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4 [파키스탄/치트랄] 왈리의 고향, 치트랄 VIP



 마스튜지의 새벽


 새벽 5시,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몸이 피로해서 눈이 떠지질 않는다. 하지만 정보가 거의 없는 우린 그나마 가지고 있는 정보 중 몇 안되는 새벽버스를 놓치면 어떻게 이동 할지 막막해지기 때문에 힘을 내서 일어났다. 일어나자 차가운 새벽공기가 쌀쌀하다.   밖으로 나가 담배 한대 피고 있으니 일하는 사람이 나왔다. 우리는 짐을 거의 풀지도 않았지만 짐을 챙겨 나가려고 체크아웃하는데 방값 400루피를 내밀자. 어제 저녁 밥값으로 1인당 무려 150루피나 책정 결국 총 700루피를 내라고 한다.  에휴 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어제 밥 먹을 때 쏘세지에게 그런 얘길 했다.  " 괜히 공짜로 먹을지도 모른다고 눈치 보지 말고 돈 낼수도 있으니 그냥 맘껏 먹어 "라고  쏘세지에게 얘기했는데 예상대로다. 아 무슬림 통수! 그 밥이 150루피라니 ㅋㅋㅋㅋ


 

 여행다니면서 흔히 겪는 일이기에, 당황하지 않고~ 돈내고 배낭을 둘러메니, 숙소에서 일하는 녀석이 우릴 도와주겠다며 함께 바자르(시장)로 내려간다고 해서 같이 길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쌀쌀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녀석을 따라 가는데 그래도 고맙다. 이른아침 귀찮을텐데 챙겨주는게 고맙다.  어제 이 숙소로 올라왔던 길과는 달리 지름길로 해서 바자르로 향해서 내려가는데  바자르에 도착해보니 어제 우리가 도착한 곳이 지금보니 시장이었다.  아직 동이 터오기 직전이라 푸르스름한 하늘이 아직은 어둡다. 시장에 도착하니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오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켠에 의자가 놓여져있는 어느 문닫은 상점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치트랄로 이동 할 지프를 기다렸다.  일하는 녀석이 5시 30분이면 온다는 지프는 안오고, 얘도 걱정이 되는지 안절부절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묻기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거의 6시 다되어 지프가 한대가 왔는데 치트랄로 가는게 아니라 Booni 부니 라는 마을에 가는 것이다. 숙소애가  얘기를 해주는데 부니에서는 치트랄 가는 버스가 많다고, 아무래도 그 지프를 놓치면 또 한참을 기다리던지 해야되니 결국 우리는 그 지프를 타고 가기로 했다. 1인당 150루피.




 정말 치트랄 한번 가기 힘들다.  벌써 거쳐간 마을 수만 몇개인지, 크고 작은 마을을 제외하고 그 가운데 크고 이름이 나름 붙어있었던 마을들만 열거해도 이정도다.  길기트 - 가쿠치 - 구피스 - 판다르 - 마스튜지 - 부니 - 치트랄  ㅠ,ㅠ








 암튼 부니로 향하는 길. 꽉꽉 채운 지프. 쏘세지는 앞에 조수석 쪽에 파키스탄 여자1명과 함께 낑겨서 앉았고, 나는 뒷좌석에 낑겨서 앉았다. 다행이도 창가에 앉아서 창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가는데 너무나 멋진 풍경.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친절한 한 사내가 산을 가리키며 "티리미츠 산" 이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너무 멋진 풍경을 보며 나는 신나게 가고 있는데 앞에서는 쏘세지가 한참 뿔이 나있다.











 쏘세지는 앞자리에서 파키여자랑 자리싸움을 하고 나는 뒤에서 자리싸움. 자리싸움이라지만 알게모르게 서로 안밀릴려고 힘을 주는거다. 그렇게 해서 얻는것은 조금더 다리를 벌릴 수 있고 조금 더 허리를 펼 수 있는 것. 힘쓰는것에 비해 보상은 적지만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불편함이 더욱 불편하게 될 수 있으니 버티는거다.  빡세다.   이른아침 상쾌한 바람 속에서 비포장도로를 2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부니에 도착했다.  어느 큰 공터에 수 많은 미니버스들(봉고차,승합차)이 서있었는데 우리가 부니에 내리자 마자 수 많은 운전기사와 삐끼들이 " 치트랄 치트랄~ 치트랄~! " 하면서 호객행위 중이다. 얼마나 안심인지. 언제나 이런 호객행위는 대환영이다.




 딱 스캔 해보니 치트랄행 미니밴들이 한두대도 아니고 꽤 많이 기다린다. 절대 바가지 쓸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곧장 다시 미니밴으로 갈아타고 다시 또 치트랄로 출발 (150루피)  그렇게 드디어 치트랄로 향하는 길. 너무나 즐겁다. 언제나처럼 미니밴은 풀로 꽉꽉 채웠다. 하지만 길이 그나마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라 편안했다.   어느 순간부터 포장도로가 깔려있고, 제법 도로가 정비되어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타나는 도시의 흔적. 버스는 어느새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길깃보다 크거나 길깃만 한 것 같은데 개인적인 느낌으론 길깃보다 큰 것 같다.  그렇게 드디어 치트랄에 도착했다. 버스는 터미널에 들어가는데 역시 큰 도시 답게 큰 터미널이었고 터미널 안에는 크기가 다양한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미니밴에서 내리자마자  '페샤와르'를  외치는 버스들.  살짝 보니까 미니밴이다. 여행자의 덕목, 빠른 스캔으로 스윽~ 터미널을 스캔하고 생각해본 결과 우리의 다음목적지인 페샤와르를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페샤와르 가는 차량이 많다.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많다. 미니밴을 타고 가야 한다. 이로서 다음 목적지인 페샤와르 가는 방법도 해결됐다. 여행자에게는 모든 것들이 정보다. 하나도 허투로 들을 것이 없다. 아마 이 여행기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냥 이 모든 것들을 흘려보며 재미삼아 보겠지만 막상 이 곳에 가게 된다면 이 글을 정독해서 볼 것이다. ( 블로그에 워킹홀리데이 준비로 온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 필요는 자세를 바꾼다. 그만큼 배낭여행은 여행지에서 항상 자기도 모르게 날이 서있고, 눈과 귀 오감을 열어둬야한다. 




 터미널에서 빠져 나온 우리는 배낭을 메고 쏘세지가 론리플래닛을 보며 점찍어둔 숙소를 가기 위해 Pia Chowk으로 가기로 했다.   촉은 (인도/파키스탄말로) 사거리,시장을 뜻한다.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고 좀 걸었는데  도시라고는 하지만 작고 아담한 마을이라 금방 걸을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이제 파키스탄에서 익숙해진 연예인 모드.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방인에게 시선 집중, 연예인들은 항상 이 느낌이겠구나 싶다.



 그리고 드디어 Pia 촉 도착, 근데 그 숙소가 없다.  쏘세지는 자기가 짐을 놓고 다른 숙소를 구해 본다고 휙 가버려서 나는 혼자 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가게 옆에 가게 주인이 앉아 있으라고 의자를 내오고, 사람들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나에게 갑작스럽게 다 몰려든 사람들.  무슨 동물원 원숭이 처럼 나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을 건네고 악수를 청하고 난리도 아니다. 바로 옆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제법 음식이 맛나보인다. 체크! 나중에 와봐야지. 그렇게 혼자서 있다보니 쏘세지가 돌아왔다. 숙소를 잡고 왔다고 얘기를 해주는데 지금 온 곳 보다도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하는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Chinnar Inn 치나르 인 



 쏘세지의 이런 모습이 참 대단하다.   어지간한 여자들 같았으면 투덜투덜, 오빠가 좀 잡아주면 안돼?~ 이런게 태반인데 다른데도 아니고 이런 파키스탄에서 혼자서 척척. 이러니 혼자 여행을 나올 수 있는 깡다구가 있는거다. 어쨌든 우리는 배낭을 메고  언덕길을 한참을 오르는데 개빡시다.  숙소에 가니 널직한 정원, 역시 숙소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 그리고 쉬는데 숙소주인이 여기는 경찰서 가서 외국인 등록을 해야 된다는건데, 안그래도 나도 론리에서 치트랄은 꼭! 경찰서 가서 외국인 등록을 해야 된다고 적혀있는 정보를 봤다. 




 론리에 그렇게 따로 언급해있을 정도면 이제까지처럼 그냥 체크포인트 등록 정도가 아니라 정말 꼭 경찰서를 가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방에다가 짐을 던져놓고 경찰서로 향했다.  치트랄부터는 대도시라 론리플래닛에도 나오기 때문에 론리플래닛 지도를 보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서는 육중한 문과 가드가 지키고 있었는데 우리가 나타나 외국인 등록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작은 문을 열어준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어디로 가야될지 몰라 서성이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인듯 사람들이 별로 없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외국인 등록을 얘기하자 방 하나를 가리키며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서 뻘쭘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한쪽 구석에 자리를 깔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 더 있으니 한 남자가 와서 외국인 등록 서류를 건네 준다. 서류 작성 시작. 







 서류를 다 작성하고 나니 우리를 따라오라고 한다. 그래서 그 남자를 따라가니 경찰서 밖으로 향한다. 경찰서 밖으로 나와 바로 근처에 건물로 갔다. 그 건물에 가니 떡하니 외벽에 외국인 등록을 하는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따로 별채로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꽤 많은 경찰들이 있었는데 다들 한가로이 노가리를 까며 마치 우리네 동네 복덕방처럼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담배를 피고 있길래 나도 한대 펴도 되냐고 하자 흔쾌히 오케이 한다. 경찰들과 함께 담배를 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 유쾌한 무슬림 형님들. 그래도 다들 배운 사람이라고 제법 영어는 통한다.  나는 그들에게 칼라쉬(켈라쉬) 마을에 대해 물었다. 






 여기서 잠깐! 치트랄 정보


 치트랄에서 꼭 가봐야 될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깔라쉬(켈라쉬)마을이라고 있었는데 이 곳은 파키스탄의 수 많은 소수 부족 중, 칼라시 족이 완전 전통방식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우리에겐 다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지만 파키스탄도 많은 민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 한국은 국경에 대한 편견, 민족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얼굴이 달라야 민족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별개다 ) 어쨌든 이 곳 역시 다른 지역에서는 치트랄리(치트랄사람)라고 해서 언어도 다르다. 공용어 우르드어는 쓰지만 또 각자 민족마다,지역마다 쓰는 언어가 다르다.



 그리고 칼라쉬는 이 곳 치트랄에서도 또 소수민족으로서 자기네 모습을 지키고 사는 민족이고 그들은 칼라쉬 마을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치트랄에서 꼭 가볼만 한 곳이라 그런지 이 곳 외국인을 위한 경찰서 안에는 칼라쉬족의 전통의상이 구비되어있었다. 나랑 쏘세지랑 번갈아가면서 칼라쉬 의상을 입어봤다. 경찰들과 화기애애 하게 담배 피며 그렇게 놀았다.  그런데 한 경찰이 그렇게 얘기하는거다.



 " 지금 깰라쉬 산사태 나서 막혔어. 못들어가 "

 " 엥? 헉 "



 우리는 왜 항상 이 모양인가. 당황스러웠다. 치트랄에서 그나마 켈라쉬마을을 꼭 보고 싶었는데 그나마도 지금 어렵게 돼었다. 힘겹게 치트랄에 온 보람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쨌든 그러는 동안 우리 서류 작업이 완전히 끝나고, 나,쏘세지 각자 외국인 등록 번호가 나왔다. 이 외국인 등록 번호가 이 곳에서 쓸 우리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다. 이제 체크포인트에서 여권뿐 아니라 이 등록번호와 서류를 제출 해야 된다.



 그리고 경찰은 우리에게 또 하나 얘기를 해준다.



 " 너네 여기 머무는 동안 보디가드가 붙을꺼야. "

 " 왜? "

 " 너 지도 안봤어? 여기 치트랄은 아프가니스탄이랑 완전 붙어있어 "

 " 응 "

 " 탈레반 들어봤지? 걔네가 때론 외국인을 위협하기도 하니까. "

 " 응... 탈레반이 진짜 있어? "

 " 하하하 있지. "

 " 아니 뉴스에서만 봐서 신기해서 "



 방안의 모든 경찰들이 깔깔 웃는다.


 

 " 왜? 만나 보고 싶어? "

 " 어 ㅋㅋㅋㅋㅋ "

 " 하하하 모르지 운 나쁘면 만날지도 "

 " 운 좋은게  아니고? 우리 보디가드 필요없는데 안붙여주면 안돼? 그래야 탈레반 만나지 "

 

 경찰들이 깔깔 웃는다.


 

 " 안돼! 보디가드 붙일꺼야 "

  

 서류를 받아들고 우린 슬슬 일어날려고 하자. 


 경찰이 묻는다.


 " 너네 칼라쉬 갈꺼야? "

 " 가고 싶은데 산사태 때문에 막혔다며.. "

 " 음... 그럼 언제까지 치트랄에 있을껀데? "

 " 모르지.. 칼라쉬 갈 수 있나 없나 봐서 "

 " 음.. "



 " 너네 다음 계획이 뭐야? 이제 다음으로 어디로 갈꺼야? "

 " 나 배고파서 밥먹으로 갈껀데 " 

 라고 얘기하니 방안에 있던 모든 경찰 들이 빵터진다. 



 그들이 치트랄 이후 어디로 갈 것인지 물었다는 것은 나도 알았지만 나의 유우머로 받아쳤는데 여기서도 먹힌다. 나란 남자 전세계 누굴 만나도 다 웃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유머는 세상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경찰들이 진짜 완전 좋아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난 다시 한번 무슬림들의 형제애를 나타내는 인사로 방안의 모든 경찰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고 인사를 했다. 무슬림들은 낯선 이방인이 자기네 인사법으로 이렇게 해주니 너무나도 좋아한다.  나 역시도 가볍게 악수만 하거나 인사하는 것 보다 이렇게 이들처럼 친밀하게 인사하는 법이 너무 좋다.



 

 경찰서에서 나오자, 근처에 큰 운동장이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리 큰 마을이 아니라 론리지도에 나온 치트랄 지도를 보고 대충 지리를 모두 익혔다. 이제 더이상 지도가 필요없을 것 같다.  



 " 배고프지? 밥먹으로 가자 "

 " 어 완전 배고파 "

 " 내 생각으로는 여기 운동장 가로질러가면 아까 우리 거기야.. 내가 너 기다렸던데, 거기 식당 맛나보이더라 그리로 가자 "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자 역시 내 예상대로  아까 짐놓고 기다리던 그 곳이다. 거기에 식당으로 곧장 들어 갔다. 식당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말 맛나보이는 꼬치와 치킨비리야니를 팔길래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미리 만들어져있는 것들을 내오는거라 이내 음식이 나왔다.  비쥬얼도 좋은데 맛은 더 대박, 특히  꼬치 대박이다. 완전 아... 말도 안되게 맛있고, 심지어 치킨 비리야니도 맛난다. 










 보통 비리야니는 간을 심심하게 해서 크게 맛이 없는게 보통인데 여긴 간도 적절했다.  꼬치와 비리야니 때문에 살짝 느끼해져서 음료수라도 마실려고 찾는데 음료수를 안팔아서 나는 나가서 슈퍼마켓을 찾아 음료수를 사가지고 돌아와 함께 먹었다. 그렇게 배불리 맛나게 먹고 우린 뭐라도 좀 구경 좀 해보고자 바로 근처에 모스크로 향했다. 









 치트랄 모스크,

 언제나 모스크는 참 평화롭고 정갈하다. 우리는 모스크 안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신발을 벗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에 뜨거운 태양과 더위와는 달리 모스크 안은 시원했다.  무슬림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이렇게 더운데도 언제나 모스크 안은 어찌 이렇게 시원한지. 




 경건한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기도하는 사람,  한켠에서 낮잠 자는 사람, 코란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어져있다.  내가 이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그 어떤 종교보다 경건하고 실천적이면서도 사람들과 밀접하다.  참으로 삶에 밀접한 종교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바지만 정말 이슬람을 알면 알 수록 다른 종교들은 사기같고 돈만 밝히는 버러지 같게 느껴진다.  










모스크 안에서 몸과 마음 모두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한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와 모스크 근처의 또 다른 볼거리 치트랄 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보니 성은 문이 닫혀있었다.  딱히 굳이 안봐도 상관없겠다 싶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성벽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흙벽의 성, 초록빛 녹음.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햇빛,  정말 아름다웠다. 산책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가 또 있으랴 마치 우리네 덕수궁 돌담길 마냥. 정말 그냥 길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이런 한가로운 여유로움을 즐기며 천천히 성벽을 따라 걷다가 길을 꺾으니 강이 보였다. 

 






- 이렇게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좋다. 이걸 너무 좋아하는데 일본에는 이 햇살을 뜻하는 단어가 있다. 코모레비 -



 오, 강 가까이 가볼까..

 강 근처로 가자, 리버사이드 호텔이라고 이름 붙인 곳이 나타났다.


 제법 고급스러운 호텔처럼 보이는데 큰 빌딩이 있는게 아니라 큰 가든에 멋드러진 건물이 서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과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이 보이는 강변에 자리 잡은 호텔건물 때문에 쏘세지가 살짝 감탄하며 얘기한다.   " 이런데서 하룻밤이라도 잤으면 좋겠다 "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강변으로 향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 한낮의 더위가 잠시 사그라진다. 이 곳에서 좀 머물고 싶다는 생각에 우리는 밥은 먹었으니 그냥 차라도 한잔 시켜서 마시면서 이 곳에서 있자고 의견을 모아.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잘 차려입은 파키스탄 가족들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꽤 고급스러워보였다. 바로 강변에 붙어 있는 식당이라 그들이 밥을 먹고 있는 창 밖으로 강의 모습이 보이고. 음식도 꽤 고급스럽게 나온다. 




 우리는 메뉴판을 달라고 한 뒤, 차가 있는 보는데 다행이도 차가 있었다. 짜이(홍차)는 많이 마셨으니 오랜만에 녹차가 마시고 싶어 그린티를 주문하고 정원에서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정원에도 몇몇의 파키스탄 아저씨,할배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는 잠시 정원에 서있다보니 직원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 우리가 서있는 곳에 와서 테이블과 의자를 셋팅해준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곧 녹차가 나온다. 






 저 바깥의 뜨거운 태양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큰 나무들이 만들어준 시원한 그늘, 초록빛 잔디. 강변..  행복하다.  나도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옛날에 여행 할 땐 이런 티를 돈주고 사먹는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단돈 50루피(500원)로 즐겁다.  당시엔 당시의 여행, 지금은 지금 나이에 어울리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 아끼고, 적당히 쓰고 느끼는 행복.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다.   차 한잔 마시며 쏘세지와 이런 저런 얘기로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결론은 이 곳에 오길 잘 했다는 이야기. 정말 만약 우리가 곧장 훈자만 찍고 파키스탄을 나갔더라면 아마 여기까지 오면서 느낀 그 어떤 행복도 느끼지 못함은 물론이고 이런 경험/이런 곳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테니 후회도 못했겠다는 얘기.




 한참 앉아서 완전 릴랙스 되서 쉬고 있으니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던 파키스탄 할배들이 와서 말을 건넨다. 그 중에 한 할배가 인도의 유명한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과 엄청 닮아서, 



 " 할배, 아미타브 밧찬 닮았는데! "





 그러자 껄껄 웃으며 좋아한다. 함께 사진찍자고 먼저 얘기하길래 사진 찍고, 우리도 사진찍고. 그저 이 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즐거운 시간들. 우린 다시 일어나서 또 마을 마실이나 가자고 일어나서 계산 하려고 하는데 잘 차려입은 지배인이 나오더니 돈을 안받겠다고 얘기하는거다.



 헐 왜이러니 파키스탄.


 " 왜 안받아? "

 " 당신들은 우리의 손님이다. 웰컴 파키스탄 "



 헐..   아침으론 밥값으로 벙찌고, 이렇게 오후에는 또 이런 친절로 감동시키고. 우리는 정말 기쁘고 기분이 좋았다.  그 곳을 나가며 돌아가는길 파키스탄 너무 좋다는 칭찬을 계속 하며 숙소쪽으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 자체가 시장가 라서. 사람들은 우릴 구경하고 우리는 시장 구경하면서 천천히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와 숙소의 정원에 앉아서 담배 한대 피고 있으니 숙소 주인 할배가 우리에게 오더니



 " 경찰이 왔어. 쟤가 너네 보디가드라는데 " 라며 귀뜸을 해준다.




 그리고 한 훤칠한 청년이 들어온다.  키도 훤칠, 얼굴도 훤칠.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그를 만났다.  소개한다.  우리의 보디가드 '누르세인'   88년생. 경찰 5년차.




 누르세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누르세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원에서 다시 릴랙스 모드. 치트랄에선 볼 것이 켈라쉬 마을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잠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숙소 할배가 오더니 또 정보를 하나 휙 던져주고 사라진다. 



 " 오늘 큰 폴로 경기가 있어. 너네 이따 폴로나 좀 봐 "



 인도/파키스탄이 크리켓에 환장하는 것은 알았지만, 폴로라니. 폴로는 나는 옷메이커 밖에 모르는데 ㅋㅋㅋㅋ   안그래도 산두르 고개 넘어 올 때 폴로 경기장 보고 짐작은 했지만, 이 곳 파키스탄 북부 지역은 폴로라면 환장을 한다. 파키스탄도 한 때 인도였고, 역시 영국의 영향으로 이 귀족스포츠인 폴로경기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세상에 살다 살다 폴로 경기를 다 보겠네  그것도 파키스탄 와서.




 흥미가 생긴 나는 할배를 찾아가 다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폴로 경기는 오후 4시30분쯤 보러 가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쉬다가 우리는 시간에 맞춰 폴로 경기를 보기 위해 폴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할배가 대충 설명해준 그 길로 가는데 길을 살짝 헤매고 있었다. 우리의 보디가드 누르세인은 우리와 거의 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걸으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잠시 길을 헤매고 있으니 누르세인이 슬쩍 우리를 스쳐지나가며 " 저리로 가 " 라고 알려준다. 



 누르세인이 살짝 알려줘서 폴로그라운드로 향하는 길. 다시 또 길이 애매해져서 지나가는 남자에게 " 폴로그라운드 어디? " 라고 묻자. 그 남자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더니 다른 파키스탄 사람들처럼 우리에게 완전 흥미를 보이며 우리를 데려다 주겠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 순간. 정말 갑자기 누르세인이 나타나서 남자에게 다가와 뭐라고 얘기하는데 느낌이 " 떨어져. 니 갈길 가 " 하는 그런 느낌.



 한국 같으면 " 닌 뭐야 씨발놈아 " 이러고 싸움 났을 텐데, 남자는 별말 없이 사라진다.  좀 걷다보니 저 멀리 큰 폴로경기장이 보인다. 가까이 가다보니 역시 사람 모이는 곳, 운동경기에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이는데 그 중에 우리의 시선을 잡은 바로 그것!   훈자 갈 때 잠시 들린 곳에서 맛보고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던 만두 챱소로. 10개에 50루피






 살짝 하나만 먹어보니 완전 개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다. 이따 돌아갈 때 구입하기로 하고 일단 패스. 폴로 경기장 가까이 오니 이미 폴로 경기가 한참이다. 우리가 나타나자 다시 또 우리에게 이목 집중. 진짜 이 때부터 폴로 경기 보는 사람보다 우리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서 태어나 처음으로 폴로를 보는데 정말 대박이었다.  완전 역동적이었다.  이게 왜 귀족스포츠인지 알 것 같다. 정말 우아하고, 다이내믹하고, 진짜 멋졌다.




 말들이 달리는 모습. 볼을 놓고 말을 컨트롤 하고, 볼을 쳐내야하고, 또 달려야 하고. 가까이서 말들의 움직임을 보니 정말 대박.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윗마을 아랫마을의 대결이라고. 진짜 쩔었다. 정말 내 생각 보다도 더  말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경기모습이 역동적이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 동영상,폴로 영상




 한참 구경하는데 조금 불편했던게 수 많은 사람들이 폴로보단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심에 두고 게다가 룰도 자세히 모르고 응원팀도 없으니 신기함이 조금 덜해지면서 우리는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르세인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어디 숨어서 우리를 지키고 있을터.  일어나서 폴로 경기장 밖으로 나오자 누르세인이 어디선가 또 빵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또 우리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티 안내고 따라오고 있다. 



 아까 들어오던 길에 봤던 챱쇼로를 우리는 한가득 사고, 아까 온 길과는 또 다른 길로 걸어 돌아오는데 대박이었다. 이 쪽 길엔 맛난 길거리음식이 한가득. 그리고 또 여기서 길깃에서 맛봤던 그 파키스탄판 너비아니를 만난다. 이미 한가득 가지고 있는 찹쇼로는 잊고 또 구입했다.  이 길들 자체가 다 시장통이라 정말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을 왔다갔다 하ㅕ 이 가게 저 가게를 모두 다 구경하며 즐겼다.  그리고 숙소 바로 앞까지 와서 숙소 근처의 과일가게에서 큰 멜론을 구입했다.




 마당에 앉아 사온 음식들을 먹을려고 하는데 누르세인이 멀리 떨어져 앉아있길래, 이리로 와 같이 먹자고 얘기를 하니 몇번을 사양하더니 우리에게 온다. 우리는 아까 사온 챱쇼로,파키스탄 너비아니 등을 함께 먹는데, 농담아니고 챱쇼로도 대박인데 이 파키스탄 너비아니도 대박이다. 이미 길깃에서 먹고 감탄했지만 여긴 더 대박이다. 정말 어떤 맛이냐면 김치전(고기넣고 만든,물론 고기가 더 많은)인데 살짝 기름에 바싹하게 튀긴 그런 맛? 상상이 조금 감? 



 진짜 파키스탄에서 이런 맛을 볼 줄이야 정말 감동도 이런 감동이 없다.  찹쇼로와 너비아니로 살짝 느끼해진 위장을 이제 멜론으로 달래줄때다. 쏘세지가 멜론을 잘라서 할려는데 칼이 잘 안들어 낑낑거리자 누르세인이 달라고 하더니 썩썩 먹기 좋게 이쁘게 잘라서 둔다. 파키스탄 경찰이 이런 것도 해준다. 영광이다.






회원님의 유우머에 불알을 탁 치고 갑니다.

나의 유우머에 낄낄대며 웃고 있는 누르세인






 정원에 앉아 이렇게 느긋하게 있으니 즐겁다. 어느세 누르세인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다.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지는데 쏘세지가 아까 그 너비아니 너무 대박이라며 (김치전튀긴맛) 그게 또 먹고 싶다고 난리다. 결국 쏘세지는 그걸 사러 나가겠다며 나서니 누르세인이 자연스럽게 쏘세지를 따라 나간다. 한참 후 쏘세지가 돌아오는데 그 너비아니 닮은 음식(케밥이라고 부름.그들은)을 사왔고 또 그걸 싸먹을 빵도 사왔다. 인도 같으면 짜파티나 난에 싸먹었겠지만 여기의 빵은 정말 크고 두껍고 거대하다.  인도의 난을 엄청나게 두툼하게 만들어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1개당 20루피정도인데 이걸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듯.



 어쨌든 아까는 고기만 먹었지만 이번엔 함께 고기와 빵을 싸서 먹으니 세상 꿀맛이다.허니맛!  함께 누르세인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듣는데. 누르세인 말로는 이 곳에서 쓰는 언어는 Khoware 코와레?!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워낙 나라가 크고 민족이 섞여 있다보니 역시나 많은 언어가 있다. 



 이제 해도 완전히 지고 저녁인데  누르세인은 우리와 밥을 다 먹은뒤 다시 또 우리와 떨어져 저 멀리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누르세인에게 집에 언제가냐고 돌아가라고 해도 괜찮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아마  우리가 자러 들어간다고 할 때까지 가지 않을 모양이다. 쏘세지가 잠시 숙소 할배한테 뭘 물어본다고 갈 때 조차도 순간적으로 따라 붙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누르세인에게 " 걱정마, 진짜 우리 밖으로 안나갈께.. 여기 있다 자러 갈께 걱정말고 들어가 "  라고 하니 " 너네 잘 때 까지 기다릴께. 그게 내 듀티야 " 라고 얘기하는거다.







 " 제발 걱정말고 그냥 우리 마당에서 하늘의 별 보며 쉬고 싶어 " 라고 몇번을 얘기해도 요지부동. 결국 우리는 누르세인을 집에 일찍 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방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아. 방으로 들어간다고 이야기하자 누르세인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 내일 7시에 올게 " 라고 얘기 하길래

 " 8시에 와..우리 늦게 일어날꺼야 " 라고 얘기를 했다. 괜히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 아 누르세인! 그리고 우리 혹시 내일 아침 켈라쉬 갈 수 있는지 체크해줄 수 있어? 산사태가 어떻게 됐는지.. "

 마지막으로 누르세인에게 부탁을 한 뒤 우리는 방에 들어가자 누르세인이 돌아가는 듯 하다.   내일 만약 켈라쉬에 가지 못하면 우린 그냥 페샤와르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 치트랄 하면 켈라쉬가 제일 메인인 것 같은데 그 곳에 못간다면 치트랄에 오래 머무를 이유는 잘 모르겠다. 켈라쉬에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이 곳에 오는 그 길, 덕분에 판다르에 들릴 수 있었고, 이렇게 치트랄 와서 많은 이들의 환대도 느낄 수 있었으니. 오랜만에 정말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외국인도 한명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진짜 배낭여행을 즐기려면 이제 중동쪽인 것 같다.  혼자였더라면 참 외로웠을 밤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쏘세지가 있어 고마웠다. 여행은 역시 사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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