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44 [인도/라다크] 초모리리의 첫 인상


  지프는 아름다운 호수를 지난 이후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판공초 때도 그러했지만 호수 가까이에 가면 갈 수록 척박한 땅은 물기를 머금고 푸른 초원의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에 거의 도착했음을 알리는 표시다.  예상대로 저 멀리 판공초를 닮은 호수가 나타났다. 

 아직은 멀어서 확실히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작은 점처럼 보이는 호수는 판공초의 느낌과 흡사하지만 뭐랄까 약간 유사품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새 오후도 저물고 해가 뉘엇뉘엇 거의 진 상태라, 호수의 모습은 황량해 보이고, 차가운 느낌이었다. 


호수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자꾸만 판공초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낮에 화사 할 때 도착해서 언덕 위에서 바라보던 판공초의 푸른빛과는 달리 평지에서 갑자기 나타난 초모리리는 꾸물꾸물한 날씨를 감안 하고 보더라도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역시나 불안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너무나 멋진 것을 보고 난 이후 오는 허무함들이었다. 지프는 점점 더 호수 가까이 달려 들어가고 있었고,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초모리리는  판공초 보다 작고, 볼품 없어 보이는 호수였다.

 상상 속으로 그렸던 초모리리는 판공초 같은 모습에 유목민들이 살면서 유목민들이 사는 텐트도 보이고, 야생동물도 마구 뛰어 노는 호수였는데, 김이 새버렸다. 어느새 호수를 끼고 조금 달리다가 군부대 앞에 지프가 섰다. 여기서 퍼밋 검사를 해야 된다며 모두 내리게 했다.   부대 가까이 걸어가니 야외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군인들이 몇명 서있다.  퍼밋 검사, 여권 검사를 하고 큰 장부에 여러가지 정보를 적었다.

[ 사실 초모리리 역시 엄청나게 멋지다. 다만 이미 비슷한 풍경을 판공초로 겪은 뒤라 감흥이 전혀 없었다. 판공초/누브라밸리 이후 본 초모리리는 그저 판공초의 아류 느낌이었다 ]




거의 형식적인 검사를 끝마치고, 우리는 다시 지프에 올라 마을로 향했다.   판공초 때와 비교해서 더 깊숙히 들어가면 뭔가 나오겠지 싶었는데 왠걸 호수의 초입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우릴 내려주며 이스마일이 안통하는 영어로, 여기까지 밖에 못들어오고, 여기서 이제 숙소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마을은 상점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숙소도 몇몇 보이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좀 낯선 느낌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더 냉정하게 말하면 빈민가를 연상케 했다. 한쪽에 지프를 세우고,  이스마일이 마을주민 몇몇과 이야기를 나눈다.  홈스테이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었다. 자기네 집을 보러 가자며 얘기하길래, 숙소 담당인 아이들이 마을 주민을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그 동안 나는 이스마일이 짐 내리는 걸 도와주고,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흔한 시골마을,   여기서 좀 더 호수 안쪽까지 들어가면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이스마일이 아니라고 하니, 안됀다고 하니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아이들이 돌아왔다. 홈스테이를 구해 왔는데 이젠 흥정도 잘해서 한방에 모두 몰아서 자는 걸로 하고,  캠프파이어, 저녁식사, 아침식사 모두 포함 1000루피에 흥정해왔다며 자랑을 했다.  아주 훌륭한 가격이었다. 숙소를 잘 잡는 아이들이니 믿고 결정완료. 

 우리는 지프에 있는 짐을 각자 나눠 들고 홈스테이로 향했다.   동네는 여느 라다크의 시골 마을처럼 라다크 특유의 형식으로 지어진 집들이었다.   골목길을 지나 우리가 머물 작은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2층 집이었는데 우리는 2층에 있는 방을 쓰기로 했고, 짐을 방안으로 옮기는데 나쁘지 않았다.    짐을 모두 옮기고 난 뒤 잠시 휴식.


 " 이제 뭐할까? " " 뭐할까요? "

호수를 가볼까 했는데 다들 피곤했는지 호수는 내일 아침 가기로 하고 방에서 밍기적 거렸다.  배가 고팠던 나와 몇몇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리 도착해서 먹을 컵라면을 사온 진,수,나,쏘세지 4명은 어제 준비해둔 매기(인도 컵라면)를 먹기로 하고 끓는 물을 가져다가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는데, 라면이 다 익고 먹는데 내껀 무슨 스프가 안들어간 맛이다. 


 " 와 진짜 맛없다. 원래 이런 맛인가 "
 " 아닌데 맛있는데 내껀 짠 맛인데 " 
이래서 다른애들껄 보니 흰색인 내꺼완 달리 붉은 색을 띤다.

 한 입 먹어보니 씨발 존나 맛있음.
 
 " 야 내꺼 먹어봐봐 "
 이러는데 애들이 " 와 진짜 맛없다. 이거 아예 스프가 없는데 "

 알고보니 내껀 불량품.   씨발 역시 인도, 내 컵라면엔 스프가 안뿌려져 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4명 컵라면이 맛이 다 다르다. 똑같은 컵라면인데 짠 정도가 다 달랐다. 그래서 우린 라면을 다 섞어서 다시 재분배.  그제서야 조금 먹을만 했다.


 아 방심했다 인도!

 내 불량 컵라면 때문에 또 빵빵 터졌다.
 
 이 와중에 애들이 두리안에게 " 언니 컵라면 좀 드세요 " 하니까.
 " 저 그럼 한입만 먹어볼게요 " 이러면서 또 들어온다.
 
 그리하여 현이까지해서 다 함께 오손도손 컵라면을 나눠 먹고 잠시 휴식!

일단 저녁이 됐기 때문에,  더 어두워지면 작업하기 힘드니, 각자 역할을 부여 받고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불 피울 사람, 닭 손질할 사람, 등등 역할을 분배했다.  요리를 잘하는 진이가 있어서 닭 손질 하는 동안,  나는 불 피울 준비를 하려고 주인집에 불 피우는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도대체 불을 어디다 피울지 자리가 안보였다. 판공초 때 처럼 마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어딘가에 피울만한 자리도 보이지 않았는데 왠걸 주인이 불을 피우라고 가리킨 곳은 집 바로 앞에 아주 작은 공터, 공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고 그냥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 거기에 불을 피우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 얘기와는 달리 장작은 얼마고 뭐는 얼마고 이지랄을 하면서 뜬금없이 돈 타령을 한다. 짜증이 확 났다. 

 처음 계약과 다른 소리를 할 때 오는 그 짜증.   불 피우는거 다 처음부터 얘기했는데 무슨 돈 달라고 그러냐고 짜증을 부리자 일단 장작 조금과 소똥 말린 거를 가져다 준다.   소똥으로 불 피우는건 많이 봤는데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피우게 될 날이 올줄이야!   그나마도 좀 적은거 같아서 장작하고 소똥 좀 더 달라고 하니 가지러 가길래 냉큼 따라가니, 집 뒷쪽에 창고 같은데를 여니 창고 안에 장작하고 소똥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들에게는 소중한 것들이겠지만 우리가 공짜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약 할 때 다 얘기를 한 건데도 이렇게 쌓아두고 하는걸 보니 좀 씁쓸했다.  인심 야박한 것들.  정말 이 때 이들을 알았어야 했다. 어쨌든  그들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공짜로 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받고 하면서 너무 야박했다. 일단 혼자서 다 들 수가 없기 때문에  애들불러서 장작 더 가져가라고 하고, 난 큰 대야 같은데다가 소똥 말린거를 집어 챙겨넣었다. 소똥이라고 생각하면 손으로 만져지기가 싫었지만 불을 피울 소중할 뗄감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더 챙겨야겠단 생각에 마구 집었는데 감촉은 그냥 마른 흙더미 느낌.  큰 대야에 소똥을 챙겨넣었더니 안됀다고 그만가져가라고 한다.  

 처음 만져보는 소똥 말린 거의 느낌. 첫번째 인도여행 때도 많이 보긴 봤지만 이렇게 직접 만져보긴 처음인듯. 신기하게도 소똥이 막 더러운 느낌은 없다. 아무래도 바짝 말라있어서 그런듯. 하지만 그래도 똥인데 좀 기분이 그렇긴 했다. 
 

 일단 공터 근처에 있는 돌들을 모아서 화로를 만들고 불 피우기에 돌입했다.   소똥과 마른 장작들을 대충 배치하고, 종이에 불을 붙여서 피우기 시작했는데, 소똥이 생각만큼 불 붙이기가 쉽지가 않았다.   왠지 상상 속에선 소똥이 불에 확 탈 것 같은데 정말 불이 잘 안붙는다. 그래서 홈스테이 집 딸내미를 불러 여자애의 도움을 받아서 소똥에 불을 붙이는데 얘가 해도 안붙긴 마찬가지.  현지인이라고 뭐 별수가 있나.  소똥에 불 붙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목가적인 마을, 불 피우고 있으니 염소떼도 지나가고, 양떼도 지나가고.  어느새 애들은 닭 손질도 끝나고, 감자며 이것저것 구워먹을 것들 손질도 다 끝났다.  해가 점점 지자,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추웠다. 




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해도 여기는 너무너무 춥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이 불에 닭하고 감자며 익힐 것을 익히기만 하고 먹는것은 방에 들어가 먹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호일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닭을 싸는동안, 불이 이제 완전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기 위해 장작을 더 집어넣고 소똥도 집어넣었다. 소똥이 불 붙이긴 힘든데 일단 불이 붙고 나니, 활활 잘 타오른다. 존나 신기하다. 



 이제 본격적인 캠프파이어 타임!  하지만 바람이 너무너무 거세졌다.  춥고 배고프고 난리도 아니다. 호일에 싼 닭이며 감자 등을 불에 집어넣고, 어떤 애는 불을 더욱 태우자며 어디론가 갔다와서 장작도 가져오고, 뭐도 하고 이러는 와중에 두리안은 춥다고 들어간다고 하는거다. " 어우. 너무 춥다.  전 들어가 있을게요 " 


 두리안이 들어가자, 진이와 쏘세지 두 동갑내기 여자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 차라리 들어가 있는게 속편하지, 뭐 암것도 안하는데 " 라며 둘이서 킥킥 대며 웃는다.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듯,   두리안은 들어가고 모두 불가에 앉아서 불을 쬐는데, 동네 꼬맹이들이 신기한듯 와서 구경하고 우리에게 장난을 걸기 시작한다.   작은 토마토 같은 것을 처음엔 우리에게 막 던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 하지마~ " 이런식으로 우리도 웃고 넘겼는데  정말 점점 장난이 심해졌다.   던지는 강도도 처음엔 장난으로 웃고 넘어갈 수준이었는데 받아주니까 나중엔 거의 전력투구로 던지고 도망을 갔다.
 

 그리고 불가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서 불을 쬐는데 갑자기 뻑 소리가 났다.  내 옆에 현이를 보니, 현이 뒷통수에 정말 큰 토마토가 날라와서 박살이 났다.   꼬마애들은 던지고 깔깔대며 막 도망가는데, 오히려 봉변 당한 현이보다 내가 빡이 쳤다.   내가 어지간하면 안 뛰는데, 내가 막 뛰었다. 꼬마애를 잡으로, 그리고 꼬마애를 뒤쫒아 가니, 꼬마애가 왠 집으로 쏙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 온 것은 나뿐 아니었다. 쏘세지도 어느새 뛰어와서 집 앞에 있는데, 나는 살짝 반쯤 돌아서  그냥 그 집 문을 열어 재꼈다.

 
 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방이었다.  작은 방이 있고, 정면에 아이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아줌마가 앉아서 야채를 다듬고 있었고, 애들은 안보여서 문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어 보니 애들은 사각지대 틈에 숨어서 있는거다. 그래서 내가 방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애들 쪽을 바라보며 썅욕을 했다. 


 " 어.. 이 썅놈들 니네 그렇게 던지면 돼?!!!! " 이러면서 막 한국말로 개지랄을 했다.  애들이 겁먹은 표정을 짓고, 애 엄마는 뭔 뜬금없는 상황인가 어리둥절 했다.   생각해보면 그럴 것이 갑자기 뜬금포로 방문을 열고 왠 처음보는 동양인 외국인이 알수도 없는 말로 막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을 해보라. 어안이 벙벙했을꺼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쏘세지도 문 안으로 고개를 불쑥 집어넣더니 갑자기 애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애 교육 어떻게 시키는거에요?!!! " 막 이러면서 쏘세지는 애엄마한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데




 위 아더 월드!

 말은 안통하지만, 이 상황이 파악이 됐는지  갑자기 애 엄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애들에게 다가가 애들을 쥐잡듯이 패기 시작하는데  와..


 너무 신났다. 손녀딸을 안고 팔짝팔짝 뛰고 싶을 정도로 신났다.  속이 다 후련했다.   정말 애새끼들은 패야된다.

  비오는 날 먼지나듯이 맞는 권선징악의 모습을 보고! 우린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 보내라고 방문을 조용히 닫고 다시 불피우는 곳으로 와서,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애들이 빵빵터진다. 쏘세지의 아줌마 아줌마! 하면서 얘기했던건 진짜 빅 히트였다. 


중간중간 너무 안타게 호일로 감싼 닭이나 감자를 뒤집으면서 계속 불을 쬐고 있으니 기대감도 올라고 즐거웠다.  이번엔 안태워먹을려고 중간에 하나 빼서 살짝 호일을 열었는데 대박예감.   냄새며, 윤기며, 익은 정도며 대박이다. 

 8시에 홈스테이에서 저녁밥을 먹기로 한 터라, 8시 될때까지만 굽기로 하고 막판 스퍼트.  현이가 어디론가 가서 장작을 하나 구해왔는데, 집어넣을까 말까 하는 사이에 갑자기 주인집 아주머니가 오더니 뭐라고 쏘아붙이면서 장작을 가져갔다.   인상도 드러운 아줌마.  정말 인심도 드럽게 없다.


 어쨌든 장작이 없으니 거의 불씨만 남아서 예열로 계속 익히는데 아주 훌륭하게 익을 것 같다. 그리고 8시 다되고 불도 다 꺼져서 닭,감자 모두 옮겨 담았다.  그냥 호일에 싸둔 채로 우린 일단 따뜻한 방에다 가져다 놓고, 저녁을 먹으로 1층에 있는 큰 거실 같은 방으로 갔다. 




모두 빙 둘러 앉아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는데 정말 충격과 공포가 시작되었다.
 주인집 딸래미 둘이서 저녁식사 서빙을 해주는데 앉아있는 우리를 차례로 접시에다가 밥과 반찬을 덜어서 주는데 저녁식사는 푸석푸석한 밥, 그리고 반찬으로는 달!   달랑하나   달이 뭐냐면 콩같은걸로 한 커린데, 거의 커리맛은 없고 밍숭밍숭한 느낌의 콩음식인데,  좀 더 쉽게 예를 들면 한국으로 치면 밥,김치 준 격.  아.. 이것도 아냐, 밥/간장 준 느낌.. 아 이것보다 더 짜증나지. 맹탕이니까. 암튼 존나 짜증이 났다.  


 음식을 가져온 주인집 딸래미에게 "  니네 반찬 더 있잖아 반찬 다른 것도 줘! " 라고 해도 비웃기만 한다. 비웃는게 진짜 기분 나뻤다. 그들이 다른 반찬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절대 이렇게 밥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도 거지 새끼들도 이렇게는 안먹는다.   내가 길거리에서 음식 좀 먹어봐서 아는데 10루피짜리 탈리도 이렇게는 안나온다. 정말 인심이 드럽게 야박했다. 우린 모두 분노에 휩쌓였다.  

 정말 너무너무 짜증이 나서 다들 안먹는 다는 사람도 있었고, 대충 꾸역꾸역 먹는 와중에 두리안은 " 왜 안드세요?! 맛있는데. 전 달 좋아해요 " 이 지랄하면서 두그릇을 먹는다.  두리안을 제외하고 모두  충격과 분노의 저녁식사 마치면서 우린 " 우리에게 닭이랑 감자가 있잖아! " 이러면서 위안을 삼고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 방 문을 열자마자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는 냄새가 코를 확 때리는데 길거리 지나가다가 맛있는 냄새 맡았을 때 그 기분 약 100배. 


 부실한 밥을 먹은 직후라 더욱 우리의 식욕을 돋구었다.  기대에 가득차 모두 둘러 앉아 호일을 싹 벗기는데 정말 그 안에 닭이 완전 노릇노릇 완벽한 자태로 완벽하게 구워져있자.
 모두가 " 와!!!!!!!!!! "


  감자를 벗기자 감자에서 김이 모락모락모락 그러자 또 모두가 " 와!!!!!!!!!!!!!!!! " 

 우리는 신나게 모든 호일을 벗기고 운전기사인 이스마일도 초대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먹을려고 하는데 갑자기 미친...  이 집 딸내미들이 방문 앞에까지 와서 치킨을 달라고 난리. 염치도 없지 짜증나게 아예 문 앞에 딱 서서 계속 치킨을 달라고 난리다.  정말 꼴배기 싫었다. 그래서 닭 한덩어리를 줬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뜬금포로 토론이 벌어졌다. 주는게 맞다, 왜 주냐의 토론. 존나 웃겼다. 암튼 우리는 그렇게 미친 닭과 미친감자를 먹기 시작하는데 말도 안나온다.


 정말 진짜 앉은뱅이도 일어나게 만드는 맛. 간증을 해야 될 판.   모두 너무너무 맛있다고 신나게 먹는데 감자도 진짜 맛났다. 내가 원래 찐감자 잘 안먹는데 레의 감자는 정말 달달하다. 소금이나 설탕을 안찍어먹어도 정말 맛난데 이건 뭐 이제까지 먹은 레의 감자보다도 더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기분이 좋아진 우린 사가지고 온 맥주며, 위스키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완전히 술자리가 무르 익었을 무렵.  나는 드디어 여행 내내 아끼고 아껴두었던 짜파게티 3개를 꺼냈다.   짜파게티를 꺼내자 모두에게서 탄성이 나왔다.

 
 " 아아. 이정도로 뭘 그리들 놀라 "
 
 그러면서 소주를 꺼내어 들었다. 그러자 애들이 난리가 났다.   특히 해외에 거주중인 수, 진 둘다 소주를 집어들고 얼굴을 부비부비 하면서 너무너무 즐거워했다.   솔직히 두리안이 있어서 주기 싫었지만 그래도 너무 그런것 같아 모두 다같이 나눠먹는게 좋을 것 같아 소주와 짜파게티를 풀었는데  또 하필이면 오늘 다행이도 진이 생일이다. 의도치않게  진이에게 진짜 생일 축하 선물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짜파게티를 본 진이는 자기가 끓여오겠다고 또 자진해서 나선다.  진이가 요리를 잘하니 믿고 짜파게티 끓여오라고 했는데 왠걸 애가 흥분했는지 진이가 물 많게 끓여서 망함.  근데도 그게 또 뭐가 재밌다고 우리끼리 깔깔대며 빵터졌다. 


 초모리리에서 그렇게 소주도 먹고 짜파게티도 먹으며 즐거운 밤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진이랑 쏘세지가 짜파게티 끓이로 얘네 1층 부엌에 갔는데 충격이었다고.  예상대로 엄청나게 반찬이 많았다고 한다.   지네끼리 뭘 해먹고 남았는지, 양고기 들어간 커리며, 심지어 계란후라이 같은것도 해먹고 남았는지 계란 후라이도 있고, 가지 볶은 얘네 인도음식부터 암튼 반찬이 정말 많았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더욱 분노. 암튼 인심 썩은 동네다. 그런면에서 초모리리는 참 비추하고 싶은 동네.

 정말 여행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세상에 어떤 멋진 풍경도 그 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면 황량한 법이고, 그 어떤 멋진 풍경이더라도 그 지역 사람이 그 곳의 인상을 결정한다. 여행 했던 수 많은 나라에서 멋진 풍경이 없더라도 따뜻한 현지인들의 인심과 정 때문에 행복함을 느끼고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면 이 곳은 지금 초모리리에 대해 한번 실망, 그리고 이 곳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실망하면서 레에서 최악의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다만 지금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이 너무 좋다. MT온 것 마냥 한방에 둘러 앉아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분노도 하고, 웃고 떠들기도하고 그렇게 초모리리의 밤은 깊어갔다. 사람이 좋다.


포스팅 후기)

  인파서블 여행기는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진 여행기입니다. 첫편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인파서블 여행기는 'BADASANAI DIVE'에서 제공합니다. 현재 BADASANAI DIVE 네이버 카페에서 약 80편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 보다 빨리 보시고 싶으신 분은 카페에 오시는 것을 추천드리며 블로그와 카페의 여행기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회원가입 여부와 활동여부로 인해 카페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사진/자세한 정보/디테일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여행기 한편을 올리는데 드는 시간은 약 3시간 입니다. 노력을 어여삐 여기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 한방 눌러주세요. 추천/댓글/공유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더불어 여행 관련 질문은 댓글로 남겨주시고, 스쿠버다이빙 및 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시간내서 카페 BADASANAI DIVE에 놀러오세요! ( www.BADASANAI.com ) 

 즐겁게 보시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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