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26 [인도/여행기] 지구가 아닌, 다른행성의 라다크


 이번 편은, 글 보다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사진도 지금까지 여행기 중에 가장 많이 넣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짧은 필력으로는 도저히 그 풍경을 표현 할 길이 없네요. 사진으로도 그 풍경, 그 순간의 감정을 어찌 표현하겠냐마는 그래도 글로 읽는 것보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가까이 그 풍경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즐겁게 보세요! 인도,파키스탄 여행기 인파서블 여행기 지금 시작합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풍경, 라다크 Ladakh

 동은 다 터왔고, 우리 방향, 반대 방향 저 멀리까지 차들이 쭉 줄지어 멈춰서 있는 가운데,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물이 강물처럼 흐르는데 여기가 평지면 그냥 건너겠지만 길이 아작이 나있다.

 말그대로 씹창 난 길, 여기서 잘 못되면 그냥 저 아득한 아래로 휙!
  


 여러 기사들이 나와서 한참 자기들 끼리 대화들을 하더니 갑자기 한두번 이런게 아니라는듯 익숙한 듯 주변에 있는 큰 돌들을 강처럼 물이 흐르는 곳에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돌로 만들어진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대충 지나 갈 길을 만들었다.  그 와중에 날은 점점 더 밝아져서 해가 뜨기 시작하는데 풍경이 대박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구나.

 거대한 협곡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 
 은은한 초록빛의 산들, 황량하면서도 따뜻해보였다.  점점이 있는 사람들의 흔적. 유목민이라도 살 것 마냥 있는 집들. 그 위로 울려펴지는 일출. 





 
  길이 만들어지고 차들은 다시 시동을 걸어 차량들이 차례로 그 길을 넘어갔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반대쪽에서 차량들이 더 엄청나게 많은 수가 줄지어 서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규칙이 있는지 가운데서 누가 조율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마치 무슨 규칙이 있는 것 처럼 차 한대만 건널 수 있는 길을 사이에 두고 차들은 물 흐르듯 서로 지나간다. 인도의 매력이 이것 같다.  분명 개판인데, 알 수 없는 규칙이 있다.   예전 인도여행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현지인들만의 뭔가 거대한 규칙이 있는 그런 그림이었음을 느꼈는데 그걸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혼돈 속에 질서.

 



 비가 온 뒤로, 질퍽거리는 진흙으로 된 도로를 달린다.  이제 아까 만치 길이 유실되는 경우는 없지만 여전히 질척거리고 비포장의 도로를 쉼없이 달려대는 차들로 길은 쉼이 없다.  굽이 굽이 도로를 돌며 풍경들을 보는데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인간은 진정 위대한 동물이다. 이런 척박해보이는 곳에서도 뿌리를 내려 밭을 개간해 일구고, 동물들을 기르며 살아가고 있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한참을 달리는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차들은 그리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내 마을에 도착했다.



 도대체 여기서 뭘 먹고 살겠다고 여기에 있는지,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낀다.  인간의 개척정신의 끝은 어디인가,   마을엔 검문소가 있어서 우리는 모두 여권을 걷어서 기사에게 건네 줬다. 기사는 여권을 뭉탱이로 들고 허름한 천막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 곳이 검문소다. 

 라다크는 중국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딜가나 검문 검문, 이제 끝도 없는 검문의 세계에 들어왔다. 이제 검문은 일상이 된다. 지금 바로 그 시작점에 있었던 것이었다. 기사가 업무를 보는 동안 휴식도 할겸 내렸다.  고산병을 걱정 했으나 아직은 그리 높은 지대가 아닌지 대다수의 여행자들의 상태가 멀쩡하다. 다만 비포장도로와 불편한 차가 문제가 될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떨림과 기대감에 모두의 표정은 그저 밝기만 하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수 많은 차들에서 여행자들이 쏟아져 나와 모두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우리차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화장실은 엄청나게 붐볐다. 



 화장실은 내 기준으로는 깨끗했다. 사실 큰 볼일을 보고 물로 씻는 나라와 휴지로 씻는 나라의 화장실 위생상태는 차원이 다르다.   물로 씻는 나라들은 자연스럽게 물을 써야 되고 흘려보내야 되기 때문에 화장실이 깨끗한 반면, 휴지를 쓰는 나라들은 가득히 쌓여있는 더러운 휴지와 때로는 물을 내리지 않아 지저분 함의 극을 달린다. 한국의 술집 화장실이나 관리안된 식당화장실을 생각해보면 된다.  하지만 우린 물로 뒷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으엑 더러워! ' 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난 그런 반응이 이제는 조금 역겹다. 물로 한번 씻기 시작하면 휴지로 닦은 뒤에 그 찝찝함은 상상조차 할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고로 이 곳의 화장실은 쓸 만 했다는 것.

 태국여행 할 때 태국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 어떻게 인도 같이 더러운 나라를 여행할 수 있어?? "

 마음 속의 대답은 그랬다. " 내가 태국 여행하면 주변 사람들이 태국 더럽지 않냐고 깨끗하냐고, 태국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어....."  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물론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외국애들은 도대체 그 위험한 나라 한국같은 곳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묻곤하니. 결국 직접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가보지 않으면 모르고,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든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화장실에서 나와 허름한 가게들 쪽으로 향했다.  지친 여행자들은 허기를 때우고, 간단한 음식,과자 등을 팔고 있었다.  몸을 녹이기 위해서 따뜻한 짜이 한잔을 주문해서 받아들고 마시니, 꿀맛이다.  아직 고도가 높지 않은지 크게 힘들진 않은 상태다.  사람들도 대부분 약간 지쳐있었지만 괴로워하는 사람은 없다. 가게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면서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도 못한 아주 작은 이 곳을 살펴보는데  마을에서 바라보는 풍경 마저도 이렇게 아름답다. 

 어느새 기사가 천막에서 나와서 여권을 가져왔다.  내가 가장 앞에 있는 고로 나에게 여권뭉치를 줘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는 모두 다시 차에 올라탔다.  등받이가 없는 나로선 잠도 편히 못이루지만, 좋게 생각해보면 이 멋진 풍경 하나하나를 모두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긍정 또 긍정! 







 이후, 다시 차는 쉼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낮이 되서 밤에 비해 잠이 안와서 그나마 좀 견딜만 했는데, 비포장 도로는 한편으로는 차라리 그냥 잠들어버렸으면 싶을 정도로 요동쳐졌다. 좀 쉴라고, 좀 잠들라하면  차는 멈추어섰다. 바로 검문 때문, 그렇게 몇번의 검문 때문에 계속 쉬게 되었다.  잦은 검문의 연속이다.


 그리고 녹지가 있었던 풍경은 점점 더 잿빛의 황량한 풍경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녹지의 거대한 협곡들을 지나자,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거대한 산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멋진 풍경이었다.  이 것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웅장하면서 비장하고, 비장하면서 아련하다. 세상의 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이 곳이 지구일까?












 그리고 어느 덧 황량해보이는 풍경 속에서 기사가 휴게소에 들릴 것이라 얘기한다.  아침 9시.




 벌써 9시간여를 달려왔다. 기사가 휴게소라고 얘기한 곳에 도착하니 그 곳에는 건물이 아니라 천막들이 많이 쳐져있었는데, 그 천막들이 휴게소였다.  수많은 버스들이 이미 와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이제 조금 고도가 올라왔는지 여행자들 중에는 괴로워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나, 대다수는 멀쩡하다.   나 역시도 멀쩡한 상태. 배가 고파서 뭐라도 좀 먹어야겠단 생각을 하고 어물쩡 거리며 천막 식당들을 돌아다니는데 애들은 힘들고 지쳐있는지 밥생각이 없다며 차에 있는다 하여 혼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지대가 높아지긴 높아졌나보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적당한 천막을 골라서, 밖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주인한테 매기라면을 주문했다. ( 한국으로 치면 신라면 주문했다고 봄. 그냥 얘네가 대중적으로 먹는 맛없는 라면있음 )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 값싼 매기라면 가격도 비싸다.   주문을 하고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의 모습에 깜짝 놀랬다.



 무슨 수용소 방불케하는 천막 안에 서양새끼들이 정말 거지새끼들 같은 옷차림으로 밥을 쳐먹고 있는데 이 새끼들 때문에 더 수용소 같은 느낌이었다. 얘기해보니 이스라엘 새끼들이었는데 진짜 수염이 완전 덥수룩, 옷도 완전 거지일보직전,  그런 새끼들이 천막안에서 그렇게 밥을 쳐먹고 있으니 분위기가 더욱 수용소 분위기

 고기도 먹어본 놈들이 잘 먹는다고, 수용소 생활좀 했던 새끼들이라 분위기를 아는듯  ( 농담임, 이걸로 씹선비들 처럼 그런걸로 말장난 한다고 얘기할 필요없음,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내 감정은 중동여행 이후 그리 좋지는 않다 )

 좀 있으니 매기라면이 왔는데, 딱 보기에도 진짜 맛없어 보이는데 물이 아주 한강물이다.  역시나 맛이 드럽게 없었다. 다른거 시킬껄. 차라리 그냥 커리나 먹을껄 싶었다. 간단하게 먹고 싶어서 시킨건데, 하지만 배가 너무너무 고픈고로 정말 폭풍흡입을 하고 나서 값을 치르고 밖으러 나왔다.   나와서 담배한대 쭉 빠는데 기분이 몽롱한게 좋다.   고산지대가서 담배피면 고산병걸린다고 하는데 알게 뭐야.   담배가 제일 만만하지. 뭐만 하면 담배 피지 말라고. 

 담배맛은 끝내줬다.


 멋진 풍경의 그 한수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담배를 꼬나 물고는 나는 소변을 보기 위해서 어물쩡거리며 어디 볼 일 볼데 없나 찾다가 노상방뇨 매니아로서 저 멀리 협곡쪽으로 가서 누고 싶어서 그리로 걸어가는데,  그거 조금 걸었다고 숨이 갑자기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정말 헉헉거리며 협곡쪽으로 향하는데 고산지대라 역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산병까지는 아닌듯 했으나 정말 힘이 들었다. 하지만 버틸만해서 천천히 협곡쪽으로 가니 세상에나 눈 앞에 빙하가 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그 곳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빙하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면 더욱더 두껍고 이 곳 역시도 눈으로 덮여있을지도 모를 그런 빙하였다.









여튼 우린 밥 먹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여전히 중간중간 쉬면서 검문 받고 한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또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정말 본격적으로 올라가는구나. 지금까지보다 더욱 고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풍경은 더욱더 엄청나게 변해가고 있었다. 정말 황량한 사막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이런 높은 고도, 추운 날씨에 살아있을 생명체는 몇 없다. 그나마도 지금이 여름이라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끝없는 언덕길을 계속 오르다보니 하늘에 다 달았는지, 하늘은 너무너무 가까이 손에 잡힐 듯 있었다. 도대체 여기는 해발 몇미터 정도가 됐을까. 최소 3000미터는 그냥 넘었겠지.   중간중간, 도로 가생이에 표지석이 놓여있고   해발을 표시해있는데 ft피트로 표시되어있어 계산 하느라 머리가 복잡. 



 계산해보니 3000미터는 무슨, 5000미터가 그냥 넘어갔다.
 정말 ㅎㄷㄷㄷㄷ

 
 백두산 2배 좀 안되는 높이...



 [ 민족의 명산 백두산 2744m   이제 라다크~파키스탄 세계의 지붕에서 밑도 끝도 없이 굴욕이 시작된다 ]





 5천미터를 넘은 순간부터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지는데, 그 모습이 정말 말로 표현을 할 방법이 없었다.   아까 풍경 멋있다고 한 말 취소.

 이제 정말 이 곳은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 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그 모습에 감탄을 하며 머리 속으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세계도 이렇게 낯설고 아름다운데,   달은, 화성은, 다른 행성은 상상조차 못할 낯선 아름다움이 있겠지.   다른 행성이라고 표현 하는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물 속에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이렇게 또  이 곳에서 멋진 세상을 마주했다. 정말 아름다운 그 풍경. 사람으로 태어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스쿠버다이빙을 한 이후로 처음으로 또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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