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60 파키스탄 스타트!
 


 인파서블 여행기는 인도/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한 여행기 입니다.  이 여행기는 일기형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 되므로 첫편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외에 블로그의 재밌는 다른 여행기나 에피소드들은 카테고리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추천/공유/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많은 응원바랍니다. 그럼 재미나게 보세요!

 오늘의 에피소드는 아주 긴 하루를 그린 하루입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이동 경로 역시 어마어마한 이동량을 보여줍니다. 함께 떠나 보실까요?


 
 늦게 잠든 탓인지, 8시경에 일어났다.  비가 그치고 잠시 해가 비추기 시작해 안심하자, 다시 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히, 열심히 방안 여기저기, 숙소를 총동원해서 빨래말리기에 돌입한 결과 어제 완전히 폭삭 젖은 옷이나 빨래들도 밤새 선풍기 바람에 거진 다 말랐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기 때문에 오늘도 젖을 각오로 젖은 옷을 입고 가야겠다.



[ 흔한 배낭여행자의 방 ]

 일단 다시 루트 점검!
 예정루트는 다음과 같다.


 릭샤를 타고 일단 버스스탠드로 간 후에,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마을 아타리까지 이동 후에, 아타리에서 다시 릭샤를 타고 국경까지 이동,  파키스탄으로 넘어간 뒤에는, 일단 파키스탄 국경에서 국경마을 와가까지 이동 와가에서 다시 또 대도시인 라호르로 이동 해야 되는 루트다.

 하지만 문제는 파키스탄 정보가 아예 없어서 파키스탄 국경에서 와가까지 와가에서 라호르까지 어떻게 이동해야되는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황. 일단 넘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라호르에 너무 정보가 없기 때문에 라호르까지 이동해서 어떻게든 다음 도시인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가야지 싶었다.  파키스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훈자라는 그 이름 하나 뿐. 그러니 훈자에만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진짜 대책도 없다.

 말 그대로 대도시인 라호르로 간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좀 더 이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 할 수 있게 조건을 던져줄테니 한번 상상해보시길. 여러분은 지금 딱 지금 상태에서 파키스탄에 도착했다. 가이드북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딱!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은 수도가 이슬라마바드라는 것. 그리고 여행자들이 훈자라는 동네에 많이 있다는 것. 딱 그것뿐. 얼마나 막막할지 상상이 조금 가시려나 모르겠다.




 짐을 꾸리고 난 뒤에, 우리는 어제의 후회를 발판삼아 일찍 체크아웃하기로 했다.   쏘세지와의 역할분담! 

 쏘세지가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나는 밖으로 나가서 오토릭샤를 잡기로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돌아다니는 오토릭샤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한 릭샤가 눈에 띄었다.  버스스탠드까지 가자고 하니 100루피를 부른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가격. 물론 비싼 가격이지만 폭우임을 감안하면 지금 뭘 가릴 처지는 아니다. 숙소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으라고 한 뒤에, 안으로 들어가 짐을 가지고 쏘세지와 함께 나왔다.  타기 전에 이 시크교도 운전사와 다시 한번 흥정을 할려다가 심적으로 지쳐있어서 그런지 이내 포기했다.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있는 중이었다. 짐을 릭샤에다가 잘 싣고 난 뒤에 우리는 드디어 버스스탠드로 향했다. 


 릭샤를 타고 가는 길 암리차르에 도착한 날처럼 길이 아작 나있다. 암리차르는 여전히 물바다.
 







 다행이도 비가 살짝 잦아들고, 이 물난리에도 사람들은 노점 리어카를 끌고, 짐을 이고 그 물에 잠긴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에겐 그 삶을 살아감에 여념이 없다.  생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거의 버스스탠드에 도착 했을 무렵, 시크교도 운전사는 우리에게 어디 가길래 버스스탠드에 가냐고 묻는다. 어설픈 영어였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되는 편이다.
 " 니네 도대체 근데 어디 가는겨? "
 " 우리 와가보더 가는디 "
 " 파키스탄 가게? "
 " 엉 "
 " 너네 그러면 이렇게 비도 오는디 이거 타고 갈려? "
 " 이거? 얼만디.. "
 " 500루피.."
 " 허걱 비싼디...500루피는.. 좀 깎아줘봐 그럼 생각해볼게.. "

 " 400루피 "
 " 400루피도 비싼디.. " 400루피면 내 실제 한국돈으로는 8000원 못미치는 돈이지만, 내 인도 물가 계산 법으로는 4만원. 어쨌든 인도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긴 하다. 



 우리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버스타고 가면 1인당 100루피 예상을 했으니까 토탈 200루피 
 200루피를 더 주고 편하게 가느냐 마느냐의 고민이다. 참.. 진짜 평소라면 절대 안 받아들였을 이 제안은, 어제 국경에서의 악몽, 지금 쏟아지는 폭우 등 다양한 환경에 지배를 받는듯, 쏘세지나 나나 평소에 그렇게 돈 아끼고 여행하는데도 이 200루피 차이임에도 릭샤기사의 말에 좀 마음이 기운다.

 " 오빠,, 아 진짜 한 200-300루피면 고민도 안하겠는데..400루피 정말 애매하다 "
 " 어.. 좀만 더 깎아보자 "
 " 더 깎아줘.. 300루피면 갈게"
 " 300루피 해줬잖여. 300루피에다가 너네 숙소에서 버스스탠드까지 100루피 합쳐서 400루피여 "
 
 숙소에서 버스스탠드가 100루핀데 국경까지가 300루피라니 대단한 기사의 계산법이었다.


 이건 뭐 영등포에서 서울역까지 택시비 1만원인데 서울역에서 대전까지 택시비 3만원이란 요상스런 계산법.   뭐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으니 정확한 예가 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그 기사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우리는, 다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이 릭샤를 타고 쭉 국경까지 갈 생각하니 마음이 완전 편해졌다. 그렇지 않다면,  폭우에 버스스탠드 가서, 또 아타리가는 버스 찾아 헤매고, 버스 타서 아타리 내려서 또 릭샤 구하고 흥정하고, 온갖 귀찮은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생략되는 것이다. 


 막상 오토릭샤를 타고 국경까지 향하기로 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지 모르겠다. 힘들고 귀찮은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해결됨은 물론이고,  릭샤-버스-릭샤-도보 등으로 지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오토릭샤를 타고 가는 길. 

 릭샤는 거의 버스스탠드에 도착했을 때 버스스태드를 지나쳐 아타리로 향한다. 아타리로 향하는 길은 아주 큰 도로가 뻥 뚫려있다.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이 도로,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 도로는 그랜드 트렁크 로드 일명 GTR. 한 때 파키스탄과 인도가 하나였을 때, 무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부터 시작 되어,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 델리까지 연결되는 이 곳의 동맥같은 역할을 하는 도로였다.

 하지만 이 때는 그저, 파키스탄 국경까지 뻥 뚫린 큰 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도로였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에는 이른 아침이라 차도 없고 우리가 탄 릭샤만 신나게 달리고 있다.  오토릭샤를 타고 완전 편하게 국경으로 가는길 기분이 상쾌하다.  어느새 조금씩 비도 그쳐가고, 하늘도 맑게 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힘든 여정이 끝나고 천국이 시작되는 것 마냥 그 날씨가  마치 지금의 우리의 기분과 같았다. 신나게 기분 좋게 들뜬 마음으로 국경에 드디어 도착했다.



 정말 편하게 왔다.

 쏘세지와 나누면 1인당 단 돈 200루피.  바가지이고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한국돈으로 4천원 안되는 돈으로 참 이런 편한 여행을 하다니, 릭샤가 우릴 데려간 곳은 내가 어제 그 폭우 속에서 달려와 군인에게 국경이 닫혔냐고 물어봤던 바로 그 장소였다. 어제 내가 제대로 찾아갔었던 것이 맞았다. 그 게이트에 도착해 곧장 릭샤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릭샤를 세웠다. 이 곳에서 릭샤기사도 뭔가를 적고, 나도 내려서 여권검사며 이 것 저 것 기록을 해야 했다. 여권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어제 폭우 때문에 여권이 모두 완전히 젖었다. 안에 수 많은 스탬프들이 번지고 지워지고 난리도 아니다. 


 여권이 이래서는 정말 좋을 일이 하나도 없을 텐데, 뭔가 의심 받기 딱 좋은데.  폭우가 어찌나 심했으면 복대안에 넣고, 복대는 바지 안에 넣어두고 이중삼중으로 보호했던 것들이 어제 그 폭우에 우비도 다 뚫고, 난리 부르스가 난 것이었다.  얼마나 폭우가 심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어쨌든 릭샤는 수속이 끝난 뒤에 다시 우릴 태우고 안쪽 깊숙히 까지 갔다.  오는 길 사실 릭샤왈라가 아타리 마을에서 여기가 국경이라면서 얌부리면 어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국경 이미그레이션이 꽤 큰 부지에 있어서 게이트에서부터도 그 안에서 정말 한참을 달렸다.  와..여길 걸어서 간다는건 진짜 무리였구나 싶었다.


 가는 길을 보며 우리는 릭샤를 타고 오길 천만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도착한 곳은 정말 번듯하게 지어진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였다.  릭샤왈라는 짐을 내려주는데, 우리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얌부리거나 사기칠려는 생각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준 릭샤왈라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리는 배낭을 메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군인들이 있다. 나는 남자, 쏘세지는 여자 군인에게 몸 수색, 짐 수색. 


 여권검사까지 끝마치자, 잠시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하더니 서류를 가져다 준다.  기분이 좋다.


 정말 오늘 파키스탄 넘어가는구나!!!





 서류작성이 끝마치고 우리는 본격 출국수속을 하러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시골 작은 버스터미널 만한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지라, 사무를 보는 사람도 다 빈자리다.   우리가 나타나자 그제서야 두명의 직원이 자리에 앉는다.   깐깐하게 서류와 여권을 보면서 이것 저것 꼬치꼬치 묻는다. 관료주의 느낌이 한가득 배어있는 아저씨다.  도대체 질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수 많은 질문들. 그리고 여권이 젖은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만 했다. 



 나와 쏘세지 단 둘만 있는 한적하고 적막한 그 공간. 지루함까지 들기 시작할 정도로 피곤해져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심사가 끝난 뒤에 도장이 박히고 드디어 출국!!! 



 간단한 짐검사를 하고, 허울뿐인 세관까지 거쳐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짐을 받아줄려는 인도할아버지들과 군인이 버스에 타라고 한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다.  우리 단 둘 때문에 이 버스가 움직이는 상황인 듯, 버스는 국경쪽으로 향하는데 어제 그 쇼를 벌이던 그 장소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 곳에서 걸어서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다.



 아!!! 진짜 이 국경!!!!

 이런 복잡한 절차가 있는데 오후 4시에 와서 넘어갈 생각을 하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어제 그토록 걸어서 걸어서 폭우를 뚫고 걸어와 힘겹게 도착한 곳에 내가 다시 서있다.  어제 그토록 비가 쏟아지고 지옥처럼 느껴지던 그 자리다. 감회가 새로웠다.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 파키스탄 땅.



[ 인도 국경에서 바라본 파키스탄,  두개의 게이트, 저 멀리 파키스탄 국부 진나의 초상화가 보인다 ]



 이 쪽엔 간디 초상화가 걸려있듯 파키스탄 쪽엔 간디 초상화와 마주 보는 곳에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인 진나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국경의 철문은 활짝 열려있다. 떨려온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행자의 떨림.   파키스탄에 간다. 오늘 드디어 파키스탄에 넘어간다. 그제와 어제의 그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마지막까지 다시 군인이 여권검사를 하고, 우리는 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또 다른 세상에 들어서는 경험을 했다.  당장 이 아무것도 아닌 선을 하나 넘으면 나라가 달라지고, 군인의 옷, 글씨,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모든게 달라졌다. 국경 넘는 일이 처음이 아닌 나조차도 뭔가 이 곳의 국경은 약간의 감동까지 밀려왔다. 아마 어제와 그제의 힘든 여정이 그런 감동을 만들어줬으리라. 가슴이 뭉클하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고 우리 둘만 있는 국경.  어느새 비도 그치고 해가 반짝.  기분이 너무 좋고, 단 둘만 있어서 신나게 국경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걸어서 천천히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선 하나를 두고 장난을 쳤다.
 
 " 자, 나 파키스탄 넘어간다!!!! " 이러면서 외발로 서서 사진을 찍은 뒤,  드디어 다른 나라로 넘어 왔다.  파키스탄 입성!









  군인 복장까지 다르다.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문 곁에 있는 파키스탄 군인에게 여권검사를 받고, 그리고 이미그레이션으로 향했다.   쭉 뻗은 도로 저 멀리 파키스탄 땅이 보인다. 뭔가 허전한 느낌.     어제 저 쪽 인도에서 바라보던 그 땅이다. 그 관중석들을 지나 다시 또 검문.   검문 하는 동안 그늘에 앉아서 쉬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말을 건넨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호기롭게 오랜만에 무슬림들에게 " 쌀람 알레이꿈 " 시전!!


 그러자  마치 
 
  " 나는 박지성을 좋아하고 김치를 좋아한다 " 라고 양키가 말했을 때의 한국인들 표정마냥

 " 오!! 두유 노우 박지성? 두유 노우 아라빅? "을 외친다.


 " 어 리를 빗~ " 이러면서 웃자. 호기롭게 웃는 무슬림 형님들. 아 좋다 좋아. 무슬림 형님들 너무 좋다. 정말 호탕한 사람들이야. 그리고 우리는 다시 여권을 집어 들고 인도와는 달리 허접스럽게 걸어서 걸어서 이미그레이션 건물까지 향하는데 삐까뻔쩍한 인도 이미그레이션 건물과는 달리 후잡하다. 이미그레이션 건물에 들어서자 우릴 먼저 맞이하는 텅빈 주차장은 무성히 자란 잡초와 바닥이 관리가 안되어 여기저기가 깨어져 나간 주차장을 지나 드디어 이미그레이션 건물에 들어섰다. 한적하다. 



 아무도 없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눈에는 담배 빨고 있는 공무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판이구나. 


 인도도 개판 5분전인데 인도에 있다 파키스탄에 오니 인도는 뭔가 체계가 잡혀있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말 인도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르다.   우리가 들어서자 담배를 피우고 있던 공무원이 일어나더니 우리더라 잠시  앉아있으라고 한 뒤에 서류를 가져다 준다.
 

 " 여기서 담배 펴도 되요? "
 " 응 펴.. 편하게 펴 "

 졸지에 입국심사장에서. 담배 한대를 입에 물고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진 찍을려고 하니까, 그건 안된다고. 아 사진찍었으면 진짜 기념인데..   인천공항 입국심사하는데 담배 피면서 서류작성하고 있는 외국인 모습 떠올리면 얼마나 기념될지 상상갈듯.  의자에 앉아서 잠시 서류 작성을 하고 있는데 또 한명의 아저씨가 다가와 환전하라고 한다.


 
 얼만데요?
 " 어..1 달러에 9600 루피 (파키스탄 루피) "
 난 전혀 파키스탄에 대한 정보를 모르니 저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엄청 안 좋은 환율일터, 저 정보만 획득하기로 했다.  안한다고 말하자 9750까지 올라간다.


 그래도 파키스탄 돈이 아예 없으니 조금만 할까 싶어서 할려는데 쏘세지는 밖에 나가서 하자고 하는 것이다.  내가 아까 이미그레이션 올 때 저 멀리 밖에 보니 그냥 허허벌판인데,, 우리가 당장 나가서 가까운 마을까지 이동하고 또 라호르까지 이동할려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했는데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내 감으로는 여기서 조금이라도 해야 되는 상황. 그런데 왠일로 쏘세지가 " 오빠 이번에만 한번만 내 의견대로 해보자 내 생각엔 나가서 하면 돼 "


 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아닌데  솔직히 한번 그냥 직접 느껴보라는 심정으로 쏘세지 말대로 하기로 하고 환전을 안하기로 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입국심사장에 또 한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한 서양 아저씨 였는데, 능숙하게 입국심사대에 서서 입국수속을 하는데, 슥 관찰모드 시작!  일단 절대 여행자는 아닌 것 같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오가는 비지니스맨 느낌이 강했다. 워낙 파키스탄 정보가 없으니 그 아저씨에게 뭐라도 좀 물을려고 난 다가갔다.



 " 실례합니다~ "
 " 실례하세용~ "
 " 아저씨... 혹시 파키스탄 자주 왔었나요? "
 " 응 자주 왔지 "
 " 아저씨 그러면 뭐 좀 물어볼게요.. 우리는 여행잔데 파키스탄이 처음인데 솔직히 가이드북도 없고 아무것도 정보가 없어요 혹시 여기서 라호르 가는 방법 좀 알려줄 수 있나요? "
 " 라호르.. "
 " 네.. "
 " 음.. 내가 밖에 내 차가 있거든,  내가 내 차로 데려다 줄게 라호르. 나도 라호르 살어 "


  대박!
  대박!!
 대박!!!
대박!!!!
대박!!!!!






 
 딱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기 쉽게 얘기해주면 인천공항을 일단 떠올려보시고
 인천공항에 당신 혼자 있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인천공항 나가면 그냥 영종도 허허벌판이야.  버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근데 일단 거기서 서울까지 가라는 상황이야.  당신은 정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여기 그런 어떤 인프라도 없느거야.   그런데 거기서 그냥 아무생각없이 서울까지 어떻게 가요? 물었더니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거지.


 아 진짜 개대박이었다.

 " 야 이 아저씨가 자기 차로 데려다 준데.. 빨리 얼른 수속해 "
 " 와 대박!! " 

 쏘세지도 나도 신나서 입국수속을 했다.   아저씨는 친절하게 " 나 저기 밖에서 기다릴테니 천천히 나와 " 이러면서 여유롭게 가는데 존나 등뒤에 천사의 날개가 퍼득이고 있었다. 

 

 수속을 신나게 끝내고, 심지어 여기서는 짐검사도 패스.  직원이 어디가고 없다.

 이로서 파키스탄 입국완료!! 

 건물을 나가자 서양아저씨가 있다.  쏘세지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야기 나누는데 아저씨는 사업을 하고 있고, 자기도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이 아저씨의 이름은 클린턴! 남아공 출신이다.

 
 어쨌든 클린턴 아저씨는 우리를 데리고 이제 진짜 리얼 파키스탄 땅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국경 지대를 딱 벗어나자마자 눈 앞에는 큰 대로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허허벌판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없다. 

 쏘세지에게 " 야 봤지? 암것도 없지? 야 우리 진짜 환전 조금이라도 했었어야 됐어! 이 아저씨 만나서 천만 다행이지 안그랬음 아까 하는게 맞았다고 "
 " 와 정말 어떻게 아무것도 없냐, 오빠가 맞았네 "


 진짜 허허벌판, 그리고 우릴 맞이한건 몇몇의 삐끼들이었다.  삐끼들은 달려들어 라호르까지 혹은 와가까지 가는 교통편을 얘기했다.   진짜 이 아저씨 없었으면 파키스탄 물가도 모르고 정보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눈탱이 존나 맞고 얘네 따라 갔을듯.  다행이도 아저씨의 기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클린턴아저씨를 맞이했다.


 아저씨는 기사와 잠시 얘기하고 기사는 능숙하게 우리들의 짐을 트렁크에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고급 세단에 드디어 올랐다.  미칠 것 같은 행운이었다.


 우리보러 뒤에 타라고 하고 본인은 앞자리에 앉는 클린턴 아저씨. 본격적으로 라호르로 떠나는데 정말 길이 잘 닦여 있었다.


 오,파키스탄 첫인상 괜찮은데, 인도 보다 못산다고 해서 개허접할 줄 알았는데 완전 도로 잘닦여 있고 장난이 아니다.  가는 길 아저씨랑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아저씨가 한국인 친구라는 '윤희'라는 여성분과 통화하게 해준다. 


 통화했더니,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 사는 교민이신데,   오히려 여기에 여행을 온것이냐며 놀라며 신기해한다.   이런저런 정보를 묻고 대답을 듣고 난 뒤 윤희라는 분이 다시 클린턴아저씨 바꿔달라더니 이것저것 부탁하는듯 했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정말 한참을 달려 드디어 라호르에 접어 들었는데 라호르 진짜 완전 대도시였다.  게다가 엄청나게 정비가 잘 되어있다.  생각해보면 라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한 나라일 때도, 또 무굴제국 당시에도 큰 도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수준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엄청난 수준이었다. 정말 깨끗한 도로.  놀라운 파키스탄의 첫인상 속에서 클린턴 아저씨가 계획을 물어본다. 솔직히 라호르에 대한 정보가 뭐라도 있으면 라호르에 있겠는데 나와 쏘세지의 계획은 이러했다.









 훈자를 제일 먼저가자!  파키스탄에서 가장 여행자들이 많은 동네.  그 곳에 가면 100% 한국 사람들이 있을꺼고, 그렇다면 그들에게서 가이드북도 빌려서 정보를 보면서 파키스탄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으리라. 그러니 일단 북으로 북으로 계속 훈자를 향해 가다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호르에 도착해서 당장 숙소가 어디있는지, 뭘 봐야되는지 아무 정보도 없으니 무의미,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훈자에 가까이 가기 위해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가는게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클린턴 아저씨에게 곧장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가 그렇다면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주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 근데 아저씨.. 죄송한데.. 우리 파키스탄 돈도 없어요.. "
 " 아 그렇겠네 "
 " 죄송한데, 저희 환전하는데 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
 그러자 클린턴 아저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현재 달러와 파키스탄돈 환율을 우리에게 보여주더니


 " 그냥 그럼 내가 은행 atm에서 돈을 뽑아줄게. 환율은 이래.. "
 완전 대박. 이 아저씨 천사.


 그래서 가는 길에 은행에 잠시 들려, 아저씨는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혼자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아와서 우리에게 건네줬다. 이건 뭐 가만히 앉아서 환전까지! 완전 대박! 그리고 아저씨는 자기는 들려야 할 곳이 있다며 어디론가 가는데 라호르 시내에 접어 들어 대도시의 기운을 뿜어내는 그 곳에서 어느 한적한 고급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자 정말 살벌한 검문소들과 장치들이 있었다. 삼엄한 경비와 육중한 바리케이트, 게다가 차를 잠시 세우고 차 밑바닥 폭탄검사까지. 살벌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리조트 같은 곳이었는데 파키스탄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사교클럽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일단 내린 후에, 아저씨는 " 들어가서 맥주라도 한잔 할래? " 묻는데,,,


 솔직히 좀 그 위압감에 쫄았다.  왠지 이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술이라도 한잔 사야 될 것 같은데......


 우리가 머뭇거리자.. 아저씨는 흔쾌히 나중에 다시 라호르에 오면 들리라며 기사에게 지시를 내린다.
 
 " 기사한테 얘기해놨으니까 터미널로 데려다 줄꺼야. "
 그리고 아저씨는 쿨하게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 기사는 우리를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줬는데, 버스터미널엔 너무나 놀랍게도 익숙한!!! 로고!!!
 지금은 전설이 되버린 로고와 이름이 보인다.

 대우 버스 터미널!




 기사가 더 안으로 데려다 줄려다가 더이상 못들어간다고 미안하다고 터미널 바깥에 차를 세워줬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기사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짐을 가지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섰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시선집중. 연예인 모드 발동. 인도에 비해 외국인,여행자는 더욱 없고 게다가 이슬람문화권이라 쏘세지의 옷차림이나 여러가지 것들 때문에 더욱 이목을 끌고 있었따.   우리가 걷는대로 모두의 시선이 우리를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일단 대합실 같은 곳에 잠시 짐을 내려놓았다. 모두의 관심이 온통 우리에게 집중 되어있는 상황.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파키스탄 라호르에 서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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