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8 [파키스탄/페샤와르] 신나는 페샤와르


 어젯밤 자기 전에 계획했던 대로 오늘 라왈핀디(이슬라마바드)로 향하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짐을 꾸리고 체크아웃 준비.  언제나 처럼 쏘세지의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복도 밖으로 나가 테라스에서 담배 한대를 폈다.  테라스 아래로 살펴보니 어제의 그 우울한 기운은 온데 간데 없고 길에는 벌써 분주히 아침을 여는 사람들.  길거리 청소를 하는 사람, 짜파티티를 구어서 파는 이, 학생들은 등교를 하고, 사람들은 출근 중이다.  어제 밤 느낌은 세상에 이런 슬럼가가 없더니 일상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괜히 페샤와르 밤 분위기에 쫄아서 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담배를 피며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곧 나도 한국에서 일상을 살아가겠단 생각을 해본다. 대도시의 활기찬 아침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의 그 암울한 도시의 분위기는 안녕!



 쏘세지의 준비가 끝난 뒤,  짐을 맡기고 체크아웃 한 뒤, 바깥으로 나왔다.  대충 볼거리는 정해놨는데 동선을 조금 수정 해야 될 것 같다. 실내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등은 일단 뒤로 미루고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아직 날씨가 선선하니 야외가 주인 이슬라미아 컬리지를  먼저 보러가기로 했다. 도시는 어제와는 달리 활기를 띠고 있었고, 갑자기 나타난 우리 둘 때문에 또 온통 시선 집중.


사진 : 파키스탄 1000루피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페샤와르의 자랑.


 조금 걷다가, 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릭샤를 일단 잡았는데 도무지 영어가 안통한다. 그래서 지폐를 꺼내들어 뒷면을 보여주며 150루피에 이슬라미아 컬리지로 향했다. 가다보니 정말 먼거리다.  그리고 기사는 갑자기 호텔 어쩌고 한다.  뭔가 살짝 불안한 느낌. 그러더니 우리를 어느 건물 앞에 세워준다.  건물을 보니 이슬라미아 호텔. 장난 똥빠나 이 새끼가. 지폐 뒷면까지 보여줬는데 존나 황당했다.





 말이 안통해서 지나가는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찾아 통역을 시키는데 자기가 잘못와놓고는 내가 호텔이라 그랬다고 뻥치는데 빡이 돌았다.  그러면서 이슬라미아 컬리지를 가려면 300루피를 더 내라고 하는데 더이상 얘기 할 것도 없다. 나는 릭샤에서 내려서 무작정 그냥 걷는데 릭샤왈라가 쫒아온다. 돈 달라고 떼 쓴다. 쌩까고 그냥 막 계속 걸었다.  저 앞에 경찰이 있는데 경찰이 있는 쪽으로 가니 릭샤가 우리를 계속 따라오며 뭐라고 하자 경찰이 릭샤왈라를 제지한다. 


 릭샤왈라가 경찰에게 하소연 하듯 뭐라고 하자, 경찰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돈을 주라고 하길래, 내가 상황설명을 하자 릭샤왈라에게 또 뭐라고 뭐라고 한다. 그러더니 절충안을 준다.


 " 내가 릭샤왈라한테 너네 꼭 이슬라미아 컬리지에 데려주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이번엔 너네도 꼭 돈을 줘 "
 " 간다면야 주지 "
 " 갈꺼야, 걱정마, 꼭 돈줘 "


 그래서 다시 그 릭샤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큰 대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니 오른쪽 편으로 대학교 느낌이 드는 곳이 나타난다. 그리고 지폐 뒷면에서만 보던 건물이 나타났다. 한눈에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이쁘장한 건물.  릭샤는 대학교 맞은편 도로에 우리를 세워준다. 한번 나한테 당해서 그런지 군소리 안하고 가만히 있는다. 150루피를 건네주자. 별 말 없이 떠난다. 큰 대로를 가로 지르는 육교가 있어서 우리는 육교에 올라 길을 건넜다. 





 맞은 편에 도착하자. 큰 정문이 나왔다. 정문엔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별다른 제지 없이 대학교 안으로 들어가는데 정말 잘 가꿔진 가로수며, 온갖 나무들. 멋드러졌다. 가이드북에서 보니 1913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올해로 딱 100주년이다.  학교 안에 들어서니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뭔가 차분한 대학교의 느낌이 아니라 축제느낌. 무슨 행사 하는것 같은데, 뭔일일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왠일  오늘 100주년 행사를 하고 있다.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드러진 건물들을 구경하고, 우리는 지폐 뒷면에 나온 메인 건물을 좀 구경하다가, 지폐의 그 구도를 보기 위해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은 잔디가 쭉 깔려있었는데 운동장에서 보는 이슬라미아컬리지는 너무너무 멋있었다. 쏘세지랑 나는 신나서 지폐 꺼내서 사진 포즈 취하고 한참을 사진을 찍었다. 정말 뭔가 살짝 감격적이었다. 돈 쓸 때 마다, 여기를 갈 날이 올까 싶었는데 이렇게 와서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






 운동장에서 우리가 놀고 있으니 몇몇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릴 보다가 우리에게 와서 말도 걸고 다가왔는데 아무래도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아 깊은 대화는 나눌 수 없었다. 우리는 좀 더 학교 안을 둘러보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안그래도 온갖 행사 준비로 사람들이 모여있고, 난리북적인데 우리가 나타나니 뭐 연예인 모드도 이런 모드가 없다. 학교 자체가 참 이뻤다. 건물들도 이쁘고 건물 사이사이 가든을 꾸며놨는데 정말 정갈하게 잘 꾸며놨다. 








 우리는 아침도 안먹고 어제 저녁도 제대로 못먹은터라, 너무 허기가 져 있는데 때 마침 매점을 발견했다. 매점으로 향하니. 학생들이 사모사와 음료수를 사고 있다. 우리도 사모사와 음료수를 구입하는데 여기서 아주 반가운 걸 본다! ㅋ 조선일보에 쌓인 사모사. 놀랍다. 이렇게 쓰일려고 조선일보가 판매부수 1위였던가. ㅋㅋ



 한켠에서 사모사와 음료수를 먹으며 있으니 학생들이 엄청나게 뚫어지게 쳐다본다. 다 먹고 난 뒤, 좀 더 구경을 하는데 한켠에 대자보 붙이는 곳이 있는데 가까이 가서 뭔가 하고 보니 영어 성적 순위표다. 존나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 완전 공개적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다 알게 해놨다.  영어 성적 뿐아니라 다른 성적들도 그렇게 붙어있다. 그리고 마주한 또다른 행사장. 여기에는 온통 여학생들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와 여자들이 행사를 따로 한다. 신기하다. 대학굔데...


 그렇게 우린 이슬라미아 컬리지를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선선한 날씨 때문에 땀도 안나고 너무 좋았다. 학교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우리는 박물관으로 향하기로 했다. 릭샤를 잡아 세우긴 세웠는데 영어가 안통하니 어찌할바를 몰라 있으니 언제나처럼 주위에 또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정말 파키스탄에서 이런 것에 익숙해졌다. 반드시 주변에 영어 잘하는 누군가가 있다. 엘리트처럼 똑똑하게 생겨서 안경 낀 남자가 우리에게 어디 가냐고 묻고, 우리의 말을 릭샤왈라에게 전해주었다.







 게다가 흥정까지 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릭샤를 잡아준다.  대박, 파키스탄 항상 고맙다.  시리아 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여기도 천사들의 나라다! 친절한 사람들! 시리아라면 우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줬겠지. ㅋㅋ 이슬람인심 짱.


 릭샤를 타고 다시 또 한참을 달리는데 어제의 그 암울함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는 가면서 " 하루 더 머물까? 페샤와르 괜찮은데 " 라고 얘기하며 살짝 고민에 빠졌다. 정말 대도시라 여기저기 맛있어보이는 식당들도 많이 보이고, 심지어 KFC도 있다. 참 진짜 우리가 처음 파키스탄 도착해서 대우버스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서 KFC보고. 그런 얘길 했었다. 








 " 이제 막 도착했으니 일단 KFC는 훈자가면 먹고, 지금은 파키스탄 음식 먹자 " 이랬는데 하하하 그게 마지막 KFC였을 줄이야. 파키스탄 도착 첫날 본 KFC를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이렇게 페샤와르에서 마주했다.


 기분 좋게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길을 건너 박물관쪽으로 향하니 입구 부터 뭔가 허접스러운 느낌이 든다. 뭐랄까 좀 허술한 느낌.  일단 입장료 100루피씩 주고 끊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론리에 적혀있길, 간다라 미술 양식의 보고라고 적혀있는데, 정말 개허술 했다. 내가 봐도 유물 자체는 정말 좋은 퀄리티다. 세계사 시간에도 배운 그 간다라 양식의 멋진 조각들이 수 없이 많이 있는데 뭔가 그냥 대충 던져놓은 느낌. 엉망칭창이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인데도 전시상태가 엉망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조각상들을 보며 사진찍으려고 하니 사진은 200루피 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몰래 찍어가며 구경을 했다.







 딱 100루피에 어울리는 박물관이었으나 돈이 아깝다는 느낌보다는 보길 잘했다는 느낌이 든 박물관이었다.  항상 말로만 듣던 간다라 양식이 확 와닿는 느낌.  정말 서양인의 얼굴(그리스인)을 한 부처 상들은 대박이었다.
 


 알렉산더 대왕 동방원정 때 남은 그리스 조각가들이 만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곳도 한 때 이슬람 문화권 이전에는 불교문화권이었구나. 재미나게 박물관 구경을 끝마쳤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잠시 박물관 정원에서 쉬면서 담배 한대를 피는데 왠 파키스탄 남자 한명이 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데, 정말 말이 많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사기꾼들은 말이 많다. 딱 느낌이 안좋다. 그냥 남자의 청을 거절 하고 우린 일단 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걸었다.



 박물관에서 우리 숙소가 있던 쇼바촉이 그리 멀지 않아서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이렇게 페샤와르를 또 한번 걸어보는구나. 한 10-5분 정도 걸었더니 금방 쇼바촉에 도착했다. 이제 우리가 계획 했던 것 중에 꼭 보자고 했던 것은 올드시티와 메인바자르( 중앙시장)만이 남았다. 일단 우리는 지도를 확인하고 올드시티(구시가지)로 향했다. 





 올드시티로 향하는 길은 역시 메인바자르 때문인지 엄청난 상점가와 식당들의 연속이었는데 엄청난 인파와 더불어 혼잡 그자체였다.  또 한편으로는 온갖 맛있어보이는 먹거리로 가득했다.  정말 길거리에 너무나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는데 눈이 뒤집힐려고 하고 있었다. 








어젯밤 버스를 타고 페샤와르에 도착 할 때쯤, 어느 불을 밝히고 있는 식당을 지나치는데 통닭이 정말 먹음직스럽게 꼬챙이게 구워지고 있었는데 그 것을 여기서 발견. 나랑 쏘세지는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그 자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호기롭게 닭한마리를 주문했다. 가격은 무려 400루피.



 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미 관심 밖. 정신차리고 보니 주문을 했다.




 식당안에 자리 잡고 앉아있으니 닭이 나왔는데 진짜, 맛있어보이는 그 모양새 만큼, 맛은 있었다.  그런데 진짜 양이 너무 많으니 쏘세지랑 나랑 둘이서 먹기 시작하는데  당분간 닭이 생각안날 정도로 폭풍 흡입.  하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진짜 그 동안 맛있는것도 제대로 못먹고 이동하느라 고생하고 제대로 못먹고 그런게 떠올라 둘이서 정말 필사적으로 먹었다. 다 먹었을 땐 진짜 배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식당에 앉아서 잠시 소화시키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 뭐 저들은 우리를 구경했겠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들. 다 맛나 보인다.


 " 야 진짜 페샤와르 낮에 보니까 너무 좋지 않냐 "
 " 어..오빠 큰일이야 먹을 것도 너무 많고 어떻게 하지? "
 " 아 몰라..어떻게 오늘 떠나? 아니면 하루 더있어? "
 " 몰라 오빠가 정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제와는 달리 우리는 페샤와르의 활기넘치는 모습과 좋은 인상으로 어제와 달리 180도 달라져있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배가 부르다. 여전히 길거리엔 온갖 신기한 먹거리부터 한눈에도 너무나 맛있어보이는 먹거리들로 넘쳐났다.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하고 있으면 우릴 보고 활짝 웃으며 먹으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면서 하나 맛보라고 주고, 진짜 시골 장터 온 느낌. 너무 인심 좋은 사람들의 친절함까지. 


 그렇게 이미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에서도 음식 구경을 한참 하고 있는데 한쪽 길거리에서 생선튀김을 팔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우리는 솔직히 다른 신기한 먹거리 때문에 생선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아저씨가 부른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이 아저씨는 뭐라고 뭐라고 파키스탄말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내 머릿속에 자동번역기 시작


 " 니네 일루 와봐 "
 " 왜요? "
 " 이거 먹어봐 "
 " 아뇨..아 배 불러요 "
 " 에이 좀 먹어봐 "
 " 아니 진짜 배불러서요 "


 " 허허.어른이 먹어보라고 하는데 이놈들이 "




 이러더니 진짜 대뜸  큼지막한 생선 한토막을 신문지에 싸서 주는거다. 됐다고 몇번을 사양해도 완전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맛보라고 맛있을꺼라며 주는데 진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아 파키스탄 이사람들 진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한국에서 파키스탄 사람 만나면 밥 한끼 꼭 사겠음!  결국 완전히 배부른 상태에서 그 생선을 아저씨 보는 앞에서 일부로 조금 먹었다. 그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진짜 생선 존나 맛있었다. 우리가 만약에 배만 안불렀으면 한토막씩 사먹었을터. 정말 갑자기 그 통닭 비쥬얼에 반해서 한마리를 먹은게 너무너무 후회됐다. 이렇게 먹을게 많았는데...

 
 " 우와..아저씨 너무 맛있어요 " 라며 엄지손가락을 막 치켜들자.  주변에 사람들과 아저씨가 환하게 웃는다.  그 미소에 절로 행복해진다. 점점 우리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 야 진짜 페샤와르 꼭 오늘 떠나야 할까? "
 " 그러게 말이야 오빠 ㅠ,ㅠ  어떻게 하지 "

 아직 길은 저 멀리까지 이어져있는데 겨우 20여미터 걸었을 뿐인데 벌써 이러고 있다. 그리고 가면서 온갖 음식물을 사진 찍을 때 마다 굳이 "조금만 먹어봐도 되요? "라고 물을 필요도 없이 진짜 존나 웃기게 먼저 먹어보라고 준다. 진짜 마트 시식 코너가 여기다.  시장 걷는데 파는 온갖 음식 다 맛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버릴것 같았다.  간요리, 족발 요리,디저트류, 진짜 음식의 A부터 Z까지 완전 다 맛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긴점은 먼저 " 한 입만 먹어봐도 되요? " 라고 말한거 하나도 없음.  그냥 다 웃으면서 구경하고 있으면 알아서 떠줌. 어쩔꺼야 파키스탄!!!!! 진짜 여긴 행복의 도시 페샤와르다.  파키스탄 사람들 어쩔꺼여!



 한참을 그렇게 걷다보니 드디어 메인바자르 입구가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시장에 도달하지도 않았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


 게이트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메인바자르에 다다르자, 더욱 많은 레스토랑과 상점가들이 있었는데 참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데 정말 어떤 시장보다 시장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때 아프가니스탄 카불과 무역을 하면서 번성했을 큰 시장이었을테니 당연하겠지만 정말 대단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앞쪽에서 걷던 쏘세지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외친다.


 " 오빠 저 사람!! " 
 이러는데 워낙 인파가 많으니 누굴 가리키는지.


 " 왜 무슨일인데?? "

 
 쏘세지는 진짜 황당한지 깔깔 웃으면서 " 아니 걷는데 어떤 아저씨가 날 보면서 오더니 두손을 내 가슴쪽으로 가져오더니 만질려고 하는거야 " 


 " 그래서? "
 " 아니 내가 피했지 "
 " 다행이네 "
 " 아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몰래 만지는것도 아니고 그냥 내 눈을 똑바로 보면소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만질려니까 황당한거지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남자인 나는 모르는 파키스탄을 쏘세지는 혼자서 또 느끼고 있었다.  이래서 여자가 여행하기에 진짜 좋은 것 같다. 나는 그 나라의 50%만 느낀다면 여자는 100% 다 느껴보는 것 같다.  부럽다. 다음 세상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메인바자르를 신나게 구경하는데 군것질 대왕인 쏘세지는 길거리에서 파는 쥬스를 맛보고 싶은지 멈춰섰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한 파키스탄 할배가 내가 사진찍어줄테니 포즈를 잡아보라고 하니 마치 음료수 모델인 마냥 꿀꺽꿀꺽 맛깔나게 음료수를 들이킨다.  정말 맘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 쏘세지에게 너도 저 할배처럼 마시라니까 하나 주문하더니 원샷을 해버린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모든 파키스탄 남자들이 구경하다 박수치고 난리다.




 너무 웃긴다.  정말 우리 시장 구경 완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어떤 나라 시장이 이토록 즐겁고 유쾌했나. 정말 마트 시식 코너처럼 온갖 음식들 다 맛보고, 그리고도 아직 신기하고 맛있어보이는 음식들 천지. 쏘세지는 그 와중에 또 쥬스를 파는 식당을 발견. 이번엔 아예 들어가서 먹고 싶다고 그렇게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쥬스를 주문. 시원한 쥬스 한잔을 벌컥 벌컥 마시며 우리는 잠시 피로를 풀었다.  


 " 오빠 진짜 여기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
 " 그러게 어쩌냐. 하루 더 머물까? "
 " 아 몰라... 오빠가 정해 ㅋㅋㅋㅋㅋㅋ "












 신나는 시장 구경, 한참 돌아다니는데 우리는 BATA 매장을 발견했다. 인도의 신발 메이커인 BATA매장은 파키스탄에서도 이미 몇번 봤지만 내가 원하는 쪼리는 전혀 팔지 않아서 이제 기대감도 없었는데 왠걸 여길 슥 지나가면서 안을 보는데 쪼리가 보인다. 대박.  들어가서 보니 흰색 쪼리를 팔고 있다. 가격을 보니 180루피.


 파키스탄 물가론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돈으로하며 1800원. 메이커 BATA껀데 1800원이면 나쁘지 않지. 나는 호기롭게 구입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중에 인도든 태국에서든 사야될텐데 거기서 사면 몇배나 더 줘야 될 것을 생각하면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만족. ( 지금도 한국에서 신고 있음 ) 



 쪼리가 훈자에서 바닥에 구멍이 났는데도 못버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없으면 너무 불편하니까. 이제 구멍난 쪼리를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만족스런 쇼핑까지 마치고 정말 배도 부르고 완전 행복. 시장을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는데 정말 큰 시장이다. 끝이 없다.  한 낮의 태양 덕분에 더위가 기승이다. 땀이 뻘뻘. 이래서 자꾸 음료수를 찾게 되나보다. 카오스 그 자체인 복잡한 시장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다가 너무 덥고 쉬고 싶어서 그냥 무작정 어느 카펫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치다 의자 같은게 있길래 앉았다.  그러자 주인이 손짓으로 다가오라고 한다. 다시 내 머릿속의 번역기 가동


 " 일루와..거기 앉아 있지 말고 이 안으로 들어와 "
 그래서 들어가서 가게 안에 걸터 앉자.


 " 차 마실래? 차 줄까? " 
 그러면서 주인 할배가 쓰고 있던 선풍기를 방향을 돌려서 우리쪽으로 돌려준다. 아 파키스탄..님들 어쩔꺼임!







 그 가게 앉아서 땀을 식히며 잠시 노닥거리다, 우린 감사를 표하고 일어나 다시 또 발길을 옮겼다. 정말 한낮의 찌는 태양아래. 걷다 걷다 보니 시장틈바구니로 모스크 지붕이 보인다. 모스크가 보이는 쪽으로 가니 이번엔 금은방 거리.  화려한 온갖 보석들, 장신구들. 쏘세지의 눈이 돌아간다. 그 시장을 걷다가 다시 또 쏘세지가 앞에서 " 오빠!!! " 하고 또 부른다.   다시 또 깔깔대는 쏘세지
 

 " 왜? "
 " 하하 이번엔 어떤 아저씨가 아까 그 사람처럼 나를 보면서 다가오더니 내 얼굴을 손으로 만지려고 하는거야... "


 " 만졌어? "
 " 아니 내가 쌱~ 하고 피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 잘했네 "
 " 아 진짜 너무 황당하다 ㅋㅋㅋ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만질려고 하니까 ㅋㅋㅋㅋㅋㅋ "













 그렇게 우리는 시장 이 곳 저 곳을 계속 누볐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다. 천천히 시장 구경하면서 쏘세지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상의했다. 


 " 어떻게 할려. 우리 하루 더 머물까? "
 " 근데..오빠.. 하루 더 머물면 좋은데 이제 우리 페샤와르에서 더 볼 건 없지? "
 " 응. 딱히 없는거 같아. 뭐 자질구레한게 몇개 있는데 너도 나도 별로 흥미 없잖아 "
 " 그러게..만약에 하루 더 머물면 우리 여기 또 시장 국경하겠지 "
 " 응..그거 말고는.. "


 " 오빠 그럼 그냥 우리 가자 이슬라마바드로.. "
 " 그래..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


  결정을 내린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는 길 역시 시장 사람들의 환대와 친절함을 느끼며 지도를 확인하고 지름길로 향하는데 어젯밤에 도착한 그 씨네마 로드다. 낮에보니 이런 느낌이구나. 괜히 새로웠다.   숙소에 도착해서 배낭을 찾는데 숙소에서 일하는애들이 말한다.


 " 그냥 가려고? "
 " 어? 그냥 안가면 왜.. "

 
 " 아니 너네 지금 땀 엄청 많이 흘린거 같은데 "
 " 어 근데 "
 " 세수나 샤워라도 좀 하고 가 "


 허허 이 썅놈의 새끼들. 왜이렇게 착해!!!!!!!!!!!!!!!!!!! 진짜 파키스탄 새끼들 존나 착한듯.  하지만 우리는 그냥 가보겠다고 이야기 하고 인사를 나누고 숙소에서 내려왔다. 밖으로 나와 복잡한 도로를 보며 잠시 한숨 돌리고 릭샤를 잡을려고 하는데 릭샤기사들이 다 영어를 못하니 이건 또 뭐 도무지 갈수가 없는 상황. 근데 내가 뭐라고?


 파키스탄은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항상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


 릭샤기사들 영어 못해서 또 힘들게 설명하는데  어김없이 혜성처럼 등장한 영어 잘하는 할배.  할배가 릭샤기사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나는 잠시 쏘세지에게 릭샤 잡았다고 타라고 얘기 하려고 뒤를 잠시 돌아봤다가 보니 왠걸  고맙다고 말할 새도 없이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사라졌다.  아 씨발 파키스탄, 천사들의 나라. 


릭샤에 올라탄 우리는 눈여겨봤던 대우버스터미널로 향하는데 뭔가 아쉽다. 진짜 페샤와르 일정이 이렇게 끝나니 파키스탄이 여정이 끝난 것 같고, 파키스탄 여정이 끝나니 여행이 끝난 것 같다. 릭샤를 타고 편안하게  대우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근데 막상 또 대우버스터미널을 보니 엄청 반가웠다.   파키스탄 첫날 그렇게 낯설고 그랬던 대우버스가 이렇게 그리운 존재가 되었을 줄이야. 그리고 파키스탄 여행을 하고 나니 대우버스의 위상을 알 것 같다. 위대한 대우버스!
 

 아주 번듯한 터미널 건물의 대우버스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과 달리는 시원하다. 우리는 대합실 한켠에 배낭을 던져두고, 일장 티켓을 끊었다. "라왈핀디!"  다행이 표도 있고, 버스도 자주 있는 것 같다. 라왈핀디 표를 끊고 난 뒤, 갈증나서 매점에 가서 물 한통을 사서 꿀꺽꿀꺽 마셨다.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각자 깨끗한 대우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해결하고 세수하고 말끔하게 다시 리프레쉬!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파키스탄 아저씨가 자기 아들과 사진 같이 찍자며 그래서 또 연예인 모드 발동되서 사진찍어주고 이야기 나누고. 어느새 버스시간.  버스를 타러 플랫폼으로 향했다. 플랫폼에 가니 짐 검사를 하는데 내 배낭은 자물쇠도 많이 채워져있고 그런데 짐을 다 까 뒤집을 모양인지 짜증나게 자물쇠 풀라고 해서 잠시 그러다가 짐 양을 보고 걔네도 포기. 짜증은 나게 했지만 워낙 친절하게 해줘서 짜증낸 내가 미안할 지경.  짐을 싣고, 드디어 대우버스에 한달여만에 올랐다.  오르는 순간!


 천국시작.
 에어콘이 빵빵!!!!!!!!!!!!!!!!!!


 얼마만에 에어콘인가 이말이야!!!!!!!!!!!!!!!!!!



 쏘세지랑 나랑 둘이서 정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계속 그 꽉 낑겨서 비포장 도로를 다녔는데 안락,쾌적 그 자체. 정말 감동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에어콘 바람을 쐬는데 진짜 행복했다. 쏘세지도 완전 좋아했다.  게다가 쏘세지는 그 동안 창가 자리 앉지도 못하고 창 밖 풍경을 제대로 못즐긴 나를 위해 창가 자리를 양보해서 넓은 창으로 바깥을 구경 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는 역시 대우버스 답게 정시 출발!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을 태우고 버스는 출발했다. 페샤와르에서부터 라왈핀디까지는 엄청난 포장도로 정도가 아니라 길이 정말 큰 대로로 뻥뚫려있었다. 진짜 안그래도 안락한 버스에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 진짜 비행기 1등석 안부러웠다.  쏘세지가 또 호들갑이다.


 " 오빠 어떻게 해.. 나 진짜 이 버스 안멈췄으면 좋겠어, 일주일 내내라도 타겠어 " 라고 하는데 진짜 그 말이 정답이다. 나도 이 버스가 안멈추고 쭉 달렸으면 좋겠다. 에어콘 나와 시원하지 편안하지. 세상에 이것보다 편안한 곳이 또 있을까. 이 버스안이 최고였다.

 








 우리가 지금 달리고 있는 이 도로는 일명 GTR
 GRAND TRUNK ROAD다.


 이 도로는 옛날 고대 때부터 내려온 도로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부터 이 곳 파키스탄 페샤와르를 거쳐,  라왈핀디 - 라호르 - 인도 암리차르 - 인도 델리 ~ 인도 콜카타 까지 이어지는 대 제국의 도로. 몇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도로다. 상상이 가나, 정말 이 도로는 쭉 다 연결되어있다.   우리가 지나 온 인도암리차르부터 국경으로 향하던 그 길, 그리고 국경, 다시 라호르 까지 그 큰 대로가 계속 GTR이었다.  이런 역사적이고, 의미가 있는 도로를 지금 달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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