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3 [인도/스리나가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을 대량 먹방 예고
이른 새벽, 새벽 늦게까지 수와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늦게 잤는데 정말 힘겹게 잠에서 깼다.
라마단 마지막 날, 바로 어제 함께 저녁 먹자고 해놓고 쌩깐 약속 안지키는 아저씨와는 달리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아침에 일어나 베지터블 마켓으로 갈 준비를 했다.
스리나가르의 명물 아침 베지터블 마켓!
스리나가르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에도 나올 정도로 스리나가르의 명물인 베지터블 마켓은, 달레이크에 살아가는 또 달레이크를 중심으로 스리나가르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새벽이 되면 사람들이 채소들을 시카라에 싣고 모여서 거래를 하는 것인데, 나도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다 알게 되어 꼭 보고 싶은 곳이었다.
일어나서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4시 30분에 베지터블 마켓 가자며 일어났다. 우리는 준비를 금방 끝마치고, 하우스보트 밖으로 나왔다. 아직 깜깜한 어둠, 그리고 쌀쌀한 공기로 잠이 번쩍 깰 정도였다. 우리는 시카라에 올라 어두움을 가르고 마켓으로 향했다. 우리 말고도 가는 관광객들도 많은지라, 다른 배들도 간간히 눈에 보였다. 아저씨는 능숙하게 시카라를 몰아 어디론가 계속 향하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계속 시카라는 거대한 달레이크를 조용히 미끄러지듯이 이동한다. 고요해서 그저 노가 물에 닿는 자작한 소리가 듣기가 좋았다.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방향으로 처음으로 이동하는데 그 방향으로 가자 갑자기 호수가 크게 빵 터진다. 흡사 넓은 광장 같은 모습이다. 정말 큰 호수의 풍경, 그리고 그 곳에는 이제까지 본 숫자보다 많은 하우스보트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길로 치면 여긴 명동 같은 도심이었다. 그리고 이 곳은 서울 광장이었다!
광장같은 호수 둘레로 정말 엄청난 숫자의 하우스보트들이 있었는데, 그 보트들의 모습도 정말 제각각이었다. 완전히 호텔같이 거대한 하우스보트들도 있었는데 우리 하우스보트는 정말 그런 보트들에 비하면 여인숙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광장 같은 호수를 지나 어느 곳으로 접어드니, 마치 작은 골목길로 들어온 마냥 수로가 좁아졌는데, 흡사 시골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수로 양쪽으로 하우스보트들도 있고 텃밭처럼 수경재배하는 작물들과 연꽃들이 보였다.
애들은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지만,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안좋은 것은, 점점 식상해진다는 것.
이 비슷한 모습을 태국의 수상시장에서도 봤고, 미얀마의 인레호수에서도 봤기 때문에 나에겐 그닥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애들은 정말 이국적이고 멋지다고 좋아했지만 나로선 안타까웠다. 그 느낌을 함께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꽤 시간이 걸려 가는 동안 드디어 저 멀리 동이 터오고 있다.
어슴프레 푸른빛을 띠는 하늘로 변하기 시작해 그리 멀지 않아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이라고 해봐야 당연히 호수 위다. 하지만 우리가 작은 수로를 따라 온 것 처럼,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작은 광장 같은 곳은 사방팔방으로 이런 수로들로 길이 트여있었다. 여기저기 수로가 만나는 넓은 공터 느낌의 장소. 딱 좋은 곳이다. 각자 여기저기서 시카라를 몰고 이 곳 한 지점으로 달려오고 있다. 제법 독특한 느낌이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 채소를 실은 시카라보다는 관광객들을 실은 관광객용 시카라들이 더욱 많이 보이는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이 현지인 보다 많은 상황. 주인 아저씨도 조금은 당황했는지 말로는 라마단 끝나고 다음날이라 그렇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보오!
시장이 열리길 한참을 기다려도 조금씩의 사람들만 오고 관광객들의 수는 배로 불어나 있다. 이 이색적인 풍경을 찍을 요량으로 dslr가진 사람들만 무수히 많다.
정작 이 시장의 중심이 되는 상인들은 서로 배를 한곳에 모아 맞대고, 배 앞머리에 걸터앉아 자기들 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유터지는 그 모습이 마치 우리네 부동산중개사무실에 가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우리네 어들들 모습을 닮아있었다. 장사야 되던 말던 그냥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조바심 내는 관광객따윈 안중도 없다.
그 가운데 조금씩 채소거래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러면 여지 없이 그 쪽으로 카메라 셔터들이 미친듯이 터진다.
이 동네 사람들에겐 아마 이게 일상이리라, 자신들의 거래 모습이 이색적인 모습이 되어버린지 오래.
한마디로 말해 관광지 인 것이다. 오히려 관광객들을 상대로 되도 않는 무슨 샤프란(향신료)이며, 꽃다발 같은 것들을 파는 관광객을 위한 상인들이 더 많을 지경. 아쉽다. 너무 아쉽다.
모두가 활발한 시장을 기대했지만, 이제 그런 모습 따윈 없고, 심지어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 올라 정말 아름답다던 그런 멋진 풍경도 없다. 라마단 때문인지, 이제는 더이상 이런 전통적인 시장이 예전같지 않아 그런지는 한낱 여행자인 내가 알리가 만무하다.
새벽 일찍부터 나와서 배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전부 배고파서 뭐 먹을껏 없나, 시카라에 실린 채소들을 보는데 먹을 것이라곤 연꽃 밖에 없다. 연꽃 줄기를 사서, 열매를 좀 먹다가 너무 배고픈 우리는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슈퍼마켓이 보였다. 아저씨에게 말해서 그리로 시카라를 옮겨서 젤 앞자리에 앉아있던 진이가 대표로 내려서 과자랑 먹을거리를 사는데 진이를 보낸것이 또 화근! 어마어마하게 구입한다!
정말 손이 크다!
진이 때문에 아침부터 또 한참 웃었다.
과자랑 이것저것 구입한 우리는 다시 시장쪽으로 와서 배 위에 앉아 군것질을 하면서 시장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다렸으나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로 하고 이제는 밝아진 하늘 아래 숙소로 다시 향하는데, 다시 또 비좁은 수로를 거쳐 넓은 광장 같은 곳으로 나왔다.
달레이크의 본 모습인가!
정말 거대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 넓은 곳 조차도 달레이크의 아주 지극히 일부라고!
실제 달레이크 안에서 이렇게 하우스보트들이 밀집한 이 곳들은 작은 지역이고 달레이크는 정말 넓다고..
놀랍다.
숙소에 다시 돌아온 우리는 새벽 일찍 일어난탓에 다들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다들 한숨 더 잔다고 하여, 나 역시 다시 또 한숨 자는데 난 또 거실에서 잠들었다. 이렇게 다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1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어제보다는 선선한 날씨.
쏘세지가 일어나서 배 앞쪽에 나와서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배고프다고 말하는 쏘세지! 모두 자는데 일찍 일어나서 배고프고 심심하다고 칭얼댄다.
애들이 일어나야 같이 움직이든가 하기 때문에 애들 일어나면 밥이나 먹으로 가자고 이야기 하고 난 잠시 짬을 내어 일기를 쓰고 일정을 정리해봤다. 그러다가 쏘세지에게 언제 잠무로 향할지 얘기하는데 내일은 뭔가 촉박하게 느껴지고 내일 모레 쯤이 적당한 듯 하여, 내일 모레 잠무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도 애들이 도무지 일어나질 않아 애들을 모두 깨우고, 우린 대충 점심을 때우고 스리나가르에서 볼 수 있는 유적지들이나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애들은 역시나 일어나자마자 배 앞쪽에 와서 앉는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리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바로 붙어 있는 하우스보트와 하우스보트 사이에 나무널판지들로 엮여있는 선착장에 언제나 주인 아저씨가 앉아있고, 그 옆 이웃의 하우스보트 앞머리엔 옆집 아저씨. 또 우리 오른편으로도 또 다른 하우스보트 주인들이 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러고 앉아있다가 내가 주인아저씨에게 물었다.
" 아저씨!! 여기 맛집 좀 알려줘요! "
" 여기 맛집은.... 저기 가까운데 라싸가 괜찮아 "
라싸는 가이드북에도 나온 식당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편에 있는 하우스보트 주인아저씨가 이야기에 불쑥 끼어든다.
" 무갈다바가 짱이여!!!! "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근처에 모든 현지인들, 즉 하우스보트 주인들이며 가족들이
" 맞어맞어 무갈다바가 짱이여 " 이러면서 입모아 얘기하는데 정말 소름돋았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자 주인아저씨도 고개를 끄덕하면서
" 맞어 무갈다바도 맛있지... " 라고 인정을 한다.
그 반응들에 우리 4명은 모두 화색이 돌았다.
아니 씨발 생각해봐.
스리나가르가 음식으로 유명한 동넨데 그래..어디 전라도 전주라고 해보자. 그 동네 주민한테 어디가 맛있냐고 묻는데 모두가 한 식당을 가리킨다면!! 정말 기대감 완전 업!!! 먹을 것을 좋아하는 우리로서는 이만한 희소식이 없다. 무갈다바로 대동단결!
" 아저씨들. 그러면 여기 스리나가르에선 뭘 먹어야되요? 뭐가 맛있어요 "
" 카쉬미르는 먹을 게 많지, 탄두리치킨도 유명하고, 카쉬미르 플라오도 유명하지.. "
이렇게 얘기하는데 재미난 옆집 아저씨가 또 껴든다.
" 구스타프 "
" 구스타프를 먹어! 정말 기가 막히는 맛이야 "
난 다시 또 우리 주인아저씨에게 " 아저씨 구스타프 맛있어요? "
" 기가 막히지! "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나는 막 신나서 막 질문을 해댔다.
이거는 어디가 맛있어요, 이거는 어디가 맛있어요 막 질문을 해대는데 주인아저씨가 갑자기 손가락을 입에다 가져다 대며 말했다.
" 쉿!!!!!!! 무갈다바 "
빵터졌다. 그 모습에 우리4명 모두 진짜 뒤집어졌다.
와 어느 정도길래..
정말 미칠듯한 기대감. 일단 아껴두었다가 저녁에 가서 먹기로 하고 우리는 바로 시카라 타고 건너가면 근처에 있는 라싸에 가서 허기를 때우기로 했다.
시카라를 몰고 나가, 배를 한쪽에 정박해두고 쇠사슬로 묶었다. 사실 안 묶는 배들이 대다수였지만, 혹시 모르니 쇠사슬로 좀 감아놓고, 라싸로 향했다.
조금 걸어서 간 라싸. 겉모습은 무슨 백반집처럼 생겼는데, 문을 열어주는 직원도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한국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가이드북에 나왔기 때문일테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한국팀 멤버 안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초모리리를 함께 갔었던 현이였다. 그 이후로 못봤는데 스리나가르에 온 것이었다. 역시 일행들이 있는 가운데 현이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린 한켠에 앉았다.
우린 앉아서 메뉴판을 보는데 스리나가르에 오면 꼭 먹어야 될 음식이 바로 이 곳이 본고장이라는 그 유명한 인도의 탄두리치킨 그리고 또 하나는 이 곳 카쉬미르 지방의 토속(?!)음식인 카쉬미르 플라오 였다.
우리는 탄두리치킨,칠리치킨,카쉬미르 플라오 등을 주문하고 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테이블에 떨어져있는 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그간의 일들을 들었다.
새삼 얘기하지만, 라다크에서 판공초를 못 본 사람은 정말 안타까운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 하나만 봐야 한다면 판공초 두개만 봐야 된다면 누브라밸리 판공초 세개를 다 보고싶다면 초모리리 누브라밸리 판공초다.
순서는 의견을 종합하자면 누브라밸리 초모리리 판공초 혹은 초모리리 누브라 밸리 판공초다.
판공초를 먼저 보고나면 다른게 다 병신으로 보인다는 것이 중언.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고급식당 답게 정갈하게 웨이터가 제법 그럴싸하게 서빙을 한다.
식탁에 잘 차려진 음식들 우린 워낙 허기졌던 터라 신나게 먹는데 제일 궁금한 맛은 바로 카쉬미르 플라오였다.
볶음밥 같은 것이었는데 느낌은 태국의 파인애플 볶음밥 느낌
제가 한 입 먹어보겠습니다.
카쉬미르 플라오. 안에 파인애플도 들어가있고 과일들이 들어가 있는 볶음밥인데 가장 가까운 맛은 태국의 파인애플 볶음밥이다. 개인적으로 파인애플볶음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별로지만 여자애들은 맛있다고 난리. 그 외에 탄두리치킨은 평이하고, 대체로 음식들은 맛은 있으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신나게 먹다보니 양이 작아서 현이에게
" 그 쪽에서 먹은 것 중에 젤 맛있는게 뭐야? 우리 하나 더 주문할려고 하는데.. "
그러자 저쪽팀에서 한가지 음식으로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그 음식을 주문했다.
" 여기 논배지 갈릭 칠리 초우멘 NON VEG. Garlic Chilli Chowmen "
인도의 음식 이름을 보고 대충 파악 가능. 일단 논베지니까 고기가 들어갔다는 얘기고, 갈릭칠리는 당연히 마늘과고추를 넣고 볶았으니 약간은 매콤한 느낌이라는 얘기고 초우민은 볶음면이다.
그냥 쉽게 풀이하면 그냥 매콤한 고기 볶음면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배고파 배고파를 외치며 기다리는 동안 현이네 일행들은 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가는데 또 보자면서 현이와 이야기 나누고 현이네 일행이 머무는 하우스보트의 선착장 번호와 하우스보트 이름을 듣고 놀러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초우민이 나왔는데, 겉보기와는 달리 맛은. 좆망.
다들 " 이게 제일 맛있었다고?? 뭘 먹은거지 " 라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아쉬운대로 먹고 우리는 무갈다바에 대한 기대감만 점점 커져갔다.
밥을 먹으며 얘기한 결과 투어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다들 투어가 그리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다. 쏘세지는 가이드북에 나온 별4개짜리 모스크(가이드북에 표시된 별점, 1-5개가 있다. 5개는 피라미드급, 보통 3개 정도면 평균이고 4개 정도면 꽤 가볼만한 곳)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얘기하다보니 굳이 1200루피 주고 주인아저씨에게 시카라 투어를 할 필요가 없는것 같아서 우리는 그 별4개짜리 모스크만 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 별4개짜리 모스크는 스리나가르의 명물 하마단 모스크 식당을 나와 릭샤를 타고 100루피에 하마단 모스크로 향했다.
사실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릭샤를 타고 왔다갔다 할 때, 물론 인도 뿐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물가감각이 없기 때문에 여러번 물어보는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엔 어느 한 지점을 정해서 여러 기사에게 물어 보고 최대한 깎은 뒤에, 그 깎은 가격을 가지고 기본가격으로 책정한뒤에 부른다. 만약 기사들이 그 가격을 듣고 화를 내고 간다면 좋은 가격이다. 하지만 손쉽게 오케이한다면 아직 깎을 여지가 있다는 것. 그리하여 결정도니 가격이 100루피였다.
릭샤를 타고 꽤나 달려서 가는데 이슬람 도시라, 중동 특유의 느낌도 한가득이다.
개인적으로 무슬림 국가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풍경들이 참 좋다.
태그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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