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5 [파키스탄/치트랄] 칼라쉬 마을


  치트랄의 밤. 여름 내내 여름인 걸 잊고 살았다. 인도 콜카타부터 시작된 무더위도 라다크 여행을 필두로 어느샌가 추위만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더위와의 싸움이다. 고도가 1500미터 밖에 안되니 밤바람도 인도 누브라밸리의 투르툭처럼 훈풍이 불었는데, 그래서 그럴까 방이 엄청 덥다. 간만에 땀이 줄줄.  치트랄이 이 정도면  페샤와르,라호르 내려가면 더 덥겠지. 살짝 두렵다. 라호르의 더위가 그리 극심하다지만 정작 파키스탄 넘어와서 라호르에 도착한 날의 날씨며, 후딱 지나가버려서 더위를 느낄 새도 없었는데 과연 어떨까.  이번에 인도/파키스탄에서 계속 시원한 고산 지역에만 있었더니 더위가 어찌나 두려운지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이른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감싼다. 너무나 내가 좋아하는 시원과 차가움의 중간 공기.  잠시 짬을 내어 일기를  쓰고 쉬면서 어제 먹다 남은 (쏘세지가 워낙 많이 샀어야지) 멜론, 빵,고기를 먹고 누르세인이 오길 기다렸다.   과연 오늘 어디로 가게 될까?


 8시까지 일단 짐 정리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가니 누르세인이 와있다.

 " 어떻게 됐어?  켈라쉬 갈 수 있어? "
 " 어 갈수 있을 것 같아. "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켈라쉬를 가야지!!

 
  그렇다면 지금 일단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켈라쉬 마을에 가서 하룻밤을 자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   쏘세지는 뒤늦게서야  짐을 싼다.  조금만 더 빠릿빠릿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게다가 또 그 가방때문에 낑낑댄다.   우리는 숙소할배에게 얘기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일단 큰 배낭들은 모두 숙소에 맡기기로 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우린 숙소에서 나와 누르세인을 따라 일단  폴로경기장 쪽으로 향했다.  누르세인 덕분에 헤매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었다. 보디가드 겸 가이드를 둔 느낌?! 경기장 근처에 공터가 있어 그 쪽에 도달하니 누르세인은 이 곳이 켈라쉬마을 가는 정류장이라고 한다.  좀 기다리고 있으니 자동차 한대가 온다.  그래서 운전수에게 물었더니 켈라쉬 간다고 얘기를 하는데 가격이 웃겼다.  우리끼리만 가는건 2천루피!


 
  2천주고 가는것은 말이 안되지. 일단 그냥 좀 더 싼 승합차나 버스 같은 것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쏘세지는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숙소로 돌아간다. 정말 화장실 때문에 참 고생한다. 쏘세지가 가니 누르세인도 따라가고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한참 후 쏘세지가 돌아왔다. 그리고 속이 비었는지 다시 또 군것질 거리를 사러 슈퍼를 간다고 또 휙 사라지는 사이 차 한대가 또 왔다. 

 " 켈라쉬 가나? "
 " 간다 "
 " 얼마? "
 " 150루피 "
 " 음...  " 

 이 차를 타고 가면 될 것 같다.  언제 출발하면 가냐고 물으니 사람이 차면 간다고 한다. 그리고 파키스탄 아저씨 몇명이 왔다. 물어보니 켈라쉬 마을에 간다고 한다. 이 사람들과 함께 켈라쉬에 가게 될 것 같다.   차는 승합차가 아니라, 왜건형 승용차였는데. 운전기사가 영어가 거의 안되서 뭐라고 나한테 자꾸 얘기하는데 못알아 듣겠다. 한 파키스탄 아저씨가 중간에서 얘기를 해줘서 그 운전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뒤늦게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 경찰에게 얘기들은 대로 켈라쉬 마을이 산사태가 난 것!   그래서 켈라쉬 마을까지 곧장 갈 수 없다.   그래서 칼라시 마을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아윤'이라는 마을까지 일단 간 뒤, 그 곳에서 갈아 탈 수도, 혹은 산사태 난 지점에서 도보로 걸어서 이동하고 그 뒤에 다시 다른 차로 갈아타야 된다는 얘기.    문제는 내가 알아 먹은 것은 이거고,  도와준 아저씨도 영어가 그렇게 유창한 편이 아니고 아주 지독한 파키스탄 발음이 섞여 있어서 알아 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알아들은게 정확한지 아닌지는 가보면 알게 될 터, 일단 어쨌든 깰라쉬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칼라쉬  정보

 지금 글을 쓰면서도 칼라쉬,켈라쉬, 도대체 이 마을 발음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이라도 있다면 좀 통일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냥 별 생각없이 글 쓰다보면 그냥 지 멋대로 나옴. 어쨌든 최대한 현지인들 말하는 발음에 가깝게 얘기하자면 깰라쉬 정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왠지 영어표기랑 여러가지 종합해보건데 칼라쉬 라고 표기하는게 왠지 표준일 것 같다.   어쨌든  칼라쉬족은 칼라쉬 협곡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부족이다. 21세기인 지금에도 자신들의 전통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협곡 이 곳 저 곳에 마을을 이뤄 살아 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무슬림들이 몰려 들어와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칼라쉬 협곡은 이슬람 아잔(기도문을 빵빵하게 틀어놓음)이 울려퍼지고 이슬람문화가 유입되면서 많이 퇴색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무슬림들이 적게 들어가있고, 따라서 가장 칼라시 족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 룸브르.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갈 수 있으면서 무슬림들에 의해 많이 훼손 된 곳이 있으니 그 마을은 붐부렛이었다.  우리는 칼라시 마을에서도 가장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룸브르를 가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정보에 의하면 평소엔 붐부렛까지 그냥 한번에 다이렉트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이 편하고. 룸브르 같은 경우엔 아윤에서 차를 갈아타면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산사태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사람들이 다 모이고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왜건 승용차에 6명이 우겨 탈려니 도저히 자리가 안난다.   앞좌석에 운전수/ 쏘세지 , 뒷좌석에 아무리 낑겨타도 남자4명,   결국 나는 이 한 몸 희생한다는 각오로 운전수에게 차 트렁크를 가리키며 " 나 여기 탈테니까 50루피에 해줘 " 라고 얘기하니 운전수가 웃으면서 좋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차 트렁크를 타고 칼라쉬 마을로 출발했다.   칼라쉬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도로.  트렁크다보니 그냥 쇠로 된 바닥(굴곡있는..) 게다가 천장도 낮으니 고개는 쭈그리고. 정말 농담아니고 죽음이었다.






 엉덩이,허리,뭐 다 아픈건 둘째치고 잡을데도 없고 트렁크에서 난리난리. 씨발..  하지만 2시간 정도면 간다니 참을만 했다. 뭐..2시간 쯤이야... 인도 파키스탄을 거치면서 2시간 이동의 느낌은 대략 10-20분 느낌?!   차는 한참을 달려 아윤에 도착했다.  제법 멋진 강과 높은 산에 둘러쌓인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에 위치한 아윤은 꽤 풍요로워 보였다.   꽤 큰 마을인 아윤에 도착해서 복잡한 마을을 통과해 다시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비포장은 둘째치고 완전 흙길이라 흙먼지가 미친듯이 풀풀 날린다.  그리고 차는 어느 비포장 도로에  멈춰섰다.   운전기사가 내리라고 해서 내리니 이제 서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길이 완전히 없어졌다.  정말 산사태가 제대로 나서 길을 엄청난 흙으로 덮고 포크레인 2대가 동시에 작업중이었다. 


 





[ 산사태가 놀랍지도 않아~ 일상이야 일상 ]


 아 진짜 이래서 가니 못가니 했구나.  일단 차비를 계산하는데 갑자기 운전수가 450루피를 얘기한다.  " 뭔 개소리? "   결국 트렁크 타고 온 나도 똑같이 150루피를 내라는 건 둘째치고 누르세인껏 까지 내야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 뭔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터졌다.   누르세인은 짐짓 모른채하고 뒤로 빠져있는데 니껀 니가 내라고 뭔가 야박하게 얘기하긴 좀 그렇고... 한참 실랑이 끝에 결국 트렁크를 탄 나는 100루피를 내고, 누르세인꺼까지 계산. 아 존나 뭔가 살짝 어이가 없어질려고 했다.  어쨌든 황당한 차비 계산이 끝난 뒤, 사람들은 뭔가 익숙하게 포크레인 쪽으로 향했다.  이 산사태 난 지점을 걸어서 이동 해야 되는 것이었다.






 산사태 난 비탈길을 오르고 좀 걸어 다시 평지. 이 곳에서 다시 한참을 20분 정도 걸어가니 저 멀리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생각해보니 칼라시 마을에 들어왔다가 못 나간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운전수들) 결국 그들은 여기서 다시 칼라시의 마을들을 왔다갔다하면서 돈 벌고 있는 듯.   그 곳에 도착해 우린 같이 타고 온 파키스탄 아재들과 함께 또 다른 차를 타고 칼라쉬 마을로 올라가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가고 싶어하던 룸부르 쪽도 산사태가 나서 갈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칼라쉬 마을에서도 가장 번화했고 이슬람문화가 많이 유입되었다는 붐브렛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좀 달리다보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폴리스체크 포인트가 있었다.  이 곳에서 외국인 등록을 하기 위해 내렸다. 외국인 등록하면서 치트랄에서 받은 외국인등록 서류까지 제출, 제법 까다로웠다. 게다가 마을 입장료 200루피까지 냈다. 아무래도 파키스탄 정부 차원에서도 이 소수민족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갈림길에서 내린 김에 잠시 보니 한쪽으로는 붐브렛, 다른한쪽으로는 지금 갈 수 없는 룸부르 마을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참으로 아쉽다. 어쨌든 우리는 다시 붐부렛으로 향했다.






 붐부렛에서도 가장 초입에 위치한 브룬 마을에 어느덧 도착했다.  이 협곡을 따라 참 많은 마을이 있었다.   붐부렛 자체도 지금 도착한 브룬 마을을 비롯 여러 작은 마을들이 합쳐져 있는 형태다. 차는 우리를 정체 모를 게스트 하우스에 내려줬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시설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주인이 무슬림이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칼라쉬 부족을 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 왔기 때문에 누르세인에게 칼라쉬 부족이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없는지 물었고, 누르세인을 따라 우리는 칼라쉬 족이 한다는 칼라쉬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마을 자체가 협곡을 따로 비좁은 땅에 들어서 있다보니, 대부분의 가옥들이 비탈진 언덕길에 위치해있다. 누르세인을 따라 높은 언덕을 오르는데 꽤 가파른 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그 곳으로 가니 완전 전통가옥들이 나타났다.   이 곳이 칼라쉬족들이 사는 곳이구나.   집들이 있는 곳을 지나쳐 가는 동안 집 안의 모습,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화려한 복장의 옷을 입은 칼라쉬 여인들과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칼라쉬 게스트하우스. 도착하니 화려한 색감의 칼라쉬 복장을 한 여인네가 우릴 맞이하는데 이쁘다. 




 이 곳은 오면서 지나친 다른 칼라쉬부족들의 집에 비해 꽤 화려하고 좋은 집이었는데 분위기는 너무 맘에 들었다. 높은 곳에 위치해 경치도 좋고, 볕도 좋고, 건물도 좋아보이고, 사람들도 친절해 보인다. 일단 우리는 방 가격을 물어보는데 충격이었다.  1인당 1000루피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낸다. 정말 후덜덜한 가격.   일단 가격 흥정을 해보고자 했는데 여자가 자기는 권한이 없다고 매니저(주인)를 기다리라고 해서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았다. 파키스탄 날씨가 너무나 좋은건 바깥의 날씨는 타는 듯한 태양이다가 이렇게 그늘에 앉아있으면 너무나 시원하고 좋다는 것. 의자에 앉아 경치를 보면서 릴랙스 하고 있으니 웰컴티를 내온다. 



 차를 한잔 하면서 쉬다가 나는 좋은 정보를 들었다.  이 곳 칼라쉬족들은 무슬림이 아니라 술을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칼라쉬 부족들이 담그는 술을 이 곳에서 맛 볼 수 있다고 하는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국이 여기있었네

 
 " 그래서? 너네 술 있어? "
 묻자. 여자는 어디론가 향한다. 그리고 병을 하나 가져오는데 병은 그냥 물이 들어가있는 것 처럼 투명하다. 그리고 잔에다가 술을 조금 따라준다. 일단 잔을 받아들고 향을 살짝 맡는데 대박. 향이 너무너무 좋았다. 


 " 이거 무슨 향이야? "
 " 살구 "






 진짜 향이 너무 향긋하고 좋았는데 살짝 맛보니 진짜 맛도 끝내줬다.  정확하게 어떤 맛이냐면, 보드카 중에 스미노프 과일향 첨가된 것들. 딱 그런 맛.  스미노프 살구맛!  딱 저 맛이다.   이건 더 볼 것도 없이 구입 해야 한다는 생각에, 큰 보틀을 하나 가격 흥정을 하는데 꽤 비싼 가격을 부른다. 역시 술 구하기가 힘든 나라다보니 물가에 비해 술값을 어마어마하게 불러재낀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역시 가치가 반영된 법. 결국 비싼 가격을 500루피까지 깎았다. 500루피 정말 싼 가격은 아니지만 정말 너무 맛있었고, 스미노프 1리터도 2만원돈 하는 판에 1.5리터짜리 이 술은 그 이상의 가치였다.


 흥정을 끝내고 여자가 어디론가 가더니 우리에게 줄 보틀을 가져왔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훈자에서 마지막 소주를 끝낸 후 마음이 참으로 허전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든든해진 기분.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쏘세지 역시 이 술 맛을 보고 완전 맛있다며 좋아했는데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우리는 곧바로 한잔 하기로 했다.   그래서 구입한 보틀을 개봉하고 한잔 따라서 마시는데, 씨발 뭐야 이거


 
 아까 우리가 맛본 그 술 맛이 아니다.  장난치나!!!   칼라시 여자에게 따졌다.   그러자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 아까 그건 pure고... 지금 이건 물 섞어서 만든 것 " 이라고 얘기하는데 진짜 벙쪘다. 왜 물 섞은 걸 주냐고 하니 원래 그렇게 마신다는 변명을 하는데 그러면 처음에도 퓨어를 주면 안되지.   진짜 농담아니고 아까의 그 향긋한 술 맛은 온데 간데 없고 이건 훈자에서 먹었던 그 맛이 개같던 훈자빠니를 연상케 하는 맛이었다. 정말 충격. 여자에게 퓨어로 달라고 하자 그건 또 안된다고 한다. 아 좀 짜증이 났다. 결국 환불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 술가지고 장난치면 안되지. 이런 집은 더 볼 것도 없었다. 일어나서 우리는 아까 처음 숙소를 가기로 했다. 진짜 많이 실망스러웠다. 뭔가 무슬림들과 또 다른 면이 있다고 해서 참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



 맨 처음 차에서 내렸던 그 숙소에 가서 숙소를 잡으려는데 막상 잡으려니 사람이 한명도 없다. 결국 일단 배고프니 밥이나 먹자고 해서 바로 근처에 봐뒀던 작은 식당으로 갔다. 식당안에 가니 식당 겸 로티(짜파티,빵)를 파는 곳이었다. 로띠를 팔다보니 식당안에 제대로 화덕을 만들어놓고 두 남자가 한 팀으로 끊임없이 로띠를 만들고 구어내고 있었다. 정말 갓 화덕에서 구운 따끈한 로띠들. 따로 테이블이나 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높게 단을 쌓아 그 위에 올라 앉아 먹는 두 자리가 있었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치킨(커리) 3개, 로띠를 주문하니 곧 음식들이 나온다.  치킨커리도 맛있었지만 정말 이제 막 갓구워낸 따끈한 로띠는 완전 일품. 완전히 맛있다며 나,쏘세지,누르세인 3명이서 맛있게 먹는데 식당안으로 마치 미드 소프라노스에 나오는 이탈리아 갱스터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트레이닝 복장에 돈 많아 보이는 '토니 소프라노'같은 느낌의 아저씨. 

 
 사람들과 우르르 들어와 맞은편 자리에 모두 앉는다. 이런 시골 마을 식당안에 우리 같은 동양인이 있으니 아저씨는 우리에게 유쾌하게 말을 건네는데 영어 개작살. 덕분에 밥을 먹으며 그 아저씨와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했는데  성격이 정말 유쾌하고 우리에게 이런저런 파키스탄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다.  


 파키스탄의 역사/ 파키스탄의 정세/ 칼라쉬 마을에 대한 이야기 온 갖 이야기들을 들려줘서 정말 재미나게 대화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밥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아저씨는 " 그 밥 내가 사도록 하지 " 라며 호의를 베푸는데 우린 또 사양에 사양을 거듭했으나 아저씨는 " 파키스탄에 온 손님들 " 이라며 결국 자기가 내겠다고 해서 우리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식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진짜 파키스탄에 와서 참....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럴 때면 참 감동이면서도 미안스럽다. 우리가 뭐라고, 정말 나중에 한국에서 파키스탄 사람들 만나면 정말 잘해줘야지.


 숙소도 아직 안구했지만 우린 그냥 마을 구경이나 본격적으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윗마을 쪽을 향해 길을 나섰다. 비좁은 길을 따라 늘어선 마을.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정말 크고 멋진 건물이 나왔다. 겉에 보니 이 건물은 컬쳐센터라고 적혀있었다. 즉 칼라쉬 부족 박물관! 입장료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많은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누르세인을 보더니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누르세인도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웃으며 얘기를 나눈다.  이 곳에서만큼은 누르세인도 우릴 졸졸 따라다니지 않고 경찰 동료들과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다.




 건물은 정말 너무 정갈하고 이쁘게 지어졌는데 마치 어느 부자가 세운 큰 저택의 느낌이었다. 쏘세지랑 계속 농담삼아 "  이런 집 하나 지어놓고 살고 싶다 " 라고 얘기 할 정도로 정말 맘에 드는 건물이었다. 1층 메인 입구로 들어가니 정말 박물관이었다.   칼라쉬 부족들의 물건들, 집안 모습, 생활도구, 옛날 사진등을 전시해놨는데 전시 퀄리티가 꽤 높았다.  정말 볼 만 했다.



 가옥 내부의 일부를 띠어다가 옮겨 놓은 듯한 그 모습들부터 직접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구경 해 볼 수도 있었고 정말 파키스탄 답지 않은 높은 퀄리티의 박물관이었다. 한참 재미나게 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보니 한켠에 박물관에 대한 글이 벽에 새겨져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리스에서 만들어 준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먼 옛날 그리스 사람들도 이 곳에 많이 들어왔을 듯.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때 많은 교류가 있었고, 그 때 당시에 온 그리스인들이 이 곳 칼라시 계곡에 머물어 지금의 칼라시 족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신기했다.




아름다운 켈라쉬 여인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간다라 미술 양식.  당시에 그리스의 조각 기법이 이쪽의 문화와 만나 부처상도 생겨나고 많은 정교한 조각들이 나왔음을 떠올려보면 그리 뜬금포도 아니었다.  재미나게 박물관 구경을 하고 나서도 건물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건물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데 컬쳐센터라는 이름답게 1층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2,3층은 학교 건물로 쓰인듯 곳곳에 학교의 흔적이 보인다. 이쁜 건물을 알차게 사용하는 듯 하다. 


 우리는 그 곳에서도 한참을 머물고 오후까지 머물렀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계속 언덕길을 따라 윗마을로 향했다.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점점 더 칼라쉬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천천히 올라가면서 쏘세지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여전히 누르세인은 우리 뒤쪽으로 10-20미터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몇개의 마을을 지나치며, 드디어 크라칼 KRAKAL이란 마을까지 왔다.   이 곳에 오니 정말 칼라쉬 족들 밭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하나 있는게, 칼라쉬 족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도무지 찍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고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여지 없이 "NO! "라는 단호한 대답을 들어야 했고, 어린아이들 마저 사진기를 들이대는 순간 " NO! " 이러면서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만약에 포즈를 좀 취하다가도 카메라를 찍을려고하면 도망가고.






 이 곳 역시 인도 누브라밸리의 투르툭 처럼 ( 그때도 그냥 가설이었지만 ) 어디 시민단체에서 나와서 사진을 찍지마라 라고 교육을 받은 것 같은 정도. 그런 수준으로 카메라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아쉽다.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어느새 오후의 따스한 빛이 내리는데 우리는 벌써 몇시간 정도 걸어 올라온터라.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을 해야 했기에, 그만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 갔다.


한적한 마을을 그저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풍요로운 땅에 녹음 사이로
비치는 싱그러운 햇살들


공기,바람,햇살,그림자
이 모든게 완벽하다

















마을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켈라쉬 마을





 사진은 제대로 못담았지만, 그저 이 한가롭고 평화로운 칼라쉬 마을에 왔고, 직접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을 해야 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드디어 방을 잡고, 잘 꾸며진 정원 한켠에 앉아서 쉬었다.  이럴 때 정말 술 한잔 하면 딱인데 너무 아쉽다. 아까 그 칼라쉬족이 Pure한 술을 그대로 팔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혹시나 하고 숙소 주방장에게 가서 " 혹시 너네 술 파니? " 물어보자.  판다고 이야기를 하는거다.


 " 살구 술이야? "
 " 아니 우린 포도주야 "

 오!! 포도주




대박. 일단 맛좀 보고 살지 안살지 결정한다고 하니 가져다 준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정원에 앉아 있으니 곧 술을 내온다. 포도주 색인데 조금 불투명한 것이. 이 것도 왠지 퓨어한 포도주에 물을 탄 것 같다. 일단 조금 맛보는데 맛은 와인 맛이다. 진짜 딱 와인. 그런데 그 와인에다가 물을 탄 맛이다. 다만 물을 조금 덜타서 훈자빠니 보다는 먹을만 했다.  이 정도면 가격만 싸면 하나 구입해도 괜찮을 것 같아. 가격을 물어보는데 미친놈이다.  가격이 애미 없어서 완전 가격 모친출타.
 

 " 온리 15달러 "
 ( 1500루피)


 진짜 지랄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술을 또 살 수 없었다. 그냥 정원에 앉아 한가롭게 쉬면서 저녁에 뭐먹을까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쏘세지가 갑자기 풀꽃으로 반지 만들고 팔찌 만들고 간만에 여자 감성 폭발. 그렇게 평화로운 칼라쉬의 밤이 찾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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