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9 [인도/누브라밸리]  신비로운 마을 투르툭


  이름도 모를 수 많은 작은 마을을 지나 다시 또 황량함 속으로 내던져졌다. 사막도 아니고, 잿빛의 거대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 달리는데도 어째서 이토록 황량하게만 느껴질까? 
  그리고 또 끝도 없이 달렸다. 80킬로미터가 800킬로미터처럼 느껴진다.

 황량한 풍경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묵묵한 대자연 앞에 우리는 몸을 맡겼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또 저 멀리 녹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 투르툭? "
 이스마일이 투르툭이 맞다고했다.

 드디어 누브라밸리에서 들어갈 수 있는 최전방 투르툭에 거의 도착했다. 



 투르툭에 도착하니 녹음이 우거져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마을이었다. 엄청나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마을에 도착하니 이제 막 학교가 파했는지 삼삼오오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보인다. 지상낙원처럼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일단 투르툭에 도착한 우린 지프를 세워두고 숙소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스마일이 한 숙소로 우릴 데려갔다. 훈드르에서 머물었던 집처럼 넓은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애들이 집 보러 간 사이에 잠시 담배 한대를 피고 있으니 다른 한국팀도 막 도착했다.  방을 보고 나왔으나 가격이 문제였는지, 다른 곳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프를 타고 다시 이동 작은 마을에서 이동하는데 마을을 관통하는 거대한 에메랄드 빛 계곡 근처에 도달했다.






 계곡물 빛이 너무나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햇살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마을 꼬맹이들이 계곡물에서 발개벗고 노는데 세상에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또 있을까?
 
 잠시 차를 세워두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스마일. 때 마침 다른 한국팀도 같이 있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데려갈지 문제로 자기들끼리 논의 중인 듯 했다. 그 사이에 우린 잠시 사진도 찍고 투르툭의 풍경을 즐겼다.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의 꼬맹이들이 와서 살갑게 구는데 귀요미들이다. 일단 숙소 방향은 결정됐는데 애들이 숙소를 보기 위해서 숙소 알아보는 팀은 사람들을 따라 가고, 나와 하루,수 남자3명이서 아래에 남기로 했다.

 큰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같은 곳을 지나 아이들은 건너편 마을의 높은 지대쪽으로 향했다.
 










 우리 셋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있다가, 다리 밑 그늘로 숨어들었고, 그 곳에서 쉬다가, 계곡 쪽으로 향했다. 계곡 가까이 가자 한여름의 에어콘마냥 시원한 기운이 우릴 덮쳤다. 살짝 발을 담가보니 왠걸 에메랄드 빛 거친 계곡 물줄기는 너무나 차가웠다.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다. 방 보러 간 아이들에게 미안해 질 정도로 늘어지게 우리는 계곡가에서 쉬었다. 정말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한참있다 애들이 와서 방을 구했다고 알려줬다.
 


[ 동영상 :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즐기는 투르툭!!!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세요! / 모바일로 감상시 일반화질은 그냥 재생되고, 고화질은 다음앱을 깔아야 재생됩니다. 참고하세요 ]



 방 구하러 다녀온 애들은 더운데 멀리까지 다녀오느라 완전 지쳐있었다. 애들의 체력이 바닥난터라 무거운 짐을 가지고 곧바로 이동하기엔 지쳐있었고 컨디션들이 다들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 밥 먹으면서 좀 휴식을 취하고자 근처에 있는 유일한  식당으로 향했다. 들어가니 몇몇의 인도 관광객들과 서양인들도 밥을 먹고 있었고, 작은 식당이 우리로 인해 더욱 꽉 들어찼다. 메뉴라곤 볶음밥 격인 비리야니와 볶음면인 초우민이 전부.  각자 비리야니나 초우민을 시켜놓고 밥을 먹는데 그 배고픈 와중에도 존나 맛없다. 충격적인 맛이다. 역대 제일 맛없는 쵸우민,볶음밥.  하지만 대박소스를 발견 했다. 소스 매니아인 나로선 너무나 맘에 드는 맛이었는데 와사비 맛과 거의 닮아있었다. 와사비 중독자인 나로선 이걸 음식에 뿌려먹으니 그런데로 먹을만 해졌다.


 죽은 음식도 살리는 소스였다.


 여담이지만 죽은음식 살리는 소스는 바베큐소스! ㅠ,ㅠ 
  이 소스도 바베큐소스에 못지 않은 매력이 있었다. 정말 작살났다.





 맛없었지만 일단 그렇게 밥을 먹고 좀 쉬면서 기운을 차린 뒤에 우린 지프에서 짐을 꺼내 각자 나눠 들고 숙소로 향했다.
 쏘세지의 몸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숙소로 먼저 천천히 올라가라고 하고,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힘겹게 짐을 나눠 들고 숙소로 향해 올라갔다. 구름다리 쪽으로 향하는데 동네 꼬마들이 달려와 돈달라고,물건달라고 하는데 이 와중에 민이 가방에 껴놓은 음식이며 물건들을 훔쳐 달아났다. 

 단지 개방된지 2년 됐을 뿐인데, 이렇게 됐구나.

 아이들에 순수함을 바랬었지만 역시 그것 마저도 욕심이었나 보다.

 스쿠버다이빙에 그런 말이 있다.

 물 속에서 가지고 올 것은 추억뿐
 남기고 올 것은 버블뿐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끼치고 주고 받아야 하거늘
 정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으로 아이들을 망친다.



 너무나 해맑게 선물 한보따리를 이고 와서 
 " 우리가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애들한테 나눠주고 사진찍어줄려고요 " 라고 말했던 어떤 부부가 떠올랐다.
 
 그들이 선물을 나눠주고 아이들의 웃음을 찍어 어디선가 해맑은 아이들이라고 얘기하며 자신들의 추억을 포장할 때,
 아이들은 그렇게 거지가 되어가고, 다른 여행자에게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씁쓸한 마음으로 힘겹게 구름다리로 이동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구름다리에 오르자 마을의 전경과 계곡의 풍경이 더욱 잘 보였는데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커갈 아이들인데 2년만에 그새 그렇게 된 것인가. 슬픈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치유해주는 듯 했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돌계단을 오르면서 계속 언덕 위로 향했다. 조금씩 민가들이 나타나고,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낯선 이방인들의 모습에 관심도 보이고 경계하는 눈빛.

 2년간 그 사이 수 많은 여행자들이 다녀갔을테니, 아직은 경계심이 더 많은 곳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대부분이 아니라 100% 모두가 사진기에 강한 부정을 보였다. 심지어 어린아이들 조차도 사진기를 들이대면 화를 내는 수준. 그러다보니 사진을 찍을 엄두가 안났다. 조금은 새로운 모습이었다. 

 한참을 마을을 오르자 평지가 나타났고, 논과 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곳 역시 고산지대라 꽤 숨이 찼는데 한참을 걸어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을 했다.

 아름답고 소박한 마을 풍경에 한가운데 아담하게 있는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맘에 든다.
 언덕 위에서 보는 투르툭은 진정 파라다이스 같았다. 거대한 산맥들에 둘러 쌓여 가까이 계곡물이 풍유롭게 흐르고 땅은 비옥해보였다. 지천에 살구나무며 온갖 과일 나무들이 가득해서 향기로웠다. 




 애들이 숙소를 잘 잡았다.
 다른 한국팀은 조금 더 들어가서 있는 숙소를 잡았다고 한다.

 각자 방을 또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누어서 짐을 대충 풀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당으로 나왔다.
 하얀색 천막으로 햇빛과 바람을 막아주고, 평상과 테이블, 의자들이 있는 여유 넘치는 마당.

 각자 마당에 자리 잡고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책 보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 담배 피는 사람. 그리고 정원에 가득 있는 채소들과 온갖 과일나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


 진이가 살구나무를 보더니 살구를 따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아름 따서 테이블 위에 놔뒀는데 정말 살구가 꿀맛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달달한 살구가 있다니, 이거야 말로 유기농 살구! 한아름 땄는데도 모두 맛있어서 신나게 따먹었더니 게눈감추듯 사라져서 몇번을 그렇게 땄다. 그래도 이 마을엔 살구나무로 가득했다. 척박한 산맥 속에 숨어있는 파라다이스.





  숙소도 참 좋은데를 잘 잡아서 마당에서 이렇게 각자 쉬는데 모두 지쳤는지 다들 피곤해 했다. 들어가서 한숨 자는 사람도 있고, 그런 와중에 진과  수가 계곡물에 들어가서 놀고 싶다며,  물 놀이를 하러 나갔다. 유쾌한 아이들이다. 하나둘 따라 나가고, 나도 좀 쉬다가 따라 나갔는데, 다른 한국팀들과 만났다. 천천히 마을을 내려와 계곡 쪽으로 향하자 저 멀리서 수와 진, 그리고 하루 3명이서 깔깔대며 물에서 놀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구름다리 위, 계곡 건너편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고 있다. 저들 눈에는 저 모습이 어찌 비칠까? 

 마을사람들이 구경나서 모두 구경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웃겼다.


  계곡 가까이 내려가서 옷을 벗고 계곡물에 몸을 담갔는데 정말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빙하물이라 그런지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온 몸이 마비되는 듯한 시원함. 

  생각해보니 한 여름에 인도를 여행 중인데, 델리 이후로는 더위라는 걸 느껴보질 못해서 조금 신기하긴 했다. 한 여름 인도에서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시원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아이러니함이 든다. 우리는 계곡물에서 깔깔대며 한참을 놀았다. 강 건너편에 마을 처녀들이 모여 앉아서 구경하는 모습에 더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한참 계곡물에서 시원하게 놀다가도 바깥에 있으면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어느정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는데, 어느새 구름이 해를 가리고 슬슬 해가 저물어가니 급격히 쌀쌀해졌다. 우리는 정리를 하고 숙소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 이제는 전문 서리꾼이 된 수와 진 둘은 살구나무에 있는 살구를 또 미친듯이 따기 시작했다. 살구 맛이 워낙 좋아서 다들 더 따라고 더 따라고 부추겼다. 그리하여 숙소에 와서  살구 따온거 먹고 휴식하면서 우린 저녁 밥을 주문했다. 잠시 쉬면서 나는 짜이 한잔 시켜서 마시며  일기를 썼다. 세상에 이렇게 여유롭게 행복 할 수 있을까? 


 이 숙소에 오자마자 시원하게 맥주랑 위스키 보관할 곳이 있는지 주인한테 물었는데, 물 자체가 얼음장 같으니 집안을 지나가는 마을 수로에다가 담가놓으라고 해놔서 그걸 중간에 확인하러 가서 만져보니 왠걸 맥주, 위스키 대박 시원했다. 빨리 한잔 하고 싶어서 애들은 훌라하면서 노는 동안 난 위스키를 꺼내와서 한가롭게 그 풍경 속에 앉아 낮술을 즐겼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비록 술 친구가 없어 외로웠지만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저녁이 나왔다.
 저녁 메뉴중에 오므라이스가 있길래 그걸 시켰는데 어마어마하게 양도 많고 맛났다.
 하지만 매콤한게 먹고 싶어서 제일 매운 음식이 뭐냐고 묻자 주인아저씨가 덤알루가 맵다고 해서 시킨 덤알루는 아주아주 실망스러웠다.

 

 저녁을 맛나게 먹고, 애들은 술을 잘 안마시다보니 모두 카드게임하고 또 혼자서 앉아서 술 한잔 즐기다보니 다른 여행자들이 왔는데 프랑스가족들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여기에 한국남자 한명이 껴있었다. 반갑게 인사나누고, 정원이 북적북적. 

 시간이 흘러 밤이 늦었다. 
 11시 쯤 됐을까 갑자기 정전이 되서, 정전 된 김에 아이들은 피곤하다고 모두 들어가 자고, 나는 밖에 앉아서 하루랑 함께 별을 보는데, 진이 나 하루 3명이서 말없이 하늘에 별을 보는데 어마어마한 별빛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높새바람 처럼 신기하게도 밤 바람은 너무나 따뜻한 훈풍이었다. 그래서 칼바람이 불던 판공초때와는 달리 그저 말 없이 별을 보기에 너무 좋았다.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다가, 서로 아무말 없이 별빛만 보기도 하다가.
 말하지 않아도 세사람 모두 각자 이런 저런 생각도 하면서 있었다.


 하루랑은 어쩌면 초모리리를 함께 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게 잘하면 마지막 함께 하는 여행지라고 생각하니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밤이었다.
 참 좋은 동생을 만났는데 아쉽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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