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11. 다사다난했던 시간들과 야박한 한국인들
W는 W대로 쥴리와 사귀게 됨으로 해서 데이트 하느라 바뻐졌다. 잡보다 먼저 여자친구 부터구한 W의 능력. 호주 생활을 오래해서 이곳저곳에 인맥이 쫙 깔려있는 여자친구 덕분에 누구보다 든든한 상황의 W는 구직의사는 일단 사라진 상태, 천천히 데이트도 하고 즐기면서 차를 사, 잡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H는 H대로 집주인의 소개로 구한 한국인 식당에서 일하면서 정말 노력에 비해 빨리 정착 완료.
왠지 나만 붕뜬채 홀로 남겨져있던 시간들이었다. 스스로 가장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성과가 없는 내 자신을 보며, 아무리 위로하고 다잡아봐도 밀려오는 허무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성과없는 시간들이 흘러 가던 나날이었다. 유일한 위안이라고는 날 따라 곧 호주에 오겠다고 얘기한 권이었다. 몇년이 될지도 모르는 이 방랑생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차마 계속 함께 하자고 얘기하지 못했고, 권 역시도 동남아 여행 정도야 괜찮았지만 영어권 국가를 그냥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하는건 정말 힘들것 같다고 얘기했기에 권을 두고 홀로 호주로 왔지만 그런 권이 도무지 안되겠다며 한국에 생활을 정리하고 호주로 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이었다.
집으로 부터 온 전화한통, 뜬금없이 아버지로 부터 욕부터 먹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먹기도 전에 욕부터 먹는 이 기묘한 상황은, 동생의 입방정에서 나왔다. 권이 호주로 곧 올것 같다는 얘기를 동생한테 해줬는데 그 얘기를 집에다 얘기한 동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얘기를 듣고 아버지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화를 내는데 당황스러웠다. 요지인 즉슨 왜 여자친구를 호주로 끌어들이느냐 그런 얘기였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욕을 먹고는 풀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나서 전화 한통이 또 왔다. 이 집에서 나가면 이사가기로 한 Maylands의 잡딸린 그 90불짜리 집의 집주인이었다. 원래는 잡을 넘겨주기로 했는데 청소일 매니저가 자기가 아는 사람을 꽂아 넣는다고 그렇게는 안되겠다고 얘기해서, 미안하게도 잡은 안된다고 얘기하는거다. 솔직히 어차피 되면 좋은거고 안되도 마는 거였기 때문에 난 괜찮다고 얘기했다. 집주인이 미안하니 집값을 주당 80불에 해주겠노라고 얘기했다. 그것만 해도 괜찮았다. 주당 80이면 정말 가격이 싸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다.
집주인에게 괜찮다고 얘기하고 예정대로 이사를 가겠노라고 얘기했다. 좀 우울했지만 괜찮았다. 전화를 끊고나서 정말 이 곳 호주에서 일을 구하는건 노력이 아닌 운과 인맥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다. 무수히 많이 들은 얘기는 정말 살다보면 알겠지만 구직은 노력보다 인맥이고 인맥보다 운이라는 얘기였는데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그렇게 일단 날라간 잡은 둘째치고더라도 싼 집을 구한 것에 대한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었을때 다시 전화 한통이 또 왔다. 메이랜즈의 그 집주인이었다.
원래 농장가려던 쉐어생이 안가게 되어서 미안하게도 그 집에 못들어가겠다며 통보아닌 통보를 한다. 미안하다며 말하는 그 집주인에게 난 너무 벙벙해서 " 알았어요 " 라는 한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아침부터 계속 한방씩 터지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났다. 집에 온 W와 H에게 아침부터 전화를 받은 일부터 얘기를 해주면서 정말 이젠 무슨일이 있어도 놀랍지가 않다며 웃으며 얘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쭉 흘러 나왔다. 정말 웃고있는데 눈물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W와 H가 위로를 해주었다.
아침부터 아버지한테 욕먹는 전화, 잡 안되겠다는 전화, 집도 안되겠다는 전화 연타석으로 맞으니 정말 기분이 침울해졌다. 다시 또 처음부터 시작하게 됐다.
당장 집을 나가야 되는 날짜는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집도 새로 알아봐야 하고, 구직 활동도 계속 해야되는 깝깝한 상황. 난 차라리 이럴 바에는 어차피 집도 나가야 되는거 농장이나 갈까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 농장을 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순식간에 농장을 가리라 마음 먹었다. 사실 이 상황은 그냥 방을 그냥 새로 알아보고 이사를 해서 계속 똑같이 구직활동을 하면 되는 별것 아닌 상황이었는데 워낙 한번에 몰아치니 짜증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져서 급하게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농장을 가리라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알아보며 농장 갈 방법을 구했다. 정보도 없고, 농장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가야하고, 뭐가 돈이 되고 어떤 정보도 없었다. 게다가 농장으로 이동 할 교통수단도 없는 상황, 하지만 퍼참에 '같이 가요' 게시판에 오일쉐어를 이용해서 농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차로 같이 이동하면서 기름값만 쉐어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에 난 급하게 퍼참을 보고 오일쉐어 구한다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농장으로의 길이었기에 모두가 대뜸 처음 묻는 말은 다른 것도 아니고 " 정보 좀 있으세요? " 였다. 쥐뿔 아무것도 없는 나였기에 " 정보는 없는데요..." 라고 말하면 거의 대다수가 " 생각 좀 해보고 연락 드릴게요 " 였다. 그렇게 계속 오일쉐어 정보를 알아보는 가운데 한 사람이 퍼참에 오일쉐어 올린 글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 저희는 그냥 오일쉐어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도 농장 정보는 없지만 열심히 해보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같이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컨택 하실수 있는 분을 원합니다. 구 할때까지 함께 하죠 ' 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정말 나에게 딱이었다. 그래 구할때까지 함께 하면서 같이 다니면 되지 라는 생각에 전화를 했다. 근데 이새끼들 정말 최악이었다. 말뿐인 글이었던 것이다.
마가릿리버, 퍼스의 남쪽에 떨어진 지역까지만 오일쉐어를 한다는 것이다.
" 글에는 같이 컨택하시자고... 적으셨던데요 "
" 아, 근데 그러면 복잡해지잖아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면.."
" 혹시 저때문에 그러는거시면 만약에 두분이 농장일이 되시면 전 그 곳에 그냥 혼자 두셔도 되요 근데 그게 아니면 되실때까지 계속 같이 컨택하러 다녔으면 좋겠어요 " 라고 말하자
" 안되요, 마가릿 리버까지만 오일쉐어로 데려다 드릴께요 저희는 그담에 따로 갈게요 " 라고 하는거다. 대충 보니 글 올린 이후에 농장 정보를 구한듯, 마가릿 리버까지만 기름값 절약을 위해 오일쉐어로 데려다 놓고 자기네는 정보를 얻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듯 했다. 야박한 새끼들.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마가릿 리버까지 가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게 오일쉐어도 힘든 상황이 되버렸다.
우울해있는 상황에서 밤에 술이나 한잔 하자는 생각에 애들과 함께 도미노 피자를 사고, 맥주 한박스를 사들고 집으로 와 먹었다. 술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왜 그렇게 우울한지 정말 되는 일도 지지리도 없는 상황이 너무 짜증났다. 이제 곧 이 집에서 나가야 하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고 다음 집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 너무 마음이 붕 떴다. 마음을 다잡고 이럴 때 일 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그저 열심히 해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냈던 날이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 정보]
* 오일 쉐어
오일 쉐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간단히 말해 직역대로 기름값을 공동 분담하는 것이다. 농장이나 먼 지역으로 이동 할 때 오일쉐어를 함으로 차 주인은 기름값을 절약할수 있고, 차가 없는 사람은 기름값만 일부 부담하면서 이동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법. 이것이 어떤 특정한 지역을 정해놓고 이동하고자 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농장등을 갈때 오일쉐어를 하게 되면 글에도 얘기했지만 농장 정보라는게 무지하게 중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엿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됬을 상황도 생기고 그 다음 이동의 문제가 생기고, 음식쉐어등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오일쉐어를 구할 때는 미리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미리 서로 합의를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수리비는 어떻게 하는가? 일반적으로는 차주가 대부분을 떠안는게 일반적이지만 만약에 미리 합의 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발생할수 도 있다. 따라서 오일쉐어시 전화로만 합의 하는 것보다 미리 한번 쯤 만나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해두는 것이 좋다.
* 피자를 싸게 먹는 방법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 곳 퍼스는 화요일이 대부분의 피자가게(피자를 파는 이태리 레스토랑 마저) 도미노나, 레스토랑들이 피자데이라는 이름하에 반값에 행사를 한다. 도미노 기준으로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면 다음과 같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주문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애시당초 배달가격이 포함되어있는 대부분의 한국음식들과는 달리 그래도 합리적으로 가격이 책정된 호주기에 만약에 배달을 한다면 배달료가 따로 산정된다. 그나마도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했을때 배달료가 붙으면서 배달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싸게 먹을려면 도미노에 직접 찾아가서 피자를 찾아와야하는데 가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하면 시간이 낭비되니, 미리 먹기전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놓는다.
그리고 지정해놓은 점포로 지정한 시간에 가서 피자를 찾아가지고 가면 싸다. 대략 도미노 라지 한판이 이렇게 피자데이에 직접 픽업을 하게 되면 4-5불 정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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