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7. 인연은 그렇게 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W가 전날 퍼참(퍼스,참을 수 없는 그리움 [다음카페]) 모임에 갔다와서는 밤에 재밌게 놀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아무래도 너무나 막막한 상황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다른 워홀들과 친분을 쌓으며 인맥을 쌓을 수 있었고, 또 그들로 부터 많은 정보나 이 곳 상황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나간 자리였는데 예상대로 많은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고 또 재밌었다며 밤에 들어와 엄청 썰을 풀어다. 그러면서 W는 찍은 사진이며 동영상등을 보여주었다.


 1존 거리에 있는 Glendalough (글렌다로)에도 갔다왔다고, 그 곳에서 모임 회장 여자네 집에 갔는데 그 곳에서 또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외국인 쉐어 하우스였는데 정말 재밌었다고 얘기해주며 그 곳에서 만난 재밌는 사람들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W가 찍은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정말 한 0.5초 간 누군가 싹 스쳐지나갔다. 작은 카메라 LCD로 봤음에도 분명 낯익은 얼굴이었다. 우스개 소리로 " ㅋㅋ 얘 내가 아는 애랑 똑같이 생겼다 " 라고 말하자.


 W는 " 아 얘요.. 얘 완전 골때려요. 소파에 뭐 약같은거 떨어뜨려서 제가 줏어주니까 ' 아 내 피임약 여깄네 ' 이러면서 가져갔는데 말하는것도 완전 웃기고 골 때려요.. " 라고 말하는거다.


 " 어떻게 내가 아는 애랑 비슷하다. 얼굴도 비슷하고 말하는 것도 니가 말하는 말투 딱 그런건데 게다가 피임약까지 ㅋㅋ "


 그러자 W는 " 얘는 꽤 어려요... 87년생이던가? "

 

 -_-;;;;; 설마.....


 " 야 걔이름 제이미(가명) 아니냐? "

 " 잘 모르겠어요 " 

 " 야 그럼 전화해서 아무한테나 그 여자애 대해 물어봐봐 "

 그리고 W는 모임 나갔던 여자애한테 전화해서 물어물어 알아봐줬는데 이게 왠일 제이미가 맞았다. 그렇게 전화번호까지 알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일이. 제이미가 퍼스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굳이 연락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게 또 엮이다니. 


 그렇게 다음날 일어나 전화를 했다. 완전 깜짝 놀라는 제이미. 당장 시티에서 만나자고 하는 제이미와 약속을 잡고 시티로 나갔다. W는 모임 회장 여자애와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고 같이 나가자고 해서 우리는 함께 시티쪽으로 걸어나갔다. W는 W대로 이제 퍼참모임이며, 여자애와 데이트며 약속을 잡고 나 역시도 제이미를 만나러 나가는 길이었기에 집에 H혼자 풀죽어 있는 모습이 조금 보기 그래서, 집에서 심심한데 같이 나갈래? 라고 말하니 같이 나간단다. 그렇게 우린 다함께 밖으로 나왔다. 


 중간에 W는 그 여자애를 만났는데, 잠깐 여자애와 인사를 나눌수 있었다. W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하러 가고 나와 H는  알렉산더 도서관 앞으로 가서 좀 기다리니 저 멀리서 제이미가 한 날씬한 여자애와 같이 온다. 난 반가워서 " 제이미(가명,실제로는 별명부름)!!!!!!!!!! "크게 소리쳤더니 막 달려오는 제이미. 

 같이 예전에
 여행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제이미


 제이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자기가 조금 있으면 방 보러 갔다가, 영어스터디 모임에 나간다고 같이 갈려면 가자는것이다. 나 역시도 아무래도 인맥도 넓이고 할수 있는 기회다 싶어서 오케이하고 제이미와 함께 트레인을 타고 Daglish 지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제이미가 방을 본다고 방을 보고 우리는 함께 다시 Perth시티로 돌아와 함께 영어 스터디 모임을 하는 곳으로 갔다. 공원에 둘러 앉아 약 2시간 여동안 오직 영어만 쓰면서 영어수업을 했는데 영어를 가르쳐주고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여자도 워홀러였는데 미국에서 좀 살았던 여자라고 했다. 영어가 완전 유창했다. 


 자원봉사도 저런 자원봉사를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영어도 배우고 사람들도 배우고 참 좋은 시간이었다. 영어 수업이 끝나고 제이미와 또 수업을 같이 들었던 남자애 한명과 함께 노스브릿지 쪽으로 왔다. 저녁이면 모두 문을 닫는 일반 호주인들이 하는 식당들과는 달리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노스브릿지쪽 차이나타운( 물론 중국식당,베트남식당등 아시아 계열식당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베트남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제이미를 만나서 반가운것도 반가운 거지만 제이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Perth생활등에 대해 듣는데 3개월 정도 동안 여전히 잡을 못구하고 있다는 제이미는 나에게 진지하게 " 오빠, 진짜 여기 사정 너무 안좋아요. 나 처럼 돈만 까먹지 말고 지금 얼마안됐을 때 차를 사서 얼른 농장이나 시골 쪽으로 가세요. " 라고 하는 것이다.


 차가 있는게 잡을 구하는데 유리하다 라는 얘기는 조금 들었지만 제이미 얘기는 조금 나에게 고민거를 안겨주었다. 이때 이후 몇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저 때를 회상해본다. 만약에 저 당시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제이미 말대로 차를 사서 곧바로 어딘가로 떴어야 됀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퍼스 사정이 안좋았다. 어쨌든 당시에는 그런 말을 들어도 확 와닿지 않았기에 참고만 하기로 하고 제이미와 영어수업을 같이 들었던 남자애로 부터 JOB을 구하거나 호주 생활하는거에 대한 여러가지 참고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업데이트 2011년)
 호주 워킹 2년을 마감하고 다시 한번 옛날 글들을 읽으면서 지금의 생각을 더해보건데, 퍼스의 사정이 안좋다는 말은 그냥 내 생각이었다. 사정은 언제나 똑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장 들어가는 사람은 쉽게 들어가고, 못들어가는 사람은 못들어간다.  제일 중요한 건 영어실력 혹은 호주에서의 이력일뿐. 그리고 운.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제이미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티보다는 농장이다. 이건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욱 확고하다. 진정한 호주를 느낄 수 있는 농장,시골 시골생활은 여행,경험,돈 등 모든걸 선사해준다.

 여행을 좋아하고 돈도 모을 생각이라면 차를 사서 농장,시골 지역으로 떠나길 강력 추천한다.
  
  


 나를 조금 압박했던 것중에 하나는 대화 도중에 이런 대화를 나눴다.

 " 나 아직 TFN도 안나왔는데 만약에 잡 구해지면 TFN어떻게 하냐? "

 라고 내가 물었을 때 제이미와 그 남자애가 완전 웃었다. 

 
한마디로 TFN나오기 전에 절대 잡을 구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TFN이 빠르면 2주 늦어도 4주안에 나오는데 그 안에 잡을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라는 의미 심장한 말이었다.


 " 오빠 정말 쓸때 없는 걱정이야. TFN 나오기전에 잡 절대 못구할껄. 그리고 만약에 구하더라도 오빠 TFN신청 했을때 받은 임시번호 있지? 그거 말해주고 TFN달라고 하면 곧 나온다고 얘기하면 돼 " 라고 하는것이었다.


 얼마나 지금 이 곳 구직 상황이 안좋으면 한달안에 잡을 구한다고? 불가능 해. 라는 말이 저렇게 쉽게들 나올까.  덕분에 꽤나 위축이 되었다. 


 베트남 식당을 나와 제이미와 또 보자며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걸어서 돌아왔더니 데이트에서 돌아온 W와 내가 영어스터디 갈때 그냥 집에 간다고 집으로 돌아간 H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W는 W대로 데이트한 얘기를 들려주고 나 역시도 영어 스터디 모임이나, 사람들로 부터 들은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모두 구직상황이 안좋음에 꽤나 위축되버렸다. 그나마 W는 일단 모든 신경이 오늘 데이트 한 여자애한테 쏠린듯 전화통화를 하며 마치 곧 사귈것처럼 들떠있었다. H는 완전히 쫄아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저렇게 걱정 많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무방비로 와서 아무것도 할 생각없이 있는지 참 웃긴놈이다. 암튼 모두가 위축된 밤이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것 없고 부딪혀보지도 않았으니 내일부터 부딪혀볼 수 밖에 없었다. 힘을 내기로 하자.




 밤에는 역시 또 호주에 와있는 승호형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승호형은 북쪽에 작은 시골 마을로 올라갔다고 했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수월하다며 자기가 100퍼센트로 그곳에 잡을 연결시켜줄테니 생각해보고 올라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말만이라도 굉장히 의지가 되는 한마디였다.  승호형과 통화후 그 얘기를 W와 H에게 해주니 H새끼는 완전 미친새끼다. 그러면 니가 아는 그 형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자고 얘기한다.


 뭐 이런놈이 다있나. 여기서 지금 뭐 아무것도 한것없이 이력서 한장 안돌린 상황에서 왜 저러는가 싶다. 진짜 너무 병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가더라도 니가 왜...-_-;;;;;


 갑자기 완전 쫄아있던  H는 내가 해준 얘기에 계속 밤새 그곳으로 같이 올라가자고 보챈다. 그리고 " 아 대단하다. 여행을 해서 인맥이 막 깔려있구만 " 이러면서 괜히 어깨를 주물러댄다. 괜히 얘기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승호형 말도 말이지만 일단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부딪혀 볼 수 밖에 없다. 화이팅.



 포스팅 후기 2011년)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이 포스팅 하나로 제이미와 완전 남남이 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데 -_-;;;

 원래 제이미의 실명과 도서관앞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사진들은 내가 다 빼버렸다. 
  
 이유는 다름아니고 피임약 얘기 때문이었다.  피임약 얘기라곤 저게 단데, 정말 이해가 안감.
  
 사실 주위에 생리주기라던가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피임약을 챙겨먹는 여자애들이 많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정말로 문란한 성관계를 즐기는 아이다보니 자격지심이 있었던 듯, 피임약 얘기를 적었다면서 길길이 날뛰면서 글을 삭제해달라고 했는데 글 삭제는 오버고 그냥 가명처리하고 사진없애버림. 

 어쨌든 난 나대로 그런거에 좀 맘상했는데,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었는데 나중에 들은바로는 피임약 저거 블로그에 적었다고에서 욕하고 다녔다는... 

 뭔가 참 아쉽고 찝찝한 그렇게 남남이 되버렸음. 
 같이 함께 한 여행이 아까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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