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8 [인도/라다크/레] 누브라밸리 투르툭을 향해서!
 

  한가로운 아침
  한국에서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의 분주함으로 깨어난다면 이 곳에서는 어느 샌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맑은 햇빛과 창밖의 녹음, 새들의 지저귐에 깨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쌀쌀하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물곤 잠을 깼다.  행복하다.  

  마당에는 주인집 할매가 텃밭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담배 한대를 피고 방에 다시 가니 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다. 나는 아이폰으로 미드 뉴스룸을 보기 시작했다. 요새 한참 빠져있는게 HBO 드라마 뉴스룸이다.   아이폰에 넣어놨던 유일한 드라마였는데, 노트북이 고장나면서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컨텐츠다.  천만 다행인게 그게 뉴스룸이라 다행. 역시 믿고보는 HBO. 나는 한가롭게 뉴스룸을 보고 있다보니 애들이 다 일어났다. 우리는 이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씻고, 짐싸고 정리를 하고 끝냈다. 정산 하려고 직원에게 계산서 가져다 달라고 했다. 잠시 모두 모여서 마당에서 이 집 꼬맹이들과 사진도 찍고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며 사진들을 신나게 찍었다.






 곧 직원이 계산서를 들고 와서 우리는 체크하는데 아주 엉망이었다.  진짜 주문했던 것들은 숫자가 뻥튀기 되어있고, 시키지도 않은 음식이나 물건들이 체크되어있고  우리 요리 해먹을 꺼라고 했을 때 부엌 공짜라고 하더니, 가스값이 수백루피 체크되어있고. 정말 말이 안나왔다.  요청한 모닥불은 수차례 요청에도 해주지도 않았으면서 모닥불비 까지 들어가있다. 정말 개같은놈들이다.
 

 이걸로 직원이랑 한참 얘기하니, 몇번 주인과 우리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우리가 계산한 돈을 받아들었다.  우리는 짐을 다 지프에 싣고 이제 다시 또 길에 올랐다.  드디어 누브라 벨리 메인 투르툭으로 향했다.


 투루툭은 누브라밸리 마을 중 이제 개방된지 2년 정도 된 마을이다.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이 얼마나 외부인들에게 노출되고 적응됐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가장 순박함을 유지하고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컸다.    훈드르에서 투르툭까지는 대략 80킬로미터, 이런 척박한 산골짜기에서도 80킬로를 더 가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얼마나 거대한 땅인가. 

 완전 척박한 땅들과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이런데까지 사람들이 들어와 산다는데 놀랍다.   레,라다크,카쉬미르 지역을 여행하며 인간의 놀라움, 위대함을 느낀다.


 누브라밸리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길들은 더욱 험해져갔다.  당연하게도 길을 만들 수 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보니, 절벽을 뚫고 깎아 만든 아슬아슬한 길들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도 아니고 그저 한쪽을 뻥 뚫어서 만든 길을 갈 때면 머리 위가 쭈뼛쭈뼛 섰다. 갑자기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  비포장길들과 그런 길들을 달리면서 긴장이 되다가도 또 한편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파노라마.  거대한 협곡으론 잿빛의 강물이 흐른다. 



 아마 석회질이라던가 어떤 성분이 가득 포함되어있던가, 고운 진흙들이 섞여져 그랬을 듯. 그런 풍경 마저 신비로웠다.  길들이 날 자리가 없다보니 누브라 밸리 깊숙히 들어가는 길은 이쪽편에서 달리다 다리를 건너 저쪽편으로.  또 저쪽편으로 달리다 다시 또 건너편으로 거대한 강을 왔다리갔다리 하며 가야했다.






 그 가는 길엔 아주 조그마한 수 많은 검문소들이 있었고, 또 그 곳을 홀로 외로히 지키는 군인들이 있었다.  정말 근처에 마을도 없을텐데 작은 위병소 하나가 세워져있고 총을 들고 혼자 그 곳을 지키고 있는 군인이 있다. 사람이란 얼마나 대단하고 외로운 존재들인가. 
 

 
 누브라밸리는 그런 모든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단지 80킬로미터의 길이지만, 험난한 길 덕분에 몇시간이 걸리는 길.  아무것도 없고 마을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이 척박한 곳에 드디어 한 검문소에 들리게 되었다.


 이제 검문과 퍼밋은 일상이 되었다.  이스마일이 들어갔다 나오더니, 그쪽에서 일일이 우리 얼굴과 대조를 해볼거라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다. 이런 경우도 흔하다. 직접 들어가서 싸인을 해야되는 경우도 많았고, 얼굴대조를 해야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익숙하게 경찰들이 있는 천막안으로 들어가니 경찰 몇몇이 노닐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곳에서 하루에 자동차 몇대,몇십대를 검문 하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을테니,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근처에 가까운 마을이라고 해도 투르툭이나 훈드르 일테니 더욱 그들이 외로히 여겨졌다.


 알까기 게임 같은 보드게임이 있는데 인도에서 꽤 자주 접할 수 있는 게임인데 그것을 하고 있었는데 한 경찰이 우리의 얼굴을 한번씩 대조하면서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보며 체크. 한명씩 체크가 끝나고 우린 잠시 기지개를 펴고 쉬었다. 겨우 80킬로미터인데 평지가 아니라 이런 거대한 계곡을 비포장길로 굽이굽이 달리다보니 한참이나 걸린다. 둘 중 하나만 해야되는데 비포장이든, 구불구불이든. 둘다이니 속력을 낼 수가 없다.    과연 이 끝에 마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하다.
 

 
 신나게 우리끼리 음악 틀어놓고 웃고 떠들며 가다가도, 또 모두 어느샌가 한숨 자고.  반복.




 [동영상 : 누브라 밸리 가는 길, 음악 틀어놓고 씐나게~ ]


 
 험난한 길을 달리고 달리다가 보니 저 멀리 잿빛 사이로 녹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마냥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마을이었다.



 이스마일에게 " 투르툭? " 물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와. 도대체 투르툭은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 마을 인 것인가. 정말 오랫동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투르툭은 여전히 멀리 있었다.   어느새 마을에 접어드니 거대한 계곡물(계곡물이라고 부르기에 미안할정도로 거대한 강물)을 가운데 두고 양편으로 물을 대고, 밭을 일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은 비좁은 길을 따라 쭉 길게 뻗은 형태로 되어있고, 사람들도 많았다.   대단하다. 이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 곳에 오니 사람들의 모습이 레에서 보던 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거의 서양인에 가까운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무슬림들이었다. 놀랍다.

 그런데 사실 당연한 것이, 이 곳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으며, 파키스탄쪽 인종은 아랍,이란,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이어지는 서양인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마을을 통과하느라 지프의 속력을 완전 줄이고 천천히 가는데, 애들이 정말 이쁘게 생겼다.  서양로린이들의 버프를 받아서 정말 미인들도 많고 이쁜아이들도 많았다.  사진기를 들이대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면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엄청나게 순박하다.  길 걸어가는 꼬마애들의 표정이 수줍음으로 한가득. 절로 우리도 미소가 지어졌다.


 누브라밸리 깊숙히 이 작은 마을의 순박함이 우리까지 즐겁게 만들어줬다. 더불어 더 깊숙히 있는 이제 막 외부에 개방된지 2년이 된 투르툭은 얼마나 순박할지 마구 기대감으로 넘쳐흘렀다.  지나가는데 다른 누브라밸리 가는 한국팀의 지프가 그 마을에 서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 앞에 차를 세워놓고 잠시 휴식중이었다.  우리는 일단 그냥 패스! 어서빨리 투르툭으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
 점점 투르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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