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5 스리나가르 댄스배틀
스리나가르에 온 이후, 매일 새벽까지 하우스보트 앞에 앉아 많은 대화들을 나누다보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되었다. 어김없이 한시가 넘어서 일어나서, 모두 보트 앞에 앉아서 밍기적 거리다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여긴 개미지옥이다. 한번 여기에 앉으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안든다. 세상 여기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앉아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 오늘 한국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어. "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 우리도 봤어요, 진짜 한 20-30명이 한꺼번에 큰 배타고 넘어오는데 대박 "
무슨 일로, 한국사람들이 그리도 많이 왔나. 우리는 배고파서 밖으로 나가 라사에 가서 일단 허기를 때우겠단 생각으로 라싸로 갔다. 안에 들어가자 한국사람이 개떼처럼 있었다. 놀라웠다. 보니까 무슨 단체관광객 같은데 아저씨,아줌마들이 대다수였는데, 여기서 익숙한 얼굴을 만난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같은 숙소, 같은 층에 머물던 한국여자를 만났다. 그 때 완전 아파서 비리비리 하고, 원숭이가 숄을 훔쳐가서 반항도 못하고 있었던 그 여자가 여기서 보니 한국사람들을 바글바글 이끌고 있었는데 보니까 무슨 가이드 같았다. 얘기만 들었던 친구따라 인도가기 이런거에서 인솔자인듯.. 그래도 쏘세지가 그 때 숄도 찾아다 주고 했는데 딱히 반가운기색도 없고 사람들 챙기느라 바쁜지 그렇게 지나갔다.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 밥을 먹는데 오늘은 고기 안시키고 간단하게 먹으니 1인당 150루피가량 나왔다. 여행 내내 씀씀이를 생각하면 참 많이 쓴 건데 최근에 쓴 걸 보면 휴... 이것마저 절약한 기분이라니 배터지게 먹고는 밖으로 나와 걷다가 우리는 무굴식(인도왕조) 정원인 니샤트 박으로 향했다.
릭샤타고 100루피, 달 레이크를 끼고 달리는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도착해보니 엄청난 인파와 트래픽. 스리나가르의 유원지인듯 정말 많은 사람들이 놀러온 것 같았다. 티켓오피스가 있길래 입장료를 끊고 들어가는데 아름다운 정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둘째치고 정말 밖에 보다 더 많은 인파들로 바글바글 하다. 정말 인도와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괜히 인구가 10억대가 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아름다운 무굴 정원 그리고 그 안에 수 많은 인도인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놀러온 큰 놀이동산 같은 느낌.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다시 또 모두 주목, 우리에게 와서 장난스럽게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악수를 청하고, 말을 건네고, 난리도 아니다. 인도에 가면 연예인 기분을 이토록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이만큼 또 외국인임을 노리고 와서 대뜸 기념품 좀 달라는 녀석들도 많고, 정말 파리떼 처럼 느껴진다. 좀 적당히 좀 귀찮을 정도다. 우리는 적당힌 안으로 쭉 들어가다가 인도인들 가족들이 자리 잡고 놀고 있는 곳이 적당하겠다 싶어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쏘세지가 돗자리 들고 다님, 유용하게 썼다) 앉아서 쉬다보니 점점 사람들이 우릴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인도 사람들 답다. 우릴 수십명의 사람들이 에어 싸고 너무나 크나큰 관심을 보이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다.
온 통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있는 와중에 우리는 또 각자 편하게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옆 가족이 아예 공원에서 짜이를 끓이고 있었다. 이렇게 가족들이 먹을 것이며 오손도손 와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런 모습을 부러워 쳐다보고 있으니 나랑 눈이 마주친 그 집 딸내미가 짜이를 건네준다.
" 땡큐! "
그리고 한모금 들이키는데 엑!!!!
완전 짜다.
그렇다. 이 곳 카쉬미르는 인도본토와는 또 다른 곳이다. 이 곳의 짜이는 카쉬미르 짜이라고 해서 인도본토 처럼 달달한 짜이가 아니라 소금을 넣은 티다. 이른바 몽골,티벳,라다크 라인을 잇는 야크버터티 같은 그런 느낌의 티. 모든게 내륙의 인도와는 다른 이곳.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있는데, 쏘세지는 오늘 또 나들이 온다고, 마날리에서 풀셋으로 맞춘 인도 젊은 여자들의 옷인 살루와수를 입고 또 멀리 떨어진 인도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며 놀고 있는데 뒷모습만 보면 저기 어디에 한국사람이 있겠는가 ㅋㅋ
한편 수는 조금 껄렁거리는 인도녀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 동네 노는 형들 포스나는 인도새끼들이 뜬금포로 댄스 배틀 하자고 하는데 춤 하면 또 수 아니겠는가, 무려 뱅갈로르에서 발리우드 댄스 학원에 다니면서 발리우드 댄스를 배운 재원! 수는 호기롭게 콜을 외치고, 잠시 인도노래를 찾을려고 핸드폰을 뒤적이고 드디어 인도영화의 특유의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겠다.
영상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겠다.
[ 동영상 : 수의 육성도 들어가있고, 꽤 볼만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동영상을 본 이후에.. ]
수는 특유의 발리우드 댄스를 신명나게 췄지만, 인도새끼들 눈에는 그냥 허우적 거리는 것 처럼 보였는지, 한녀석이 수를 밀치고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는데, 아오! 진짜 한국 비보이들 데려다가 다 개발라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수 덕분에 유쾌해진 분위기, 우리는 그렇게 앉아서 친절한 인도가족들로부터 이것 저것도 얻어먹고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공원을 즐겼다. 계속 앉아 있고 싶었지만 원체 사람들의 관심이 커서 우리는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가자고 의견을 모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공원을 본격적으로 돌아 다니기 시작하는데 정말 생각보다도 훨씬 더 컸다.
공원이 계단식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위로 가면 갈 수록 사람들은 더 많았고, 큰 연못같은데서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말 딱 우리네 60-70년대 창경궁이 창경원이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옛 무굴 왕조의 위엄은 이렇게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다.
공원을 그렇게 크게 한바퀴 돌고는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공원을 나와도 여전히 엄청난 인파, 과연 우리가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트래픽잼도 여전했다.
릭샤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보이고, 우리는 돌아가는 길은 시카라를 하나 대절해서 달레이크 구경도 좀 더 하고 돌아가는 길 석양보면서 가자고 해서 호수 근처로 향했다. 호숫가에 인파만큼 노점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이런 노점 구경이 재밌다. 우리 노점들에서 떡볶이나 오뎅을 팔듯, 이들에겐 어떤게 별미일까, 구경 하며 천천히 시카라를 찾아 갔다.
호수 가까이 가니 상점가들과 식당가들이 있었고 저 멀리 시카라들이 엄청난 숫자로 정박되어있다. 시카라 한대 잡기 전에 배에 앉아서 이것저것 맛난것을 먹자고 우리는 또 신나서 튀김이며 음료수들을 마구 구입했다. 본격 준비를 마치고 우린 시카라 쪽으로 향했다.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시카라꾼들이 다가온다.
" 뭘 원해 "
" 시카라 이 새끼야 "
" 어떻게 할래, 1시간 2시간? "
" 우린 그런건 필요없고 선착장 번호 10번 정도 까지 가면 될 것 같은데 "
" 그래? 그렇겐 안하고 1시간이든 2시간이든 계약을 해야돼 "
" 얼만데? "
" 1 시간 1800루피, 2시간 3000루피 "
미친놈들아..
주인아저씨가 제안한 하루투어가 1200루피었는데 미친다.
이 새끼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다. 3천루피면 한국돈으로도 6만원인데, 나의 여행지물가 계산법에 따르면 60만원도 넘는 돈이다. 씨발넘들
우리는 한참 흥정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냥 저 멀리 석양이 어느새 지고 있어서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박고, 릭샤를 잡아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릭샤잡기도 힘들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지도 않고, 가더라도 300루피 이렇게 부르는데 도무지 답이 안나온다.
이럴땐 어떻게?
일단 걷자 싶어서 우리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면 뭐 답이 나오겠지.
호수가를 따라 걷는데 손에 튀김도 있고해서 우리는 잠시 호숫가에 걸터 앉아 튀김먹으면서 전혀 걱정안하면서 말로만
" 어떻게가지? "
" 어떻게 되겠지 " 이러면서 잠시 노닥거리고 있으니 아까 공원에서 만난 인도애들이 또 지나가다가 우릴 보고 다가와서는 말을 건넨다. 그냥 외국인이 마냥 신기한듯. 인도사람들의 호기심, 어린아이같은 모습은 좋기도 좋지만 때론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고맙다. 그런 관심.
그 와중에, 여자애들이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더니 저 멀리서 부르는 소리 " 오빠 잡았어요 릭샤 "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릭샤로 달려가니 150루피를 부른다. 존나 비싸지만 그나마 양심적인 가격이었다.
릭샤에 올라타고 우리 숙소 근처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들어가기 전에 장이나 좀 보자고 해서,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또 애들 온갖 군것질거리를 무지막지하게 구입했다.
그리고 일전에 애들이 사왔던 프라이드치킨, 너무 맛있어서 그걸 사러 갔다.
가서 프라이드치킨을 두마리 사고, 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슈퍼마켓을 애들이 털기 시작한다. 미친듯...
양손 두둑하게 치킨에 온갖 안주거리를 사서 숙소로 오는 길 행복하다.
시카라를 타고 하우스보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 앞머리로 향해 널부러졌다.
" 이렇게 좋은데 왜 우린 밖에 자꾸 나가죠 "
이러면서 여기가 최고라고 또 희희덕거리면서 늘어지는데, 그 말대로 정말 행복하다.
우리는 치킨과 술을 마시면서 또 마셔라 부어라 시작했다.
세상 천국이 여기고, 내가 신선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유유한 달레이크 한가운데서 즐기는 술.
술이 조금 오르자 여자애들은 또 현이를 데려온다며 출발한다. 여자애들이 참 현이를 좋아한다.
아마 동갑내기라서도 그렇고 맘이 있나 싶다.
애들이 배타고 나가있는 동안 잠시 쉬면서 또 행복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이제이 완전 미친듯이 듣고 놀며 있다가 보니 애들이 왔다.
현이가 왔는데 나는 이이제이에 지금 가속도 붙어서 빠져있던 터라, 애들 노는 동안에도 계속 이이제이 듣다가, 어느 정도 들었다 싶어 이이제이를 멈추고, 다시 애들과 함께 술을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취할 때 까지. 밤새 온갖 이야기에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참으로 할 얘기도 많고, 재밌다. 나도 너무 피곤해져서 먼저 들어가고, 최후에는 진이와 현이 둘이서 손목때리기를 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난 대충 정리하고 방에 들어와서도 이어폰을 꼽고 새벽녁까지 이이제이 듣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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