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46 [라오스/루앙프라방] 즐거운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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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엔데이 여행기
인파서블 여행기
#145 [라오스/루앙프라방] 내가 좋아하던 그 도시,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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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새들의 지저귐
오랜만에 느끼는 한가로운 루앙프라방의 아침이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만큼 여유로운 이 곳
늦게 일어난 탓에 아점을 먹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시장 쪽으로 향하다가 강변으로 이동하다 보니 노점에서 카오쏘이를 팔길래 앉아서 하나 주문했다. 금새 국수를 말아주는 아줌마, 만낍이다. 방비엥에 있다가 이 곳에 오니 먹을게 지천에 널려서 너무 좋다. 맛도 좋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내일은 무엇을 할까?
내일 쯤 느긋하게 루앙프라방의 명물, 꽝시폭포를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다니며 여행사들 앞에 붙은 꽝시폭포 투어 비용 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쑤셔넣었다. 이른 아침부터 푹푹 쪄서 갈증이 난다. 야시장이 들어섰던 메인도로에는 쥬스를 파는 아줌마들이 쭉 늘어서있다. 적당히 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쥬스를 하나 주문 했다.
햇살, 바람, 지나가는 주황색 승려복을 입은 승려들. 그리고 시원하고 맛있는 쥬스.
행복하다.
쥬스를 먹고 있다, 루앙프라방에 올 때 버스에서 만났던 한국여자들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 말을 건네고 혹시 꽝시에 가는지 묻자, 꽝시 투어로 이미 신청했다고 한다. 나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녀올지, 꽝시만 다녀오는 투어로 다녀올 지 고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용문제. 오토바이는 10-12만낍, 꽝시만 투어로 다녀오는 것은 4만5천낍
뚝뚝 한대를 완전히 대절하는 것은 15-20만낍. 사람만 넉넉하면 뚝뚝 대절이 최고. 그런데 인원이 없다.
어지간하면 투어는 신청안하려고 하는데 어찌될런가 모르겠다.
쥬스 한잔 하며 쉬다보니 무더위의 기세가 더욱 강해진다.
더위를 피해 숙소로 들어와, 잠시 쉬었다.
숙소에 컴퓨터가 있어서 오랜만에 컴퓨터로 카페에 글을 좀 올리며 쉬다가 숙소 1층 테라스에 앉아서 담배 한대, 이 한 모금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무도 모를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건네는 인사들. 여유로운 곳에 있으면 마음도 여유로워 진다.
▲ 숙소가 몰려있는 메콩강변의 한가로운 골목
그렇게 앉아있다가 홀로 지나가는 한 한국여자를 발견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이 여자도 심심했는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서서 대화. 나를 경계의 눈초리로 보던 두명의 한국여자들과는 또 달랐다. 역시 혼자 여행을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 마음이 열려있다. 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낮술 이야기가 나왔다. 낮술의 묘미를 아는 여자다. 그리고 시원시원한 성격.
" 시원한 맥주 한잔 할래요? "
나도 테라스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회사 사표 쓰고 혼자 여기저기 여행 중이라는 이 여자 누나는 서주누나.
근처 강변 쪽으로 걸어갔다. 여유로운 햇살. 유유히 흐르는 황토빛의 메콩강. 그리고 강변을 따라 늘어선 식당들. 우린 적당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앉아서 안주 없이 가볍게 맥주 한병씩 시켜서 한잔 하는데 키야!!!! 시원하다.
낮술하는 내가 신선이다!!!!!!!!!!
여유로운 마음은 사람을 누그러뜨린다. 성격도 시원한 서주누나와는 마치 10년지기 절친 마냥 금새 마음을 터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 그 가운데 이처럼 마음 맞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다.
서주 누나는 거꾸로 훼이싸이에서부터 내려가는 중이라고 한다. 옛날 나의 그 루트. 맥주를 어느새 다 비우고 우리는 함께 강변을 좀 걷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서주누나와 함께 걷는데 정말 행복한 동네다. 천천히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루앙프라방의 수 많은 사원 중 가장 유명한 사원 왓 씨앙통에 도착했다.
▲ 루앙프라방을 걷는 것도 매력, 아기자기 이쁜 건물들
"여기 가봤어요? "
"아니~ "
" 들어가볼래요? 여기가 제일 유명한덴데 "
" 그래? 별로~ ㅋㅋ "
"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들어가봐요 "
들어가니 입장료가 2만낍. 서주누나는 볼까 했는데 매표소 직원이 짧은 바지를 입고 있으니 긴바지 5천낍 내고 빌리라고 하니 서주누나는 굳이 보고싶은 것도 아닌데 됐다며 패스한다. 이 누나도 가이드북 열심히 보면서 찍고찍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물흐르는대로 자기가 하고싶은 여행을 하고 있었다. 멋지다.
" 누나 여행 좀 저랑 맞는데요 ㅋㅋ "
" 그래? "
" 뭐 유명하다고 굳이 꼭 다 챙겨볼 필요도, 그렇다고 괜히 안볼 필요도 없는거긴 한데 왠지 느낌이 좋네요 "
" ㅋㅋㅋ 그냥 뭐 사원이 사원이지 봐도 모르는데 뭘 "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유산. 굳이 가장 유명하다는 사원을 꼭 가볼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마을 전체 여기저기 있는 수 많은 이름 모를 작은 사원들. 그 곳을 구경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긋하게 마을을 산책하면서 돌아다니는 즐거움이 더 큰 곳이다.
좀 돌아다니다가 마을 중심의 푸시 산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서주 누나가 "어!!!!!!! 나 이거 블로그에서 봤어 " 라며 '카오삐약'이라고 한국어로 적힌 식당으로 다가갔다.
" 아 이누나 ㅋㅋㅋㅋ 블로그 보고 여행하는 누나였네 "
" ㅋㅋㅋ 어 "
" 에이 난 가이드북 안본다길래 살아있네~ 그 생각했는데 블로그 따라가는 사람이에요? ㅋㅋㅋㅋㅋ "
" ㅋㅋㅋ 맨날 회사에서 블로그 보고 그러니까 "
그래서 우리는 카오삐약을 먹으로 들어갔다.
▲ 루앙프라방 맛집
[ 카오삐약 설명은 http://nitenday.kr/1113 참조 ]
만낍짜리 국수.
난 처음엔 별 생각없다가 서주누나가 주문하고 나서 땡겨서 하나 더 주문해서 먹는데 맛이 좋다. 꿀맛 개꿀맛
" 누나 덕분에 하나 발견했네요 "
" ㅋㅋㅋ 그치? "
" 전 원래 저런거 붙어있으면 좀 거부감 들어서 "
" 성격이 반골기질이 있구만 "
▲ 또 먹고 싶은 카오삐약
한국어로 한가득 적혀있는 문구들 때문에 서주 누나가 아니었다면 피해갔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맛있는 집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다. 이번에 여행하면서 내가 참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중 긍정적으로 변한 부분이 바로 이런거다.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뭐 그런 것들.
그냥 세상사 조금은 물 흐르는 대로 하는게 좋을것 같다.
맛있게 먹고 나와 우리는 계속 느긋하게 루앙프라방을 걸었다.
그저 여기저기 있는 사원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서로 깔깔대며 이상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놀았다.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
▲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루앙프라방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한가로운 루앙프라방의 산책
서주 누나 덕분에 맛있는걸 먹고 나와서 푸시 산 쪽으로 걷다보니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야시장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원래는 푸시 산에 올라가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애매하다. 그래서 나중에 올라가기로 하고 내려왔다.
▲ 푸쉬산은 내일 다시 오기로!
내려와서 우리 숙소 테라스가 제법 괜찮아서 내가 머무는 숙소 테라스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화가 잘 통한다.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다. 여전히 무더운 루앙프라방의 밤, 이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우리는 야시장에서 부페1, 생선1 시켜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 맛있는 저녁
" 누나! ㅋㅋㅋㅋ 좀 만 기다려봐요 "
난 방으로 들어가서 와사비를 들고 나왔다.
" 짠! "
" 우와!!! ㅋㅋㅋ 그거 들고다녀? "
" 네 저 와사비성애자 "
" 생선구이 먹으면서 와사비 간절했는데 "
" 와사비 정도는 들고 다녀야 여행자죠 "
우리는 신나서 시장으로 향했고, 시장에 가서 부페 1개 시키고, 생선 1마리 주문 하고 맥주랑 같이 먹는데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아..너무너무 100만번 맛있었다. 진짜 와사비까지 곁들여 먹으니 그냥도 맛있는 생선이 최고. 진짜 너무 맛있어서 서주누나는 내일 또 먹자며 난리다.
진짜 행복하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다시 또 밤 산책에 나섰다. 그냥 목적지도 아무것도 없이 한가로운 루앙프라방의 밤거리.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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