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42 [인도/라다크] 인도, 인연의 땅

 간 밤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은 햇살이 창틈으로 들어오고,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되었다.
 애들은 아직 곤히 자고 있고, 담배 한대를 피기 위해 문을 열고 나오니, 레 특유의 시원하고 신선한 바람이 날 감싼다.

 여행도 어느 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많은 생각이 든다. 
 

 여행을 와서 맘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 사실 여행 초반에는 매일매일 후회했다.   도대체 내가 여길 왜 왔을까 하루하루 후회만 했다.   하지만 판공초를 기점으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너무 멋진 것들을 보면서 역시 여행 오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불어 가장 행복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일만 남은 듯 하여 왠지 모를 허전함과 공허함도 공존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최대의 목표 판공초. 그 것을 이미 봤기 때문에 이젠 무엇을 보더라도 판공초보다 못 할 것이란 생각에 오는 슬픔, 그리고 이번 여행의 첫 인연이자 여행을 너무 즐겁게 만들어줬던 하루, 쏘세지와 이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많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만큼 아이들이 각별했다.  많은 생각과 함께 담배 한대를 핀 후,  애들이 일어나기 전이라, 잠시 하루 노트북으로 사진 정리하고, 백업을 했다. 
 

 어느 덧, 아이들도 일어나서 우리는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젯 밤 누브라밸리 팀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우리 숙소 근처에 (수,진 숙소랑 더 가깝지만..) 나랑 하루랑 너무 맛있게 먹은 식당 있다고 얘기해서 다들 거기 가자고 아침에 브런치 먹자고 약속을 잡아놔서 10시까지 가봐야 했다.


 나가기 전에, 하루랑 쏘세지랑 또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둘이 다정한 오누이 같아 보이는데 대화내용은 천생 여자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하루가 미용업계에 종사하다보니 여자들의 심리도 잘 알고, 왠만한 여자들 보다 스타일에 관해 잘 아니까 그런거에 서툰 쏘세지가 하루랑 둘이서 서로의 화장품 보면서 얘기하다가 뜬금포로 쏘세지가 하루에게 메이크업을 받기로 했다.   정말 둘이 얘기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재미지다.


 덕분에 내가 사진정리 하는 동안, 하루는 쏘세지의 메이크업을 해주는데, 그 손동작 하나하나가 무슨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메이크업 받는 그런 느낌?!  한참 후, 쏘세지가 짠 하고 변신했다.

 와, 정말 화장은 놀랍다.  하루는 다른 화장품들이 더 있음 더 예쁘게 해줬을텐데 라며 아쉬워하고 쏘세지는 대만족인 듯 뿌듯해했다. 그 사이 10시가 되어 우리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 레에서 처음 발견한 빨래 맡기는 곳이 있어서 빨래를 처음으로 맡기기 위해 가져가니 1킬로에 80루피를 부른다.   아무리 레지만, 미친놈들이다.  하지만 하루와 함께 빨래를 맡기고, 아이들과 만나 우린 식당으로 갔다.   모두 앉아서 주문하려고 하는데 각자 취향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파스타,피자 완전히 다르다.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데 애들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난리다.  정말 이 집 대박이다.




배터지게 먹으며 우린 하루의 비행기표 연장문제에 대해서 한참을 논의 한 후에, 다 함께 피씨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루가 비행기 티켓을 바꾼다면 함께 초모리리로 가고, 아니라면 민과 함께 스리나가르로 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밥을 먹고 나와 우린 모두 우루루 피씨방으로 향했다.  근데 왠걸, 피씨방에 가니 정전을 넘어서 레 전체의 인터넷이 모두 안된다. 특정 피씨방이 아니라 모든 피씨방에 인터넷이 다 안됐다.

 그 만큼 레 지역의 전력사정이 안좋다.  전력사정 뿐 아니라 통신사정은 최악이다.


 여담이지만, 레에 온 이후  모두의 핸드폰은 다 정지되어있는 상태.


 이건 인도의 넘버원 통신사 에어텔도 예외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  분명 레 사람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고 통화하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정말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 것은 인도의 좆같은 통신사 시스템에 근원해 있었다. 쉽게 예를 들면 레는 특별 지역이라서 레에서 통용되는 심카드를 다시 사서 등록해야되는거다. 한국으로 치면, 당신이 아무리 잘 터지는 SK 이런거 있어도 소용없다. 제주도에 가면 제주도 SK에 가서 제주도 SK 심카드를 사야 되는거다. 분명 같은 회산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폰이며 다른 통신사를 비롯해 에어텔마저 안터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델리나 콜카타 등 밑 지역에서 심카드를 사오다보니 레에 오면 무용지물.   아이러니 하게도 인도여행에서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에서 정작 핸드폰을 못쓰는 상황이다.   그러니 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분명 레에 오랜 시간을 머물테니, 레에서 핸드폰을 쓰려면 레에서 심카드를 사는게 방법중에 하나다. 물론 이것 마저도 델리쪽으로 오면 또 델리쪽 심카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 중에 자주 다른 지역 가는 사람들은 핸드폰이 2개 3개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나는 핸드폰 제조 회사에서 왜! 듀얼심카드 이런 핸드폰을 파나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인도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신기하다.

 
 인터넷이 안되는 고로, 결국 우리는 힘겹게 먼저 하루가 비행기를 끊었다는 인터파크에 국제전화로 연락을 했다.   비싼돈 들여서 건 국제전화였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비행기표 변경을 위해서 인터파크 수수료, 하루가 타고 온 케세이퍼시픽 수수료등을 물어야 된다는거다. 2중,3중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 게다가 인터파크 쪽에서도 표를 팔아놓고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라 케세이퍼시픽에 다시 문의해보라 하여, 힘겹게 또 국제전화로 케세이퍼시픽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도 하는 말이 한국쪽 다른 업체를 통해 끊었으니 케세이퍼시픽 수수료,인터파크 수수료까지 모두 내야 된다는것이다. 그 돈은 대략 10만원


 하루는 고민했다.
 
 10만원을 더 내고, 여행 기간을 늘려서 초모리리도 가고, 여행도 좀 더 즐길지 말지.  하지만 하루는 이제 곧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영국의 유명한 무슨 헤어숍인지 토니앤가이 라는 곳에 면접을 보게 됐는데 물론 면접 전까지 시간이 충분하지만 일찍 한국에 들어가서 몸 좀 풀어놓고, 면접 준비 좀 할 요량이었나 보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많았다. 여행은 즐겁고, 인생은 달려있고. 


 한참 고민 끝에. 10만원이랑 비용까지 들여서 할 것은 아니라 생각되었는지 하루는 결국 비행기 티켓 변경을 포기했다.  그럼과 동시에 민과 스리나가르 행이 결정되었다.  혼자 떠날 뻔한 민은 다행이도 동행을 얻었다. 옆에서 민이가 좋아한다.  나와 쏘세지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 들었다.   이별을 예감했지만 이 이별에 대한 대처가 힘들었다.


 게다가 초모리리 인원구성 문제, 사진 백업 문제 등 온갖 문제가 남아있었다.  하루 노트북에다가 사진들을 다 백업 해놨는데, 어찌하나 하는 고민이 또 몰려왔다.  어쨌든 이렇게 된거, 우리는 본의 아니게 오늘 또 민이와 하루 두명을 떠나보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애들은 먼저 레에서 우리의 단골 여행사인 테이머( 강용해 사장) 여행사로 향했다.  스리나가르 행 지프를 물어보니 오늘 오후에 출발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잠시 애들이 스리나가르행 지프를 끊는 동안, 나는 초모리리에 합류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니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 한 한국사람 한명이 신청했다는거다.  이 지프 비용을 1/n하기 위해선 최소 6-7명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간다고 하면 이제 한명 만 더 모으면 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어느새 드디어 하루와 민이가 스리나가르 행 지프를 끊었다.  엄청 아쉬움이 들었다. 정말 이별이란 생각에 슬펐다.   우리는 일단 잠시 다들 숙소로 가서 쉬다가, 이따 오후에 다시 만나서 애들을 배웅하기로 했다.
 

 

 일단 방으로 돌아온 난, 하루 노트북에 있는 사진부터 다시 정리한 메모리카드며 USB메모리에 백업할려는데 왠걸 사진들이 복사가 안됐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usb에는 잘만들어가는 사진이 똑같은 원리일 SD카드에는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다. 처음 안 사실.  카드는 외장하드처럼 쓸 수가 없다. 멘붕이 왔다. 하루를 믿고 지금껏 찍은 모든 사진을 믿고 맡겨야 되는 상황인데, 하루를 못믿는게 아니라 정말 상황이 이렇게 밖에 안되는게 용납이 안됐다. 정말 맥북이 고장나면서 참 많은게 꼬인 기분이다.  동시에 여러장은 자꾸 에러가 나서 결국 개노가다로 하나 하나 사진을 옮겼다. 에러를 반복하며 사진 수십 기가를 옮겨놓고 나니 기가 빠졌다.


 그 와중에 하루는 쏘세지와 함께 밖으로 나가서 마지막 레에서의 쇼핑을 즐겼다.  그 동안 나는 계속 컴퓨터와 메모리카드랑 씨름을 했다. 
 

 한참 컴터랑 씨름하니 하루가 돌아와 배낭을 챙긴다. 하루에게 작업이 덜 끝난 노트북을 건네주면서 사진을 부탁하노라 얘기하고 하루도 "형 제가 한국가면 공유걸어놓을께요 걱정마세요 " 라며 날 안심시켰다.  하루가 배낭을 메고 숙소 밖으로 나가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약간 울컥했다. 정말 떠나는구나. 우리는 누브라밸리 팀과 만나기로 약속한 아미고로 향했는데 아미고에 가니 아이들이 이미 다 모여있다.  아미고에서 백숙을 시켜먹는데 아침에 배불리 먹은게 아직 소화가 되지 않았지만 배웅하는데 배 든든히 하고 가야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이별주 한잔 하려고 내가 가져간 위스키, 맥주를 나누어 먹고 애써 슬픔을 감췄다.




아미고에서 밥을 먹고 여행사 앞으로 향했다.  지프가 왔고, 우리는 포옹으로 긴 말을 대신 했다.   지프 안을 보니  마날리에서 레에 올 때 함께 탔던 폴란드 애들이 타고 있었다. 오랜만이라며 인사나누고, (결국 함께 레에 있었던 것 )   다 함께 지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하는 동안은 화기애애 했는데, 하루와 민이가 지프에 오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동안 정이 너무나 들었는데, 슬펐다.


 그래도 맏형으로서 겨우 슬픔을 참고 눈물을 꾹꾹 참고 있는데, 쏘세지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흘러나왔다. 겨우겨우 참던 눈물이 흘러나오는 듯 쏘세지는 등을 돌려 눈물을 훔치는데 그 모습에 결국 다들 눈물을 터뜨렸다. 방금 전까지 겨우 애써 태연한척 웃고있던 하루도 차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여행을 한두번 다닌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일행들과 헤어진 것도 한두번이 아닌데 왜 이렇게 아쉽고 슬픈지. 그만큼 아이들이 착해서 좋았던 것 같다.

 
 눈물 바다가 된 와중에 지프에 시동이 걸리고 드디어 지프가 떠났다.  그 아쉬움에 한참 지프 뒷꽁무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눈물을 훔치고, 잠시 진정하고 있으니 쏘세지가 나에게 편지를 건네준다.   " 오빠, 이거 민이 언니랑 하루가 쓴 편지야 오빠한테 주면 이거 눈 앞에서 읽으면서 놀리면서 뭐라고 할꺼 같다고 떠나면 오빠한테 주랬어 "


 언제 이걸 썼는지 하루, 민이 각자 정성스럽게 이쁜 봉투에 편지를 써서 넣어놨는데, 둘이서 오랫동안 준비한 듯 했다. 이별을 예감했는지 틈틈히 쓴 편지였다. 옆에서 형이 술을 마시고 있네요. 뭐 이런식으로 쓴 틈틈히 정성스럽게 쓴 편지. 그 편지를 보자 정말 눈물이 또 쏟아져 나온다.  정말 이쁜 아이들이다. 
 





 한참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이제 또 다음을 향해 가야 할 때,  나, 쏘세지, 수, 진 이렇게 남은 4명은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장으로 향했다. 


 내일 초모리리 행을 위해서 술도 사고 시장에서 이것 저것 장을 보기 위해 갔는데, 떠난 사람들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4명이서 애써 더욱 즐거운척 했었던 것 같다. 그동안 판공초,누브라밸리 등 몇번의 투어를 위해 이제 완벽하게 각이 잡혀서 우린 딱딱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었는데 일단 도착하고 난 뒤나 허기질 때 먹을 매기 컵라면을 사고 이것저것 시장에서 구입을 하고, 저녁에 우리 4명이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얘기나눠서 저녁에 마실 술이며 안주도 구입했다.







  시장 돌아다니다가 수와 진에게 존나 맛있는 쌈쏘를 소개시켜주기 위해 빵굽는 골목으로 데려갔는데, 애들이 맛보더니 환장을 한다.   정말 레전드의 그 맛, 쌈쏘.   아침 10시부터 피자,파스타로 배터지게 먹고, 이제 막 백숙이며 이것저것 먹은 상태인데도 미친듯이 들어가는  미친 양고기 만두 쌈소!

 신나게 시장구경 후에 숙소로 향하는데 비가 또 내린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아 슬프다. 랄랄랄라 랄라 랄랄랄라 랄라


비를 피해 테이머(강용해)에서 쉬면서 잠시 많은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이 곳은 한국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는데, 여기서 참 많은 대화가 있었다.



 [ 세상에, 이제야 생각나네요 저기서 나눴던 수 많은 대화들.  아...ㅋㅋㅋㅋㅋ  이미 쓴 여행기에 껴놓기엔 너무나 노가다 압박이 심하네요 기억나는대로 열거 할게요 양해바랍니다. ]

 테이머에서 만난 사람들, 대화들! ( 시간 순서 아님, 랜덤 )

 1. 돼지엄마랑 레에 도착한 이후에도 가끔씩 만났지만, 어느날 가니 돼지엄마 혼자서 스리나가르 행 티켓을 끊고 있었다. 그 많던 일행들은 어디가고! 

 2. 정말 여행 준비 하나도 안하고 온 듯한 해맑은 여자애가 하나 있었는데 레 지리 설명해주는데, 모스크를 중심으로 설명하려는데 모스크가 뭔지 모름. 정말 해맑았다.

 3. 콜카타에서 만나고, 마날리에서 다시 만났던 여자애 " 인도여행 두번짼데 레 안가셨어요? " 했던 까리한 여자애. 걔도 스리나가르로 친구랑 떠날려고 테이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초모리리 결정 전이라 물어보니 초모리리 다녀왔다고, 어땠냐니까. 자긴 판공초를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판공초 다녀온 사람이 일행에 있었는데 비슷하다고 그랬다고 하면서 그래서 판공초 안가고 초모리리만 보고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이라고... 

 4. 마날리에서 몇번 마주친 커플, 마날리에서 레 떠나던 그 날 밤, YES PLEASE에 있던 한국 커플. 판공초 가기 전에 일행 구하려고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하루와 쏘세지가 판공초 안가냐고 물었더니 그랬다고 함. " 요새 누브라 밸리가 대세에요 , 저희랑 판공초 말고 누브라 밸리 가시죠 " 라고 했다함. 물론 이후 이들의 별명은 대세 커플. 그리고 이후에 " 요즘은 XX가 대세  " 라는 유행어를 우리 사이에 돌게 했다.

 일단 생각나는건 여기까지.


 
 비를 피해 강용해사장에게 들린 김에, 잠시 비를 피해 있는데, 두리안을 만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리안에게 " 저희 내일 초모리리 가는데 마지막이에요, 어때요 가실래요? " 라고 던졌는데, 왠걸 생각도 안했는데 두리안이 " 네 갈게요 " 라고 하는거다. 놀라웠다. 어쨌든 두리안에게 " 아시다시피 저희는 맨날 바베큐 해먹고, 좀 다들 잘 먹는 편이라 공금걷어서 내일 아침에 장보고 갈꺼에요. 괜찮으시죠? " 묻자 


 " 저는 물도 남들보다 잘 안먹고, 과자도 안먹어요. 누브라밸리 갈때도 전 물도 거의 안먹었어요 " 라면서 공금을 안내는 얘길 한다.   정말 보기에도 깍쟁이 같았는데 진짜 깍쟁이었다.  이 두리안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무슨 레에 이장선거 나가는지, 온갖 지나가는 현지인이며, 한국인들과 다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신기하다.   붙임성이 그만큼 좋은 것이지, 우리랑도 하루랑 나랑 낮술 먹고 있는데 창문으로 거기 놀러가도 되요? 해서 얘기나누게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또 놀라울만큼 개인플레이가 심하다.  레에 꽤 있었던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뭐 이건 개인적으로 좋다고 본다. 하지만 뭐랄까 인간미가 안느껴진다고나 할까, 필요할 때 말을 걸지만, 평소엔 혼자를 즐기는? 뭐가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보기에도 조금은 이색적이었다.


 그 착한 하루가, 이 여자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했었다.   " 형 솔직히 전 그 아줌마 별로에요, 인상도 안좋고, 좀 깍쟁이 같아 보여요 " 이랬는데 그 때 그 말을 듣던 쏘세지도 같은 느낌이라고 했었다.  공금문제로 두리안과 이야기 하다보니 정말 그 말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는데, 내 마음 속에  ' 저 말 후회하게 해주겠어 ' 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껴두고 아껴뒀던 짜파게티와 소주를 가져 갈 껀데 공금안내고 버틴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암튼 덕분에 두리안이 떠난 이후, 수와 진 마저도 입을 모아 그 여자 별로라고 애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는데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 보는 눈은 다 같다.


 두리안까지 합류해서 5명이 된 상황에서 강용해 사장이랑 잠시 얘기하는데 강용해 사장이 말한 한국남자가 한명 나타났다.  이 남자가 우리와 초모리리를 함께 갈 현*이었다.   현이랑 가볍게 인사나누고, 내일 초모리리 가는데 준비할꺼나 이것 저것 얘기하며 공금 걷는데 괜찮겠냐고 하자 흔쾌히 오케이 한다.  시원시원하다. 길게 얘기 나눌 것 없이, 내일 만나기로 하고. 어느새 비도 그치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숙소로 가서 쉬었다.


 쏘세지와 나랑 둘이서 방에 돌아오니 하루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맥간에서 함께 한 이후 처음으로 쏘세지와 나 둘만 남았다.

 
 현아가 떠났을 때도 사실 이 정도의 아쉬움은 없었는데 정말 너무 큰 빈자리. 거의 3주이상을 함께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일 초모리리를 떠나기 위한 짐정리를 하고 나는 맡겨둔 빨래를 찾으로 가서 빨래를 찾고 왔는데 쏘세지가 " 아 오빠! 하루가 안그래도 얘기해주라고 했는데 내가 깜빡했어, 하루가 아까 갑자기 떠나야됐잖아 그래서 빨래 찾아오면서 오빠꺼 까지 돈을 냈데 "  라고 얘기하는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돈 내놔 개새끼야



 그래서 빨래 방으로 가서 돈내놓으라고 했더니 모르는 소리가 딱 잡아뗀다  존나 열받아서 그새끼네 집을 불질렀다.




 는 뻥이고, 한참 실랑이 하는데 나도 참 이제 죽었지. 실랑이가 끝나지 않아 결국 그냥 제풀에 지쳐서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아..열받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좀 쉬다가,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쏘세지와 함께 진과 수네 숙소로 갔다. 이글게스트하우스  첨 와봤는데 여기도 가이드북에 좋게 소개 된 곳이라고 하는데 정말 좋았다. 정원도 좋고, 다 좋았다.   우리는 정원으로 나가서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서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안주거리는 '두리안' 그 여자였다. 수와 진이 애지간히 안좋게 본 듯, 이전에 보지 못한 공격성을 보이며 열을 내며 얘기하는데 과연 초모리리는 어떤 여행이 될 지 자뭇 기대가 되었다. 재미지게 음악틀어놓고 술 마시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행 온 인도남자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하길래 씹어주고 우리 4명이서 나누는 온 갖 얘기에 밤은 깊어졌다.

 술 한잔 신나게 걸치고 숙소로 돌아와.  쏘세지랑 단 둘이 방에서 멀뚱멀뚱 .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앞으로의 일정이나 여러가지에 대해서... 그렇게 맥간 이후 처음으로 단 둘이 된 외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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