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13. 프리맨틀 그리고 기타클럽


 며칠전의 일이었다. 지난 번 삼겹살 파티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수에게 전화를 했다. 수는 호주에서 만난 수많은 동갑내기들 중 처음으로 말을 튼 친구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다름 아닌 퍼스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프리맨틀 Freemantle을 구경하기 위해서 였다. 호주에 와서 구직활동하고 이것저것 한다고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느라 가지고 온 DSLR은 그대로 잠들어 있고 카메라를 언제 들어봤는지 뭔가 여행자로서의 자세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아, 모처럼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수에게 전화해서 프리맨틀에 같이 가자고 말하니 흔쾌히 오케이를 한다. 퍼스에 오래머물면서 몇차례 가봐서 아무래도 이곳 저곳 안내를 받을 수도 있고, 또 좀 더 친해져볼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렇게 수와 프리맨틀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바로 전날 그랜다로에 이사온 기념으로 파티를 할 때의 일이었다. 한참을 술을 재미나게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내일 수랑 함께 프리맨틀에 가기로 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얘기를 듣고 있던 폴이 나중에 술이 좀 오르자, 나에게 와 재차 물어봤다. 


 수와 프리맨틀에 가는지, 그리고 나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 " 걔는 나한테는 어디 같이 한번도 안갔는데 너랑 가냐? " 라며 갑자기 나에게 " 내가 지금 수 여기 오라고 불러도 되냐? " 라고 묻는거다 이미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대충 둘의 사이가 짐작이 갔다. 난 어차피 특별한 연애감정이 있었던 터가 아니었기에 그러라고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술자리가 거의 파할 무렵 마당에서 전화기를 잡고 누군가와 (수라고 생각되는) 통화하고 있는 폴의 모습을 뒤로한채 잠을 자러 방에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난 깜짝 놀랬다. 옆에 침대에 폴과 수과 함께 누워있었다. 여러가지로 잠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새벽에 수가 여기로 왔다는 사실과 여러명이 함께 쓰는 방에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함께 누워있는 광경이었다. 여행다니며 도미토리에서 서양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떡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한국애들이 저러는 모습을 이렇게 볼 줄은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아침에 눈을 떠 잠시 벙찐 상황에서 이내 정신차리고 다들 일어나 예정대로 프리맨틀로 가기로 했다. 한가지 변경사항은 폴이 함께 가기로 한것.


 아침에 3명이서 프리맨틀로 향하며 미묘한 분위기. 호주에 와서 나의 첫 여행이라면 여행일까 그런데 그 함께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이상한 상황. 그럼에도 어쨌든 즐거운 프리맨틀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랜다로 역에서 트레인을 타고 퍼스역에와서 프리맨틀 라인을 타고 종착역인 프리맨틀로 향하길 약 30분. 가면서 이 동네 저 동네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데 폴의 간략한 설명이 이어진다. 저기는 부자동네고 여긴 어디고 하는데 창 밖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너무 멋있었다. 트레인(전철)을 타고 가다가 눈앞에 펼쳐진 인도양의 그 풍경이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창밖의 풍경을 신기해하며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큰 화물선들이 서있는 항구 도시 프리맨틀에 도착했다. 폴이나 수나 호주에 오래 있으면서 프리맨틀에 많이 와봤는지 익숙한 발걸음으로 이동을 한다. 프리맨틀 하면 유명한 것이 다른 유적지도 유적지지만 주말에 열리는 주말시장이었기에 우리는 먼저 주말시장으로 갔다. 꽤나 재밌는 것을 기대했지만 호주에 뭔가 큰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었다. 뭔가 신기하고 재미난 물건을 많이 팔거라 기대는 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여행기분에 신나서 사진을 찍으며 시장을 즐겼다.


 그리고 우린 시장내에 위치한 일본라면 가게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가게가 작은데 비해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전화번호를 남기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만 했다. 약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당황했지만 워낙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며 자기네도 한번 먹어볼려고 마음먹었던 가게라는 폴의 말에 조금 기대감을 가졌다. 그리고 우린 시장안이며 밖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시장 밖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걸 보고 긴 시간 끝에 문자를 받고 일본라면 가게로 갔다. 


 자리에 앉자 금방 음식이 나왔는데 꽤 맛있었다.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맛이라, 다음번에 또 오면 이 곳에 와서 다른 것도 맛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난 뒤 우린 천천히 걸어서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큰 공원을 가로 질러 맥주공장인 리틀크리쳐에 다달았는데 솔직히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워낙 낮이고 둘이 그닥 가고싶어하는것 같지 않아 일단 오늘은 재끼고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바닷가에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서있고 부둣가에는 흰색 요트들이 정박해있었다. 파란 바다와 흰색의 요트, 새하얀 갈매기들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감옥으로 쓰였었던 Roundhouse를 돌아 Eshed market 까지 구경을 하고 프리맨틀 구경을 끝마친 우린 퍼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퍼스로 돌아온 우린 노스브릿지 공원 (바로 내가 전에 살았던 그 집 앞에 공원) Russel Square로 향했다. 이유는 바로 기타모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이 기타를 치며 모여있었는데 난 기타모임도 아니고 기타도 없기때문에 할일도 없었던 터라 마침 빈둥대고 있던 신에게 부탁해 신의 차를 타고 시티 울월스로 가 장을 봤다. 편하게 신의 차를 타고 장을 보고 돌아와 기타모임서 놀다가 우리는 뒷풀이를 위해 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여자들이 신의 차를 타고 이동하고 남자들은 버스를 타고 그랜다로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트레인을 타러가기로 했다. 


 역에서 내려 걸어서 가는데 아직 그랜다로에 이사온지 채 이틀이 되지 않은 터라 전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었다. 신이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뒷풀이를 하는데 여기서 대략 등장인물 소개 다시 한번.


 기타모임 회장인 JK, 그리고 또 한명의 동갑내기 JW, 그리고 폴, 신, 폴2, 그리고 한동안 정말 재밌게 지낼 술멤버가 되는 일명 빅팍 세자매 MJ,SR,Jenny누나. 그리고 기타를 잘치는 소녀 민, 이외에도 몇명의 멤버들(이름을 소개 안하는건 앞으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그닥 크게 얽히지 않을 것이기에)


 뒷풀이에서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며 노는데 재미도 재미지만 상황이 볼만했다. 아침에 수와 함께 했던 폴은 제니누나를 꼬시느라 밖에서 여념이 없고, SR..정확히 이때는 이름조차 몰랐던 내 일기에 진상여자애라고 적혀있는 SR은 뉴질랜드인인 제라드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씨끄럽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JW은 술에 취해 소파에 누워 민에게 스킨쉽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 펼쳐진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이게 바로 호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신,MJ,나 3명이서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있는데 여자와 별로 만나본 경험이 없다는 신에게 MJ를 엮어 주었다. 처음의도는 그냥 밥이나 한끼 먹으며 여자랑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뭘 해야하는지에 대한 감각만 기르라는 의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뒷풀이를 하며 놀며 즐거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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