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4 죽기 전에 꼭 갈 그 곳, 판공초의 아침
새벽까지 잠을 뒤척이며,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이게 고산병일까?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고산 지대에 거의 적응했다고 여겼는데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 겨우 잠이 들어 아침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여기저기 애들이 자고 있다. 실내의 공기는 건조하고 따뜻했다.
담배 한대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방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신발을 질질 끌고 나가자 눈이 너무나 부셔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부리게 되었다. 무심히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담배 한대에 불을 붙이고 쭉 들이키자 담배 맛이 너무 좋았다. 이미 태양이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박이다.
저 멀리 판공초가 빛나는 푸른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호수가 아침햇살을 반사해내 빛을 내고 있는 모습이 기이하게 까지 보였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면 그 순간 보물에서 환하게 빛이 뻗어 나오는 것 마냥 호수에서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햇살 하나 바람 하나마저 완벽하다. 담배의 맛까지 일품이다. 이 맛을 누가 알까.
어느새 애들도 하나둘 일어나고, 우리는 씻고 짐싸고 하는 동안 아침이 마련됐다. 집안의 거실 겸 주방으로 향하자, 이미 일본인들과 서양애들이 앉아있다. 뒤섞여 앉아서 조금 기다리면서 말을 건넸다. 사실 통영애들과 이연희 나이 맞추기 내기를 했는데, 내가 맞췄다. 30살이라고 한다. 이야기하며 노닥거리고 있으니 오믈렛과 짜파티가 나왔다. 맛은 드럽게 없었지만 좋았다. 아침을 먹고 우린 다같이 뒷산에 오르기로 했다.
어제 먼저 올라갔다 온 재덕이가 위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게 장엄하다며 얘기한터라 힘겹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천천히 뒷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꽤 힘겨웠다. 하지만 그만큼 오를 때 마다 달라지는 판공초의 풍경 엄청났다. 준호,재덕,현우는 엄청 빨리 오르고, 언제나 처럼 나, 규현이,쏘세지 하위 그룹은 아주 천천히 올랐다.
오르는 길 눈 앞에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점점 눈을 가득 채우는 판공초의 푸른 빛. 흙 밟는 소리도 좋고, 시원한 공기도 좋다. 바람마저 달콤하다.
한발 한발 힘겹게 정상에 오르자 말도 안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제까지는 애들 장난이었구나. 저 아래서 보던 판공초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대자연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 풍경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사진 찍는 것도 잠시 잊고, 잠시 자리에 주저 앉아서 멍하니 풍경을 바라봤다. 살면서 이보다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이보다 더 행복 할 수 있을까?
행복의 정점을 찍은 뒤 밀려오는 불안감마저 왔다. 이 이상은 보기 힘들 것 같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들정도로 멋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신나게 사진찍고 놀기 시작했고, 어느새 일본 애들도 왔다. 고산병 걱정에 그 동안 참아왔던 점프샷도 맘껏 찍었다. 정말 이 풍경을 놓고 점프샷을 찍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일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고산병이고 나발이고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점프샷찍고, 단체 사진을 팡팡 박고 난 뒤, 우리는 레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고로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내려오니, 이스마일 얼굴에 " 너네 레 안갈꺼야? 왤케 늑장이야 " 하는 표정이다. 차에 오르기 전에, 돈 줄꺼 다 주고 짐 싣고 떠날 준비하며 작별의 시간!
지프를 타고 드디어 다시 출발.
우리는 느긋하게 가면서 중간에 호수 풍경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쉬었다. 한 곳에서 사진 찍으며 놀다가 바지가 완전 찢어졌다. 정말 수영복 왜 안챙겨왔는지 너무 후회가 됐다. 그리고 다시 지프를 타고 달리는데 정말 내 평생 이 곳에 다시는 못온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가는 도중, 애들이 세얼간이 찍은 장소가 어딘지, 가보고 싶다고 해서 기사에게 세얼간이 이야기를 하니 "슈팅포인트" 라고 되물으며 그 곳으로 데려갔는데 거의 판공초 입구다. 그 곳에 가니 역시나 유명세 때문에 수 많은 인도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사실 판공초의 끝까지 간 우리에겐 크게 멋진 곳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영화에 나온 그 장소이다보니 특별하긴 했다. 지프에서 내려서 장난으로 " 미스터 왱두 " 이러면서 내가 차투루 따라 하니까 인도사람들이 빵빵터졌다.
[ 나중에 차투루 성대모사 실사로 듣고싶으신 분들은 바다사나이 카페 정모에 꼭 나오시길 www.BADASANAI.com ]
애들이 차투루 말투랑 완전 똑같다고 빵빵터진다. 내가 생각해도 비슷하다.
[ 아래 부터 4장은 인도 영화 ' 세얼간이 3 Idiots ' 마지막 장면@판공초]
여긴 실물은 별론데 사진찍는데 엄청 잘나온다. 세얼간이 마지막 장면이 그 섬같은 모래톱에서 찍은 장면인데 환상적이다.
한참 사진찍고 놀다가 다시 출발, 판공초의 입구에 이르러 기사가 밥을 먹고 갈 건지 묻는다. 이제 출발하면 마땅히 밥먹을 데가 없어서 레까지 쫄쫄 굶어야 하는 고로 우리는 초입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 곳은 인도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식당들도 많이 보이는데 식당이라고 해봤자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천막을 세워 만든 식당들이다. 우리는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역시나 이런 곳들 (관광지의 영혼없는 밥집들)은 기대감이 없다. 기대감이 없는데도 더 기대이하의 밥들이 나와 대충 끼니만 때우고 우린 다시 레로 향하는데 가는 길은 모두 피곤했는지 완전 잠들었다.
한참 있다 깨서 보니 어느새 오후의 따사로운 빛이다. 빛의 따스한 노란빛을 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사는 그냥 레로 가지 않고 우리를 데리고 나름 그래도 레 근방에서 볼만 하다는 틱세곰파에 들렸는데 모두 시큰둥. 너무나 멋진 것을 본 이후의 후유증. 틱세곰파에 내려서 일단 입구 까지 갔는데 그 곳에서 곰파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과 관심없어서 바깥에서 쉬겠다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이 곳은 보고 싶었는데 바지가 찢어진 터라 정말 걷기가 너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패스.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또 이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멋졌다.
높은 곳에 위치한 곰파이다보니 황량하고 멋진 풍경이 일품이었는데 판공초를 보기 이전이라면 정말 감탄하면서 사진을 미친듯이 찍어댔을 수준이건만 어지간하면 카메라가 나오지 않았다. 판공초의 후유증은 모든 걸 시시하게 만들어 버렸다.
곰파를 보러 간 민이와 준호가 나오고 우리는 다시 지프를 타고 레로 향했다. 가는 길 레 라다크 왕궁의 여름궁전이라는 쉐이 팰리스에도 들렸으나 이 곳은 이스마일이 차를 세우자마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 그냥 빨리 레 가자!! " 라고 얘기하며 그냥 통과.
그리고 드디어 레에 도착했다.
지프는 강용해 (여행사 이름은 테이머 TAMER) 오피스 앞에 내려줬고, 모두 체크아웃 한 상태라 우린 일단 다들 각자 숙소를 구하고 난 뒤에 저녁 먹을 사람은 먹고, 어쨌든 좀 쉬다가 밤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약속을 잡고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오피스에 온 김에, 누브라밸리 갈 인원이 모였는지 확인하고, 누브라 밸리 갈 사람 모은다는 종이를 써서 붙여놨다. 이렇게 레에 수 많은 여행사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동행을 구한다는 종이를 많이 볼 수 있다.
" 몇월 몇일 어디로 출발 / 비용은 얼마 / 현재 인원 몇명, 앞으로 필요한 모집인원 몇명 "
이런 식으로 적어놓으면 여행사에다가 말해두면 여행사에서 조인을 해준다. 누브라밸리,초모리리 일행 구한다는 종이를 붙여놓고 숙소를 구하러 갔다.
다행이도 머물던 우린 숙소에 가니 방이 있어서 그대로 잡았고, 좀 쉬다가 밥을 먹으로 갔는데 숙소 근처 식당중에 하나에서 닭백숙도 팔고 비빔밥도 팔고 하길래 백숙 먹자고 의기투합 쏘세지랑 하루랑 함께 밥을 먹으로 갔는데 씨발 존나 맛없다. 정말 돈만 아까웠다. 그나마 백숙은 먹을만 했는데 여기에도 인도특유의 냄새가 난다. 차라리 그냥 인도음식을 먹고 말지 진짜 아닌 것 같았다.
밥 먹고 쉬다가 우린 애들을 만나러 내려갔고, 만나서 꼬치, 술 사가지고 술 마시려고 하는데 통영 남자애들 숙소 인터넷 된다고 해서 그리로 가서 간만에 인터넷 하는데 술 다들 안마시고 스마트폰 꺼내서 인터넷만 하니 재미없고 짜증. 그나마도 리열 게스트하우스 숙소주인이 지랄해서 파장. 누브라 밸리 같이 가자고 엄청 꼬드기는데 준호같은 경우엔 가고 싶어했고, 현우는 중간, 재덕이가 안간다고 고집을 부리는 상황. 한참 얘기했으나 설득이 힘들었다. 3명이서 잘 의논해보고 얘기해달라고 하고, 자리를 파했다.
민이는 혼자서 인근의 다른 숙소에 머무는 터라 민이 데려다 주고 돌아오며 늦은밤 걷는데 동네에 개가 정말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난 레에 사람들이 왜 그렇나 밤에 막대기를 들고다니나 했더니, 밤에 개들이 몰려다니면서 사냥을 한다고! 그것도 사람을!! 그 것도 모르고, 여타 다른 인도 동네처럼 개 많네. 이 정도만 생각했던것이. 나중에 생각해보니 등골이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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