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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태국/꼬따오] 지옥문이 열리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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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반, 도착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밖을 보니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있다. 기분이 묘하다. 진짜 뭔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니 비가 더욱 쏟아진다. 진짜 픽업은 안나와있다. 일단 바로 앞 건물에 있는 처마 밑으로 달려가 비를 피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안좋다. 반가운 마음으로 행복해야 하는 이때 섭섭한 마음,서운한마음,모든게 내가 떠나던 그 때 그 순간의 기분이 들면서 진짜 기분이 안좋다.
꼬 따오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도착하면 다른 손님들도 픽업을 해주는데, 남도 아니고 참. 이런 푸대접은. 더군다나 찬우형 짐때문이라도 더욱 이 상황이 지랄맞다. 무겁게 이것저것 부탁한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비까지 쏟아지는 마당에, 이거야 말로 아는 사람한테 더 한다는 그 상황이다. 진짜 갑자기 그냥 다른데 숙소 갈까 하는 생각도 들정도였다. 뭐하러 기를 쓰고 홍익인간 그 비싼 곳에 일부로 가야 할까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간다. 아마 그렇게 한다면 난리가 나겠지. 이 상황에 괜히 스팸에게 미안하다.
스팸에게 꼬 따오 얘기하면서 그리운 형님들 얘기하고 꼬따오에 가면 술 마시고 재밌고 즐거운 얘기만 한가득 했는데, 그래서 푸켓에서부터 무거운 한국음식 식재료를 한가득 들고 이동하면서 그리운 옛집에 놀러가는 것 마냥 얘기했는데 쏟아지는 폭우에도 픽업이 없다. 차라리 얘기를 말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 택시 한대가 온다. 가격을 물어보니 눈탱이 치진 않고 이미 비싼 꼬따오 적정가를 부른다. 나도 알만큼 아는 놈. 그렇게 택시를 타고 홍익인간으로 오니 1층에 불이 켜져있다. 택시가 서는 걸 보고 찬우형이 고개를 돌려 택시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바라본 찬우형이 1층에서 늘 같은 그 모습으로 무협지를 보고 있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다 그대로다. 정말 아주 짧은 순간, 이 새벽에 잠자고 있는것도 아니고 무협지보면서 픽업도 안와준데 대한 섭섭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찬우형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나도 절로 웃음은 나왔다. 어지간히 이 형님이 좋나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택시비를 지불하고 짐을 일단 내렸다. 스팸과도 인사를 나누고, 방 한개를 달랬다. 그리고 나는 먼저 2층으로 가서 여동생과 만났다. 2층으로 가서 문을 두들기자 여동생이 나왔다.
" 야~ ㅋㅋㅋㅋ 자고 있었어? "
" 어.. 지금 온거야? "
" 어.. 너 방같이 쓰는거 진짜 괜찮지? "
" 어 괜찮어 오라고 해 어딨어? "
미리 얘기해둔 덕택에 스팸과 여동생이 같이 방을 쓰고 나는 따로 자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스팸에게 방을 안내해주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찬우형과 오랜만에 수다를 나눴다. 여전히 그대로다. 이런저런 얘기하며 앉아있는데 옛날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오랜만에 오니 좋다. 진짜 고향처럼 느껴진다. 선착장에서 폭우를 맞으며 짜증나고 화나고 했던 모든 감정도 한순간에 또 날라가버린다. 미우나 고우나 또 꼬따오다. 천천히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시선을 옮겨 살펴보니 모든게 그대로 다 같아보이지만 조금의 변화들. 홍익인간 앞 공터엔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동이 터온다. 찬우형은 자러간다고 " 낼 교육 잘해라! " 이러고 나는 방으로 갔다.
나이트보트에서 잠을 자서 나는 딱히 잠이 더오지 않아서 짐풀고 좀 쉬면서 있다보니 어느새 오전 8시.
대니형님으로부터 카톡이 온다. 1층으로 오라는 카톡.
1층으로 내려가니 대니형님이 있다. 정말 반갑다. 찬우형님과 마찬가지로 그저 다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면서 기분이 풀린다. 이내 곧 형님과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여동생도 약속시간 대로 8시30분에 내려와 서류작성하고 우리는 곧장 코랄로 향했다. 모든게 그대로다. 내가 없는 사이에 그래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랄그랜드에 유일한 코스디렉터인 대니형님은 어느새 살짝 밀려나있었다. 외국인 강사 지오가 코스디렉터가 되었다. 코스디렉터를 보유한 리조트는 이제 지오가 수장이 되어 대대적으로 리조트를 개편하고 있었다. 같은 코스디렉터라도 힘이 겨운 대니형님은 약간의 푸념아닌 푸념을 털어놨었는데 마음이 안타까웠다. 코랄 그랜드 리조트에 도착하자 마자. 기분이 또 좋다. 오랜 고향집에 온 기분
익숙하게 발길을 옮기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장비를 책임지는 미얀마 사람 '안구'가 나를 먼저 반긴다. 그리고 나를 아는 몇몇의 강사들과 마스터들이 말을 건네며 반갑게 맞아준다. 진짜 돌아온 느낌.
장비를 챙겨주고 있다보니 대니형님에게서 미리 귀뜸으로 들은 한국인 다이브 마스터 한명이 도착했다. 이번에 강사시험을 볼 다이브마스터라고 한다. 이 DM의 이름은 제이 마스터, 제마라고 해두자. 안그래도 오랜만에 다이빙도 하고 장비가 제대로 안갖춰어져서 그랬는데 제마가 들어와서 천만 다행.
일단 가볍게 컨파인 진행하면서 수영장에서 교육하는데 여동생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역대 여자 학생 넘버원!
남녀 통틀어서도 세손가락안에 들 정도 진짜 대박이었다.
이건 뭐 그냥 시키면 술술술술
장난아니다.
덕분에 너무 잘해서 수월하게 수영장 교육을 끝내고 가뿐하게 바다로 고고고
첫 사이트는 꼬따오의 국민맵 트윈스
사실 1년만에 하다보니 과연 네비를 잘 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시야도 좋고 무엇보다도 물 속에 들어가니 그냥 아주 몸과 머리가 완벽하게 이 곳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 이 곳에서의 수백번의 다이빙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foto : 두번째는 재패니즈 가든
무엇보다도 여동생이 진짜 너무 잘해서 이건 뭐. 이미 펀다이버를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정말 가끔 이렇게 천부적인 사람들이 있다. 어느새 오늘 첫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리조트로 돌아와 장비 정리하고 이제 홍익으로 향했다. 홍익에 도착하니 찬우형이 일어나서 1층에서 또 컴퓨터를 하고 있다. 항상 그대로다.
도착한 날 보고 스윽 한번쳐다보고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반가움보다는 무슨 계속 내가 여기있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반응이다. 암튼 방으로 가서 샤워하고 씻고 저녁도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랜만에 술 한잔 해야겠단 생각으로 짐정리를 했다.
일단 찬우형 줄 소면과 고추가루, 그리고 인도 다르질링에서부터 차 좋아하는 찬우형하고 대니형님 드릴 차, 써니누나 줄려고 방콕 인디마켓에서 제작한 파우치 등등을 가지고 나왔다. 내가 한아름 큰 봉지를 양쪽으로 들고 나오자 찬우형은 아까처럼 슥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양손의 봉지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진짜 숨길수 없는 환한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서 걸어나온다.
그리고 곧바로 나에게 와서 봉지를 잡고는 아무말도 없이 봉지를 열어서 보면서 부엌으로 향한다. 그래, 내가 딱 상상했던 그 모습. 이런걸 알면서도 사왔다. 그냥 사다주고 싶은 마음. 근데 뭐랄까 참 이 때 순간만큼은 여동생에게 " 경무가 교촌치킨 사오기 싫어서 푸켓갔어 " 등등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밑바닥의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가. 얼마나 그 웃음이 얄팍해보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동생에게 한국에서 올 때 소주 대꼬리로 몇개 사오라고 한터라 내려오라고 했더니 스팸과 함께 내려왔다. 스팸은 피곤하다고 하루 다이빙을 쉰터라, 낮에는 그냥 푹 쉬었다고 한다.
암튼 애들이 대꼬리를 들고 내려와 이제 본격적인 저녁 식사 겸 술 자리가 시작되는데, 이미 술 마실꺼라고 모두 예상한터라 언제나처럼 모두 다 모였다. 자연스러운 모습. 대니형님도 오고, 써니누나도 오고, 제마도 오고, 써니누나 학생까지 다 왔다.
일단 나는 대니형님에게 다시 다르질링에서 사온 차를 한팩 주면서, 찬우형님한테도 또 한팩을 건넸다. 그리고 써니누나에게 파우치 선물을 하고 모두에게 선물을 한번씩 돌렸다. 오랜만에 소주와 함께 즐기는 저녁 시간. 찬우형이 안주하라고 찌개와 돈까스를 했다.
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역부족. 아무도 따로 음식을 시키지 않고 눈치만 보는 상황. 말그대로 누군가 시키길 기대하는 상황. 뭐 너무나 흔한 상황이다. 기분 좋게 술 먹고 싶어서 삼겹살이며 오랜만에 맛있는 홍익의 명물 팟카파우무를 여동생하고 스팸에게 맛보여주고 싶어서 주문하는데, 진짜 입은 많고 아무도 음식을 주문 하지 않는다.
써니누나는 이 와중에 자기 학생에게 너스레를 떨면서
" 아 오늘 무강사 때문에 xx씨 아주 잘 얻어먹네요 " 이러면서 소주와 밥,안주를 먹는다. 진짜 이 사람은 봉잡았다.
고기 불판이 있는 테이블에 떡하니 써니 누나/써니 누나학생이 마주보고 앉고 그리고 나와 제마가 마주 보고 앉고 오히려 음식을 주문하고 웰컴 투 꼬따오 파티를 하며 환영해줘야 할 여동생과 스팸은 저 중간쪽으로 밀려있는 상황. 아이러니하게 테이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쨌든 사람은 여럿인데 한쪽에서만 안주를 시키고,삼겹살을 주문하다보니 뭐 자연스럽게 이쪽에서 굽고 저쪽 접시로 흐르는 아주 불편한 상황. 솔직히 나야 이 상황이 너무 익숙하지만 스팸과 여동생은 이때부터 이 기류, 이 분위기에 대해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나중에 그 난리가 날지 몰랐다.
암튼 그래도 최대한 기분 좋게 첫날 답게 그냥 먹을려고 노력했고 오랜만에 보고싶었던 사람들과 술을 마시니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한잔 더 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해변가에 있는 술집들에 가기 위해서 오토바이를 나눠타고 가는데 역시나 여자들이 있으니 다 붙는다. 남자들도 다 고고씽.
FIZZ에 갔다가 또 다시 빅블루BAR에 가서 버켓 먹고 노는데, 다 좋은데 자꾸 한놈의 행동이 거슬린다. 한마디 할까 하다가, 늘상 그렇듯이 여기서 오해라고 하면 괜히 나도 불편, 여동생도 불편. 여동생이 불쾌감을 표현하기 전까진 딱히 뭐라고 하기 뭐한 그 얍삽한 수준의 스킨쉽. 자꾸 거슬린다. 오늘 하루 봤는데 느낌이 온다. 뭔가 우재화의 그런 기운을 가졌다.
우재화를 만난 이후, 그런 기운의 사람을 만나면 거의 바로 느낌이 온다.
암튼 첫날은 그렇게 어쨌든 오랜만에 온 꼬따오에 그리움이 즐거움으로 승화되어 별다른일 없이 흘러갔지만, 나중에 있을 그 난리법석의 원인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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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uper cool MOO (지구를 100% 즐기고자 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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