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1 [파키스탄/판다르] 행복



 아침에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어 진다.  잠이 늘은 결과 일 것이다.   눈을 힘겹게 뜨고나서야 갑자기  한국에서 아침에 출근하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찍 일어날 때의 괴로움이 떠올랐다.  그에 반하면 지금은 완전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긴 이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왈리의 고향 치트랄로 갈 것이다. 치트랄은 파키스탄 서쪽에 위치해 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맞닿아 있는데 이제 우리가 치트랄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는 여행루트를 돌이킬 수 없다.





  

 치트랄로 가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루트는 자연스럽게 치트랄 - 페샤와르 - 라왈핀디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치트랄 가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루트는 길깃 - 라왈핀디 - 라호르 - 인도 암리차르!  막상 마음은 먹었지만 사실 고된 여행 길에 끊임 없이 갈등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곳에 비하면 인도는 여행 인프라가 월등한 나라다.  인도가 비행기 1등석이라면 파키스탄은 만원버스를 타고 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쨌든 인도는 실제로도 한국에 비해 여행하기 좋은 나라인건 사실이다.  



 


 일단 짐을 챙겼다. 짐이 꽤 많이 줄었는데 새로 구입한 각종 먹거리 때문에 이제 더이상은 짐이 줄지 않는다. 씻고, 짐을 완벽하게 꾸린 뒤에 체크아웃을 했다. 어제 쏘세지가 멜론을 샀기 때문에 버리기도 그래서 아침식사로 어제 남은 멜론을 먹고 우리는 길을 나서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갈등한다고 했지만 그저 망설임일 뿐 우리는 치트랄로 향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일하는 남자가 친절하게도 따라 나와서 택시를 잡아준다. 우리끼리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호의였다.



 바깥에 나와 택시를 잡는데 안 도와줬더라면 우리끼리 버스정류장 가는 것만도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 택시를 잡아서 목적지 까지 얘기해준다. 정말 친절한 이들이다. 사실 지도 상으로 버스 정류장 위치를 체크 해놓긴 했는데 걸어가려면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을 해봤지만 배낭을 메고 거기까지 걷는다면 지옥이 될 것 같아. 택시를 타기로 한건데 천만 다행이다. 지도 상으로 보이는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였다. 



 버스스탠드 있는 곳에 도착하니 버스스탠드가 하나가 아니었다. 꽤 여러개의 스탠드가 있었는데 택시기사 조차 치트랄로 가는 버스스탠드를 찾질 못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치트랄 행 터미널을 찾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판다르'라는 곳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었다.  계속 말하지만 파키스탄의 인프라는 그리 좋지 않다. 치트랄 까지 한국 같으면 몇시간이면 갈 거리겠지만 파키스탄의 인프라로 우리는 먼저 '판다르'라는 곳에 가야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시 또 마스튜지라는 곳에 가고, 거기서 다시 버스를 또 타야지 치트랄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정보도 아흐마드와 라즈가 이야기 해줘서 알게 되었다.  치트랄로 가기로 맘 먹고 아흐마드와 라즈에게 부탁해 가는 길 루트와 지명등을 메모하고 아랍어로 적어달라고 했다.   아흐마드 말로는 판다르가 정말 아름답다는 얘기는 들었고, 치트랄까지 가는데 아마 판다르에서 하룻밤, 마스튜지에서 하룻밤 이틀은 자야지 치트랄에 도착할 거란 얘기를 해준다. 이러니 우리가 엄두가 안났던 것이다.  그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 이틀은 차를 타고 가야된다니. 정말 쌩지옥! 분명 그것도 버스에 사람을 꽉꽉 채워서 갈텐데 말이다.




  잠깐 정보 )


    길기트 --> 치트랄 이동 경로

      길기트 버스정류장에서 --> 판다르

      판다르 --> 마스튜지 

      마스튜지 --> 치트랄






    물론 저 사이사이에 자잘한 버스 갈아타는 것은 모두 생략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론리플래닛에도 판다르는 안나와있다.  현지인들에게 얻은 정보로 구성한 나만의 여행정보




[ 구글 지도를 최대로 확대해도 이정도 밖에 안나오는 작은 마을 판다르(판데르) ]






  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티켓을 파는 곳으로 갔다. 티켓을 파는 작은 창구 겸, 짐들이 놓여져 있고, 사람들도 기다리는 복합공간이었다. 판다르행 버스를 물어보니 아침 11시에 출발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이른터라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다. 티켓을 끊고, 짐을 한곳에 놓아두고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파키스탄 사람들의 순박함에 이미 적응이 되서 그런지 짐을 대충 아무대나 던져놓는데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 그들을 믿는다.





 나가서 뭘 먹을까 하다가 쏘세지가 아까 정류장으로 택시 타고 올 때 매의 눈으로!  버거가게를 봤다는거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곳으로 향했다.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한참을 걸어 그리로 향하니 쏘세지 말대로 정말 버거를 팔았다.


 치킨버거 150루피 

 사미버거 (사미=치킨 다진것) 100루피

 에그버거 45루피 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일단 사미,치킨 버거를 시켜서 먹는데 외국인이 자기네 가게를 찾은 것이 반가운지 주인남자가 연신 웃는다. 내가 햄버거 만드는 모습을 사진을 찍으니 포즈도 취해준다. 그리고 햄버거가 나왔다. 한입씩 먹는데 개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면서 막 웃으면서 맛있다고 하니 주인남자가 으쓱한다.   우리는 분명 오랫동안 버스타고 가다보면 밥 먹어야 될테니까 아예 여기서 햄버거를 포장해서 가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햄버거를 먹으며 주인남자에게 에그버거 2개 포장을 부탁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는 주인남자는 45루피보다 조금 더 돈을 받았는데 포장비였다. 역시 인건비나 재료비보다 공산품 가격이 비싼 곳 답게 포장용기 때문에 가격이 휙 올라갔다. ㅋㅋㅋㅋㅋ 




[ 우리에게 큰 관심과 친절을 보여준 파키스탄 아저씨, 가게안의 손님..]




 하지만 정말 맛있었고,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모습에 기분 좋게 돈을 내고 우리는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켠에 의자를 내준다. 자기네는 여기저기 놓여져 있는 쌀포대며 박스들 위에 앉으면서 우리를 앉으라고 의자를 내주는 친절. 정말 우리가 뭐라고, 항상 고맙다. 사람들이 영어를 거의 잘 못해서 짧은 영어와 짧은 파키스탄 말로 대화를 하는데 늘 확인하는 습관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 것 저 것 질문을 했다.






 " 너네 어디가니? "

 " 판다르~ " 


 판다르 간다는 그들의 말에 버스를 제대로 타고 간다는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11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여전히 출발할 생각을 안하더니 11시가 넘어서야 짐을 올리기 시작한다. 기사가 나타나 승합차 지붕위에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올리기 시작하고 드디어 12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을 했다.  꽉꽉 한줄 4-5명씩 채워서 갈 것이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몇 안되는 사람만 태우고 아주 편안하게 버스는 출발했다. 


 




 길깃을 벗어나서 치트랄로 향하는 길, 게다가 도로도 포장이 잘 되어있었다.  잘 빠진 길을 신나게 달리니 다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여행자는 새로운 곳을 향할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어느 새 우리가 도착한 어느 작은 마을, 정말 이쁘고 작은 마을이었다. 한켠에는 큰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고, 도로에서는 협곡이 보였다. 그리고 기사는 이내 차를 한켠에 세웠다. 도로 가장자리에 작은 가게들이 쭉 문을 열고 있는데 견과류,과일 파는 가게들이었다. 느낌상 이 곳이 휴게소 였다.













 예상대로 기사는 이 곳에서 밥을 먹고 이동한다고 하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은 바로 근처에 식당이며 과일가게등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식당은 건물이 없이 야외에 있었는데 크고 널직한 뜰에 그저 테이블이 듬성 듬성 몇개 놓여져 있는 공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게다가 그 뜰 옆으로는 협곡이 멋지게 내려다 보이고 큰 나무와 그 나무 그늘 밑에 테이블들이 놓여져 있어서 정말 멋졌다. 우리는 햄버거를 포장했기 때문에 굳이 이 곳에서 밥을 사먹을 필요는 없기에 포장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큰 나무 밑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그늘을 즐기며 에그버거와 쥬스를 맛나게 먹었다. 정말 즐겁다. 피크닉 나온 기분.

 




 이 곳에서 좀 쉬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한참을 달려 도착 한 곳은 길깃 이후 가장 큰 마을인 Gakuchi 가쿠치.  정말 큰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에 접어들어 버스는 터미널로 향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예상대로 드디어 이 곳에서 버스는 사람들을 한가득 태워 꽉꽉 채워넣어 한줄에 4명씩 태웠다. 편안한 여정은 끝 이제 완전히 낑겨서 가야되는 것이다. 




 가쿠치에서 완전히 낑겨서 가는 길, 1시간 넘거 달려 그 다음 도착한 곳은 Gupis 구피스 라는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마을에 접어 들자마자 정말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지는데 비록 몸은 고됐지만 멋진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길기트를 나온 이후 가쿠치를 거쳐서 가는 길도 아름다웠는데 사실 그 동안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다보니 그런 소소한 아름다움에는 많이 감흥이 사라졌는데 뭐랄까 구피스는 그 소소한 아름다움에서도 최고였다.  








[ 아이폰으로 겨우 손을 틀어 찍은 몇장의 사진. 풍경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오후의 따스한 빛이 내리쬐고, 한적한 시골길을 끊임 없이 달리고 있었다. 옆에서 쏘세지는 완전히 골아 떨어졌다. 정말 잘 잔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들을 하며 창가를 바라봤다. 구피스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벗어나자 길의 풍경은 본격적으로 더욱 환상적이 되었다.   정말 농담아니고 최고의 풍경이었다.  판공초를 두번이나 봤지만 이 곳 풍경은 또 이 곳 풍경만의 매력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 줄에 4명이 꽉 껴서 가다보니 중간에 앉은 나로서는 주머니에 있는 카메라를 꺼낼 수 조차 없다. 그저 음악을 듣느라 손에 들고 있던 아이폰으로 창밖을 향해 뇌성마비 환자처럼 겨우 손을 비틀어 찍어보지만 짤 없다. 옆에서 자고 있는 쏘세지가 조금은 야속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다니. 그저 눈으로 보며 가슴에 새겨야 될 뿐이다. 혼자 보기에 아까워 쏘세지를 살짝 깨워보지만 쏘세지는 비몽사몽하며 계속 잠을 청한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눈에 두고  잠만 자다니  나 혼자 눈으로 가득 담아 마음에 이 풍경을 새기겠단 각오로 즐기는데 정말 풍경이 끝판왕이었다.  




 길은 험한 낭떨어지 길을 계속 달리는데 옆쪽의 협곡으로는 에메랄드 빛 강물이 흐르는데 환희와 기쁨을 넘어 감동이었다. 


 

  " 진짜 여행 나오기 잘했다. " 

  " 사람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살면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행운에 감사하다 " 




 정말 그냥 보통 감동이 아니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여길 올지 말지 고민했다니, 정말 만약 이런 힘든 여정이 두려워 피하고 그냥 라왈핀디로 내려갔더라면 아마 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아마 이런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라 후회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겠지.    모든 것들은 다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해보지 않으면 그걸 안했다는 후회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가면서 정말 이 멋진 에메랄드 빛 강 때문에 감탄 또 감탄했다.  구피스 다음 마을이 판다르라고 하니 이제 거의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다. 구피스와 판다르 사이에 이 길은 내 평생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판다르에 거의 도착했는지 슬슬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뒷좌석에 탄 사람들만 계속 내린다. 사람들이 꽤 내렸음에도 여전히 내가 앉은 줄은 4명이다. 어쨌든 고된 여정이지만 풍경이 그 보상을 충분히 해줬다.   그리고 판다르에 거의 도착한듯 길은 언덕을 정점으로 찍고 조금씩 내리막길이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다시 또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판공초에 맨 처음 도착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것 처럼, 나는 다시 그 풍경 앞에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 사람이 너무나 감동적일 때 흐르는 그런 눈물이었다. 그냥 기쁘다, 행복하다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의 극.    언덕 위에서 바라본 저 아래 마을의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흔히 말하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나타낼 때 쓰는 진부한 수사가 아니라 진짜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밭들이 초록색,갈색,황금색으로 다채로운 색을 뽐내며 반듯한 사각형의 모양으로 붙어있는데 마치 다양한 색의 헝겊으로 수를 놓은 퀼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작품 옆으로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물빛을 가진 에메랄드 빛의 강이 흐르는데 정말 최고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모든 것에 감사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태어나서 감사하고

 이렇게 여행을 올 수 있게 건강해서 감사하고

 이 곳을 오기까지 결정 할 수 있게 해서 감사하고

 그냥 모든게 감사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한참 잠을 자던 쏘세지가 잠에서 깨고, 비몽사몽 하며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더니 " 우와~~! " 하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나는 울음을 그치고 살짝 울먹이는 소리로 " 이제 봤냐.. 난 계속 저거 보면서 왔다 " 



 " 오빠..와.... 여기 진짜 와..... "

 " ㅋㅋㅋㅋㅋㅋ 얼른 사진 찍어 "


 " 와...진짜 장난아니다. "

 " 기사한테 차 세워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ㅋㅋㅋ "


 " 진짜.. 아 못세우나.. 그럼 다른사람한테 미안하나 "


 

 우리는 그렇게 감탄하며 드디어 판다르에 들어섰다. 론리플래닛에 조차 소개가 안되어있는 이 작은 마을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치트랄로 가기로 마음 먹지 않았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판다르에 들어서자 이제 사람들이 계속 내리기 시작하고, 마지막 사람을 내려 준 이후 승합차 안은 텅텅 비어 나와 쏘세지 단 두명만 남았다. 마을은 너무나 작고 한적했는데 상점들이 몇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을 지나치는데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마지막 폴리스체크까지 했다. 



 기사는 우리에게 숙소를 어디를 갈지 묻는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뷰포인트가 아주 좋아보이는 숙소를 가리키는데 제법 가격이 비싸 보인다. 싼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가고 싶다고 싼 곳을 찾자 기사가 고개를 끄덕한다. 그리고 언덕길 아래로 계속 달려 도착한 작은 게스트 하우스.



 '사다르 게스트 하우스'였다.

 1층 짜리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펴고 잠시 쉬는데 짐을 잠시 내려놨을 뿐인데 재밌는게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녀석이 우리에게 의사를 묻지도 않고 곧장 방문을 하나 열어 짐을 거기다 옮겨놓는다. 골깐다. 그리고 방값을 부르는데 방값을 무려 700루피를 부른다. 정말 충격적인 가격이었다. 미친놈



 더이상 선택지는 없는 것 같아. 깎고 또 깎고 해서 500루피에 잡았다. 정말 방시설을 생각하면 여긴 100루피도 아까울 지경.  어쨌든 결국 이 곳에 묵기로 했다. 그리고 기사와 인사하는데 기사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재밌는 아저씨다.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작별!  드디어 이렇게 우리는 판다르에 도착한 것이다.





 방에다 대충 짐만 던져놓고 우리는 나와서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마당 한켠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생선을 다듬고 있다. 뭔가 하고 봤더니 무지개 송어다. 대박. 저 에메랄드 빛 강에서 잡은 거라는 거다. 파키스탄 와서 생선은 생각도 안했는데 그것도 완전 내륙인 이 곳에 생선이라니 우리는 눈이 뒤집혀 송어 얼마냐고 가격을 물었더니  1킬로에 800루피를 부른다. 18놈들!!!   간만에 손님 왔다고 아주 뽕을 빼는 기분.  차마 800루피를 내고 먹을 깡이 없어. 그냥  0.5킬로만 주문을 했다. 







 생선을 주문하고 우리는 강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강쪽으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 뒤쪽 길을 따라 향하니 정말 이 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무슨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풍경마냥 푸른 들판 사이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데 너무나도 고요했다. 강쪽으로 향하다보니 농경지가 나왔다. 추수가 이제 막 끝난듯 짚단을 정리하고 옮기고 있었는데 엄마와 아빠, 10살 정도 되보이는 귀여운 여자애가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풍경만으로도 행복한데, 보리 추수가 끝난 그 짚단을 들고 꼬마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 기특하고 너무나 보기 좋았다. 막상 강을 보러 왔는데 강은 가시덤불과 나무들 때문에 도저히 접근 할 방법이 없었다. 대신 목가적인 이 마을의 풍경과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흐믓한 미소만 지어졌다. 우리가 나타나자 낯선 이방인이 신기한듯 꼬마가 계속 일을 도우면서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씩~ 하고 미소를 지으니 수줍은듯 웃는다. 



 





 정말 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의 모든 평화로움을 모두 던져둔 것 같은 풍경과 고요함.   함께 저렇게 일하고 저녁에 함께 맛있는 밥을 먹고 함께 하겠지. 저런것이 행복이 아닐까.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사람들, 함께 한다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인데...



  

 한참 마을을 둘러보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니 전기는 당연히 안들어오고, 심지어 물이 찔끔 나오는데 찔끔 수준을 넘어 한방울씩 똑똑 떨어진다. 씨발 이러면서 500루피를 받다니 정말.. 휴.. 물가만 양심적이었다면 정말 이 곳은 너무너무 좋은 곳이었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저녁 8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전기도 안들어오고 마땅히 뭘 할 것이 없어서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향하니 고기 굽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부엌으로 가니 송어를 이미 살을 다 발라내고 소금에 절여서 기름에 튀기고 있었다. 진짜 먹음직스러웠는데  일하는 녀석이 테이블에 앉으라고 서빙 한다고 얘기해준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니 곧 밥과 간단한 야채와 함께 송어 튀김을 가져다 준다.  100만년 만에 먹는 생선이다.








 하나 들어서 먹는데, 완전히 바싹 튀겨서 뼈째 씹어먹어도 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말 바삭한 겉껍질 안쪽으로 송어의 살이 고소하게 씹혔다. 정말 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너무 맛있다. 우리는 더 맛있게 먹기 위해 하루가 주고 간 고추장을 꺼내어 고추장에 송어를 찍어 먹는데 정말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다. 정말 짭짤한 생선의 그 맛. 얼마만인가, 쏘세지와 난 정말 감동 또 감동.  뼈까지 다 씹어 먹느라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그릇을 싹 비웠다. 정말 최고의 한판이었다.




 다 먹고 나서 담배 한대 하며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서 녹차를 한잔 먹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그저 깊은 어두움 뿐.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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