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12. Glendalough 그랜다로에 터를 잡다.
W는 결국 여자친구인 쥴리가 사는 그랜다로의 집 (삼겹살 파티했던)으로 이사를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붕떠서 갈 곳 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살고 있는 노스브릿지 집에서 나오기 전날은 커녕 나오는 당일 까지 집도 잡도 없는 신세였다. 아침에 짐을 싸는데 답답했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서 어딜 가야 할까, 결국 난 일단 W를 따라 그랜다로로 향해보기로 했다. 조금 살았다고 짐이 꽤 늘어있었다.
아침에 나갈때 열쇠를 반납하고 본드비를 받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랜다로로 갈까? 백팩으로 갈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타협점을 찾았다. 그랜다로로 가는 것이었다. 놀러 갔을 때 워낙 재밌게 논 탓에 그 곳에 가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분명 지금 가는 그 곳은 1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까지 살았던 노스브릿지 보다 비싼 가격의 방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생각하기로 했다.
외국인 쉐어니 영어를 늘리기에 더나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본드비가 없이 방값만 내면 되기에 언제라도 쉽게 이동 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주위에 재밌고 좋은 사람들고 어울리기 쉬울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침에 W와 함께 나와 그랜다로로 이동을 했다. 드디어 나의 오랜 보금자리 39D Pollard St에 온 것이다. W는 이미 집주인인 인도인인 피터와 계약을 한 상태였지만 난 일단 그냥 온 것이었기에 짐들을 집주인이 살고 있는 Unit A 유닛 에이 앞에 두고 문을 두드렸다. 피터의 부인인 호주여자가 나왔다. 이 여자에 대해서는 익히 얘기를 들었다.
다름 아닌 호주인 특유의 영어도 영어지만 말이 워낙 빠른 탓에 이곳 39번지에 사는 수 많은 이들이 뭔가 문제가 있어 집주인을 찾을 때 절대 이 여자와 얘기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무조건 피터부터 찾고 본다는... 아니나 다를까 정말 말이 속사포 처럼 쏟아져 나오고 호주영어 특유의 오물거림과 웅얼거림이 작렬하는데 농담아니고 한마디도 못알아듣겠는거다. 정말 대박이었다. 어쨌든 난 일단 할말만 했다.
"쥴리와 W의 친구 인데, 나도 이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 피터 만날 수 있느냐? " 라고 말하자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이내 피터가 나왔다. 인도인 특유의 유쾌함 모드와 능글맞음이 섞여있는 피터는 조낸 친한척을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 끝에 집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던 유닛 D에 나도 입주를 하게 되었다. 잠깐 이 곳 39번지 소개를 하자면 전형적인 유닛 형태의 집이었다.
대문을 들어가면 집이 유닛 A, B,C,D 총 4개가 늘어서있는데 유닛 A를 지나치면 B 그리고 C, D이런식으로 서있는데 D는 가장 끝쪽 안에까지 들어가야지 있었다. 유닛이기에 집 구조들은 다 똑같았는데 A는 주인집이 살고 나머지 B,C,D는 모두 외국인 쉐어(당연하지만)였다. D에는 한국인이 원래 쥴리와, 폴이 살고 있었고 이제 나와 W가 들어감으로 해서 총 4명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커플 플로어,마리 나와 같이 방을 쓸 또다른 프랑스인 마이클, 호주인 알란 이렇게 모두 8명이 한집에 산다.
일단 모두 아침에 출근하고 학교가고 한 탓에 아무도 없는 빈 집 Unit D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말 지저분한 모습이 날 맞이 했다. 정말 가슴 속에서 울컥했다. 내가 여길 그 비싼돈을 내고 들어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정도로 지저분했다. 일단 W와 난 방으로 짐들을 옮기고 대충 짐을 풀었다. 쥴리와 따로 더블룸을 쓰는 W는 정돈돈 방에서 스타트, 하지만 난 마이클과 알란, 폴 과 써야 하는 4인실.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방 한구석에는 옷들이 수북히 쌓여져있었고, 정말 개판이었다.
정말 너무 깝깝해서 대충 짐만 푼후 내려와 밖으로 나가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W와 담배를 피는데 W도 정말 깝깝했나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한번 다 까 뒤집고 대청소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W가 부엌을 맡았다. 부엌도 정말 장난없었다. 키친에 대한 말도 이미 많이 이 곳에 놀러왔었던 W에게 들었던 터라 알고 있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심했다. 다름 아닌 이 곳은 먹고 나서 설겆이를 하지 않고 그냥 던져둔다는 것이었다. 집주인이랑 같이 안살고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돌아가는 거지만 프랑스커플 플로어와 마리, 그리고 우리의 한국인친구 폴까지 거의 설겆이를 안한다는 거였다.
그냥 그릇이 필요한 사람이 그때 그때 설겆이를 하는 수준. 어쨌든 W는 이미 수북히 쌓여있는 설겆이 더미를 설겆이 하고, 행주를 빨고 해서 키친 청소, 나는 바깥에 테이블이며 거실을 청소했다. 바깥 테이블쪽에 맥주 빈박스가 정말 수십개가 일렬종대로 늘어서있는데 정말 이 집에서 얼마나 파티가 자주 열리고 술을 많이 마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테이블을 닦고, 청소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거실을 청소기로 밀면고 너저분한 쓰레기들을 버리는데 정말 이걸로도 답이 나올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W와 함께 거실 바닥에 깔려있는 카페트를 빼서 밖으로 가지고 나가 터는데 정말 대박이었다. 한번 터는데 나오는 먼지가 흡사 사막의 모래폭풍을 생각하게 했다. 농담아니고 한번 터는 순간 맞은편에 같이 카페트를 들고 있던 W의 모습이 순간 안보였다. 게다가 우리는 곧바로 카페트를 땅에 내려놔야했다. 그렇게 카페트의 먼지를 털어내고, 거실 테이블을 박박 닦고 집을 완전히 다 청소를 했다. 티나 날까 싶었는데 얼마나 드러웠는지 그냥 아주 청소한 티가 팍팍 났다. 한참을 그렇게 집안을 완전 뒤집어 엎은 뒤에 우리는 기진맥진해서 휴식 모드, 바깥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배 한대 피며 쉬었다.
이제 배가 고파져서, 장도 보고 할까 했는데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우리는 그냥 대충 쥴리가 가지고 있던 재료중 최소한의 재료만 이용해서 밥을 해먹기로 했다. 그렇게 밥까지 먹고 나서 완전 쉬었다. 쉬면서 W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깜짝 놀랄 이야기를 하는데 다름아닌 YS의 욕이었다. 나는 같이 살면서 못느꼈는데 정말 W가 YS를 싫어한다는 얘기를 하며 그동안 어떤일이 있었고 뭐가 싫었고 얘기하는데 정말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꼴도 보기 싫은 수준. 오늘 집들이 파티때 YS가 올지도 모르는데 정말 YS를 오지말라고 할 정도로 싫어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싫어했는데 눈치 채지 못한게 신기할 정도. 물론 W가 티를 안낸것도 있지만 정말 장난아니었다. 결국 본의 아니게 우리는 서로의 룸메이트였던 H와 YS 뒷다마를 깠다. 역시 세상에 제일 재밌는게 뒷다마라고 뒷다마를 까다보니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훌쩍 지났다. 어느덧 밤이 되고 사람들이 한두명씩 돌아왔다. 학교를 다니는 쥴리,마이클이 돌아오고 일하는 알란 플로어 등이 돌아왔다. 이사 온 기념으로 파티가 열리는데 노스브릿지에서 같이 산 H와 YS도 집들이파티에 놀러왔다. 정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어느새 십수명이 모였다. 정말 노스브릿지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수준.
그리고 이 술 자리에서 드디어 폴,Shin(신), 폴2 등과 친해졌다. 정말 이들과 맥주를 마시며 노는데 게다가 이들은 기타모임이었다. 기타모임인 덕에 기타들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맥주마시며 노는데 너무 즐거웠다. 정말 비싼 방값이 순식간에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여기에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만 해도 불쌍한듯 비아냥거리듯 " 거길 그돈주고 들어가게? 쯧쯧 " 이라고 했던 H가 갑자기 " 아 나도 돈만있으면 외곽으로 나와서 살고 싶다 "라고 말을 해서 나를 만족시켰다.
정말 비싼 방값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서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드디어 나의 오랜 보금자리 그랜다로의 생활이 시작 되었다.
[여기서 잠깐]
앞으로 원활한 포스팅 진행을 위해서 등장인물들 소개를 다시 한번 깔끔하게 정리 해볼까 합니다.
W : 나보다 두살 아래의 동생. 호주 입국처음부터 함께 함. 영어실력은 정말 최하급이지만 행동력하나는 최상
H : 나와 동갑 역시 W와 함께 호주 입국처음부터 함께 함. 행동력 최하. 혼자 뭔가 해보려는 의지 제로.
YS : 노스브릿지 살때 W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만난 W의 룸메이트이자 나와 H의 쉐어메이트. 역시 긴 호주 워킹 생활을 접고 한국들어가기 몇달전 어학원(여기선 흔히 그냥 학교라고 함)을 다니고 있다. 퍼스 남쪽에 알바니에서 양공장을 다니다 올라왔다.
쥴리 : W와 동갑, W의 여자친구, 퍼참(퍼스, 참을수 없는 그리움 카페)의 소모임 회장. 호주생활이 2년째인 만큼 아는 사람도 많고, 학교도 다니고 해서 영어 실력 최상.
폴 : 나와 동갑. 술,여자,담배를 좋아하는 나와 취향이 맞는 친구. 완전 웃긴 친구로 포스가 거의 여행 중 만난 승묵이형 삘. (승묵이형이 궁금하신 분은 여행기들을 보시길..)
폴2 : 한살 아래 동생. 한국에서 밴드경력이 있어서 기타를 엄청나게 잘 친다. 폴과 함께 기타모임 멤버
신 : 한살 아래 동생. 이곳 공장지대쪽에서 호주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바터 라는 닭공장을 다니는데 역시 기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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