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8 폭우를 뚫고 황금사원을 향해!



 지옥같은 잠무행 버스. 
 비포장 도로를 전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로 달리는 동안 끝없이 방방 뛰면서  밤 새 엉덩이가 아작이 나는 가운데 지랄 같은 그 길 끝에 서서히 동이 터온다.  밤새도록 잠도 못자는 건 둘째치고더라도 비가 새서 완전히 젖고, 몸의 피로와 마음의 피로가 거의 극에 달했을 때 쯤 어느 한적한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아니, 도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 곳, 드디어 잠무&카쉬미르의 주도 잠무에 도착했다.

  도시의 모습은 평온했고, 아직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마치 유령도시처럼 모든게 정지 되어있는 듯 고요했다.   버스는 시내로 접어 들어 버스터미널이 보이는 큰 대로변에 버스를 세웠다.   1-2명이 내리는 가운데, 운전 기사가 소리쳐 물어본다. 
 

  "여기가 버스터미널인데 버스터미널에서 내릴꺼야? 기차역에서 내릴꺼야? "
 생각지도 못한 선택지였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버스가 자주 있을 것 같아. 그 곳에서 내리기로 했다. 짐을 챙겨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는 휑 하고 가버린다.   적막한 버스터미널 앞. 배낭을 제대로 고쳐메고 쏘세지와 함께 그 안으로 향했다. 거대한 버스터미널, 버스터미널이라긴 보단 버스들의 주차장. 엄청난 숫자의 버스들을 헤치고 터미널처럼 보이는 곳에 갔다. 대합실인 듯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아직 버스터미널이 문을 안연듯, 모든게 잠겨있다.   잠시 대기하는 사이, 쏘세지를 두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버스에서 부터 아팠는데 정말 속이 뻥.


 시원하게 해결하고, 오는 길 살펴보니 터미널이 맞긴 맞는데 터미널 주변에 수 많은 여행사들의 문이 모두 닫혀있다. 잠시 혼자서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버스를 알아보는데 버스가 없다고 한다.  뭔 일인지, 이 한가로운 터미널 안 한켠에는 경찰들이 엄청나게 많이 대기하고 있다. 한 쪽에 경찰들이 엄청 몰려있길래 그 쪽으로 향해 그들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왠걸 영어를 제대로 하는 녀석이 없다. 하지만 안통하는 영어에서 어쨌든 버스가 없다는 정보만 겨우 얻을 수 있었다. 뭔 이유인지 몰라도 다들 없다고 하니 없는듯.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계속 돌아다니다가 근처 유일하게 문 연 여행사가 있었는데 여행사 바깥에 서서 사람들에게 기차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물어보니 기차티켓을 예약해준다길래 조금 기다리니, 그는 여행사 셔터를 올리고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서 기차표를 검색해본다. 일단 잠무에서 암리차르까지 가는 기차는 다행이도 하루 2편 있고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리고 가격은 140루피 정도. 근데 예약 비용까지 더해서 기차표 2장을 무려 500루피를 부른다. 헐.

 무려 200루피 가량을 앉아서 벌려고 한다.   일단 친구랑 상의를 해보겠다고 얘기하고 쏘세지 혼자 기다리는 터미널로 향했다.

 
  휑한 텅 빈 대합실, 아니 대합실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야외의 콘크리트로 만든 기둥 쪽에 혼자 앉아 있는 쏘세지.

 " 쏘세지야, 큰일났다. 버스가 없데 "
 " 엥? "
 " 아니 내가 경찰들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버스 물어보는데 버스가 없데. "
 
 " 그럼 어떻게해? "
 " 그래서 오는 길에 여행사에 알아보니까 기차표 끊어 준다네. 근데 그 여행사에서 예약 해서 사는데  2장 500루피 달라네..커미션만 220루피네. "
 " 미친놈!!! "

 " 내 생각에 그냥 우리가 기차역 가서 끊으면 될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
 " 그래 그냥 우리가 알아서 가서 끊자 "


 여행 동지란 이렇게 중요한 법이다.
 밤새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타협없이 기차역 가서 직접 끊자는 말에 동의 해준 쏘세지가 고마웠다. 만약 여기서 짜증을 부리며 그냥 힘든데 여기서 예약 하자고 하던가 그랬다면 이해는 했겠지만 아마 이렇게 오랫동안 맘을 통해가며 함께 할 수 없었겠지.


 우리는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기차역으로 향하기로 했다.  버스 터미널 바깥으로 나오니 여전히 휑한 도로, 도대체 뭔일일까 싶다.  그 흔한 릭샤왈라들도 없고 지나가는 자동차도 없고, 무슨 유령도시에 온 느낌이다.  문을 연 상점도 없고, 막막했다.

 
 기차역이 어딘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잠시 한켠에 배낭을 내려놓고 릭샤를 잡든 사람들에게 물어 도대체 어떻게 기차역 까지 가야되는지 알아봐야했다.  사람이 없어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잠시 대기했다. 곧 경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제법 높아보이는 양반부터 꽤 많은 경찰들이 배치가 되기 시작한다. 




 " 이보시오 경찰 양반!!! "
 " 무슨 일이오! "
 " 아니..내가 잠무 기차역에 갈려고 하는데 기차역이 어느 방향이오 "
 높아보이는 경찰이 지휘봉으로 한켠을 가리키며 " 저쪽이오! "


 " 고맙소.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오, 왜 버스는 없는게요! "
 " 아, 오늘 파업이요! "


 니미 씨발.... 왜 파업이 오늘인가.

 
 " 그러면..기차역엔 어떻게 가오!! "
 " 알아서 가야지, 걸어 가시오 "
 " 얼마나 가야되요! "
 " 한 5-6킬로 됩니다. "
 

 헉... 밤새도록 그 지옥 같은 버스에서 내려서 체력방전인 상태에서 5-6킬로를 걸어야 된다니...말이 안되는 상황.

 " 릭샤..릭샤 없소!!! "
 " 없소, 오늘은 .. "

 
 경찰이 모든걸 이해한 것도 아니고, 영어도 유창하진 않지만, 대략 진짜 기차역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옆에서 쏘세지가 막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래도 나를 의지하고 있을텐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정말 릭샤가 코빼기도 안보이고, 차도 안보이고, 경찰만 존나 많다.  텅빈 대로는 경찰들만 군데군데 배치되어있는 상황.  정말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아... 지금 체력상태와 무거운 짐을 가지고 5-6킬로라..   나야 그렇다치지만 쏘세지는...?


 쏘세지의 표정은 정말 멍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엔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념무상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쏘세지는 이내 체념한듯이, 가방에서 우비를 꺼내어 다시 입는다. 나도 체념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고조시키듯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비를 제대로 고쳐 입고, 배낭을 둘러맸다.


 " 걸어가자.. 어쩔수 없네.. "
 " 응 "
 " 준비 단단히 해, 힘들꺼야.. "
 " 응... "


 일단 경찰이 가르킨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힘들다. 쏘세지도 정말 힘겨워 보인다. 비는 쏟아지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밤새도록 비가 새는 버스에 앉아 그 고생을 했는데 또 이런 개고생이라니, 도로에 차가 없기 때문에 그냥 도로를 마구 걷는데 뭔가 심각한 상황인듯, 군데군데 도로는 철조망으로 막혀있고, 바리케이트가 쳐져있다. 덕분에 그나마도 가까운 거리를 바리케이트 피해서 빙 둘러서 가야됐다. 산넘어 산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거다.  뭔가 일이 제대로 풀리는게 하나도 없다. 가는 내내 경찰들에게 기차역을 물어보니 다행이도 다 일정한 방향을 가르킨다.  평지 조차 힘겹게 걷고 있는데 곧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정말 언덕길을 오를 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남자인 나도 이렇게 죽겠는데 뒤에서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따라 오는 쏘세지는 얼마나 힘겨울까.  겨우 언덕길을 올르자, 다리가 나타났다.  

 꽤 큰 강을 가로지르는 대교였다.  다리를 건너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다리를 걷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이들,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이들. 잠무에 와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본 것 같다. 그 들은 이른 아침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완전히 비맞은 생쥐꼴을 하고 있는 우리를  신기한눈으로 쳐다보는 그들,  그들의 호기심과는 별개로 우리는 온갖 짜증과 악에 받혀있던 상황.  이젠 그냥 앞에서 그들이 밍기적 거리니 너무 짜증이 나서, 툭툭 쳐서 길을 비키게 했다.







 정말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체력이 방전되어있었다. 평소라면 괜찮았을 텐데 밤새 그 지옥같은 버스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많이 피폐해져 있던 것 같다. 쉬고 싶었지만  한번 멈추면 더 힘들어 질 것을 알기에 씩씩하게 다리를 건너, 겨우 다리 넘어로 도착했는데, 뒤에서 쏘세지가 부른다.


 " 헉...헉... 오빠.. 오빠... 좀 만 쉬다가자. 진짜 죽을 것 같아 "
 " 어... "
 " 헉헉 " 숨을 몰아쉬는 쏘세지.. 정말 안쓰러웠다. 나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저 아이는 오죽 할까?

  거의 주저 앉기 일보직전의 쏘세지.

 " 앉지마, 일어서서 쉬어, 앉으면 진짜 일어나기 힘들고 못걸을 꺼야.. "
 " 엉... 오빠 나 진짜 너무 힘들다. 미쳐버릴것 같아 "


 잠시 쉬면서 살펴보니 이정표가 보인다.  기차역까지 3킬로미터 남았다고 한다.  대략 2킬로미터 이상은 걸어서 온 듯. 쏘세지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저 멀리 큰 사거리가 있는데 그 순간 느낌. 감이라고나 할까. 나의 여행자의 감에 따라 아까 버스터미널 근처보다는 번화한 느낌이고, 뭔가 정상적으로 기능유지가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시 쏘세지를 다독거려 일으켰다.

 " 내 느낌에 저기 사거리까지만 가면 릭샤도 있고 그럴꺼 같아.. 조금만 힘내 "
 대답할 기운도 없는지 쏘세지는 고개를 끄덕한다.



 힘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 사거리 가까이 오니 정말 문 연 상점도 있었고,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그리고 기차역 방향인 좌회전 방향으로 꺾는데, 눈 앞에 릭샤들도 보이고 버스들도 보인다. 


 " 와!!!!! "
 우리는 탄호성을 질렀다. 정말 그 릭샤와 버스가 얼마나 우리에게 구세주 처럼 보였는지 모르겠다. 완전히 기운이 난 우리는 신나서 릭샤에게 가서 기차역까지 얼마냐고 묻자. 무려 100루피를 부른다.   정말 체력만 남아있었으면 쌩깠을텐데 지금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100루피. 미쳐버린다.  하지만 천생 배낭여행자인 쏘세지와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3킬로미터 정도에 100루피는 진짜 아니라고 생각해서 정차되어있는 버스로 갔다.


 " 잠무역 가나요?  "
 " 가요 어서 타요 "
 " 근데 얼마에요 "
 " 10루피 "


 땡큐다. 우린 신나서 버스에 올랐다. 비좁은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있고, 우리는 미안하게도 온통 젖어있고, 크고 무거운 배낭까지.. 민폐였다. 한켠에 배낭을 세워두고 있으니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사람들이 배려해주며 챙겨준다. 그래 이 맛이지. 


 버스에 타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이제서야 잠무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인도기차의 종착역이라 불리우는 잠무. 그 말로만 들었던 잠무에 있구나.




 버스는 그리 오랜 시간을 달리지 않아 잠무역에 섰다.  버스 안에 대부분 사람들이 잠무역에 오는 사람들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일단 잠무역으로 걸어 올라갔다. 목적지에 다 와서 그런지 우리는 조금 체력이 회복되었다. 




 거대한 잠무역.

 일단 전체적으로 스캔을 하는 가운데 내 눈에 " Tourist Reception " 이란 곳이 보인다.  그리로 향하자, 텅빈 대합실 같은 것만 덜렁 있다.


 직원도 아무도 없다.  그래도 의자들은 한켠에 있어서 우리는 배낭을 일단 그 곳에 내려놓고 앉아서 쉬었다.


 정말 진이 빠진다.  쏘세지는 반쯤 넋이 나가있다.


 초점을 잃은 눈,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일단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없기에 쏘세지는 거기서 쉬라고 하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기차표 매표소로 향해다. 언제나 처럼 기차역엔 엄청난 인파들로 가득해서 줄을 서야했다.  한참 줄을 서서, 드디어 내 차례가 될려고 하는데 오피스 안에서 직원이 일어난다.



 " 아..씨발..설마..설마.. 진짜 그러지마 "
 옛날 인도여행 할 때 아그라의 악몽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이라고 일어나서 밥먹으로 가서 말도 안되게 한참을 기다렸던게 떠올랐다.  그런데 다행이도 근무교대인듯, 다른 아줌마직원이 앉는다. 
 내 바로 앞 인도 청년이 티켓 끊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아줌마직원이 아주 개지랄을 하는데 진짜 좆같아 보였다. 


 씨발 이 것도 권력이라고...


 그리고 내 차례.

 
 " 암리차르 투 티켓 "
 이라고 말하자. 역시 예상대로 II (세컨드) 클래스로 티켓을 끊어준다.
 기차표는 2장 합쳐서 단 돈 160루피.


 암리차르까지 겨우 5시간 밖에 안된다고 하니 굳이 SL칸은 필요없을 것 같아, 5시간 정도면 그냥 서서 가도 되겠다 싶어서 싼 걸로 끊었다. 운좋으면 앉아가는거고..  인도에선 이렇게 시간관념 조차 바뀐다. 12시간 이동이 기본이다 보니 그 밑으로는 무감각해진다. 시간도 느려지는 나라 인도. 


 물어보니 SL은 140루피라는데 어쨌든 II클래스를 끊은 덕에 돈을 또 아꼈다.  60루피면 한국돈으로 천원돈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낀 돈들이 나중에 빛을 발하겠지.  기차표를 끊고 돌아와 쏘세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쉬라고 하고 나는 다시 기차티켓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 기차가 몇번 플랫폼에서, 몇시에 출발해야 하는지 알아야만 했다.


 그리하여 돌아다니면서 경찰이든,직원이든 붙잡고 묻고 또 물었다. 모두가 일치하는 대답을 해줄때 까지.  우리가 타고 갈 기차는 타타모리 익스프레스 (기차이름), 플랫폼 1번, 출발시간은 2시 30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같은 얘기를 했다.


 조금 안심 되었다. 모든게 확인 되고나서 다시 투어리스트 리셉션으로 돌아왔다. 나도 이제 좀 한숨 돌리며 쉬는데, 내가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쏘세지는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조금 쉬면서 정신 좀 차린 듯 해보였다.  스리나가르-잠무-암리차르 이 구간 정말 짜증난다.


 쉬면서 머릿속으로 루트를 계속 그려봤다.  그렇다면  천상 오늘 밤 암리차르, 내일 파키스탄.  어쨌든 내일이면 드디어 파키스탄에 가는구나 무려 8월 중순이다.
 

 어쨌든 하늘에서  비는 더욱 심하게 쏟아져 하늘에서 물을 퍼붓는 듯 했다.  이른 새벽부터 고생한탓에 거의 지쳐있어서 좀 쉬다가 나는 또 심심해지고 호기심 발동. 여행을 오면 난 이렇게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질 못한다.  쏘세지에게 좀 쉬라고 얘기하고 혼자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서 역 구경도 하고, 근처에 뭐 먹을거 없나 살펴보니 간이매점이나 간단한 탈리 정도를 파는 식당들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돌아오니 쏘세지가 눈을 붙이고 자고 있다.


 나도 좀 쉬다가 쏘세지가 깨서..

 " 배 안고프냐?  뭐 좀 먹으로 갈래? "
 " 응..가자.. "

 우리는 짐을 자물쇠로 동동 다 묶어놓고 밖으로 나갔다.  바로 기차역 안이나 근처에는 딱히 먹을게 없어보여 우린 조금 거슬러 나가보기로 했다.   천천히 걸어서 주차장을 지나자, 상점가들이 나타난 가운데,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다.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그래도 뭔가 제대로 하겠지 싶어 들어가니 이 곳은 탈리만 파는 곳이다.  탈리, 인도식 백반이다.식판도 인도에서 흔하게 쓰는 둥근 탈리 식판이 아니라,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급식 먹을 때 사용한 그런 네모 식판이다. 인도에서 이 식판을 보니 새롭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들을 보니 별게 없어보이고 맛도 없어보였다.  식당은 완전히 저렴한 백반집인듯 사람들로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음식은 맛없어 보였다.  그런 식당의 모습,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더니 쏘세지는 식욕도 사라진듯 자기는 안먹겠다고 해서 한켠에 앉고, 나만 탈리 하나를 주문했다.











  철제식판에 이것저것 한꺼번에 담겨 나온다. 겉 모습은 그냥 그저 그랬다. 하지만 너무 힘들고 배고픈데 이거라도 좀 먹고 기운차려야겠다 싶어. 꾸역꾸역 먹었다. 아무것도 입에 안대는 쏘세지가 안스러워 " 조금만 먹어봐.. " 했더니 쏘세지는 짜파티를 조금 뜯어 먹더니.. 이내 또 내려놓는다. 너무 힘드니까 식욕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나 혼자만 든든하게 한끼 먹고,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다시 왔다.  투어리스트 리셉션안에 들어가니 왠 서양새끼 두명이 와있다. 벤치에 앉아 있던 녀석들은 우릴 보자마자 반가워한다.  나도 녀석들이 반가웠다.  다른 여행자들이 있다라는 사실이 어찌나 반가운지.



 이 녀석들은 반대로 스리나가르로 이동하는지. 스리나가르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버스가 파업이라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자기들도 그 소릴 들었다고 한다.  한참을 둘이서 의견을 주고 받는 가운데, 우리는 시간상 오후 1시 정도가 되어 슬슬 일찍 플랫폼으로 향하기로 했다.   서양놈들한테 인사를 건네고 우린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다.


[ 기차 이동시간이 몇십시간인 기본인 인도에서 사람들은 큰 짐에 몇일동안 먹을 음식꺼리 부터 온갖 짐을 다 챙긴다. 그리고 연착이 10시간 12시간 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느긋하다 ]






 들어가서 너무 이른시간이라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면서, 다시 한번 더블체크,  인도 놈들을 믿으면 안된다. 묻고 또 묻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대로 플랫폼1번,타타모리,2시30분 모든대답이 일치함을 확인하고나서야 플랫폼 1번으로 향했다. 


 플랫폼 1번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좀 기다리다보니 2시 30분경, 기차가 온다.  콜카타나 잠무 같은 도시들은 종착역이다보니 기차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온다. 정말 인도답지 않다.







 사람들에게 저 기차가 맞냐고 다시 또 한참을 물어보길 수차례. 모두가 이 기차가 맞다고 얘길 해주고 나서야 안심하고 기차에 올랐다.  나는 능숙하게도 II클래스 표를 들고 SL칸에 탔다.  어차피 지금 SL칸이 모두 차는게 아니니, 언젠가 SL칸이 다 찰 때까지 버티면 된다.  적당한 SL칸 하나를 골라서 들어가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배낭을 모두 의자 밑에 쑤셔놓고는 의자에 앉았다.  정말 세상 제일 편하다.

  역시 인도는 기차다!

 
 " 아! 진짜 기차가 최고야! "  라며 쏘세지도 완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지옥같은 버스를 타고 왔더니 인도기차는 그 어느 고급세단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잠무로 오는 길의 그 버스에 비하면 세상 뭐가 안편할까.





 각자 자리잡고 편하게 쉬면서 가다가 나는 피곤해서 아예 맨 윗층으로 올라가 드러눕고 한숨 자기 시작했다.  꿀잠을 자고있는 중, 우리 자리가 씨끌벅적해서 보니 한 인도 가족들이 우리자리에서 앉을려고 하고 있다.   진짜 표를 가진 진짜 이 자리 주인들.

  
 난 내려와서 일단 그냥 다른 인도인들도 그러하듯이 뻔뻔하게 앉았다.  분명 3명 3명 사이드 2명 이렇게 8명이 앉을 수 있는 곳에,  진짜 표를 가진 인도가족 6명,  그리고 나와 쏘세지가 각각 앉아서 한 의자에 4명씩 앉아 있었다.   그리고 사이드쪽엔 젊은 인도부부가 애들을 데리고 타고 4명이 앉아있었다.

 
 너무나 인도스러운 풍경이고, 인도기차를 타다보면 늘상 있는 상황. 단지 보통은 우리가 진짜 표를 가진 사람들이고 표 없는 인도사람들은 그냥 껴서 앉아가고 있었는데 이 상황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진짜 표가진 가족중에 딸내미 하나가 좀 깐깐해보였는데 자기네랑 별 상관없는 사이드에 앉은 젊은 부부에게 뭐라고 쏘아붙인다. 


 다시 머릿속에서 자동번역기
 " 당신네들 표있어요? "
 " 있어요 왜요" 
 " 없는거 같은데 "

 좀 신기한 상황이었다. 보통 자리 싸움이 일어나긴 해도 이렇게 다들 평화롭게 앉아있는 상황에선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그리고 그가운데 검표원이 왔다. 검표원이 오자 그 깐깐한 딸래미가 " 검표원님!!!!!! 저 가족들 표검사 해봐요 표 없는 거 같은데 "  
 
 이러면서 약간의 논쟁이 오갔는데 그 젊은 부부들은 정말 표가 없었다. 그래서 내쫒겨서 다른 칸으로 쫒겨나는데, 약간 그런 혼잡한 상황에서 우리 표는 검사를 안하고 넘어갔다. 천만 다행이었다. II클래스 표를 가진 주제에 SL에 버젓히 앉아있었더니 ㅋㅋ


 좀 야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암튼 우리는 도무지 알수 없는 시스템.   그리고 그 젊은 부부가 쫒겨난 자리는 어느새 인상 좋은 시크교도 아저씨 3명이 와서 차지했다.  3명인걸 보면 이들도 표없기는 매마찬가지지만 딱히 그 가족들은 이견을 내지 않았다. 



 암리차르는 시크교도의 총본산.
 시크교도의 상징은 여러분이 흔히 인도를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터번, 그 터번을 두른 사람들. 그 들이 바로 시크교도다.   그리고 그 시크교도의 총본산이 바로 암리차르. 시크교의 성지다.


 그렇다보니 암리차르로 향하는 그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시크교도들이 있었다. 어쨌든 기차에서 쉬면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아저씨들에게 말을 건넸으나 아저씨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그냥 거의 바디랭기지로 하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아저씨들이었다. 나이가 제법 있어보이는데 장난꾸러기처럼 3명이서 사이좋게 장난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는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저 나이에 저렇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있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절로 유쾌해졌다. 

 편안하게 기차를 타고 가다보니 어느새 마음에 여유도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곧 우리는 드디어 암리차르에 도착했다.  5시간 금방이다.

[ 기차의 재미는 이런 군것질!!!! ]





[ 평범한 인도 기차안의 모습 ]



 기차에서 내려서 배낭을 둘러메고 보니 " AMRITSAR " 라고 적혀있다.

 맞다 암리차르.  하지만 난 인도를 믿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키며

 " 암리차르? "
 묻자 " 예스 암리싸르~ " 
 
 아..이들에겐 암리싸르구나. 어쨌든 진짜 암리차르 도착.  지난 여정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가운데, 암리차르엔 이제까지는 폭우도 아니란듯이 하늘에서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다.  이건 진짜 비가 아니라 폭포다. 게다가 우리를 반기는 엄청난 숫자의 삐끼들. 반갑다 삐끼들아 얼마만이냐!!!!!


 암리차르에 온 외국인은 당연히 모두가 시크교의 성지, 황금사원에 가는데 그렇다보니 숙소들도 황금사원 근처에 밀집해있다.  삐끼들은 기차역에서 황금사원까지 무려 150루피를 부른다.  우리가 5시간을 타고 온 기차값이다. 



 우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폭우 속에서 역 밖으로 향했다. 비가 정말 폭포수 처럼 떨어져 머리위를 팍팍 치고 있었다. 그 돈 몇푼을 아끼겠다고 이렇게 비를 쳐맞으며 역 밖으로 나오니 대로변에 차들이 많이 다녔는데, 지나가는 릭샤를 붙잡고 물었다. 골든템플까지 얼마? 그러자 100루피를 부른다. 우리 생각에도 크게 나쁘진 않은 가격 같아, 더 비를 맞기도 힘들고 해서 100루피에 골든템플로 향했다. 골든템플로 향하는 길, 암리차르 전체가 물에 잠겼다. 










도로가 완전 물바다다. 혼돈의 땅. 아마 인도 여행 처음 와서 이 광경을 봤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한국갈래 "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꺼다. 어쨌든 물에 잠긴 도로를 뚫고 한참을 달려 기사는 우리를 한 곳에 내려줬다. 


 " 여기 어디? "
 " 골든템플까지 못가. 여기서 좀 걸으면 골든템플이야 "
 " 야부리 까지말고 씨발 골든템플 "
 " 진짜야 못가.. 골든템플 우린 못들어가..걸어가 "


 도대체 뭔 개소린가 싶어서. 일단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골든템플을 물어보니 기사가 말한 방향을 얘기하며 걸어가면 금방이라고 얘기를 해준다.


 완전 사기는 아니구나 싶어서, 일단 내렸다. 우비를 고쳐 입고 너무나 무거운 배낭을 매고 걸어서 잠긴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물에 잠긴 도로를 걷는데 나는 괜찮았으나 쏘세지는 다시 또 멘붕이 온 듯했다. 길이라도 정상이면 좋으련만, 폭우는 쏟아지지, 도시는 전체가 정전된듯 어두운 가운데 우리는 물에 잠긴 도로의 한 가운데서 무릎까지 오는 물을 헤쳐나가면서 걸어야 했지. 무거운 배낭이며, 하루종일 이 여정을 생각하면 대단했다. 게다가 지나가는 인도인들이 외국인임을 알고 마구 장난도 걸고 알 수 없는 말로 소리를 지르고 가는 상황.


 그냥 그 순간, 참 너무 힘겨웠다.  지금 떠올려보면 정말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좀 걷다보니 제법 번화가가 나오고, 곧 골든템플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황금사원 근처에 오니 물이 안차서, 걷기가 편했다. 



 하나만 좋아도 다 좋다고 했나. 그냥 이젠 도로가 물에 안잠긴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인도에 오면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10개가 다 짜증나다가 1개만 좋아져도 다 좋아지는 만족의 메카!!



 대충 한 곳을 타겟으로 잡고 걷다가, 숙소가 보여서 짐을 내려놓고는 숙소 알아보는데 FULL  일단 체력적으로 거의 방전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짐을 그 곳에 내려놓고 번갈아가면서 숙소를 구해보기로 했다.

 일단 쏘세지가 바로 근처의 숙소들을 알아보러 나갔다. 그리고 돌아와서 다 FULL 이던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그래서 나랑 바톤터치하고 내가 알아보러 갔다. 나는 좀 더 먼 곳 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완전 골목길 끝까지 물어보면서 가다가 한참 떨어진 곳에 드디어 한 숙소에 들어가니 방도 있었고 가격도 그나마 다른 숙소들에 비해 싼편이었다. 아무래도 대안책이 없는듯, 이 숙소가 오늘 밤은 최선인것 같다.


숙소들이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싼만큼 시설들은 다 좋아보이고, 겉모습도 네온사인까지 화려하다.  다른 도시들과 또 다른 분위기. 암리차르 꽤 큰 도시다.


다시 쏘세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나는 의견을 모으고 결국 내가 알아본 골목길 끝  600루피짜리 비싼 방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가격만 보고 방은 안보는지라 솔직히 쏘세지를 데려가면서 괜히 방이 안좋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구해놓은 방으로 가니 쏘세지가 방이 좋다고 얘기를 한다. 다행이다.  나름 잘 구한듯. 방에 들어온 우리는  일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짐을 내려놓고 곧장 배고파서 밖으로 나갔다. 최근에 스리나가르에서 수와 진이랑 함께 있으면서 너무 잘먹은 탓인지 배가 엄청 허기진다.  분명 잠무에서 나가서 점심도 먹고 기차에서 군것질도 했는데도 배가 고프다. 





 일단 담배도 좀 사야해서 무작정 걸으면서 담배피는 곳을 물어보니 대부분이 담배를 팔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니 시크교 성지 황금사원이 있는 지역이라 담배를 팔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필 생각일랑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담배 찾아, 식당 찾아 한참을 멀리까지 헤매면서 돌아다니는데 도미노피자가 보인다. 대박 반갑다. 그냥 아는게 보이니까 무작정 반가웠다.


 도미노 피자 바로 앞에 노점에서 작은 햄버거 같은 것을 만들어 파는데 흔한 베지버거 였다. 감자나 야채등을 으깨어만든 고로케 같은 패티를 이용한 버거. 워낙 허기가 진 탓에 우리는 일단 하나씩 먹자고 해서 맛보는데 단돈 20루피. 베지버거 파는 청년이 하나씩 정성껏 만드는데 제법 야무지개 잘 만드는 것 같았다. 쏘스도 여러가지. 일단 하나씩 받아들고 먹는데. 개꿀맛. 진짜 맛났다. 어찌나 맛있던지 오늘 하루 종일 고생했던 모든걸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이신전심이라고 했나 옆에 쏘세지를 보니 쏘세지의 입에도 함박웃음이 걸려있다. 정말 둘이 말은 안해도 이 작은 베지버거 하나에 완전한 행복을 느끼면서 오늘 하루를 잊게 만드는 맛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 쏘세지야. 나 진짜 이거 먹으니까 오늘 하루가 보상 받는 느낌이다.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 "
 " 어 오빠 나도. 진짜 이거 너무 맛있다. 이거 먹으니까 정말 행복해졌어.. "


 정말 행복했다.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연신 맛있다고 청년에게 엄지손을 치켜세우자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더불어 같이 노점에 서서 베지버거를 먹던 인도연인이며 다른 인도인들도 환하게 웃는다. 기분이 좋다.   단돈 20루피 한국돈으로 400원이 채 안되는 그 음식이 정말 어제부터 오늘까지 지옥같은 여정을 보상 받게 해주는 기분. 이 여세를 몰아 나는 베지버거 청년에게 물었다. 


 " 혹시 여기 담배 파는데 있어? "
 " 저기 있어 " 라며 알려주는 청년. 친절하게도 " 근데 황금사원 주변에서 피면 안되니까 사서 저기 골목에서 펴 "라고 알려준다.

 "땡큐!"

 나는 담배를 사러가서 담배를 몇갑 든든하게 사고, 한대 폈다. 담배 피는 것만 불법인게 아니라 뭔가 팔고 사는 것 조차 불법인듯 담배도 몰래 파는 느낌이다.  어쨌든 맛있는 베지버거도 먹었고, 담배도 피고 기분이 좋아진 상황에서 쏘세지가 라씨를 먹고 싶다고 하는거다.   아까 오는 길 라씨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그리로 가자며 라씨를 먹으로 갔다.





 원래 이런 군것질 거리를 안좋아하는 난 안먹는다고 하고 쏘세지만 혼자 하나 주문해서 먹는데, 쏘세지가 라씨를 받아들고 한모금 마시더니 탄성을 지른다.


  " 음!!!!!!!!!!!! 오빠 오빠 이거 이거 빨리 빨리 먹어봐 "
  " 왜? 맛있어? "
  라씨를 받아들고 한모금 마시는데.


 " 미쳤다..대박이다 "
 난 곧장 하나더 주문해서 라씨를 들이키기 시작하는데 정말 라씨 종결자.


 정신차려보니 한잔을 벌써 들이켰다. 라씨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였는데 갑자기 가게 일하는 아저씨들이 장인으로 보이기 시작. 라시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데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만드는 라씨. 쩐다. 아. 진짜 라씨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갑자기 나와 쏘세지 둘다.

 " 암리차르 진짜 짱이다! "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베지버거와, 라씨 이 두개 만으로 우리는 그 지옥같은 여정에 보상을 받았다.
 천상의 맛이었다.


 너무 행복하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까 숙소에서 밖으로 나올 때만해도. 정말 푹 쳐져서, 왜 여기 왔을까?! 왜 우리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여긴 완전 지옥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폭우가 쏟아지고 음울한 기운을 내뿜던 암리차르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오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향하는 길 문을 연 여행사마다 들어가서 국경인 (아타리보더, 와가보더 라고 부른다. 인도쪽은 아타리보더, 파키스탄쪽은 와가보더. 하지만 옛날 원래 같은 나라일 때의 지명은 와가였는지. 보통 와가보더로 많이 불리운다) 와가보더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1인당 100루피에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경을 넘을려고 하는거라 편도 가격을 물어보니 편도돈 왕복이든 100루피였다.


 와가보더는 일명 국기하강식 쇼로 유명한데 한 때는 같은 나라이나 지금은 원수 같은 사이인 파키스탄과 인도 두 나라의 경쟁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매일 국경을 닫을 때면 서로 화려한 쇼등을 하면서 경쟁적으로 의식을 치룬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이 쇼를 볼려고 일부로 국경을 찾기 때문에 여행사등에 가면 와가보드 왕복이 100루피다. 우리는 어쨌든 이걸 타고 국경으로 갈 생각.


 아침에 일어나서 파키스탄 론리플래닛을 구하고, 황금사원 구경하고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면 딱이겠단 생각을 가지며 숙소로 돌아왔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암리차르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동네같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우니 세상 편한 곳이 여기다. 행복한 암리차르의 밤. 이게 여행이다.


 힘겨운 여정 끝에 드디어 파키스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내일은 기분 좋게 파키스탄에 있으리라.
 어제 오늘 정말 너무 힘겨워서 죽을 것 같았는데 만약에 나 혼자였더라면 정말 더 힘겹고 지쳤으리라, 쏘세지가 함께 있어 너무 좋고 의지가 됐다. 정말 운 좋게 아주 좋은 여행 동지를 만났다. 


 좋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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