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이번 편은 아마 호주 워킹이야기 중에 가장 유용한 얘기가 담긴 편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호주 워킹을 계획중이시거나 이제 막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시면서 구직에 벽에 부딪힌 분들께는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6. 그랜다로우 공장 지대 구직활동, 호주에서 구직활동에 대해서
그랜다로우로 이사온 이유는 사람들도 사람들이 좋아서지만 이 곳이 공장지대기에 일을 구하는데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공장. 사실 호주에 올 때 워낙 호주에 대해 미리 안알아본탓에 공장은 내 머리속에 생각도 하지 못한 직종이었다. 내 머리속에는 호주에 가게 되면 시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설겆이를 하는 키친핸드나, 서빙일, 아니면 시골에 가서 농장을 가는 그 정도 일들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이었는데 막상 이 곳에 오니 공장일을 하고 있는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워홀러들)이 꽤나 많았고 그 공장일이란게 결코 나쁜일이 아니었다.
이 곳에서 워홀러가 공장에 다닌다는 건 거의 한국으로 치면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 나가고 있다고 보면 됐다. 캐쉬잡이 대부분인 열악한 시티잡에 비해 확실한 텍스잡이었으며 시간도 충분히 주어져 돈벌이도 되는 좋은 잡 job이었다. 어쨌든 그런 공장들이 많은 이 곳 그랜다로우에 터를 잡았기에 나 역시도 공장일을 구하기 위해 공장지대를 돌며 본격적인 공장일을 구하기 위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 공장정보라는 것도 내가 이곳 그랜다로우에 이사와 또 많은 이들과 만나서 알게 된것이지 까놓고 얘기해서 일자리 정보란게 속된말로 회사이름 하나도 알아내는게 아니 심지어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조차도 정보축에 속해서 정말 우습게도 이 곳 호주에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대화 도중 서로가 알고 있는 공장이름을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 다는 사실은 참 충격적이었다. 한국인 민족성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나지만 정말 호주와서 여러사람을 만나서 느낀건 정말 참 치사한 족속이라는거, 이를테면 이 곳 그랜다로우에 굉장히 유명한 공장들이 몇개 있는데 대표적으로 '바터'라는 닭공장이 있는데 이를 테면 워홀러들끼리 서로 오늘 어디를 구직활동을 다녔고 어디에 이력서를 넣고 이런 대화를 나눌때 절대 '바터'라는 공장이름은 얘기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 아 오늘 닭공장에 하나 이력서 넣었어요 " 정도... ( 지금 언급한 이 바터라는 이름을 아는 것만도 엄청난 정보 축에 속한다)
한국인들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도시에서는 더이상 한국사람,일본사람들 만이 경쟁자가 아니었다. 이제 새롭게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몰려온 대만인들까지 합세해 일자리 숫자는 정해져있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넘쳐흐르는 상태. 정말 도시에서의 구직활동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때문에 일자리 경쟁이 치열한 시티잡은 노동력의 공급과다로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인 17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불법인 캐쉬잡이 너무나 당연하게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저임금과 근로조건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수 있는 공장은 워홀러들에게는 대기업 그 이상의 안정감과 대박 Job으로 인식되었다. 뭐 어쨌든 그것이 지금 호주의 현실이었다. 야박하다 못해 정말 치사하고 드러운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위에 공장을 다니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과 매일 술을 마시며 친해진 나는 여럿으로부터 참 알토란 같은 공장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난 그랜다로우에 머물며 본격적으로 공장지대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마침 윌도 차를 산터라 윌의 차로 편하게 구직활동을 할 수 있었다.
우린 먼저 퍼스의 삼성이라 불리우는 바터를 갔다.
Batter 바터는 오직 수, 목 아침 10시부터 12시 사이에만 구직자들을 받는데 이력서를 받는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어플리케이션 폼(지원서)을 준다. 근데 내가 갔을 때는 더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다며 어플리케이션 폼을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조금 실망을 안고 일단 좀더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위해 에이전시에 등록하기로 했다.
참..이 이국에서의 구직활동이란게 엿같은게 정말 뭐 같지도 않은것이 정보가 되어서 그놈의 에이전시가 어디 붙어있는지를 아는 것 또한 일이었다. 다행이도 이미 이 곳에 자리 잡은 다른이들에게 들어 알게된 Westskill 이란 에이전시를 가게 되었는데 폴이나 다른 애들도 여기서 공장일을 많이 소개시켜주었다고 꽤 알짜배기 에이전시란 얘기를 해주었다. 편하게 윌의 차로 돌아다니며 웨스트스킬을 찾을수 있었다. 무슨 큰 간판을 붙여놓은것도 아니라 정말 누군가에게 에이전시 위치를 듣지 못했다면 절대 바로 앞을 지나가도 알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웨스트스킬에 가니 또 이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몇명의 대만인과 한국인들이 있었다. 웨스트스킬 직원에게 이 곳에 등록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Application form을 주며 이 것을 작성해 다음날 10시까지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린 그렇게 구직활동들을 좀 더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서류를 작성했다. Tax관련 서류부터, 건강체크 서류, 별의 별 서류가 다 있었다. 한참을 걸려 서류를 거의 작성을 했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체계적으로 서류를 구비해서 등록을 한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구나, 이 곳이라면 정말 확실하게 잡을 소개시켜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윌과 나는 함께 제일 먼저 웨스트스킬로 향했다. 도착하니 우리말고도 또 다른 한국사람이 있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폼을 제출하자, 간단한 비디오자료를 보고 테스트를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테스트란 말에 진땀이 났다. 직원을 따라 교육실로 가자 이미 몇명이 비디오를 보며 종이에 뭔가 끄적이고 있었는데 안전용 교육비디오를 보고 질문지에 대답을 적어야 했다. 짧은 영어로 객관식도 아니고 주관식인 그 질문지를 어떻게 적나 난감해 하고 있는데 직원이 마치 이런일은 비일비재 하다는듯이 아니, 너네 지금 막막하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종이 한장을 쓱 던져주고 가는데 답이 적혀있는 종이였다.
얼마나 웃기던지. 그렇게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끝마치고 우린 웨스트스킬 에이전시 등록을 완벽히 끝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 높아보이는 직원이 와서 우리에게 몇가지 질문들을 던지며 우리 서류위에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체크를 하고 적는데 느낌상으로 대략 영어실력 상중하, 체격, 등등을 대충 적어놓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점수도 매기고 그 사람의 특징도 적어놔서 일이 들어오면 그것에 적합한 사람을 골라 보내는듯 했다.
윌이 먼저 했는데 영어를 거의 못하는 윌의 점수를 체크하는데 낮았다. 그리고 내 점수를 체크하는데 체격이나 영어 등에서 윌보다 조금 높게 점수를 받았다. 10점 만점인듯 보였는데 난 9점을 받았다. 어쨌든 그렇게 에이전시 등록도 끝마치고 그랜다로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매일매일을 보냈다. 하지만 워낙 불경기인지 정말 이력서 한장 내밀기 조차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호주에 오는 많은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은 분명 어느정도의 고생을 각오하고 어느정도의 장미빛미래를 그리며 오겠지만, 당장에 어디 비빌대도 없이 홀로 온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에게는 도시에서의 구직활동은 그야말로 전쟁터 그 이상일 것이다. 사실 이미 친구가 자리 잡았거나 지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치열한 상황을 느끼지 못하고 워킹홀리데이를 순조롭게 시작할수 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이 곳 호주에서의 구직활동은 마치 운과 인맥에 시험장 같은 분위기다.
일례로 마치 시티를 매일 몇시간씩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리는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은 아마 줄잡아 이 작은 퍼스조차 몇십몇 아니 100명가까이 될지도 모른다. 그 중에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 이들은 아마 1-2명에 불과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호주에서 워홀러들의 일자리는 되물림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일을 그만둔다면 그냥 그만두지 않는다. 자기의 친구, 친구의 친구 등이 그 자리로 되물림 되어 들어가게 된다. 결국 연고도 인맥도 어디 비빌데도 없는 홀로 온 워홀러들은 그야 말로 이 구직활동이란 전장에서 소대,중대를 이뤄 싸우는 다른 경쟁자들을 홀로 맞서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마 노력이 미덕이라고 노력하는 자를 배신 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시티구직활동을 하면서 노력하는자보다는 인맥이 많은자, 인맥이 많은자 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 최고란 생각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참고로 하루에 8시간 10시간씩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돌아다니고, 갔던 곳들을 또 가고 또 가고, 로테이션을 돌며 힘들게 구직활동 하는 자보다, 놀다가 아는 친구가 잡을 소개시켜서 들어가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정말 경악하게 될 것이다. 호주 구직활동은 정말 자신의 운이 어느정도인지 실험할수 있는 시험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힘든 구직활동 자체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이 블로그를 방문한 앞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 조급해 하지 말고, 호주에 가자마자 최대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친해지라고. 그것이 구직할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물론 운이 좋은 이들이라면 이력서를 돌리러 갔는데 마침 일할 사람이 급하게 필요해서 뽑히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난 장담한다. 당신이 만약에 이력서를 돌려 시티에서 일을 구하게 된다면 그건 당신이 열심히 노력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퍼스에서 구직활동을 하며 매일매일 너무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며, 호주 도착한지 얼마 안됐을 때, "오빠 정말 지금 이제 막 왔을 때, 차를 사서 시골로 가세요" 라고 말했던 아는 동생의 말이 뼈저리게 가슴에 맺힐 때 쯤, 함께 구직활동을 하던 자매가 있었는데 자매가 나에게 에이전시 하나를 소개시켜주었다. 자기네들은 이미 한달전에 등록을 했는데 내가 좀 딱해보였는지 아님 같이 구직활동을 하며 동고동락하며 정이 쌓였는지 나에게 그 에이전시를 소개시켜주었다. 자기네는 그 에이전시에 등록한 후에 거의 매일매일 가서 눈도장을 찍으며 일자리 없냐고 매일 물은 터에 직원이 이제 자기네만 보면 나가라고 말할 정도라면서 나에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 소개시켜준 에이전시였는데 나는 등록을 한지 이틀만에 그곳으로부터 잡을 소개받고, 드디어 호주에서의 첫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나의 상황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에이전시에 등록하고 매일매일 눈도장을 찍겠다며 문턱이 닳도록 돌아다니고 노력한 자매들.
(물론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지만) 그에 반해 자매들이 소개시켜줘서 가서 등록하고 이틀만에 똑같은 에이전시로부터 잡을 받은 나. 이것이 바로 호주에서의 구직활동의 모습이다. 노력은 중요치 않다. 운(타이밍)과 인맥이다.
필요한 노력은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친해지고, 어느정도 나중에 호주 생활을 돌이켜봤을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노력이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이력서 한장 돌리지 않고 자존심도 버리고 손쉽게 집주인으로부터 한국식당 키친핸드 일을 얻은 엑스(H)는 나중에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얘기할수 있을까?
앞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만 해준다면,
정말 자신의 영어실력이 뛰어나고, 난 운이 충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시티에서 버텨보라고 권해주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농장 혹은 일자리 경쟁이 덜한 시골로 가길 권한다. 시골의 일자리가 도시의 일자리보다 적다 한들 도시의 구직자들 수에 비교 한다면 시골쪽이 월등히 일을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어쨌든 워킹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계획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모두 힘내라고 행운만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이번 편을 마친다.
위에 언급된 에이전시는 Westskill입니다. 퍼스에서 구직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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