리를 떠남이 아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 픽업 장소인 YES PLEASE로 향했다.   어두운 마날리의 밤,
  이 시간에 이렇게 돌아다녀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어디선가 도착한듯 지프와 서양여행자들이 서서 얘기 중이다. 우리도 이제 저렇게 밤길을 달리겠지. 어두운 밤길을 걸어 내려와 예스플리즈에 도착하니 휑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인가,  한켠에 배낭을 내려놓고 기다리니 미니밴들이 나타난다. 이 곳이 미니밴들의 픽업장소인 것 같다. 오늘 밤 떠나는 것은 미니밴 1대뿐이 아니라 여러대인듯, 많은 미니밴들이 야밤의 고요함을 깨고 저 밑에 언덕길에서부터 힘겹게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왔다.

 올라오는 미니밴들을 보니  내가 생각한 차보다는 훨씬 더 크다. 미니밴이라고 해서 작은 차를 생각했는데 꽤 큰편이다. 밴보다도 크다. 대략 학원버스로 한 때 많이 사용했던 그런 버스 크기?  티켓을 끊을 때, 차 번호를 알려준터라 차들이 올 때마다 차 넘버를 비교해서 봤다.  기다리고 있으니 갑자기 예스플리즈 안에서 어떤 한국커플이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대개 여정이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한번 만나면 계속 만나게 된다. 이들은 대세커플이다. 왜 대세커플인지 나중에 나온다. 일단 대세커플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들 역시 레 Leh로 가는지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는 아직 차가 안왔는지 다시 안으로 휙 들어가버린다.  우리 역시 타야 될 미니밴은 안와서 기다리니 이내 차 한대가 또 언덕길을 올라온다. 번호를 확인하니 우리가 타야 될 밴이었다.   적당한 곳에서 차를 돌려서 세운 뒤, 기사가 내려서 지붕 위에 올라간다. 지붕에 오른 뒤에, 짐들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뒤늦게 어디선가 나타난 한국여자 3명이 와서는 물어본다. 그들의 차는 다른 건지 이 차번호는 아니다. 그런데 기사가 그 차에 탈 사람도 태워가는건지 맞다며 한국여자들의 짐도 올린다.

 담배를 한대 피며, 마날리와의 작별인사. 아쉽다.  정말 행복한 동네였는데, 하지만 여행자는 또 떠날 새로운 곳이 있기에 행복한것 아니겠는가.



 짐을 다 싣고,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 잡고, 나는 듣던 대로 모두가 타야 탈 수 있는 문이 있는 맨 앞자리 11번자리!

 모두가 오르고 난 뒤에 차에 올랐다. 의자를 재껴서 바로 해놓고 차에 오르니, 일단 맨 앞이라 좋긴 한데 충격적인 것을 보았다.
 시트에  목받침이 없다. 말이냐 당나귀냐...


  목받침 정도가 없는게 아니라 이게 접었다 폈다 해야되는 (입구를 위해) 의자라 등받이가 엄청 짧다. 씨발!  이걸 타고 그 긴 길을 달려야 되는구나. 잠은 다 잤구나. 싶었다. 



 버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뉴마날리에 도착했다.   뉴마날리 메인도로에 차를 세우고 또 다른 승객들을 기다리는데 버스를 탈 사람들이 안보인다. 도대체 어떤 진상들인가.   저 멀리서 깔깔대는 소리와 함께 서양새끼들 여럿이 온다. 이 새끼들은 늦은건 생각도 안하고 이때부터 조낸 밍기적거리며 지들끼리 웃고 깔깔대는데 어디서 마리화나라도 하나 빨고 온 것 같다.  100프로 그랬을 듯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깔깔깔깔, 짐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배낭에서 옷을 안꺼냈다고 지붕에 올라가서 배낭 뒤져서 옷 꺼내고, 이 새끼들 때문에 한참을 거기서 있어야 했다. 말투를 보니 약간 동유럽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폴란드. 




 다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난 밖에 서있다가 역시 마지막으로 승차! 앞으로의 고생문이 열리는 듯 했다. 이제 누군가 내릴 때 나는 무조건 따라 내려야 하고, 누군가 탈 때까지 기다려야 되게 생겼다.   버스는 육중한 무게와는 달리 날렵하게 다시 어두운 밤길을 가르며 바쉬쉿으로 향했다. 바쉬쉿에서 마지막으로 사람을 태우고, 이제 본격적으로 레로 가기 시작하는데 버스는 가로등도 없는 이 어두운 밤 도로를 미친듯이 달렸다. 


 차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도로는 비포장에 옆은 천길 낭떠러지 같은 절벽도로를 오른다. 
 이런 도로를 속도도 안줄이고 막 달리는데 오르면 오를 수록 풍경은 아찔 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옆이 낭떨어지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니 아찔했다. 처음에는 보다가 그냥 차라리 안 보는게 속편하다 싶어서 잠을 청했다. 놀라울 정도로 아찔한 도로였다. 


 그런데 뒤에 등받이가 없다보니 나는 편하게 기댈 수가 없었다. 니미랄
 옆에 창문에 머리를 대니 버스가 고불고불 비포장의 산길을 달리는 고로 머리가 헤드뱅잉 하는 것처럼 요동을 쳐댔다. 

 하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어느새 들었다.




 버스는 어두운 산을 그리 달렸다.
 다시 새벽에 눈을 떴을때  내 눈 앞의 풍경은 놀라운 모습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던 미니밴들이 길 한쪽으로 일렬로 멈춰서 있었는데 저 멀리 앞에 도로로 폭포처럼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폭포라고 하기엔 표현이 모자르고 거대한 댐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듯이 위에서 도로로 물이 거대하게 쏟아져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대박이었다. 차가 저 곳을 지나가다간 저 거센 물줄기가 차를 쳐서 차가 그냥 휙 날라가버릴 것 같은 거대한 물줄기였다.  게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붓고 있었다. 




 아무도 거길 지나갈 수 없으니 비가 그치고 물줄기가 잦을 때까지 기다리는 듯 했다. 근데 우리 기사가 깡 좋게 지나가려고 잠시 기세를 살피더니 비장하게 기어를 놓고 출발! 도전정신이 남다르다. 아주 재밌는놈이다.  탄력을 받으려고 버스를 급가속 시켜서 속력을 막 올렸다. 그렇게 옆으로 수 많은 차들을 스쳐 지나가며 그 물줄기를 향해 달리는데 갑자기 돌이 빡! 소리가 나면서 위에서  돌들이 떨어지는데 산사태다. 기사도 놀래서 급정거. 난 진짜 소름이 돋았다. 그 빡소리가 너무 컸다. 내 눈앞에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진것마냥 돌이 빡소리 나면서 떨어지는데 미칠 듯한 아찔함. 진짜 이건 장난아니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와 거기 너무 위험해보이던데 이러면 솔직히 하나도 안 위험한데, 왜 저러나 했는데 여긴 리얼이었다.

 진짜 위협을 느꼈다. 생명의 위협





[ 저 돌이 바로 차 바로 앞에 떨어진 돌, 진짜 가장 왼쪽 맨 앞에 있던 내 앞에 빡!!! 아..소름..] 



 돌들이 저 위에 산에서 떨어지는데 농담 아니고 진짜 맨 앞자리 앉은 나는, 게다가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보니 내 쪽으로 돌들이 떨어지는데  존나 소름 돋았다. 정말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또 소름이 돋는다.  수 많은 밴들의 유리창이 깨져 나가 있는것도 바로 이 때문일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기사도 놀래서 후진을 하려고 하니 뒷차들이 이미 가까이 붙어서 쫒아와서 후진을 할수 없고 돌들이 계속 떨어지는 상태.  이러다간 저 떨어지는 돌댕이 하나 쯤 차로 날라와 버스를 부셔버릴 기세였다.  기사가 창문을 열고 뒷차로 향해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긴박했다.  그리하여 뒷차들이 빠져주면서 겨우 후진을 할 수 있었고, 산사태로 위에서 떨어지는 돌들을 피해서 최대한 절벽가까이 자를 세웠다.  차안에 있던 우린 모두 숨죽이고 긴장을 탈 수 밖에 없었는데, 기사는 차를 한켠에 세우자마자 존나 익숙한 일인것 마냥  곧바로 시동끄고, 라이트 그고, 담요를 꺼내더니 한숨잘려고 준비를 한다. 포기가 빠르다. 쏘쿨. 정말 재밌는 놈이다.


 다른기사들은 나와서 상황보느라 여념없는데 혼자 만사태평. 제일 앞에 세워둔 이유로 다른 기사들이 상황 좀 살펴보게 라이트 좀 키라고 하니 말싸움.  
 
 저 멀리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와 도로에 흩뿌려진 돌들.
 도대체 이게 뭔일인가, 레를 갈 수 있긴 한건가. 

 쩔었다 진짜.


 그런 와중에 뒷좌석에 앉은 한국여자애들 3명은 호들갑이 장난아니다.
 개 쫄아서 지들끼리.

 " 라이트 켜야되는거 아냐 "
 " 이러다 반대쪽에서 차가 와서 박으면 어떻게해 " 
 " 기사 깨워야지. 기사 깨워야 되는거 아니야? "
 난리도 개난리. 겁들은 많아서 존나 씨끄럽다. 


 이때부터 얘네가 존나 맘에 안들기 시작했다. 계속 저런 얘기하는데 거의 나에겐 이렇게 들림
  " 거기 앞에 앉은 분! 기사 좀 얼른 깨워서 라이트 좀 켜놓으라고 하세요, 이러다 반대쪽에서 차가 오면서 박으며 어떻게 해요 " 
 이런느낌으로 계속 지들끼리 떠들면서 난리치면서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모두 잠도 못자고, 멀뚱멀뚱 있는데 옆에서 기사만 천하태평이다.  시간이 지나자, 비가 조금씩 그치는 느낌이다.  앞에 폭포수도 조금 기세가 약해졌고, 점점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추울껏 같아서 겨울 옷을 챙겨놨었는데 챙겨놓길 천만 다행이다.  고도의 영향도 있었을꺼고, 비가 와서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놀면 뭐하나 나가서 사진이나 찍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난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사진찍으면서도 차안에 그냥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스쳤다.  사진찍는다고 깝죽대다가 위에서 떨어진 돌을 맞고 죽으면 진짜 개죽음도 그런 개죽음이 없으리라.

 하지만 밖에 나와보니. 서서히 동트며 들어나는 풍경도 너무 멋있었고, 이 상황도 찍을 수 있었고, 볼만 했다.  한국여자애들 3명은 나오긴 깡이 없고, 이런 상황을 찍고는 싶고, 창문을 살짝 열고는 막 사진찍고 있는 나에게   " 사진 좀 찍게 비켜보세요 " 이런다.   그러더니 플래쉬를 팡 터뜨리며 산사태 난 곳을 찍는데. 살다살다 이런....  거기서 터트리면 사진이 나오나.  쯧... 

 
 내가 그렇게 혼자서 신나게 사진찍고 있으니 모두 용기를 얻고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다.   이젠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다. 난 기념사진도 찍고, 솔직히 좀 더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는데 돌 맞을까봐 차마 그러진 못했다. 쫄았다.  그러고 있으니 비가 거의 그쳤다. 갑자기 뒤쪽에 있던 다른 미니밴이 시동을 걸고 용감하게 도전!
 저 멀리서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달려오는데 진짜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나처럼 침을 꿀꺽 삼켰으리라.



 차는 어느새 물줄기 앞까지 도달했고, 그 곳을 지나가는데 진짜 볼만 했다.  위태위태하게 거기 폭포길을 지나가는데 도로도 이미 붕괴된 상황이라 차가 정말 기우뚱 기우뚱하면서 지나가는데 조마조마, 하지만 결국 건넜다.  그 차가 성공하자. 이내 시동거는 소리들로 갑자기 요란스럽다.  다른 차들도 도전하기 시작 하나둘씩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도 얼른 출발해야되는데 폴란드 새끼가 무슨 사진작가 빙의 되서 카메라 들고 저기 절벽쪽에서 계속 사진찍어서 얼른 가자고, 재촉을 한뒤에 그 놈이 탄 뒤에야  나도 얼른 차에 올라  우리 기사를 깨워 도전. 

 시동을 걸고 막 달리는데 진짜 폭포수 옆에 지나갈때 살다 살다 별 경험을 다 해보구나 싶었다.
 보는 것 보다 더 기우뚱 기우뚱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차는 그 붕괴된 도로를 건넜다.



 그리고 건너자 마자 또 저 멀리 차들이 다 멈춰있다.  
 그 곳은 폭포는 없었지만 도로가 그냥 유실이 되어서 아작이 나있다. 그냥 보기에도 못 지나갈 것 같은 느낌.
 옆에는 천길 낭떨어지. 저기를 건너다가 자갈과 흙이 무너지면 끝장인 상황.



  레까지의 가는 길은 이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포스팅 후기 )
 사진은 어느정도 비가 그치면서 동이 터올 때 찍은 건데, 맨 처음은 어두워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긴박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함.
 사진의 모습은 거의 상황종료 됐을 때임! 물줄기도 거의 작아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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