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61 [파키스탄/여행기] 무작정 북쪽 땅으로!
아침에만 해도, 인도 암리차르였지만 어느새 우리는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와가에서 대도시 라호르에 왔다. 아무 정보도 없었지만 천사 같은 분을 만난 덕에 너무나 편하게 이 곳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라호르에서 다시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라호르 대우 버스 터미널에 와있다.
[ 불과 몇시간만에 인도 암리차르에서 파키스탄 라호르, 천사같은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아타리/와가 쪽에서 엄청 헤매고 있을 듯 ]
낯선 두 동양인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비 오는 터미널, 바깥쪽에는 대합실이 있었다. 따로 벽이나 문도 없이 야외에 있었지만 비를 피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일단 한켠에 배낭을 세워두고 우리는 곧장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가는 버스표를 끊기 위해 움직였다. 역시 쏘세지가 배낭을 지키고, 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쳐다본다. 여전히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한 듯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들어가 바로 보이는 사람에게 "티켓? " 이라고 물어보니 손으로 가르킨다. 그 쪽으로 향하니 매표창구가 있었다. 매표 창구로 가서 " 가장 빠른 이슬라마바드 표 " 라고 말하자. 표를 끊어준다. 건물 내부도 엄청 깔끔하고 시설도 인도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설비가 잘 되어있다. 인도보다 훨씬 더 못산다더니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 내가 예상한 파키스탄과는 조금 달랐고, 국경을 넘은 직후 봤던 그 허접함과도 달랐다.
표 2장을 확인후 돈을 지불하려고 잠시 표를 확인하는데, 출발지인 라호르를 알리는 Lhr은 알겠는데 이슬라마바드랑 전혀 상관없는 RWP가 적혀있다.
" 이슬라마바드 표 줘.. "
" 응 이거 라왈핀디 가 "
" 아니 씨발 나 이슬라마바드 표 달라고 "
" 라왈핀디가 이슬라마바드야 "
" 무슨 소리야 이슬라마바드 표!! "
존나 답답해졌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맞는 말이다.
라왈핀디는 옛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현재 수도. 그런데 그 거리? 구역이란것이 서울로 치면 종로-강남 정도 거리나 될까? 그러니까 분명 다른 도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같은 도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예로 들면 서울가는 비행기 티켓 달라고 했는데 김포공항으로 끊어줬더니 왜 서울공항이 아니냐고 따지는 격이었다. 정말 얼굴이 붉어졌다. 여행 준비를 워낙 안하다보니 이것 조차도 몰랐다. 그냥 수도가 이슬라마바드 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라왈핀디의 존재는 몰랐다. 나중에 이 얘기를 한국여행자들한테 하니까 빵터지더라.
다시 정리하면 라왈핀디 구 수도, 이슬라마바드 신 수도, 하지만 두 도시의 거리는 종로/강남 정도로 가까움
[ 암리차르-라호르로 넘어와 현재 라호르 대우 버스터미널. 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는 저렇게 가깝다. 난 그것도 모르고 이슬라마바드 달라고 했는데 라왈핀디 준다고 지랄지랄 ㅋㅋㅋㅋ 무식한놈이 용감하다 ]
어쨌든 라왈핀디 행 버스는 1시 버스다.
그리고 이 때의 현지 시각이 12시 55분. 5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일단 다시 밖으로 나와 외부 대합실로 향했다.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쏘세지에게 표 끊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음으로 빵터지고, 나는 짐을 잠시 지키고 쏘세지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먹을 것 좀 사오겠다고 쏘세지가 이번엔 건물 안으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티켓을 주변 사람에게 보여줬다. 라왈핀디가 맞는지, (적혀있어도 불안해) 이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 등등을 물어보는데 친절히 알려준다. 잠시 기다리면서 숨을 돌리니 조금씩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파키스탄에 온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옷차람이 완전히 무슬림들로 바뀌었다. 여자들도 인도여자들보다 훨씬 더 이뻤다. 중동여자들 느낌이다. 서양백인과 동양의 조화를 이룬 미녀들이 넘쳐난다. 기다리면서 정말 말도 안되게 이쁜 여자를 봤는데 남편은 그냥 무슨 드워프 처럼 생겼다. 여자는 정말 연예인 해도 될 것 같은 수준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100% 연예계로 갔을 것 같은 아름다움이 뿜어져나온다.
그리고 쏘세지가 좀 있다 돌아왔다. 손에 자기의 군것질 거리들과 내가 먹을 빵하고 음료수를 가져왔는데 핫도그,피자빵 같은 것이었다. 내 취향도 너무나 잘 안다. 쏘세지는 이걸 사면서 자기가 물가 계산을 해봤다고 한다. 아무래도 인도에서도 끊임없이 군것질을 한터라 온갖 물건들의 가격을 잘 알고 있는 쏘세지였기 때문에 인도가격이랑 파키스탄 가격이랑 잘 비교를 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계산해보니 파키스탄 돈 액수는 딱 인도액수 2배라고, 인도 10루피가 파키스탄 20루피 그러면서 벌써 머릿속에서 계산이 다 끝낸듯 했다. 이로서 파키스탄에서 바가지 당할 염려가 많이 줄어들었다. 물가 파악이 생각보다 빨리 되었다. 나 혼자였더라면 한 1주일은 눈탱이 쳐맞아가며 깨달았을텐데, 역할 분담이 너무나 잘 된다. 역시 이대 나온 여자. 수학 잘 한다더니 정말 셈이 엄청 빠르다.
잠시 앉아 버스 기다리면서 나는 쏘세지가 사다준 빵을 먹는데 꿀맛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뭔가를 먹는 것이니.. 더욱 꿀맛이었다.
1시가 넘었는데도 버스가 오질 않는다. 대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아직 안왔다고. 오면 알려주겠다고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좀 더 확실히 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대우 유니폼만 입은 사람만 보면 다 물어봤다. 꼭 알려달라고. 버스는 놓친것 같진 않고 연착된듯, 기다리면서 자리에 앉아 쏘세지랑 파키스탄 첫인상 이야기 하는데, 꽤 맘에 드는 느낌?!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다. 쏘세지도 파키스탄 오기전에 정말 걱정을 많이했는데 기우였다며 좋아한다.
잠시 파키스탄 첫인상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버스가 왔는지 직원이 와서 버스가 왔다며 알려준다. 그래서 짐을 가지고 버스로 향했다. 버스에 짐 싣는 것도 체계적으로 태그까지 붙여서 안전하게 싣는다. 그리고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 상태도 좋다! 거의 막판에 표를 끊어서 역시 자리는 또 맨 뒷자리다. 잠시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올라타기 시작하는데 다들 제법 돈 좀 있어보이는 사람들 같다. 버스표 가격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싼 버스는 아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대우버스는 맨 처음, 한국의 대기업 대우에서 도입한 것이다. 대우가 한참 잘 나갈 때, 파키스탄의 도로들을 대우에서 깔았다, 고속도로를 대우에서 깔았으니 뭐 고속도로 상태는 말안해도 비디오.
그리고 더불어 고속버스를 도입하는데 역시 대우는 짧은 시간안에 업계 최고를 차지하는데 그 비결은 바로 프리미엄 서비스였다. 대우는 파키스탄에 없던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서 먹을것도 나눠주고 (태국버스처럼) 무엇보다도 완전히 달랐던 것은 바로 버스 안내양의 도입이었다.
무슬림 국가로 여성의 사회적진출이 제한적이고 더군다나 여러 사람을 마주해야 되는 이런 서비스 직종에 여자가 근무한다는데 처음에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곧 파키스탄 젊은 여성들에게 대우 버스 안내양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른바 지금 외모 좀 된다하는 여자들이 스튜어디스를 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 대우버스는 나중에 한국의 대우가 날라간뒤에도 꾸준히 이렇게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며 대우 버스 (실제 자동차든, 버스여객회사든 )라는 이름은 프리미엄 그 자체다.
이런 대우버스에 올라 잠시 신기해하며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두 타고, 안내양까지 탔다. 완전 신기!!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한 남자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버스에 올라 승객들 얼굴을 하나하나 찍기 시작했다. 테러가 일상화 된 곳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절차리라, 일일이 한명씩 비디오로 얼굴을 모두 촬영한 뒤, 그 남자는 버스에서 내리고 이제 버스는 본격 출발. 버스는 승차감 좋게 미끄러지듯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비 내리는 라호르를 좀 달리고 이내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대우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정말 고속도로 상태가 너무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가 자국의 기술로 고속도로를 깔았다면 여기는 한국의 대우가 만든 고속도로이니 당연할 수 밖에. 뭔가 괜히 뿌듯한 느낌도 들고 그랬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버스 안내양이 돌아다니면서 음료수,물을 나눠주고, 작은 박스를 나눠준다. 이 박스 안에는 간단한 먹을 거리가 들어있었다. 옆에서 쏘세지는 피곤했는지 또 자고 있어서 혼자서 박스를 열어 먹는데 샌드위치랑 과자 같은게 들어있는데 샌드위치 맛도 꿀맛이고 좋다. 음료수도 끊임없이 리필! 신난다. 귀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음악과 창 밖으로 펼쳐진 익숙한듯 하면서도 낯선 파키스탄 풍경. 최고다.
대도시인 라호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의 풍경은 그냥 대자연이다.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개발이 덜 되어있는 느낌. 어느 큰 강이 지나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의 모습은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가며 바라본 어느 시골 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낙후된 느낌. 초가집 느낌이 나는 옛날 방식의 집들과 유니폼을 입은듯 남자는 흰색 무슬림 옷을 입고 있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 한 풍경.
그런 풍경을 지나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휴게소였는데 휴게소에 들어가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인도의 흔한 휴게소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정말 휴게소의 모양새를 갖춘 휴게소임은 물론이거니와 눈 앞에 간판에 KFC,서브웨이같은 이름이 보이는거다. 대박이다!!!
쏘세지를 깨워서 버스에서 내려서 보는데 정말 깔끔한 휴게소며 패스트푸드 가게들이 있는 모습에 쏘세지는 완전 함박웃음. 우리는 점점 파키스탄이 좋아진다며 난리. 휴게소 쪽으로 향하다가 잠시 또 다른 버스에서 내린 한국인 두명을 만났는데 딱 느낌이 현재 주재원느낌. 가볍게 인사나누다가 여행 중이라는 말에 또 깜짝 놀라며 " 이런데 무슨 여행을 와요 " 라며 신기해 한다. 그리고 난 뒤 우리 둘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야외에서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들도 진짜 많이 팔았는데 정말 굳이 KFC나 서브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신나서 뭘 먹을지 고민을 했다. 진짜 파키스탄이 좋아지려고 한다.
음식 가격도 저렴하고 심지어 담배를 사는데 담배 값도 싸다. 천국이다. 간단하게 담배사고 60루피. 계란샌드위치70루피에 샀다.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쏘세지에게 아까 받은 런치박스 건네주자. 일단 런치박스부터 뜯어서 먹기 시작하는 쏘세지. 맛있다고 난리다. 우리 둘은 계속 파키스탄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다면서 같은 나라였지만 이제는 다른나라가 된 인도와 계속 비교했다. 새롭다. 새로운 세상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아까 사둔 샌드위치도 먹으면서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달려 대우가 잘 닦아 놓은 그 도로의 끝.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더 정확하게는 라왈핀디에 도착했다.
일단 도착은 했는데 도착하고 났더니 개막막하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정말 가이드북은 필수다. 아니 가이드북이 없더라도 열심히 여행 준비를 해야 한다. 아니 이건 뭐. 터미널 밖으로 나가면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라왈핀디 어느 지역에 가서 머물러야 할 지도 알 수가 없고. 돌아버릴 지경. 일단 버스에서 내려 짐을 찾고 우리는 역시 대우버스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대합실이 있고 티켓 창구도 있다.
라호르의 터미널이 훨씬 더 큰 느낌! 우리는 일단 대합실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또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슬라마바드에 가면 뭔가 어떻게 일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도 정보가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막막함의 벽에 부딪혔다.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이 곳에서 뭘 봐야 되는지. 뭐 쥐뿔 아는게 개코도 없으니 말이다.
정말 너무 막막했다. 파키스탄에서 알고 있는 것이라곤 도시이름 몇개와 도시의 대충의 위치 뿐이었다. 라왈핀디/이슬라마바드도 제대로 몰랐으니 당연한거다. 일단 가이드북이 가장 필요하지만 하다 못해 지도라도 있어야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대합실 안에 있는 신문판매대가 있길래 그리로 향하니 책도 팔고 있다. 정말 혹시나 해서 '파키스탄 지도'를 달라고 했더니 지도가 없다고 한다. 정말 막막하다.
" 아..그냥 우리 훈자까지 쭉 달릴까? "
" .........."
" 생각해보니 라호르나 여기나 우리가 아무 정보 없는건 매 한가진데.. ."
" 그건 그래.. 그래 오빠 우리 훈자 가자 "
" 응. 그럼 내가 표라도 좀 알아볼게 "
그리고 대우버스터미널 티켓 창구에서 나는 훈자가는 표가 있냐고 물어보니 청천벽력 날벼락. 대우버스엔 훈자행 버스는 커녕 훈자 근처의 길깃트까지 가는 버스도 없다. 절망스러워할려는 그 순간이었다. 다시 또 뜬금포로 그 창구에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하고 있던 파키스탄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대우버스터미널은 파키스탄 라왈핀디 이남 지역만 운행한다. 나는 그걸 모르니 동서울버스터미널 가서 제주도 행 버스 좀 달라고 한 격, 뜬금포 ㅋ ]
" 너 지금 훈자갈려고 그려? "
" 네... "
" 훈자가는 버스는 여기서 안팔어, xxx에 가야돼 "
" 아 진짜요? "
" 내가 여기서 지금 버스표 끊고 안그래도 또 그 터미널가서 표를 끊어야 되는데 내가 데려다 줄게 "
아저씨의 뜬금포 천사 발언이었다.
도대체 오늘 무슨 날인가. 진짜 뭐지...
쏘세지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어떻게 갈래? 저 아저씨 따라서? 난 괜찮은 느낌인데.. 넌 어때? "
" 나도 별로 상관없을꺼 같은데.. 지금 여기서 막막한 것 보다는 낫지 "
" 그래 가보자. "
사실 여행자에게 이럴 때가 가장 딜레마이다.
여행지에서 사고가 나는 이유는 호의와 사기/강도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데 수 많은 여행에서 나는 이런 많은 경험속에서 나름 감을 터득했다고 할까. 어쨌든 이 때의 감은 이 아저씨는 진짜 도움을 주려는 아저씨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때는 이 감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막막함도 있었고, 감도 좋아서 결정했다.
조금 기다리니 아저씨가 티켓을 한움큼 끊고나서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아저씨가 " 내 고향이 훈자야. 훈자 참 아름다운 마을이지 " 이러면서 말을 건넨다. 그리고 차가 주차되어있는 주차장으로 가니 또 한명의 사람이 있었다. 운전기사인듯 했다. 뭐.. 늘 그렇듯이 여행자의 감이란게 참 중요한데 이 아저씨에게서는 큰 나쁜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별로 불안한 마음도 들지 않아 차에 배낭을 싣고 우리는 그 차에 올라탔다.
차는 어디론가 한참을 달리는데 낯선 도시. 낯선 도로는 방향감을 잃게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말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거대한 쇼핑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METRO라고 적혀있는 큰 마트, 그리고 그 앞에 작은 터미널.
아저씨는 " 저기야. 저기서 훈자가는 티켓을 살 수 있어 "
이러는데 황당했다. 정말 우리끼리 였다면 이 구석진 여길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
일단 차에서 내려 창구로 향했다. 사람도 없고 그냥 작은 창구들만 있었는데 그 곳에 물었다.
" 길깃 가는 버스 있어? "
" 응 있지.. "
그런데 옆에서 그 새 따라온 그 파키스탄 아저씨가 " 너 훈자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
" 훈자까지 가는 다이렉트 버스가 있어요? "
" 있지.. "
대박이었다. 아저씨가 나 대신에 창구에다가 훈자가는 티켓 달라고 했다. 훈자가는 티켓이 있다. 외국인이라 여권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까 휴게소에서 만난 한국아저씨들이 재수 없으면 못갈수도 있다고 요새 사건사고가 많아서 외국인을 태우지 않는 버스들도 많고 가더라도 검문소에서 못들어가게 막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다행이도 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 외국인 잘못하면 못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건 아니죠? "
" 아냐 괜찮아 "
두명의 여권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차에 가서 쏘세지 여권을 받아들고 창구로 와 티켓을 끊는데, 파키스탄 아저씨가 돈을 내려고 하는거다. 어휴!! 안돼 안돼! 겨우 돈을 내서 티켓을 끊었다 하마트면 이 아저씨가 끊어줄뻔. 훈자행 티켓을 구해서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훈자가는 티켓이 있을 줄도 몰랐고, 구할 줄도 몰랐는데 정말 은인을 만났다. 훈자행 버스는 9시 출발이다. 기분 좋게 쏘세지에게 와서 훈자행 버스표를 끊었다고 말하니 쏘세지도 활짝 웃는다. 다행이다. 이제 끝이구나 싶어서 차에서 내릴려는데 아저씨가 차에 타라는거다.
왜지?
왜 타라고 하지. 뭐가 아직 남았나.
일단 고맙고해서 군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는 다시 또 어디론가 한참을 달리는데 역시 수도는 수도인 모양 꽤 대도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전력사정이 많이 안좋은 듯 도시는 복잡하지만 어두웠다. 그리고 이 도시는 삐까뻔쩍한 대단한 건물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복잡하고 어지럽다. 그런 낯선 풍경 속에서 차를 타고 한참 가서어느 골목에 접어들었다. 큰 도로가 아니라 비좁은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시장통이었는데 도대체 또 여긴 어딜까 싶다. 현지인들로 가득한 시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정말 거대하고 복잡한 버스터미널. 이 버스터미널은 PIR WADHAI 피리 와다이 버스터미널이었다.
여길 왜 데려왔나 의아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 여기서 타면 8시 30분에 출발해 " 라며 알려준다. 알고보니 아까 티켓을 끊은 곳에서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할게 없고 밥도 못먹고, 게다가 버스시간도 이 곳에서 출발을 하고 거기에 도착하는지라 9시쯤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아저씨의 친절한 배려였다. 이 곳에서 기다리며 먼저 버스를 타서 좋은 좌석에 앉고, 밥도 먹고 편히 쉬라는 엄청난 배려.
아저씨의 의중을 알고 우리는 차에서 배낭을 가지고 내렸다. 배낭을 꺼내고 나서 잠시 있으니 어안이 벙벙, 정말 크고 복잡한 버스터미널이었다. 뭔가 체계가 잡힌 것도 아니고 그냥 카오스. 수백대는 족히 되보이는 수 많은 버스들이 어지럽게 주차되어있고, 인파들까지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아저씨가 사라졌다. 아저씨가 사라진 자리에 나와 쏘세지 둘만 남아 서서..
" 오빠 근데 너무 고마운데 이 아저씨 어디 갔데. "
" 그러게 어디간거지.. "
" 그나저나 정말 여긴 카오스다.. "
이러고 있는데 아저씨가 환한 웃음으로 나타나더니 " 너네가 타고 갈 버스 찾았어. 따라와! " 이러면서 우리를 안내한다.
정말 여기의 수백대도 넘는 버스로 가득찬 그 가운데서 우리가 헤맬것을 예상하고 버스까지 찾아준 것이다. 정말 미친듯한 친절이다. 이런 친절은 시리아 이후 처음이다. 아저씨를 따라 버스들 사이사이로 한참을 가니 낡고 큰 버스가 한대 서있다. 아저씨는 이 버스라고 알려주면서 위에 마침 짐꾼들이 짐을 올리고 있으니 배낭을 먼저 올리라고 한다. 그래서 배낭을 버스에 올렸다. 그리고 아저씨는 우리에게 " 이제 그냥 편하게 쉬다가 버스 탈 시간 되면 버스 타고 가면 돼! " 이러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아 무슬림 형님!!!
다시 버스터미널 건물 근처로 오니 식당들도 보이고, 이것저것 파는 상점들도 있고, 작은 각 회사별, 지역별 버스사무실도 보인다. 너무 고마워서
" 뭐라도 대접할려고 하는데 같이 밥이라도... "
그러자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거듭 사양한다.
옆에서 쏘세지가 " 아.. 어떻게 해 너무 미안한데..음료수라도 사야되겠어 "라며 슈퍼마켓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저씨는 또 따라들어와서 아직 파키스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보다 먼저 냉장고로 가서 음료수 4개를 꺼내어 가지고 나온다. 그러더니 또 계산할려고 난리. 정말 이것까지 아저씨가 사게하면 정말 너무 미안해져서 정말 겨우겨우 뜯어 말려서 음료수를 사서 대접했다. 잠시 슈퍼마켓 앞에 서서 음료수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아저씨에게 연락처 받아적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지간 하면 이번 여행 들어서 현지인들과 사진을 잘 안찍는데 이건 뭐 안찍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사진을 찍고 난 뒤, 다시 한번 우리가 타고 갈 버스 회사 NATCO. 나트코 버스 관계자에게 우리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거듭거듭하고 쏘쿨하게 차를 타고 휙 가버렸다.
미쳤다. 진짜.
파키스탄 미쳤어
처음보는 우리에게 이런...
그 사람이 가자, 나트코 버스 관계자가 대합실 안에 들어와서 쉬라고 자기가 버스 출발 할 때 되면 알려주겠다고 한다. 어이구... 진짜 고마운 사람들.
잠시 대합실안에 있다가 우리는 허기가 져서 밥이라도 좀 먹고 출발하자고, 근처 적당한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여느 인도나 태국의 시스템처럼 반찬을 골라 먹는 시스템이었는데 입구에 정말 많은 종류의 맛나보이는 음식들이 있었는데 일단 하나 젤 맛있어 보이는 걸 시켜서 먹었는데 정말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다. 파키스탄 음식까지 맛있다. 미추어버릴 듯.
인도/파키스탄 음식이 비슷한데 특유의 그 느끼함이 있어서 고추 혹시 있으면 좀 달래서 고추도 아삭아삭 먹으면서 한끼를 맛있게 때웠다. 그리고 우리는 대합실로 다시 돌아가서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릴려고 있는데, 쏘세지는 씻고 온다며 화장실로 가고 혼자 멀뚱히 앉아있는데 한 파키스탄 할아버지가 말을 건다.
" 안녕하세요 "
" 헐..한국말. 하세요? "
" 네. 한국에 살았었어요 "
" 아...어디서요 "
" 네 영등포에 있었어요 "
" 와..우리집 근처다. 와 한국말 엄청 잘하시네요 "
" 조금 해요. 어디가요? "
" 훈자가요 "
" 아~ 훈자. 훈자 참 좋죠. 저는 길깃까지 갑니다 "
파키 할배랑 한참 이야기 나누고 있으니 쏘세지가 온다. 쏘세지는 할배의 유창한 한국말을 듣고 깜놀. 덕분에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할배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친목질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버스시간. 나트코 버스관계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버스 출발하니 가서 타라고 알려줬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정말 친절하다. 무슬림 짱!
버스에 도착해서 좌석이 어딘지 헤매는데 버스기사가 제일 좋아보이는 좌석인 맨 앞자리 자기 운적석 뒷자리인 1,2번 자리를 준다. 제일 칸도 넓어보이고. 대박.
이런 편의를 보게 된 것도 전부다 Aziz아지즈(아까 도와준 그 파키아저씨)가 신경써준 덕이었다. 짐도 이미 실어놓았겠다 우리는 편하게 버스에 올랐다. 사람들로 조금씩 가득차기 시작하는 훈자행 버스. 여기 모든 사람들이 훈자로 가는 사람들이구나. 사람들은 분명 지붕에도 참 많은 짐을 싣고, 버스안에도 어마어마한 짐들을 가지고 탔다. 오랜만에 대도시와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구입해서 훈자로 향하는 느낌이다. 온갖 물건들이 다 있었다. 전기 발전기,양수기 같은 물건들은 기본. 온갖게 다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한참동안 짐을 싣고 난 뒤, 정확히 8시 30분이 되어 출발을 했다.
어두운 버스터미널을 빠져나가 혼잡한 어둠이 가득한 도시안을 돌았다. 가로등이 잘 되있질 않으니 어두운 도시의 밤은 묘하게 이국적이고 낯선 풍경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아까 내가 훈자행 표를 끊었던 그 작은 버스 터미널.
여기서 9시에 출발한다 했지. 정말 이 아저씨가 우리를 피리 와다이 버스터미널에 데려다 준 것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정말 다시 봐도 여기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짐도 일찍 올리고, 자리도 좋은데 잡고, 밥도 먹고. 편히 쉴 수 있었던 배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고마웠다. 그리고 정확하게 9시에 버스는 출발했다. 어두운 도로, 어둠에 둘러쌓인 라왈핀디(인지 이슬라마바드인지 모르겠다 ㅋ)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버스는 도로를 계속 달리고 있었다.
쏘세지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말 오늘의 여정은 대단했다. 아침 8시경에 인도 암리차르였는데 아침에 국경을 넘어, 천사같은 클린턴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라호르로 가고, 라호르에서 라왈핀디, 다시 또 도움을 받아 훈자행 버스표를 구해서 이렇게 훈자로 가고 있다. 오전엔 인도 암리차르 저녁엔 훈자행 버스. 정말 기적같은 여정이다.
[ 아침에 암리차르 였는데 밤 9시, 12시간 후에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부 훈자로 향하고 있다 ㅋ 대박 ]
둘이서 기분이 좋아져 깔깔웃었다. 정말 아무 정보 없이 파키스탄에서 어떻게 하나 했는데 은인들을 만나서 이렇게 훈자로 가게 된다.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우는 훈자, 아마 훈자에는 여행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리라, 명성 가득한 훈자에 도착하면 모든게 다 풀리겠지! 정말 오늘 하루가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파키스탄이 정말 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디어 우리의 파키스탄 여행이 진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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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쉼라 - 마날리 - 레 - 스리나가르 - 잠무 - 암리차르 - 라호르 - 라왈핀디 - 이슬라마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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