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7 잠무, 지옥행 버스를 타라!
인파서블 여행기는 일기 형식의 일기입니다. 인도/파키스탄 등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로서 인도/파키스탄 파서블! 이란 뜻으로 이름 붙인 여행기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첫편 부터 읽으시면 더욱 재미나게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재미나게 보시고 여행 관련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추천,댓글,공유,밀어주기 대 환영입니다. 재미나게 보세요!
간밤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정말 비가 하늘에서 억수로 쏟아 붓는 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빗소리에 새벽 쯤에 잠시 깼을 때, 오늘도 스리나가르를 못 떠나는구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아침이 되니 날씨가 걷히고 오히려 비가 온 뒤에 먼지들을 날려버렸는지 더욱 새파란 청명한 날씨가 되었다. 비 온 뒤의 이 선선한 바람과 공기가 너무나 좋다. 그래서 비오는 날을 사랑하는 지도 모르겠다.
주인 아저씨가 아침부터 부지런 하게 하우스보트 안을 대청소중, 낡았지만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이 하우스보트를 쓸고 닦고 정말 이 배의 정갈함이 이런 노력에서 나오는구나 싶다. 부지런함, 근면함은 결국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것 같다. 아침부터 아저씨를 보며 근면함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언제나 처럼 배 앞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어젯밤에 빨래를 바깥에다가 널어놨었는데 밤새 완전히 비에 젖은 빨래. 다시 빨래를 걷어다가 다시 빨았다. 그리고 일단 급한대로 최대한 물기를 짠 후에 실내에다가 널어놓았다.
재수도 드럽게 없지. 빨래를 했더니 비가 오고 지랄이다. 이 놈의 빨래 때문에 스리나가르를 떠나는 것이 다시 또 망설여지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또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떠나야 하는데 빨래는 다 젖었지. 폭우는 쏟아지지 큰일이다. 비가 너무 오는 관계로, 그리고 이것저것 준비 할 것들이 많아서 오늘은 처음으로 아저씨한테 밥을 차려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자기 요리 잘한다고 한번 먹어보라고 맨날 그랬는데 라마단 때 초대해놓고 안불러서 우리도 삐져서 주문을 안했는데 어쩔 수 없다. 그리하여 주인 아저씨한테 에그커리며, 이것 저것 식사 준비를 해 달란 후에, 일단 쏘세지와 나는 그냥 체크아웃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다시 또 배낭을 꾸린다. 이렇게 떠날 때가 되면 참으로 아쉬우면서도 즐겁다. 여행자란 역시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 행복해지는 법.
12시가 다 되어서야 식사가 꾸려져 밥을 먹는데, 정갈하게 다이닝룸 식탁에 비닐로 된 커버를 씌우고 음식을 셋팅하는데 성격이다. 성격.. 정말 각을 딱딱 맞추어 차려놓는 솜씨가 오랜 세월 이 사람 습관에 배어있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아저씨 자신감있게 식사 자기한테 시켜서 먹으라고 한 이유가 있다. 맛있다. 이렇게 맛있게 요리 잘 할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시켜먹을껄 하면서 우린 아쉬워했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의 대화의 주제는 과연 떠날 수 있을까? 였는데 아무래도 또 하루 더 미루는것은 내키지 않았다. 쏘세지도 마찬가지로 슬슬 파키스탄에 빨리 들어가봐야되지 않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왜냐하면 파키스탄 비자는 끊어놨는데 비자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오늘이 정말 수와 진이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밥을 맛나게 먹고 나서 아저씨한테 체크아웃하고 버스 시간 때문에 그러니 오후 5시까지 하우스보트에 있겠다니 오케이한다.
체크아웃. 아저씨에게 목돈을 지불하고 쉬었다. 늘어진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한다. 그래도 막날인데 비가 이렇게 와서는 어딜 나갈 수도 없고,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하우스보트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비오는 모습을 바라 보는 것도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현재를 즐기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즐기는 것 그게 최고다. 수와 진이는 역시 떠날 준비를 하는데 상황봐서 자기네는 하루 더 묵던가, 이틀을 더 묵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며 일단 비행기표를 알아보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시카라를 몰고 비오는 호수를 헤쳐 뭍으로 나갔다. 그 사이, 이미 짐도 다 싸고 할 일이 없던 나는 여행하며 샀던 엽서들을 다 꺼내어서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정말 신나게 썼다.
엽서를 신나게 쓰고 있다보니 아이들이 돌아왔다. 애들은 비행기표를 끊었다. 역시 스리나가르 이틀 정도 더 머물러야 한다고. 이제 점점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아쉬움 슬픔. 우리는 더욱 서로 신나는 표정으로 사진도 찍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인사를 나눴다.
이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정말 이번 여행에서 만난 모두가 한명 한명 소중하지만 정말 참 즐거웠었는데 이들 이후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정도였다. 아이들이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나온다고 따라오는데, 시카라를 타고 배낭을 올리고 떠나는데, 불과 며칠전 낯선 시선으로 이 곳에 도착해 이 시카라를 타고 하우스보트로 들어오던 날이 떠오른다. 그 며칠사이 나에게 정겨운 도시가 되버린 스리나가르.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올리는데, 왠 양아치같은 놈들이 오지랍으로 잠무 길 막혔다고 이야기 하는데 좀 벙쪘다. 사실 안그래도, 라마단 기간 끝날때 전후로 이 곳 스리나가르의 무슬림들과 힌두가 엄청 싸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게 영향을 미친 것일까. 얼마전에도 스리나가르에서 잠무가는 버스로 힌두교인들이 집단으로 돌을 던져서 버스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다쳤다고 들었다. 그런 얘길 워낙 계속 들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주인아저씨는 혹시 모르니 일단은 짐을 놓고 가보라고 한다.
잠깐 고민후, 짐을 놓고 버스터미널에 가기로 했다. 짐은 아저씨에게 맡기고 우리는 릭샤를 타고 급하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티켓 창구로 달려가, " 잠무 행 버스! " 외치니까, 아무렇지 않게 " 몇장? 물어 본다 "
씨발. 인도새끼들 믿으면 안되는데 버젓히 잠무행 티켓을 팔고 있다. 물어보니, 길도 안막혔다고.. 개뻥이었다. 암튼 씨발새끼들. 맨손으로 밥먹는 짐승같은 놈들.
마음이 급해져왔다. 버스 시간은 얼마 안남았고, 티켓 줄은 길게 늘어서 있고, 짐은 저 멀리 하우스보트에 있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애들에게 티켓을 끊어달라고 부탁한 뒤에, 부리나케 다시 릭샤를 잡아타고 달레이크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선착장에 도착해 아저씨를 외쳤다!!!
" 아저씨!!!!!!!!!!!! "
한참 부르자, 하우스보트 안에서 슥 나오는 아저씨. 센스있게 배낭들을 챙겨서 걸어 나오고 있다.
시카라에 배낭을 싣고 혼자 유유히 건너와서 배낭을 넘겨준다.
" 아저씨.. 나 떠나요! 언젠가 만날 날이 오겠죠 "
" 나중에 친구들이랑 또 와! "
가볍게 이슬람식으로 포옹 한번 하고, 다시 급하게 릭샤를 잡아타고 버스터미널로 왔다. 왔다갔다 쓸데없이 릭샤비만 나가고 짜증이 났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애들이 잠무로 가는 버스 표를 끊어놨는데 세상에! 이게 딱 마지막 티켓이었다. 하우스보트에서 밍기적 거릴 때 부터 내가 계속 버스터미널 가보자고 해서 이 정도였지. 쏘세지는 굳이 일찍 갈 필요가 있냐며 최대한 늦게 가고 싶다며 밍기적 거릴려는 걸, 내가 가자고 가자고 해서 온 건데 천만다행이었다. 스리나가르에서 잠무로 가는 버스티켓은 1인당 360루피. 일단 버스를 확인하고 짐을 실을 려고 하니, 버스기사가 존나 소쿨하게 버스 옆에 붙어있는 사다리를 가리키며, 니가 직접 지붕에 올리라는 듯 얘기하는 거다.
아오! 씨부랄..
배낭을 메고 사다리를 탈려고 하자, 쏘세지가 " 오빠 그냥 이거 차안에 어떻게든 넣어보자 " 라고 하는데 버스 안을 대충 보니 도무지 각이 안나왔다. 버스 지붕에 짐을 올리자니 비 와서 짐이 다 젖을까봐도 걱정이고 저기 위에 짐을 올리고 나중에 내리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버스안에 넣자니 자리가 비좁아서 큰 배낭들을 어디다가 놓을 자리가 없었다. 일단 쏘세지 말대로 차 안에 어떻게든 넣어보기로 했다. 정말 일련의 사건들이 정신없이 휙휙 하고 벌어지고 머리는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비는 쫄딱 맞고 쏘세지는 배낭을 버스 안, 바닥에 어디든 구겨넣을 자리를 찾아 구겨넣고, 내 큰 배낭은 도무지 거기는 안들어가서 복도쪽에다가 세워두고 출발하면 문쪽에다가 매달기로 했다.
정신이 없었다.
좀 더 여유있게 아이들과 작별을 하고 싶었는데. 일단 나는 버스 바깥에 서서 애들과 담배 한대 피면서 마지막인사를 나누는데 정말 이 아쉬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쉬움이 얼굴에 다 그려져있었다.
진이..
수..
정말 좋은 아이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그리고 곧 버스에 시동이 걸리고 경적이 울린다. 우리는 얼른 버스에 올랐다. 맨 뒷자리에 차 뒷문이 있는 마지막 자리였다. 아이들과 계속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그 와중에도 내 배낭을 배치하려고 계속 비좁은 버스안에서 낑낑거리는데 땀이 뻘뻘 났다. 그러는 와중에 버스는 막 출발 할 것 처럼 보이더니 출발은 안한다. 애들이 사진 찍어주고 포즈 취하는데 내 옆에 아저씨가 존나 웃긴다. 나랑 쏘세지 사진 찍는데 옆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껴들고 유쾌한 아저씨다. 그리고 이 아저씨가 이제 지옥의 잠무행에 큰 활약을 할 아저씨다!
밖에서 그 광경을 보던 진이가 " 저 아저씨 웃긴다..술 취한거 아닌가.. ㅋㅋㅋㅋ "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담배도 못사고 애들한테 담배를 빌려 얻어 폈는데 진이가 참 마음도 깊지. 긴 이동시간에 담배를 못피울 것이 맘에 걸렸는지 버스가 막 출발할려는데 나를 불렀다.
" 오빠!!! "
거의 동시에 버스 창문 안으로 담배 한갑을 던져준다.
" 야..됐어 " 이러며 나는 버스 바깥으로 다시 담배를 돌려줬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담배를 돌려주며 그렇게 버스는 이내 출발을 하려고 한다. 마지막 까지 감동이다. 정말 이 아이들을 만났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잠시 이 시간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아이들과 떨어지는게 슬펐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버스가 출발 했다. 진이와 수가 무슨 영화의 한장면처럼 달리는 버스를 뒤에서 막 달려오며 쫒아오며 손을 흔든다.
진짜 안녕!!!!
씨끌벅적한 배웅 후, 이제 잠무로 가는 길. 다시 또 쏘세지와 나 둘이 남았다. 허전하다. 하루가 떠났을 때도, 수와진이를 떠날 때도 이렇게 허전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쏘세지가 있어서 다행이다. 혼자 여행 할 때 일행들과 떨어져 정말 딱 혼자 남았을 때 그 밀려오는 외로움을 생각하면 지금은 쏘세지가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버스는 낡아서 비좁았는데 이런 버스는 사실 인도 여행하면서 많이 익숙해진터라 그냥 아직은 버틸만 했다. 쏘세지가 옆에 인도사람을 못 앉게 하느라 창가에 앉혔는데 낡은 버스의 창과 문은 꽉 닫히지가 않는다. 낡아빠져 틀이 비틀리고 유리가 깨지고 그런 창문이며, 뒷문 틈으로 찬바람이 연신 들어오는지 추워한다.
버스는 이제 막 스리나가르 시내를 벗어났나 싶더니 잠시 작은 터미널에 도착해 기름을 넣는다. 담배 피고 싶은데 담배가 없다. 그 마음을 아는지 옆자리 유쾌아저씨가 담배를 줘서 나가서 한대 필려고 하니 아저씨가 내 팔을 붙잡는다. 그러더니 솔선수범해서 자기가 먼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다. 그렇게 버스안에서 담배를 피는데 대각선 앞에 앉은 무슬림 청년이 아저씨한테 뭐라고 한다. 버스에서 담배피지 말라는듯, 아저씨도 뭐라뭐라. 청년이 조금씩 빡치기 시작했다.
괜히 미안해져서, 담배를 끄고 있는데 옆에서 아저씨는 계속 뻐끔뻐끔 담배를 연신 피워댄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 잠무행 지옥버스의 사건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더불어 옆자리 아저씨의 엽기 행각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
맨 뒷자리, 자리도 안좋은데 쏘세지는 쏘세지대로, 나는 또 나대로 죽을 맛이었다. 쏘세지는 찬바람이 너무 들어온다고, 그리고 너무 버스가 덜컹거려서 죽을 맛이라 하고, 나는 또 나대로 비좁은 자리가 고역이다. 그러는 와중에, 옆에 유쾌 아저씨는 담배를 연신 피우더니 드디어 담배를 끄고, 이제는 빤을 씹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빤이란?
빤은 인도,미얀마 등지에서 씹는 건데, 잎에다가 석회가루며,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아니 더 쉽게 얘기하면 무슨 깻잎같은데다가 온갖것들을 집어넣고 돌돌말던가,쌈싸듯이 잘 포개어 입안에 쏙 넣어서 씹는 건데, 각성효과가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빤을 씹는데 문제는 빤을 씹고나면 침이 많이 나와서 침을 자주 뱉어줘야 되는데 이 침이 붉은색이다. 그래서 인도 길거리에 보면 빨간물들이 많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빤은 석회가루 성분 때문에 빤 씹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가 그냥 아작이 나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씹는 잎담배 빤이다.
어쨌든 빤을 씹기 시작하는데, 난 슬슬 불안해졌다. 빤에 대해 알고 있는 나로선 빤을 씹으면 다음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 침은 어떻게 뱉을려고 빤을 씹지.......
그리고 아저씨는 버스 바닥에 붉은 침을 찍찍 뱉기 시작한다. 와... 설마가 사람 잡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바로 옆에 앉은 나에게는 그 침이 튀김은 물론이거니와 가끔 침을 뱉다가 내 발이며 종아리에 침을 뱉을 때가 있었다. 진짜 일부로 그런건 아니지만 진이 말대로 이 아저씨 술이 취한 사람 같다. 반바지에 맨발에 쪼리를 신은 나는 정말 그 침이 튀기거나 나에게 뱉어대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좀 짜증내면서 침 뱉지 말라고 하는데도 내가 계속 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다. 아저씨는 일어나서 비틀거리면서 운전기사에게 가서 뭐라뭐라고 무슨 컴플레인 거는것 마냥 기사한테 뭐라고 한다.
혼자서 막 얘기하다가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아 빤을 씹어 대면서 또 침을 뱉는다. 바로 뒷문쪽에 내 배낭을 매어놓은터라, 침 뱉는 곳은 나와 내 배낭 사이. 침은 내 배낭에도, 내 발에도 계속 튀긴다. 돌아 버릴 것 같다. 내가 드디어 폭발 했다.
" 아 씨발!!!!!!!! 그 만좀 뱉으라고!!!!!!!!!!!! "
한국말로 큰소리로 지랄을 하면서 아저씨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주변사람들이 아저씨에게 한마디씩 막 한다. 그리고 앞에 무슬림청년도 맨 앞 버스기사쪽에다 대고 큰소리로 뭐라뭐라 얘기를 한다. 내 머릿속에 자동번역기 돌기 시작.
" 어이 기사 양반, 이 아재 좀 어떻게 좀 해보소!!!!! "
" 이 아저씨 여기 외국애들한테 침 뱉고 난리도 아닌데 이 사람 내쫒아야 되는거 아니에요? "
사람들이 마구 한마디 씩 아저씨한테 쏘아붙이기도 하고 기사한테 외치기도 하면서 버스 안이 술렁술렁
그러니 아저씬 다시 일어나서 기사한테 비틀거리며 다가간다. 또 혼자서 막 지랄지랄을 하자. 버스 사람들이 모두 폭발직전, 이젠 버스 앞쪽에 있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하면서 아저씨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기 시작하는데 버스 차장이 아저씨에게 개지랄을 하면서 내리라고 하는 것 같은 분위기. 그러자 아저씨는 깨갱하면서 다시 맨 뒷좌석에 와서 걸터 앉는데, 이 와중에도 계속 빤을 씹으며 침을 뱉는데 앞에 무슬림 청년 발에도 튀겼는지. 드디어 무슬림청년과 본격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대화가 대충 다 그려졌다.
이젠 진짜 개야마가 돈 무슬림청년이 운전사쪽으로 가서 지랄지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뒤로 돌려서 아저씨한테 지랄을 하기 시작한다. 더이상 무리다 싶었는지 버스는 이내 달리다가 어느 알 수 없는 장소에 세워졌다. 이 와중에 이 유쾌아저씨가 앞에 앉은 무슬림 청년의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파리잡듯이 팍팍 때렸다. 드디어 버스가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정말 카오스 그 자체다. 아 씨발 솔직히 진짜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이 뭔 시츄에이션인가...
그 와중에 밖에서 경찰이 올라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경찰에게 고자질 하기 시작한다. 버스 안은 그야 말로 카오스, 경찰이 다가와 아저씨를 갈군다. 아저씨는 진짜 존나 병신처럼 자리에 찌그러져서 가만히 있다. 경찰이 경고를 하면서 지랄을 해대니 아저씨는 아무말도 못한다. 기사와 차장도 일어서 아저씨에게 다가와 진짜 한번더 더 지랄하면 내리게 한다고 엄포를 놓는것 같았다.
정말 비좁은 버스안에서 바로 우리 옆 이 유쾌아저씨 덕분에 나와 쏘세지는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있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으니 버스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는데 그 아저씨 바로 옆에 나와 쏘세지였으니 당연히 눈길도 우리에게 시선집중.
불편하다. 불편해 미칠것 같다.
비좁고 불편한 버스 때문에 몸도 힘들고 이 아저씨 때문에 마음도 힘들다. 그나마 몸이 힘들면 마음이라도 편해야 되는데 몸도 힘든데 그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 돌아버릴 것 같다.
바로 우리 자리에 모든 시선이 쏠려 사람들이 아저씨에게 지랄을 해대는 가운데 쭙짜라는 말이 들렸다. 닥치란 얘기다.
이제 모든 상황이 마무리 됐나 싶어서 버스가 다시 출발을 한다. 아저씨가 또 혼자서 궁시렁 거리는데 저 멀리 앞쪽에 있던 한 인도 젊은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맨 뒷자리로 온다. 남자들은 느낌이 온다. 바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동물적 감각으로 유쾌아저씨도 그 상황을 느꼈는지 흐느적 거리는 아저씨가 이에 맞서 벌떡 일어나서 청년에게 다가가는데 진짜 긴 말 필요없다.
젊은 남자가 아저씨 귀빵맹이를 연타로 두대를 날리는데 아저씨가 자기 자리까지 쭉 밀려온다. 진짜 젊은 남자는 아저씨를 계속 귀빵맹이를 사정없이 내려친다. 미쳐버릴것 같다. 동영상찍고 싶다. 역시 매에는 장사 없다고, 드디어 아저씨는 기세가 완전 풀려서 이제 더이상 빤도 씹지 않고, 궁시렁도 하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정말 이런 장면은 인도 아니면 어디서 이런 광경을 볼까. 카오스 인디아!
버스는 이제 어두운 밤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정말 버스 난이도로 치면 거의 상급에 가까웠다. 자리는 좁고, 불편하고, 옆에서 쏘세지가 애써 밝은 표정으로..
" 괜찬아! 괜찮아 비만 안새면 돼! " 라고 얘기를 한다. 전에도 마날리가는 버스 안에서 비가 샜는데 그게 진짜 최고 힘겨웠다며, 다 좋으니까 비만 안새면 된다고 얘기를 한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쏘세지가 욕을 한다.
" 아 씨발!! 아... 오빠 여기 비 새... " 이러는데 정말 쏘세지 앉은 자리에 뒷유리창으로 비가 새서 마구 들어오는데 정말 지옥이 따로 없다. 쏘세지는 완전 등판이고 엉덩이쪽이 다 젖었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정말 점점 적응하다보면 뭐하나만 충족되면 나머지가 불편해도 만족을 하게 되는데, 이 상황은 뭐하나 만족 할게 없는 상황인거다.
자리는 비좁고, 버스는 덜컹거리고, 찬바람은 들어오고, 비는 새고, 옆자리 사람은 난리고.
정말 왜 사서 이 고생하나 싶다. 그리고 정말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라리 남자인 나는 그나마 낫다. 적어도 화장실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로우니까, 그런데 쏘세지는 정말 죽을 맛인듯. 화장실 찾으로 또 삼만리. 결국은 한참을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 불빛이 안닿는 곳까지 가더니 옆에 풀숲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온다. 정말 여자는 더욱 힘들것 같다. 나는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서 알아보는데 거긴 또 담배를 안판다. 그냥 밥이나 먹자 싶어서 모든 사람들이 들어간 식당에 들어가서 대충 다른사람 먹는거 보고 골랐는데 개 맛있다. 또 하나. 발견
알루뭐시깽이 인지 먼지 고기는 없고 감자(힌디로 감자는 알루)랑 콩만있는데 진짜 꿀맛이다. 애새끼들 보니 국물도 계속 리필해주고, 짜파티도 리필.. 하지만 난 늦게 시킨 죄로, 그냥 기본 2장만 먹는데 씹색기들이 계산하는데 짜파티 몇장먹었는지 묻는데 바가지 씌우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도 짜이값 안냈다. 썅놈들. 인도식당은 어지간하면 리필은 기본이라는거 잊지말라! 물론 리필대상은 짜파티와, 국물 정도다.
밥을 먹고 나와서 배를 두들기고 있으니, 유쾌아저씨가 담배를 건넨다. 참 이 아저씨 그래도 착한 아저씨다. 담배 한대 피고 있으니 아저씨는 먼저 버스에 올라 앉아있는데 앞 무슬림 청년 의자가 고장났는지 뒤로 재껴져 안 돌아오니 아저씨가 무슬림 청년의 의자를 대신 고쳐준다.
이게 쿨한거다. 진짜.. 정말 마음은 착한 아저씨다.
휴게소에서 다시 출발, 버스가 계속 달리기 시작한다. 포장도로는 이제 어느새 비포장으로 바뀌었는데 포장도로도 덜컹 거렸는데 비포장을 미친 기사가 속도를 안줄인다. 내가 진짜 뻥안치고 비포장에서 그냥 막 덜컹거리면서 가는데 완전 맨 뒷좌석에 앉은 쏘세지와 나는 진짜 엉덩이가 공중에 붕 떳 20-30센치 정도는 계속 방방 떠올랐다. 농담아니고 정말 덜컹거릴때마다 엉덩이가 아작 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도 최소한 8시간은 족히 가야만 했다. 최악의 버스. 진짜 미쳐버릴것 같다. 이젠 비 새는 것도 좋다. 그냥 공중으로 붕붕 안떴음 좋겠다. 엉덩이가 부셔질것 같다. 이런 대박 버스를 탈 줄이야. 정말 지옥같은 길이었다.
내 여행 역사상 가장 빡센 버스 중 하나로 기억 될 그런 지옥행 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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