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40 [인도/누브라밸리] 투르툭의 아침

 투르툭의 아침이 밝았다. 높은 지대이지만 산에 둘러 쌓여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밤에 훈풍이 불어서 생각보다 따뜻한 밤이었다.  라다크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그 어느 곳 보다 평화로운 아침이다.   투르툭의 상쾌한 아침, 마당에 나가 담배 한대를 피며 보니 오늘도 멋진 풍경이다.  주인 아저씨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텃밭이며 나무들을 돌보고 있다. 지상낙원이라면 낙원일 이 곳

 눈을 뜨자마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하지만 여기도 사실은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불과 몇십년 전 이 곳은 파키스탄 땅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으로 인해 이 곳은 인도의 영토가 되었다.  아저씨가 어렸을 때는 파키스탄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인도사람이다.

 전쟁이란게 이렇다. 아직도 저 멀리 산맥 넘어는 파키스탄 땅이다.   이번 여행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두군데 모두 갈 나로서는 참 이런 사실이 왠지 더 남일 같이 안느껴졌다.

 
 " 아저씨, 전 파키스탄 훈자에 갈껀데.. 저 넘어 훈자가 있죠? "
 지도를 봐서 대충 위치감을 기억하고 있기에 물었다.

 "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훈자야 "
 그 말이 참 마음 아팠다.


 내가 지금부터 훈자를 가기 위해선 다시 지금까지 온 여정만큼이나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다시 그 여정만큼 또 올라가야 한다.
 지도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기 위해서 먼 길을 빙 둘러가야 되는 상황. 

 
 같은 땅이지만 서로 인간의 욕심에 의해 막혀있다.  훈자에 살구가 유명한 만큼, 이 곳 투르툭도 살구가 기가 막혔는데 지금 먹는 투르툭의 살구의 맛이나 훈자의 살구 맛이나 분명 똑같이 꿀맛이겠지만 내가 훈자에 갈 때쯤 이 살구도 이제 없겠단 생각이 드니 왜 이리 가슴이 시린지.   아직 가보지도 못했고, 사진으로도 보지 못한 훈자지만, 분명 이 곳의 사람들과 똑 닮은 모습에 비슷한 풍경이리라.   짐작해보면서 아저씨와 이런저런 마음아픈 대화들을 나눴다. 


 건너편 산에 살던 친척들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고,  어릴 때 친구들은 파키스탄과 인도라는 각자의 국적을 가지고 헤어지게되었다.



 [얼마 전 카페에도 올린 감동적인 구글 광고를 참조하면 좀 더 이해가 갈 것이다. 그 것 보다 더 최근의 일이다 ]


 
 
[감동의 인도 구글 광고 , 인도와 파키스탄은 원래 한나라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아이들도 모두 일어나서 우리는 가볍게 마을 한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독특한 풍경의 집들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 졸졸졸 물이 흐르는 작은 수로. 이 누브라밸리 깊고 깊은 마을에도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교복입고 돌아다니는 학생들, 꼬마아이들, 평화롭다 못해 지상낙원처럼 느껴질 정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나 담고 싶은데 정말 기이할 정도로 카메라에 적대적인 모습이다.  회피는 기본이고 화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치, 어느 시민단체 같은 곳에서 나와서 외부의 관광객들 이방인들이 와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하라고 교육을 받은 것 마냥 사진을 안찍는다. 인도여행이 재밌는건 카메라 사진에 굉장히 친화적이고 흥미를 보이는 인도인들이 있기 때문에 재밌는것인데, 뭐랄까 이 곳은 많이 달랐다. 그러다보니 살아있는 생생한 모습을 많이 찍을 수가 없었고, 조금씩 위축되어서 나중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나 남들과 다른 사람은 있기 마련,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웃음이 아름다운 사람들.



 정처 없이 마을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는데 이런 척박한 곳을 풍요로운 곳을 탈바꿈 시킨 이들, 이들의 조상의 노력이 돋보인다.  원래부터 풍요로운 곳이 아니라, 물을 끌어다 수로를 대고, 밭을 일구고, 거의 사막에 가까운 거친 기후를 낙원으로 탈바꿈한 사람의 노력이 보인다. 인간은 위대하다. 그 노력에 보답하듯 투르툭엔 지천에 살구나무, 오디나무 등 갖가지 향기롭고 달콤한 과일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흩날리는 곳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아름다운 투르툭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옛 세월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의 모습 또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마치 유럽의 어느 뒷골목 처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고즈넉한 전통가옥들, 그리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흐르는 수로를 따라 마을 처녀들이 멱을 감고, 한쪽에서는 빨래를 하는 모습. 그저 돌덩이만 있는 유럽의 골목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제나 멋진 풍경, 아름다운 풍경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희망이다.

 이쁜 투르툭의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오디나무를 발견, 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진과 수 콤비는!
 수가 바닥에 엎드리고 진이가 그 위에 올라가 오디를 미친듯이 따기 시작했다.
 


팔이 닿지 않는 곳은 가지를 흔들어 대자, 오디가 우수수수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우린 모두 바닥에서 오디를 하나하나 집어 손바닥에 주어 담았다. 흙이 조금 뭍었지만 입으로 호호 불어서 흙을 대충 털고나서 한 입 물자. 너무나 달달하다. 정말 맛있다. 


 신나게 오디를 따고 나서, 근처에 살구나무도 또 한번 털고, 수와 진 두명 때문에 마을 나무들의 열매들이 다 털리는 중이다. 그 모습을 마을사람들이 재밌다는 듯이 본다. 그들에겐 그저 지천에 널린 과일일뿐.




열매를 따고 우린 계속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넓은 평야쪽으로 나왔다.   분명 이 곳도 인간의 손이 닿기 전에는 척박한 잿빛의 땅이었을텐데,  인간의 손길을 닿으며 이 곳은 풍요의 땅이 되었다.    탁 트인 밭, 그리고 위화감이 드는 거대한 산맥   한켠에 장대하게 흐르는 잿빛의 강물
 

 도대체 이 곳에 맨 처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옛 사람들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위대한 모험가이며 기술자들이다.   절경과 밭일 하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어 풍경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저 이 풍경 속에 내가 서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적이다. 물론 이 멋진 풍경에서 사는 사람들 속에 우리가 들어선게 좋은일인지 나쁜일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룰 일이다.





















숙소로 돌아와 우린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다들 분주하게 이미 떠나버린 다른한국팀과 달리 우리들은 다들 느긋했다.   레에 일찍 가봐야 뭐하겠냐는 그 느긋함으로 우린 밥이나 먹고 가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숙소 주인아저씨를 불러 음식을 주문하고,  한아름 따온 오디를 줏어먹다가 갑자기 여자애들이 라씨(인도요거트)에다가 오디 넣어서 먹으면 맛있겠다며 라씨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전에 라씨가 먼저 나왔는데 오디를 넣어서 마시는데 여자애들이 아주 난리다.  맛있고 달콤한거 먹었을때의 그 꺅~ 하는 그 모습. 정말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주는데 정말 맛있었다. 갓 따온 오디를 넣은 라씨 꿀맛이다. 

  


 우리는 레에서부터 떠나올 때 너무나 통크게 장을 봤기 때문에 아직도 꽤 먹을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마실 물도 넘치고  과자, 과일, 감자, 고구마 넘쳐 흘렀다.  이따 분명 가는 길에 배고파 질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감자 고구마를 전부다 삶았다.   대단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과 함께라 너무 즐겁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  한참을 밍기적 거리고 있으니, 또 다른 한국팀들이 도착했다. 지나가다가 우리 모습을 보고 잠시 우리 게스트하우스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델리에서 레에 이르기까지 대개 일정이 다들 비슷하고, 맥간 아니면 마날리, 마날리 아니면 레에서 수없이 오가며 봤기 때문에 단 한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마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학교 동창 마냥, 다들 얼굴은 알아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 있으니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나는  오므라이스를 하루와 나눠먹고, 우린 티까지 하나 시켜서 먹고 느긋하게 있었다. 투르툭을 떠나기가 너무 싫었다. 정말 내 평생 이 곳에 또 올 일이 있을까? 싶으니 안타까웠다. 우리가 너무 늑장 부리며 안내려오니 운전기사 이스마일이 우릴 찾으로 올라왔다. 서둘러 가자고 재촉하는 이스마일. 그도 그럴 것이 지금부터 레에 가면 거의 밤인데, 조금만 늦게 가더라도 해가 일찍 떨어지는 고로 이스마일 입장에서는 우릴 빨리 데려가야만 했다.


 이스마일이 그나마 찾으로 와서 우리는 거의 12시가 다 되어 레로 떠날려고 짐을 모두 꾸려 내려가려고 하고 하나둘씩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가는데 내가  나갈려는 찰라에 갑자기 주인 아저씨가 오더니 페이퍼 (숙박계) 쓰라고 해서 시간을 더 잡아 먹었다.  에잉~ 이런건 우리 티 마시고 노닥거릴때 주면 좀 좋아. 어쨌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혼자서 터벅터벅 마을을 걸어서 내려와 구름다리를 거쳐 지프로 향했다. 



포스팅후기)
 너무너무 행복했던 투르툭이었습니다.
 좋은 풍경
 좋은 사람들

 저 때의 즐거움을 글로 모두 옮길 수도 없고, 그 풍경들을 사진으로 어찌 옮기겠습니까?

 그저 백분의 일이라도 조금이나마 여행의 즐거움, 투르툭의 아름다움을 여러분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제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 많이 검색해서 들어오실텐데 질문 언제든 댓글로 하시면 되고요, 조금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추천,댓글,공유 부탁바랍니다. 시간 더 내서 www.BADASANAI.com 에도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인파서블 여행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행기입니다. 첫편부터 보시는 것을 강추합니다.
 인파서블 여행기 첫편 링크 클릭 http://nitenday.kr/11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