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46 [인도/라다크] 선택의 갈림길


  레의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아침 햇살, 창 밖의 정원으로 부터 비치는 녹음, 지저귀는 새소리
  이 것이 행복인가 싶다.  갑자기 뜬금없이 지금 이 순간 서울의 어느 비좁은 고시원에 눈을 뜬 누군가에 비하면 나는 축복 받은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며 너무너무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간 레에 머물면서, 판공초도 다녀오고, 누브라밸리도 다녀오고, 초모리리도 다녀오고 여기저기 메뚜기 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은 피로가 쌓인 터라, 일단 오늘 하루는 그냥 아무 것도 안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다녀 온 메인 여행지 3군데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 많은 레 근처의 자잘한 작은 마을들이나 여행지는 지금부터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란 생각이 들어 일단 제외한 상태다. 물론 여행이란 것이 언제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 오늘 하루 쉬면서 생각을 해 본 뒤에, 레에 더 머무를 지, 아니면 스리나가르로 이동을 할 지 고민을 해 볼 터다.

정원으로 나가, 한켠에 맘 편하게 앉아 담배 한대 피우고, 지포라이터의 부싯돌도 갈고, 가스도 채워넣는 여유 넘치는 시간. 평온하다.


  쏘세지도 어느 새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 수와 진이랑 함께 맥주 마시면서 내일 브런치를 함께 먹자고 얘기한 터라,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10시 30분에 밖으로 나갔다. 브런치를 먹으로 갈 장소는 저 멀리 레의 중심가에 있는 라마유르란 레스토랑. 판공초 멤버들과 함께 할 때, 통영애들도 극찬을 했고, 민이가 특히 브런치가 정말 맛나고 양도 많다고 극찬을 했던 터이고, 그 때 당시 밥을 먹으로 갔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고 브런치를 위해 라마유르로 갔다.



 애들을 만나 향하는 길 중간에 강용해 여행사에 들려서 수와 진이의 판공초를 위해 일행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딱히 일행이 있진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강용해 여행사 안에는 한국 사람들로 바글바글, 최저가를 찾아 헤매는 한국사람의 귀신같은 능력은 대단하다.  일단 일행을 구한다는 것을 어필을 하고 우린 라마유르에 갔다. 햇살 좋은 날이라,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네명이서 블랙 퍼스트 셋트 메뉴를 시켜 먹는데 난 아메리칸, 애들은 레귤러, 쏘세지는 에너지 세트를 주문했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 된 것인데. 이 것 저 것 디테일하고 주문하고 기다리다보니 블랙퍼스트가 나오는데, 이름만 다르지 대개 다 구성은 비슷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점은, 내꺼는 콘플레이크가 따로 나와서, 처음에 모두 "우와! " 하면서 부러워했는데, 전부다 비교를 해본 결과 콘프레이크를 제외하면 가장 부실하게 나왔다. 분노의 역류!!!!

 가격이 저렴한 에너지 셋이나, 조금 더 비싸더라도 레귤러가 진리였다.
 
 생각해보니 인건비나 재료비가 저렴한 이 인도란 나라에서, 공산품인 콘플레이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비쌀 수 밖에 없다. 간과했던 사실이다.

밥 먹으며, 이번에 주제는 호주 얘기
 수가 내 블로그를 보고 호주를 갔기 때문에, 호주에서 있었던 얘기 나누고, 나랑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나누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정말 이렇게 여유 넘치는 브런치를 먹는데 한국 돈으로 단돈 2-3천원 내외. 
 하지만 인도 물가로는 비싼 돈이다. 


 느긋하게 밥 먹고 웃고 떠들고 나온 뒤에 우린 밖으로 나와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다.
 발 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며 상점에서 옷이며 악세서리도 구경하고, 시장에서 살구도 사고 돌아다니다가, 큰 서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서점에 가니, 일단 이쁜 엽서들이 눈을 사로 잡았다.
 사람들에게 보내 줄 엽서를 각자 양껏 사고, 책을 구경하는데, 당연하게도 영어로 된 책이 가장 많았다.
 가게 손님들도 대부분 서양여행자들.









 참, 이럴 때 너무나 서양 여행자들이 부럽다. 전세계 어딜 가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책과, 좋은 책들을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되는 라다크 지역이라 그런지 화보집도 많이 보였는데 표지만 봐도 예술이다. 정말 내가 지금 있는 바로 이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란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한참 책 구경하다가 나는 파키스탄 가이드북을 발견했는데, 새책이다 보니 가격이 비쌌다. 인도물가에 익숙해진 지금 무려 2만원이 훌쩍 넘는 론리플래닛의 가격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잠시 고민을 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여행준비가 전혀 안되있고,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황이라, 지금 구매해서 사서 틈틈히 보면서 파키스탄 루트도 짜고, 미리 준비 좀 해볼까 싶었다.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이니 미리미리 좀 챙겨두는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간 여행 경험을 미루어 보건데, 파키스탄 국경을 넘기 전에 들리는 도시 인도의 암리차르에 가면 정말 또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암리차르 자체가 파키스탄과 인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도 있지만 암리차르는 흔히 무지한 이들이 인도하면 떠올리는 터번을 쓰고 다니는 시크교도들의 총본산, 시크교도의 메카로, 황금사원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 그러니 자연스럽게 파키스탄에서 넘어오는 여행자들이 책방 같은 곳에 중고로 파키스탄 가이드북을 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나의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구입해서 짐을 늘리고, 새책을 사기 보단, 암리차르에 가서 중고로 구하면 딱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일단 가이드북 구입을 포기했다.



 책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터라 한참 또 서점에서 이 책 저 책을 살펴보는데 굉장히 재미난 책을 하나 발견했다.

 인도에서 작업한 광고나 옛날 영화포스터 같은 걸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글은 거의 없고 사진만 있는 책이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색적인 인도 느낌 나는 디자인이 한가득. 내가 만약 디자인 관련일을 한다면 반드시 샀을 것이고, 돈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였더라도 반드시 샀을 텐데, 돈 때문에 가이드북도 안사는 마당에, 그저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애들한테 이 책 보라고 하는데, 수가 책을 보더니 " 형 진짜 이 책 대박인데요 " 이러더니 " 전 살래요 " 이러면서 책을 구입. 아! 호주에 있다 와서 정말 ㅋㅋㅋ 돈을 펑펑!

 호주에 있다가 한국에 와도 돈이 돈 같지 않은데, 인도는 오죽 할까.
 게다가 수랑 진이랑 둘이서 만날 "저희는 인도에 돈 쓰러왔어요~ " 이러는 애들이라 ㅋㅋ

 
 한참동안 서점에서 즐겁게 구경을 한 뒤에, 애들이 갑자기 술을 산다는 것이다.
 진이가 " 오빠 때문에 짜파게티도 오랜만에 잘 먹고, 소주도 맛있게 잘먹었으니까 제가 술 살게요 "
 이러면서 술을 사러가서 맥주를 한박스를 샀다. 통 큰아이들....ㅎㄷㄷㄷㄷ


 낮술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미고에 가서 맛있는 안주 시켜놓고 맥주를 먹자고 의견이 모아져 우린 아미고로 가기로 했다. 무거운 맥주 한박스를 그 곳 부터 아미고까지 들고 가야되는데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일정 지점까지 들고가는 내기를 했다.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시작하는데 수와 진이 둘이서 계속 걸려서 결국 아미고까지 수와 진이 둘이서만 번갈아가며 들고 갔다. 너무 웃겼다.

 맥주 가지고 가다가, 늘 있는 길 목에 헤나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쏘세지가 헤나 받고 싶다고 해서,쉴겸해서 거기에 앉아 다 같이 쏘세지 헤나 받는거 구경하는데, 여길 그렇게 많이 왔다갔다 해도 한명도 하는 모습은 못봤는데 쏘세지가 하고 있으니 온 갖 사람들이 와서 다 구경한다. 서양아줌마나 아저씨들이 이제 뒤늦게 DSLR열풍이 부는지 dslr로 엄청 헤나 하는 모습을 찍고 간다. 썅놈들 지네 애새끼들 사진이나 지네 사진 찍을려면 온갖 프라이버시 초상권 타령하는 잡것들이. 암튼 서양새끼들 존나 씹선비질은 알아줘야된다. 맘에 안들어.

 영어 안썼으면 굶어죽었을 젓가락질 못하는 병신새끼들










 아미고에 가서 생각해보니 맥주가 그리 시원하지 않아서 아미고에 술을 맡겨두고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한뒤에 우리는 맥주가 좀 시원해지면 그 때 먹자고 의견을 모으로 일단 밖으로 나와 만남의 광장 같은 강용해 사무실로 갔다.

 강용해 사무실은 역시나 한국사람들로 바글바글, 스리나가르 행 지프를 기다리는 (오후에 떠남) 사람들도 있고, 두리안도 또 거기에 있다. 두리안은 판공초 일행을 구하고 있었는데 진이와 수는 두리안은 아예 일행에서 제외한 상황이라 물어 보지도 않는다. 아니 사실 두리안도 알고 있었지만 개도 자기 싫어하는 사람을 알텐데 사람이 모를리가 만무 두리안도 같이 간다거나 하는 얘기를 아예 꺼내지 않는다.

 
 진이와 수의 판공초 일행을 구하며 오가는 한국 사람들과 노가리 까고 그렇게 있었다.  잠깐 저녁 메뉴 뭐 먹을까 하다가, 닭도리탕이랑 맥주랑 같이 먹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오피스 밖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고 있는데 갑자기 슬며시 진이가 내 옆에 와서 묻는다.

 


 " 오빠 판공초 한번 더 갈래요? "
 " 엥? "
 " 어젯밤에 수 오빠랑 둘이서 얘기 해봤는데 우린 솔직히 다른 사람 끼는 것보다 그냥 우리 둘이 가는게 편해요 "
 " 그래도 돈 아깝잖아.. "
 "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어차피 우리 둘이서 가는 것 보담은 오빠랑 갔으면 해요. "
 " ....... "


 " 돈은 저희가 낼 테니까 오빠는 그냥 가요. 우리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요 "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마침 수가 닭도리탕 예약 해놓고 음료수 사온다며 잠시 쏘세지와 자리를 비웠는데. 진이는 계속 같이 가자고 얘기한다.


 " 저도 그렇고 수오빠도 그렇고 그렇게 사람들한테 막 목매다는 스타일이 아닌데, 아시다시피 돈 때문에 굳이 맘에 안맞는 사람들이랑도 가기 싫고 그래서 그러니까 같이가요 돈 내줄테니까 "
 " 아..진짜 난감하다.. 근데... 멋있긴 한데 일주일 전에 다녀왔는데 또 간다는게... "
 " 에이~ 오빠 진짜 멋있다면서요! 또 안 보고 싶어요? "
 " 아니 또 보고 싶기야 하지만 그래도.. "
 " 정말 수 오빠도 사람들한테 안그러는데 오빠 진짜 좋아해요. 둘이 있을 때 오빠 얘기도 많이하고.. 우리랑 안놀고 싶어요? "
 " 아..왜 그러냐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을 줘 "
 " 같이 가요! 오빠. 잼나게 해줄게요! 우리 재밌게 한번 놀아요. 판공초도 한번 더 보고 얼마나 좋아. "

 
 마침, 수랑 쏘세지가 돌아왔다.
 
 진이가 수에게 " 오빠오빠 내가 지금 경무 오빠 꼬시는데, 오빠도 거들어 봐 "
 그러자 수가 " 형 가요 진짜, 우리 가서 양 한마리 잡아 먹어요 " 라고 하는데 진심이었다.


 정말 얘네 돈 쓰는 폼을 보면 양 한마리 잡을 기세.  말 뿐인 애들이 아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 쏘세지한테도 얘기를 한다. 같이 가자고  진이가 계속 끊임 없이 얘기한다.


 " 오빠. 우리 4명이서 장 봐서 또 가서 맛난것도 해먹고, 판공초 좋다면서요 이번엔 아예 2박 3일로 가서 정말 원없이 놀다 오자고요, "

 
 정말 미치는 제안이었다.  대박인 제안이었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판공초가 너무나 좋긴 했지만, 과연 1주일만에 또 갈만할 것인가. 아직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데, 그냥 그 행복감을 간직하는게 좋지, 또 가서 괜히 이제는 식상한 느낌으로 판공초의 느낌을 옅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2박 3일. 왔다갔다 준비 기간까지 하면 그 시간을 새로운 다른 곳에 보낼 수 도 있는데.  일정이 꼬이면 파키스탄은 또 언제들어가나, 일정이 괜찮을까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수 많은 고민,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정말 판공초가 아니라면 고민도 하지 않을 제안이었지만
 상대는 판공초,
 그리고 수와 진이.

 
 또 보고 싶은 마음, 즐기고픈 마음 vs 일정이나 기타 여러문제

 쏘세지는 어느새 마음이 살짝 기운듯 했다. 쏘세지는 자기는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지만 가고 싶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상태. 애들의 뜬금없는 제안으로 인해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왔다. 정말 머리가 아파서. " 일단 생각해볼게 " 라고 얘기하고 대화를 피했는데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간다면 판공초를 1주일 정도 만에 또 가는 것이고, 그 것도 2박 3일로.  아.. 일정도 일정이지만, 가장 걱정 되었던 것은 식상함이었다.


 마날리에서 레에 올 때 그 풍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레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제 더이상 풍경을 보면서 감탄을 내뱉는 일은 줄어든 상태. 그러다보니 판공초를 지금 괜히 가서 판공초도 지겹고,식상한 느낌을 받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판공초를 또 보고 싶은 마음, 애들과 놀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고 있었다.   정말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나는 선택을 했다.



 " 그래 가자. 판공초 "
 그러자 애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 우리 장보러 가요 " 이러면서 수와 진이가 갑자기 막 들떠서 난리다.
 그리고 진이는 강용해 사장에게 가서 내일 판공초 2박 3일로 간다고! 얘기하면서 멤버 얘기하니까 강용해 사장이 날 보며 두번째 가는 거잖냐고 얘기한다. 나도. 그래서 나 처럼 두번 가는 사람 있느냐 물으니 " 니가 처음 " 이런다.

 " 근데, 나 퍼밋 기간 지나서 또 받아야 될 텐데, 낼 출발 못할텐데 "
 그러자. 강용해 사장이 연장 할 수 있다며 자기가 처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드디어 두번째 판공초 행이 결정되었고, 애들은 돈을 지불했다. 지불하면서 수가 강용해 사장에게 " 양 잡고 싶은데, 판공초에서 양잡을수 있어요? " 묻자. 강용해 사장이 " 잡을 수는 있는데.. 너네 끼리 못먹어 30킬로는 족히 될텐데.. "

 가격을 들어보니 생각보다는 저렴했고, 수나 진 둘이서도 얘기듣더니 진짜 잡아야겠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걸 잡아서 누가 먹나.
 암튼 수는 진심이었다. 강용해 사장한테 부탁해서 마을 사람에게 양 잡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강용해 사장이 자기가 연락하기는 힘들고, 직접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강용해 사무실 안에 다른 한국인들, 두리안을 포함. 어안이 벙벙
 특히 판공초를 보지 않고 레를 떠난다는 (이미 스리나가르 행 혹은 마날리 행 지프,버스를 예약한) 사람들은 정말 그 표정이 볼만 했다. 얼마나 멋지길래 또 가나. 게다가 두리안은 판공초 일행을 알아보고 있었으니 더욱더 그 마음이 그럴터...

 두리안이 나에게 " 판공초 또 가시는거에요? " 묻는데, 뭔가 말투나 표정에 씁쓸함이 배어 나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뜬금없이 내일 판공초 행이 결정되어, 결국 장을 보기 위해 레 중심가에 있는 마트로 갔다.
 가면서 내일 뭐 해먹을까, 판공초에서 이번에 뭘 해먹을까 계속 먹는 얘기.

 먹는거면 일가견 있는 4명이서 모여있으니, 그것도 이제 다른 사람들 신경안쓰고 딱 4명만 있으니 진짜 난리가 났다. 가면서 대충 메뉴를 결정했는데 내가 호주에서 2년 살면서 는건 파스타 만드는 거 밖에 없다고 얘기한터라, 파스타를 해먹기 위해서 파스타 재료를 구입하는데 외국인들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재료가 얼추 다 있었다. 그런데 거기엔 또 뜬금없이 신라면이 있었는데 정말 대발견이었다. 우리 모두 신라면에 흥분. 신라면 까지 구입하는데 신라면 보고 호들갑 떠는 우리 모습을 보고 장을 보던 인도 아줌마들이 와서 

 " 이게 뭔데 "
 " 한국라면, 누들 "
 " 맛있어? "
 " 존나 맛있음 "
 이러니까 아줌마들이 신라면을 한팩씩 장바구니에 넣는다.

 농심 보고 있나? 
 
 어쨌든 통 큰 아이들이 몰려있으니 정말 신나게 장을 보는데, 이번엔 수가 또 엄청난걸 발견하는데, 인도여행은 늘 고기에 목이 마른데, 수가 덴마크 산 스팸통조림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먹고 싶으니 정말 비쌌다. 공산품이다보니 뭐 이건 인도에서 10끼도 넘게 먹을 돈이 그 하나 가격만큼이었다.  애들이 모두 말려서 수가 아쉬워하며 내려놓고. 우린 정말 말도 안되게 미친듯이 장을 봤더니 토탈 2500루피의 장을 봤다.

 한국 돈으로도 5만원돈이고, 인도물가로 치면 거의 25만원치 정도 장을 본 느낌?!

 그나마도 뒤늦게 알았는데 마트에서 나오는데 수랑 진이는 또 따로따로 장을 봤다. 얘넨 진짜 돈 쓰러 왔다. 
 수는 아까 그 덴마크산 햄을 가져왔고, 진이는 또 온갖 군것질 거리를 샀는데, 정말 빵터졌다.

 못 말리는 아이들이다.

 장 본 걸 보면 정말 먹다 끝낼 분위기. 마트에 호일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나는 아예 큰 박스로 포장된 장 본 식재료들을 지키기로 한 사이 애들은 호일이랑 컵라면이랑 이것저것 또 사러가고 나는 마트 앞에 앉아 혼자 멍때리고 있는데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떠돌아 다닌다.    정말 이게 잘한일인가 싶고, 돈 아껴써야 되는데 장 보는건 양심상 뿜빠이를 해서 돈을  한번 더 뽑게 생겼다. 돈도 걱정, 일정도 걱정. 에휴  이미 결정된 일인데, 참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애들이 한참후에 돌아오는데 또 손에 뭔가 바리바리. 정말 쟤네 그냥 냅뒀다간 레를 살 기세다.  장을 다 본 후에 우리는 아미고로 향해 예약해놓은 닭도리탕을 먹기 위해 갔는데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닭도리탕에 시원하게 해놓은 맥주를 먹을 기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맥주가 하나도 안시원하다.  늘 그렇듯이 정전이 잦은 레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정전이었다고. 맥주가 덜 시원하다. 
 그렇지만 닭도리탕에 맥주를 마시며, 오늘 장보면서 있었던 웃긴 얘기, 판공초 또 가는 얘기를 하며 미친듯이 웃고 떠들며 놀았다. 


 우리는 이번엔 아예 짐을 숙소에 맡기지 말고, 짐을 다 싸서, 그냥 가져 가자고.  그렇게 의견을 모으고, 그렇게 결국 4명은 판공초에 함께 가게 되었다.   나의 두번째 판공초 행은 이런식으로 결정이 되었던 것이다.   과연 오늘의 결정들이 앞으로의 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땐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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