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6 닥치고 무갈다바, 스리나가르 제일 맛집



  쏘세지와 상의 끝에 스리나가르를 떠나기로 한 날이다.  스리나가르의 마지막 아침.  애들이 날 깨운다. 현이가 떠난다고, 어서 와서 보라고, 하우스보트 배 앞으로 가니, 현이가 와있다.
 

 " 형님 저 오늘 떠나요. 나중에 한국가면 뵈요 "  라면서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배웅을 할려고 하는데 잠시 마중 가려고 담배 좀 챙기려고 방에 들어갔다 나오니, 그 사이에 벌써 애들이 배에 올라타 이미 호수 중간에 있다. 소리쳐서 현이에게 잘 떠나라고 인사를 건네주고, 본의 아니게 다시 혼자만의 아침!




  혼자서 일단 나는 가이드북을 보고 다시 한번 루트를 점검했다.   일단 이 곳 스리나가르에서 암리차르까지 한번에 내려갈 수는 없고 무조건 잠무를 거쳐야 한다.   잠무에 가면 기차나 버스로 암리차르까지 연결이 되고,암리차르는 나중에 되돌아올 때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일단 패스하고 암리차르에서 1시간 거리인 국경 아타리까지 가서 파키스탄으로 가면 된다.


 대략 잠무에 도착해 당일 암리차르까지 연결되니, 오늘 떠나면 내일 잠무 도착/암리차르 도착  암리차르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파키스탄으로 가면 되니 앞으로 2-3일안에 파키스탄이다. 왠지 두근 거린다. 파키스탄은 또 어떤 곳일까. 

 어쨌든 하루 종일 잠무로 가서 그 다음 날 암리차르로 향해야 한다. 이제 다시 무덥고 찌는 더위의 고난의 행군 시작이 예견된다.  스리나가르도 이렇게 찌는데 그 밑에는 오죽 할까.  아이들과 있어 즐겁지만, 또 한편으로 여행 자체는 이제 인도에 많이 익숙해져서 밋밋하게 느껴지는 상황. 뭔가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기대가 된다.  루트 점검을 하고 있으니 애들이 현이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다시 또 하우스보트의 밍기적거리는 라이프!  우리는 라면 끓여 먹자고해서 가위바위보 나랑 진이가 걸려서 이제 떠날 날도 얼마 안남고 해서, 온갖 쌓아둔 식재료를 쫑내기 위해서 양파, 마늘다 까서 넣기로 했다. 그리하여 갖은 야채를 다 넣고 라면 끓이는데 밥 발견, 주인아저씨한테 좀 달래서 라면3개에 밥까지 말아먹으니 완전 꿀맛이다. 


 나와 쏘세지의 루트 문제도 있었지만, 이제 진이와 수의 루트 문제도 있었다.  애들은 어쨌든 결론은 예전에 유학했던 뱅갈로르에 다시 가는 것이 목표긴 하나, 그 전에 어떻게 시간을 때우고, 이동을 할 지 고민인 듯 한데, 스리나가르나 이쪽이 맘에 들기도 들거니와, 저 멀리 남쪽 중앙에 있는 뱅갈로르까지 기차로만 50-60시간 이상 가야하니 이동 문제도 있는 듯 했다. 어차피 돈은 걱정 없는 애들이라 비행기를 고려하는 중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이것 저것 알아보고 오랜만에 인터넷 좀 해보고자,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라싸 근처로 가서 뒤지니 넷카페 몇개가 있다. 와이파이도 되고 인터넷도 되는 곳을 겨우 한 군데 찾아서 모두 인터넷 삼매경 시작! 



 오랜만에 빠른 속도로 인터넷하면서 레고랑 연락을 했다.   이 새끼 존나 보고 싶다. 정말 여기 있었으면 둘이서 술 존나게 먹었을텐데 아쉽다.  더불어 오랜만에  카페에 글도 남겼다.  내가 없는데 어떻게든 잘 굴러가고 있다.  모두 신나게 1시간동안 인터넷을 하고 우리는 버스표를 알아보러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전에와 비슷한 풍경. 매표소 중심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치고 앉아있다. 

 일단 잠무행 티켓이 필요해서 가서 티켓 알아보는데 잠무행은 아침 7시30분 저녁 6시 30분, 예약은 안되고 당일날만 끊을 수 있다.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는데, 아이들이 하루만 더 머물다 가자고 난리다.  만약 티켓이 예매가 되었다면 아마 우리의 일정은 또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예약이 안된다는 사실이 또 우리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잠시 망설이는데 수와 진이가 계속 우릴 꼬신다.
 " 오빠 오늘 떠나면 무갈다바 못 먹고 가는데!! 괜찮겠어요? "
 " 네 그래요 형! 무갈다바 저녁에 가서 먹어야죠! "
 
 정말 고민됐다. 어찌해야 할까, 쏘세지랑 논의 끝에 우리는 결국 내일 오후 5시 30분정도 까지 와서 잠무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스리나가르에서 또 하루가 추가 되었다.  그 만큼 파키스탄도 하루가 또 늦었다.   과연 잘한일인지.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거 후회없이 놀아야지!






 우리는 일단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길거리 노점들도 구경하고, 한가로운 스리나가르를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이제 정말 코 앞으로 온 이별. 그렇게 예정되어 다들 참 아쉬운 마음이 컸다. 어느새 걷다보니 무갈다바에 왔다.  우리스타일, 무갈다바에 왔으니 무갈다바에 가서 먹어야되지 않겠는가, 배가 고프냐 안고프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먹방에 미친 4명! 그냥 식당이 보이면 들어가는거다.

쏘세지가 자기가 한턱 크게 쏘겠다고 해서 신나게 우린 무갈다바 안으로 들어갔다.  고급스러운 아두스와는 달리 조금 낡은 고풍스런 느낌이었는데 역사가 오래된 집 같다. 더운데 비해 에어콘도 없이 북적거리는 식당안은, 사람들로 한가득이었다.  맛집포스가 작렬했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는 가운데, 난 주변 사람들 먹는걸 유심히 봤다. 꽤 맛나 보이는 음식들이 많다.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 비교를 해보고자 우리는 탄두리치킨! 카쉬미르 플라오, 그리고 주변에 인도사람들이 시켜먹었던 것중에 매운게 있나 싶어 물어보고 하나를 주문했다. 


 기대감에 가득차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하루 더 스리나가르에 있게 되어 너무 좋다고 진이와 수가 좋아한다. 그 모습에 나도 쏘세지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정말 내일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 다른 하나의 음식은 메뉴판에 보이는 Marchwangan Korma ]

 사족 : 얼마전 포스팅 했듯이 인도에는 커리라는 음식이 없다. 메뉴를 보면 알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관련글 링크 클릭!!!


[세상의 모든 이야기/오해와 진실] -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한참 후, 드디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테이블에 깔리기 시작하는데 아두스보다 훨씬 더 맛나 보이는 비쥬얼이었다.  아두스도 그렇게나 맛있었는데, 모두가 무갈다바가 짱이라고 얘기했지.  특히 주인아저씨는 나에게 " 쉿! 무조건 무갈다바 " 라고 얘기했을 정돈데 과연..




 일단 모두 탄두리치킨부터 하나씩 가져가 먹는데, 촉촉했던 아두스와는 달리 탄두리치킨의 전형적인 바삭한 맛이 드는데, 미쳤다 미쳤어.  모두 맛보자 마자 탄성.


 " 이거네 이거!!! "
 " 와...이거 진짜 대박이다 "
 
 나 역시도 탄두리치킨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이 맛이었다.

 
 " 야야 투표! 하나둘셋! "
 " 무갈 다바 " 4표

 정말 왜 무갈다바 무갈다바 하는지 느낌이 왔다.

 우리는 정말 미친 것 처럼 활짝 웃으며 깔깔대며 이 맛있는 음식을 폭풍흡입을 했다.  탄두리 치킨 말고도 다른 음식들을 많이 시켜서 또 맛을 본다. 기대가 되는 카쉬미르 플라오는 과연 이 식당에서는 어떤 맛일까. 이미 다른데서 다 먹어본 카쉬미르 플라오. 


 한 입 먹는데 역시 무갈다바! 
 라사에서 먹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 양고기도 들어가있고, 치킨도 들어가 있고 푸짐하고 맛도 대박이었다. 


 " 와 씨발 여기 미쳤다. 존나 맛있다 "

[ 라싸에서 먹은 카쉬미르 플라오 사진 확인해보면 비쥬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듯 ]




 그리고 이제 처음 시도하는 메뉴.
 일단 국물이 있고, 안에 고기들, 양고기가 있는데,, 고기를 조금 떼서 입에 넣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거 글 쓰다 이거 맛이 또 떠올랐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매콤한 가운데, 양고기가 갈비찜처럼 고기가 야들야들부들부들 한데, 이건 뭐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뭐 이런 맛이. 그리고 좀 먹다보니 이 양념이 한국음식 어떤거랑 비슷한데 그 한국음식이 생각이 안난다. 모두 한국음식이랑 비슷하다는데 그 똑같은 음식이름이 안떠오름, 그 만큼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콤함. 그리고 양고기의 부드러움. 정말 양고기 맛들이면 다른고기 못먹는다더니 그 말이 맞다.



 정말 모두 감동하며 폭풍흡입.  미쳤다. 정말


 수는 너무 맛있다며 이거 양고기 하나만 더 시켜서 먹자고, 그리하여 하나 더 주문해서, 모두가 배터지기 일보직전인데도 또 폭흡.  양념을 밥에 비벼먹고, 난에 싸먹고, 정말 인도음식 최고다.






 정말 치열한 멋진 한판이 끝난고 난 뒤 우리는 배를 두들기며 앉아서 얘기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닥치고 무갈다바다.
 아두스랑 쌍벽이라니 말도 안돼, 그냥 무갈다바






 나와서 수와 진이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위해서 근처 여행사에 갔는데 1인당 11,000루피다. 너무나 비싼 가격.애들은 그건 정말 아니다 싶었는지 포기.  배는 부르고 날은 더우니 애들은 아두스 가서 에어콘 바람 좀 쐬자며 또 먹방 찍을려고 한다. 일단 좀 걸으면서 노점상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우린 아두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두스에 가서 커피나 쉐이크 같은것들을 주문했는데, 정말 개새끼들 고급음식점 치고는 맛도 없는 커피와 쉐이크를 팔고 있었다. 그냥 에어콘 값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음료수만 시켜놓고 한참동안 에어콘 바람 쐬면서 거기서 노닥거렸다. 




 그동안 여행 얘기, 사진찍었던거 서로 보면서 깔깔대고, 조금씩 서로 이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시간을 그렇게 놀고 밖으로 나와서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마트 구경을 했는데 재밌는 것도 많이 팔고, 사고 싶은 것도 참으로 많다. 마트 구경하는데 왠 한국여자처럼 보이는 여자가 인도남자랑 장을 보러 왔는데, 여자가 키도 크고 날씬해서 존나 이뻤다. 과연 저 여자는 뭘까...


 마트 안에서 각자 돌아다니던 중이라, 애들에게 다가가 " 저기 한국여자 같이 생겼어. 존나 이쁘다 " 그러니까 여자애들이 " 오빠 한국여자 맞던데요. 옆에 인도남자가 우리한테 한국말로 인사했어요. "


 여행자인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저런 미인이 여기 또 스리나가르에서 있구나...  마트 구경을 한참 하고 밖으로 나와서 애들은 또 먹겠다며 근처에 인도판 KFC치킨집으로 향했는데 문을 닫았다.  천만 다행이었다.




[ 인도 마트/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인도에 카레는 없다. 심지어 커리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도 없다 ]




 진짜 얘네 뱃속에 거지가 들은게 틀림이 없다.  어느새 해도 지고, 밤이 되어 지친 우리는 릭샤를  60루피에  잡고, 숙소로 갔다. 달레이크 근처에 도착하니 왠일로 주인 아저씨가 선착장에 나와서 앉아있다.  애들은 아까 그 곳에 가서 인터넷 좀 더 하겠다며 가고, 나는 혼자 하우스보트로 들어갔다. 혼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때 참 좋은 것 같다. 여유도 있고, 많은 생각도 할 수 있고, 애들이랑 노느라고 뭔가 한번에 정리가 안되서 틈틈히 시간날 때 마다 일기 적고, 생각정리 하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중한 시간이다. 어쨌든 오늘 스리나가르를 떠날 줄 알았는데 결국 하루 더 있게 되었는데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잘 한 것 같다. 편하게 생각해야지.. 


 한참 후에 아이들이 돌아왔는데 정말 함께 하는 마지막 밤.  술 한잔하면서 뭔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온갖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는 가운데, 오늘의 주제는 수가 학교 다닐 때 데모하면서 있었던 일화들을 얘기하는데 진짜 너무 웃겨서 배꼽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거 동영상으로 찍어두던가, 음성파일로 떠놨으면 정말 배꼽잡고 들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날 밤은 그렇게 서로의 이별을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여전히 깔깔대며 배꼽잡는 이야기들로 즐거움만 가득 나눴던 밤이었다. 


 스리나가르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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