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0 [인도/라다크] 환상의 레 왕궁 그 위에 남걀곰파 그 위에 빛나는 하늘
우리는 지프 계약을 마치고 다 함께 밥을 먹으로 갔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내려가면서 재덕이가 가방 찾아줬으니 밥 사준다길래, 정말 밥사주는거냐고 물으니 재덕이가 흔쾌히 산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다. 밥 먹으로 간 곳은 재덕,현우,준호 3명이 엄청 맛있다고 칭찬했던 '라마유르 레스토랑' 레 중심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있는 식당이었는데 여기도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인데 애들이 꽤 음식이 괜찮다고 칭찬하여 그리로 갔다.
라마유르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현지인들도 꽤 있는 걸로 봐선 괜찮은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인원이 많은 터라 테이블 2개를 붙여 겨우 둘러 앉았다. 메뉴를 보고 이 것 저 것 주문을 했다. " 맘껏 시켜도 되냐? "
" 네 형님~ 맘껏 시키세요! " 그렇게 음식을 신나게 주문하고 밥을 신나게 시켜서 먹고 담배 한대 피고 돌아오니 다들 계산하려고 돈을 내는데 재덕,현우,준호 3명은 함께 돈 관리하다보니 애들이 딱 3명분 몫만 내길래. 아 안사주는거나 생각하고 돈을 냈다. 아주 쪼금 섭섭. 하지만 맛있게 너무 잘 먹어서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나온 뒤에 우린 내일 판공초에서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 장 보자고 저녁 6시 30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두고, 나,쏘세지,하루 우리 3명은 레 도시 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하이라이트 '레 왕궁'으로 향했다. 다른 애들은 이미 봤다며, 여러가지 팁이나 정보를 알려준다.
레 왕궁, 레 시내에서 어디에서든 보인다
레 왕궁은 레 시내에서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중심에 있는 언덕? 산? 정상에 있어서 언덕을 올라가면 레 왕궁이 있고, 다시 레 왕궁에서 또 한참을 올라가면 곰파(쉽게 그냥 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부터 곰파 천국)가 있다.
아직 조금 걷는 것만으로 숨이 차던 때라서, 레 왕궁으로의 발걸음은 쉽게 옮겨지지 않았다. 그냥 산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깝깝했다. 저길 도대체 어떻게 올라갈까? 사실 그리 높은 위치도 아니지만 이 곳이 이미 고도가 높은 레임을 생각하면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리 3명은 가니마나 하다가 결국 레 왕궁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올라가는 길은 모스크 근처에 길로 가서 물어 물어 가다보면 본격 골목길에 접어드는데 이 골목길부터 친절하게 이정표 표시가 잘 되어있다.
옛 왕궁의 아랫마을은 골목골목 아름다웠다. 세월의 무성함을 느끼게 옛 성 아랫 마을로서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정겹다. 이정표는 중간에 빨리 올라 갈 수 있는 길과, 천천히 올라갈 수 있는 길 두가지로 나뉘어졌다. 어차피 힘든거 빨리 가자 싶어서 우린 빠른 길을 선택 했다. 역시나 지름길 답게 곧바로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된다.
숨이 가빠서 발을 한발작씩 천천히 옮겨가며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이내 차올랐다. 조금 오르다 쉬고 조금 오르다 쉬고의 반복. 벌써 이러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가파른 경사만큼 한발자국 떼고 뒤를 쳐다볼 때마다 점점 높아져서 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힘든 만큼 풍경은 점점 멋져지기 시작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흙빛의 마을. 그리고 저 멀리 설산과 푸른하늘.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
걸음걸음 마다 감탄하고, 아직 저 꼭대기 남걀곰파는 커녕 레 왕궁도 못왔는데도 멋진 풍경에 감탄 또 감탄
그리고 드디어 레왕궁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공사중이었는데 레 왕궁 입구에 도착하니 티벳 승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여느 인도의 관광지처럼 외국인 관광객은 몇배의 입장료를 내야했는데 고민됐다. 하지만 풍경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멋지기에 굳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우린 잠시 거기 앉아 쉬면서 그저 말없이 멋진 풍경에 대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위를 올려다보니 지금 올라온 것 보다 더 높은 곳에 우뚝 자리 잡은 남걀곰파. 애들에게 듣기론 여기가 제일 하이라이트라고 얘기를 들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우린 일단 곧장 남걀곰파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심호흡하고 다시 본격적으로 흙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는데 나와 쏘세지와 거리가 벌어진 하루가 정말 못올라가겠다며 자긴 왕궁에서 쉬겠다고 하는데 계속 다독여봐도 그냥 내려가겠다고 한다. 너무 아쉬웠다. 같이 힘겹게 고생해서 보면 참 좋을텐데 억지로 데려갈 수 없는 노릇이니 하루는 레왕궁쪽으로 향하고 나와 쏘세지만 그 흙으로 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정말 개 힘들었다.
평지 걷는것도 힘든데 거길 올라가니 숨이 턱턱, 중간에 쉬면서 계속 뒤를 돌아 풍경을 보는데 그 풍경이 그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앞서 걷고 있던 외국애들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외국애들을 따라 걸었는데 왠걸, 서양 애들이 잘못 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허망.
안그래도 힘든데 곰파 쪽이 아닌 곳으로 잘못 올라왔다. 하지만 그 곳도 풍경이 너무 멋져서 우린 사진을 한참 찍으며 그 곳을 즐기고, 다시 남걀곰파를 가기 위해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침 또 다른 한국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길래 " 이 쪽 아니에요~ " 라고 얘기해주니 알았다고 하고 계속 이쪽으로 온다. 어차피 잘못 온거 ㅋㅋㅋ 구경은 해야지. 모두 마음은 똑같다. 어느정도 내려갔다가 갈림길에서 다른 쪽 위로 올라갔다. 위에서 올려다보는 남걀곰파의 모습도 멋졌지만, 어느 정도 올라 한눈에 내려다보는 레의 모습은 진정 경이로웠다.
어떻게 이런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어느 아라비아의 사막 도시를 보는 듯한 흙빛의 도시
또 한켠으로 인간의 힘으로 일군 싱그러운 녹색의 농지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
그리고 창공을 가르는 5색 찬란한 티벳인들의 다르촉(소원비는 깃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무슨 말로 이 곳을 표현할 수 있을까.
높은 꼭대기에 위치한 곰파이다보니, 곰파안으로 들어가서도 조금 더 위로 올라가야 되고, 또 올라가야되고 계단식으로 구경할 수 있었는데 존나 웃긴게, 정말 난 이새끼들이 아주 좆같았던게 저 위에 또 사원이 있어서 거길 힘겹게 올라가서 문을 밀고 들어가면 그 문 안 구석에 숨어 앉아서 티벳승이 또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야..씨발 이제 진짜 개좆같은 새끼들이
아예 밑에서 받으면 솔직히 나같음 안올라갈텐데, 힘겹게 숨이 턱턱 막히는데 올라가서 입장료 내라고 하면 안낼수가 없다. 올라온게 아까워서. 그리고 거기 구경하고 또 힘겹게 올라가 또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면 또 문 안쪽에 또 티벳승이 있다. 여기서 또 입장료. 정말 인간 쓰레기 같은 새끼들. 냉정하게 말해 티벳과 라다크(레)는 같으면서도 다른 거긴 하지만 대부분 달라이라마를 떠받드는 모습을 보면 또 같은 놈들이다. 암튼 두번째에는 분노하고 그냥 돈을 안내고 내려가기로 했다.
인도새끼들을 그렇게 욕해도 인정해주는 건, 적어도 자기네 종교와 관련된 곳은 돈을 받지 않는다. 이슬람 역시 자신들의 모스크에 입장료를 물지 않는다. 최소한의 종교에 대한 양심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새끼들은 그런 것도 없다. 평생 인도에 빌어먹을 새끼들. 이런것 때문에 짜증이 확 났다.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풍경 그 뿐이다. 그냥 그 위에 있는 뷰포인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곰파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사진이나 신나게 찍기 시작했다.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이내 마음속에 분노가 가라앉는다. 대 자연. 이 안에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남걀곰파에서 한참을 보고 내려와 레왕궁으로 가서 하루와 합류했다.
" 와 진짜 위에 너무 멋있더라, 같이 갔었음 좋았을텐데.. 힘들더라도 좀 가지 "
" 아 진짜 괜찮아요 전...전 여기도 충분히 멋있어요 "
" 근데 아까 올라갈 때 보니까, 쏘세지 누나 멀리서도 한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노란색이 막 둥둥 떠서 올라가는 모습이 부처님이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
" ㅋㅋㅋㅋ 그렇네 "
하루의 전매특허 해맑은 미소로 얘기를 한다. 보는 사람 마저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레 왕궁 앞에서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는 약속장소로 갔다. 애들을 만나서 판공초가서 먹고, 요리 해먹을 식재료들을 사러 시장에 갔는데 정작 사려고 했던 감자는 안팔았다. 오히려 노점에서 상추를 본 순간 우리는 비빔밥 부터 떠올렸다. 그래서 상추를 한움큼 샀는데 저렴했다. 신선한 야채가 그리웠나 보다.
이 것 저 것 마구잡이로 장을 본 뒤에 우리는 통영애들 머무는 숙소로 맥주를 각자 사서 향했다. 애들이 머무는 숙소도 꽤나 좋은 편이었는데 거기 마당에서 맥주 한잔씩 하고 내일 판공초 가기 전에 픽업을 해주기 때문에 술이며 장 본 것들을 애들 숙소에 놔두기로 하고 짐 분류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라마유르 가서 피자에 맥주를 마시는데, 식당에서 맥주를 아래다 내려놓고 먹으라고 하는거다. 인도는 여전히 술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부분이 많다.
판공초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두 들떠서 왁작지껄 떠들고 논 뒤에, 나와서 애들과 헤어지고 우리 3명은 숙소로 돌아오는길 레스토랑가서 밥을 사고 숙소에 오자마자 그릇이며 숟가락 등을 빌려서 큰 그릇에다가 비빔밥을 해먹기 위해 각자 그동안 아껴두었던 비장의 무기들을 꺼내왔다. 하루가 꽤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참치, 고추장, 참기름까지 미친듯이 나왔다. 큰 그릇에다가 밥을 넣고 상추를 마구 찢어넣고, 참치,고추장,참기름 넣고 미친듯이 비볐는데 비쥬얼이 작살났다. 게다가 김까지 있어서 김도 찢어넣고, 비빔밥에 싸서 먹을려고 준비 완료
그리고 우리는 완전히 비빔밥 폭풍 흡입
채소가 그리웠는지 모두 너무 배부르게 잘 먹었다. 대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에서 사실 이도저도 아닌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고기라봤자. 힌두교가 대부분이니 소고기 안쳐먹지, 이슬람애들 있으니 돼지고기 안쳐먹지 먹어봐야 양고기 아니면 닭고기고 채소들도 쌩으로 신선하게 먹는게 아니라, 채소 역시 볶아 먹고 지져먹고 튀겨먹고 하니 엄청 신선한 것들이 그리웠었다. 그러다보니 싱싱한 상추를 본 순간 눈이 뒤집혔던 것이다.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비빔밥을 먹게 되었으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너무나 맛있게 먹은 우리 셋은 판공초 다녀와서 또 먹자고 의기투합. 즐겁고 행복하다.
드디어 내일 판공초!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토록 꿈에 그리던 판공초를 가게 되었다! 아싸라비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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