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8. 구직시작, 이력서를 돌리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돌려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도착해서부터 계속 세상모르게 쳐 자던 H도 이제서야 상황파악이 됐는지 부담이 됐는지 요새는 부쩍 일찍 일어난다. 쉐어하우스가 여전히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이라 다함께 시티에 피씨방으로 가 컴퓨터를 해야만 했다.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2시간여가 걸렸다. 이력서를 기껏 다 만들자. 인터넷서핑하면서 희희낙낙 거리던 H가 양심도 없게 이력서 좀 복사해달라는 거다. 수정해서 쓴다는거다. 


 이력서를 H에게 주면서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력서를 피씨방에서 뽑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도서관에 가면 복사하는게 싸다는 얘기에 별생각없이 피씨방에서 이력서 한장 출력을 해서 알렉산더 도서관으로 갔다. 모든게 처음이기에 도서관 이용법도 어리버리. 리셉션에서 물어본끝에 가방을 들고 들어갈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다행이도 로비에 락커들이 쫙 있었는데 1달러를 내고 락커문을 열고 짐을 넣어놓고 나중에 짐을 찾을 때 다시 1달러짜리 동전이 빠져나오는 식이었다. (마트에 카트 쓸 때 넣는 100원생각하면 됨) 결국 락커는 공짜, 가방을 락커에 넣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복사기를 찾아 한참을 헤맨끝에 복사기를 쓸려고 했는데 복사카드를 또 구입해야만 했다. 복사카드를 2불 주고 자판기에서 뽑아서 사서, 또 20불 정도 충전했다.


 대략 장당 계산해봤는데 완전 뻘짓이었다. 시티 피씨방에서 한장을 출력하는데 20센트였는데 여기서 복사해도 장당 20센트다. 결국 복사카드 2불의 뻘짓만....-_-;;; 뭐 어쩌겠는가 경험이지, 옆에서 W와 H는 아무것도 안해도 내가 이런저런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가는 과정을 보며 돈한푼 안내고 배워가고 있다. 이런걸 보면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 고생이며 돈은 돈대로 내가 다 쓰고 옆에서 그들은 공짜로 그 과정을 배우고 있다. 어쨌든 이제 본격적으로 복사를 하려고 하는데 한 20장 정도만 복사할려고 복사를 하는데 복사기 설정을 잘 못해서 복사버튼을 눌러서 한장씩 한장씩 복사해야 됬는데 W가 자기가 군대 행정병이어서 복사기는 완전 잘 안다며 숫자 눌러서 한번에 20장 뽑을 수 있다고 복사기를 설정하고 복사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잠깐 기다리며 얘기하는데 이놈의 복사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 복사를 한다. 알고보니 20장 설정해서 복사한게 아니라, 멈춤 버튼을 누를때까지 계속 무한대로 복사하는 설정을 해놓은거다. 덕분에 80장정도를 복사하고 충전한 20불을 거의 다 날려먹었다.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그걸 보면서 또 W와 H는 복사기 설정이 또 이렇게 될수도 있네 라며 또 하나 배웠다는 듯이 말하는데 정말 개썅 썅욕 나왔다. 결국 22불의 뻘짓거리로 난 필요이상의 이력서를 뽑았고 그들은 이것이 뻘짓이라는걸 손안대고 코푼격으로 배웠다.


 어쨌든 도서관을 나왔는데 W와 H에게 너희는 이력서 복사안해? 이력서 안돌릴꺼야? 라고 말하자 오늘은 쉰다는 말뿐만한다. 그나마 W는 모임에서 만난 수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얻어서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고 차를 먼저 사고나서 이력서를 돌린다고 말하고 H는 아무생각없다. 결국 둘다 이 먼 타국에서 뻘쭘하게 이력서를 들고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구직활동하는대 대한 두려움이 있는듯 했다. 결국 하루하루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회피모드였다.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이 때 이후로 몇달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저 때 W와 H는 내 생각대로 구직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 맞았다. 여전히 H는 몇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저때와 별반 다를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단 한장의 이력서도 내지 않았다. 정말 한심한 놈이다.


 어쨌든 도서관을 나와, W는 모임에 나갔다가 건너건너 알게된 한 여자한테 차를 살지도 모른다며 자동차를 본다고 가고, H는 또 거기에 따라갔다. 그리고 난 둘과 헤어져 일단 노스브릿지에 수 많은 아시아계열 식당들과 레스토랑들에 키친핸드 잡을 내볼려고 했다. 이력서 80장을 손에 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서툰 영어로 이력서를 손에 들고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 일자리 있냐, 라고 물으며 이력서를 내야한다. 얼마나 뻘쭘하고 당황스런 상황인지 모르겠다.


 난 일단 길을 걸어가며 눈에 보이는 모든 식당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돌려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맨처음이 힘들었다. 가게 앞에서 담배 한대를 피며 머릿속으로 어떻게 얘기해야 되나 어떻게 해야할지를 계속 되뇌어 봤다. 머릿속에서 수 많은 상황과 영어문장을 만들고 나서 담배를 끄고 드디어 첫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깨펴고, 당당하게,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들어갔다.

 일하는 여직원이 다가오며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먼저 인사를 하고 " I'm looking for the job " 을 외쳤다. 다행이도 여직원이 Resume를 가져왔냐고 물어서 이력서를 주자, 매니저에게 건네주겠노라고 말한다. 그렇게 첫 이력서를 돌리고 가게를 나오는데 마음이 갑자기 홀가분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을 하고나니 이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보다는 직접 매니저나 사장에게 직접 주면 좋을 것 같아. 머릿속으로 문장하나를 더 만들었다. 


 인사를 나누고 나서 매니저를 만날수 있는지를 꼭 물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길에 보이는 모든 식당에 들어가, 애써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고 매니저를 찾았다. 다행이도 매니저를 만나면 서툴은 영어로 얘기를 하며 이력서를 건네고, 매니저를 못만나더라도 이력서를 버린다는 생각을 하며 직원들에게 이력서를 건넸다. 그리고 노스브릿지에 있는 수 많은 식당들을 들어갔다. 처음에 손님인지 알고 반갑게 맞이 하는 직원들에게 매니저가 있느냐는 질문과 일을 구하고 있다라고 말했을때 싹 바뀌는 썩은 표정들은 나의 기분을 급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이력서를 돌렸다. 


 하지만 너무나 암울하고 힘든 것은 그나마도 이력서를 아예 받지 않겠다고, 일자리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수많은 매니저와 사장들. 그리고 오늘 하루만도 이만큼 이력서를 받았다며 이력서 수십통을 보여주는 사장, 이력서를 내고 뒤돌아서는데 이력서를 곧바로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들. 그런 과정에 난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는 나에게 쏟아지는 그런 일들은 내 기분을 다운 시키기에 충분했다. 


 매니저 한번 만나기도 너무 힘든 이 과정들을 난 계속 오후 내내 해서 노스브릿지의 대충 몇몇 스트릿에 있는 모든 식당에 이력서를 내고 혹은 내려고 노력했다.(안받아주는데는 어쩔수 없이.내지 못한..) 그리고 한 술집에 이력서를 내고 나오는 길. 일자리 없다고 이력서도 내지 못하고 나오며 기분이 암울 한 그 때였다. 갑자기 걸어오던 흑인양아치 몇명이 있었는데 한놈이 나에게 들고있던 페트병을 팍 눌러서 안에 있던 물을 팔에 뿌렸다. 충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희희낙낙 거리는것이다.


 안그래도 기분 드러웠던 순간이었는데 이새끼들 마저 시비를 거는 것이 너무 짜증났다. 지들끼리 낄낄대면서 나를 지나치는데 난 뒤돌아 그 새끼들한테 소리를 질렀다.


 " 야 이 개새끼들아 "

 그러자 흑인 3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뭐라고 뭐라고 알아듣지 못할 영어를 나에게 쏴댔다. 난 계속 한국말로 말했다.

 " 이 씨발 새끼들이 어따 물을 뿌려 죽고싶어? " 라며 나에게 물을 쐈던 흑인 한놈을 밀쳤다. 내가 계속 한국말로 욕을 하니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한국말을 따라하는듯이 엥엥거린다. 씨발 새끼들 너무 짜증나서 주먹을 쥐고 한번 붙어볼려면 붙어보라는식으로 갔다댔다. 그러자 지들끼리 뭐라고 뭐라고 얘기하면서 돌아갔다.


 몸에 힘이 쭉 풀렸다. 흑인 3명과 맞서는 그 긴장된 상황이 지나가자 긴장이 풀려서 몸에 힘이 쫙풀렸다.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 집으로 힘없이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 기분이 드러웠다.  이력서를 돌리는 그 과정이며 흑인놈들의 짓거리며 이 것이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이고(아닐수도 있지만) 이들의 시비라고 생각하니 조금 힘이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키친에서 애들이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력서를 낸 얘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니 애들이 모두 걱정한다. 그리고 또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이 집이 여전히 인터넷이 안돼고 있었다. 금방 인터넷이 될꺼라던 주인들의 말과는 달리 인터넷은 계속 되지 않았다. 인터넷 얘기만 하면 맨날 하는 얘기가 " 얘네 호주애들이 너무 일처리가 느려요 신청하면 너무 오래걸려요 " 라고 얘기를 하는데 분명 뭔가 이상했다. 집주인들의 태도가.. 우린 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했다. 


 다행이도 계속 이렇게 우울한 얘기만 한것은 아니었다.

 W는 아무래도 그 모임 회장 여자애와 사귈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돌아오는 토요일날 사람들을 초대해 삼겹살이라도 구어먹으며 놀자는 얘기를 했다. 어쨌든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맘먹은 대로 되지 않은 하루하루였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던 순간들이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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