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15. 그랜다로우의 하루하루들
[Notice]
이번편부터 호주 생활의 초반부를 함께 했던
W의 이름을 영어이름인 윌또는 Will로 표기 하겠습니다. W,윌,Will 은 모두 같은 이름입니다.
H의 이름을 영어이름인 엑스 또는 X로 표기 하겠습니다. H,엑스,X는 모두 같은 이름입니다. 착오없으시길.
그랜다로에서의 생활이 하루하루 흘러 익숙해지면서 호주 생활도 더욱 익숙해져갔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먼저 W의 노트북을 빌려쓰다가 실수로 노트북 사이에 이어폰을 넣고 노트북을 닫아서 LCD가 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내 노트북도 없어서 빌려쓰는 주제에 남의 것까지 고장을 내버렸다. 그래도 큰 화를 내지 않은 W에게 참 미안하고 고마웠다.
폴이 여기저기 알아봐준 덕분에 호주 내에서 서비스 받는 것보다 한국으로 보내서 서비스를 받는게 좋은거 같아서 W의 노트북은 한국으로 보내 서비스를 받고 다시 택배로 받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W도 오케이. 노트북을 고치는 과정에서 새삼 애프터서비스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사실 워낙 전자제품을 막 쓰는 터라, 나중에 중고로 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쓰기 때문에 그럼에도 전자제품이 딱히 고장이 나본적이 없어서 전자제품 살 때 애프터 서비스를 고려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이번에 W의 노트북을 고치려고 이렇게 수소문 하면서 세계적인 대기업이라고 느낀 LG의 노트북 애프터 서비스를 이렇게 퍼스에서 받는게 쉬운일이 아님을 알고 새삼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뭐 암튼 얘기가 갑자기 삼천포..
어쨌든 그랜다로우에서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매일매일이 술이었다.
사실 나도 나지만, 같이 있는 폴 녀석이 워낙 술을 좋아하다보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이었다. 거짓말 안보태고 정말 그랜다로에서 한 두달간은 매일 술을 마신것 같다. 그것도 하루에 맥주 몇박스씩을.. 언젠가 하루는 그렇게 술하면 '이경무'인 나로서도 '아 오늘은 정말 술 안먹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폴 녀석의 " 한잔 해야지? " 라는 말에 움찔했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언제나 대답은 " Why not? "
이렇게 매일매일 술을 마시면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나 간밤에 파티를 청소를 한다.
어느 화요일, 그날도 다름없이 간밤에 파티를 청소하고 씻고 밥을 먹고는 W와 시티로 나왔다. 함께 W의 노트북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과 이것저것 볼일을 위해서 나왔는데 먼저 노트북을 한국으로 배송하려고 머레이 스트릿에 있는 GPO(Post Office)에 갔다. 외국에 여행 다니면서 다른나라에 우체국에 갈일이 물론 있었고, 엽서 정도는 부쳐봤는데 막상 호주 우체국에 들어가니 막막했다. 호주 우체국은 사무용품등을 파는 가게 느낌이 강했는데 한쪽에는 각종 배송용 봉투나 박스, 박스를 부칠 테잎, 가위 등을 팔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도무지 느낌이 오지 않았다.
배송을 위해 이것저것 구입후에 긴 줄을 기다려 구입을 하고, 다시 포장을 하고 또 긴 줄을 기다려 배송을 해야하나 생각하니 도무지 말이 안되는 시스템인듯 하고 일단 줄을 기다려 궁금한 이것저것을 물어봤더니 일단 노트북 같은 물건 배송시 파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과 일반배송과 익스프레스 두개의 가격차이와 배송기간 차이등을 얘기들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는 비쌌다. 일반배송은 대략 2주가 걸리며 소포비는 약 2킬로에 30달러, 익스프레스는 2-4일 약 75불이었다. 그리하여 다음 방법으로 택한것이 쥴리가 알려준 또 다른 방법인 한국택배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시티에 있는 또다른 한국마트인 서울마트 옆에 한진택배가 있는데 그곳이 싸고 괜찮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택배보다는 싸겠지라는 생각에 우체국으로 간거였는데 쥴리가 알려준 한진택배에 가니 우체국 보다 저렴했다. 의외로 신기, 일단 포장은 따로 해야했기에 한진택배에서 가격을 알아보고는 다시 우체국으로 가서 포장용 뾱뾱이등을 구입해서 한진택배로 와서 노트북을 포장했다. 그리고 소포를 보내는데 뾱뾱이와 박스포장 덕분에 한 3킬로 정도가 나왔는데 35불이었다.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 어쨌든 소포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W와 나는 소포를 보낸뒤에 다시 우체국으로 향했는데 이유는 다름아닌 Police Clearance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단 부연 설명을 하자면 호주에 우체국에서는 여러가지 다른 업무도 맡아서 해주었는데 여러 라이센스나 자동차매매 서류도 구비되어있고, 몇가지의 필요한 서류업무도 해주었다. 그중에 하나가 폴리스 클리어런스 였는데 저것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police clearance가 구직활동시 필요한 서류중 하나라는 것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일을 구할 때 특정 일은 특정한 certificate가 필요한데, 폴리스 클리어런스는 간단히 말해 범죄경력이 없는 것을 확인해주는 확인서 같은 건데 야간 작업이 주로 많은 청소직 같은 경우엔 거의 필수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곳에서 폴리스 클리어런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리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범죄경력관련 서류라면 막상 경찰서에서 해줄거 같은데 이것을 우체국에서 만들어준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도 굉장히 간단한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것들을 가져가서 100점을 채우면 만들어준다. 일단 여권이 50점, 자신의 이름이 박힌 호주 은행 카드 30점, 자신의 이름이 박힌 신용카드 30점 정도로 3개만 있어도 간단히 100점이 넘어간다. 근데 W는 신용카드가 있긴 있는데 어머니꺼라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게 아니어서 100점이 안되서 받지 못했는데 우체국 직원이 그러면 은행에가서 Bank Statement를 가져오면 된다고 해서 일단 내 폴리스 클리어런스를 신청하고 우린 ANZ은행으로 갔다.
ANZ에서 W가 Bank Statement를 띠는데 5불이 들었다. 5불을 주고 받은건 거래내역서 한장. A4용지 한장에 5불이라, 좀 씁쓸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Bank Statement를 구비해서 W도 폴리스 클리어런스를 신청완료했다. 그리고 W는 처음부터 마음먹은대로 차를 사겠다며 한국에서 돈을 받기로 했는데 여기에 와서 많이들 쓰는 방법은 한국에서 돈을 송금 받는게 아니라 환치기를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은 한국돈이 필요하고 여기에 와서 이제 막 정착하려는 이들이나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둘의 이해타산이 맞아 서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만나서 거래를 하는건데 달러를 파는 사람은 자신의 한국통장에 돈이 입금 된 것을 확인 하면 바로 앞에서 달러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또 환율에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매매기준율로 거래) 많이들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W는 차를 사겠다고 집에서 4천불을 받아 환치기로 4천불을 구매했다. 현재 환율로 은행을 거쳐 거래했다면 줬을 돈 보다 최소 환율에서만 16만원이상의 이득이었다. 어쨌든 목돈이 들어왔다고 신난 W는 한턱쏘겠다며 여자친구인 쥴리가 학원이 끝난걸 기다렸다가 피자를 먹으로 가자며 쥴리를 기다려 우린 함께 노스브릿지의 이탈리아 피자레스토랑으로 갔다. 수가 추천해준 식당이라며 간 가게였는데 개인적으로는 화요일이라 피자데이니 도미노에 가면 싸게 배부르게 먹을수 있어 좋겠는데, 쥴리가 제법 강력하게 가고싶어하는거 같아 레스토랑에 오게 되었다.
가게의 역사를 말해주듯이 사진들로 가득한 벽들의 모습은 가게 주인의 열정과 이 가게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했다. 일단 분위기는 대박 맛집 분위기 연출.
문제의 그 아이스크림
일단 나야 얻어 먹는거기에 그냥 먹었고, 피자도 맛있었다. 피자를 다 먹고나서는 서빙을 보는 아줌마가 후식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냐는 물음에 쥴리와 나 동시에 " 프리? " 라고 물어봤는데 아줌마가 예스도 노도 아닌 뜨뜻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우린 뭐에 홀린 것처럼 아줌마가 예스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먹은 아이스크림 후식은 계산때 돈을 받은 덕분에 우리는 한참동안 이 레스토랑을 씹으며 집으로 가기위해 걸어가며 우스개로 " 이 가게 수가 소개시켜줬다고? " 막 이러며 수 얘기를 하는데 길 건녀편에 수가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웃겼는지.
그랜다로에 돌아와서는 W,쥴리 커플이 방을 옮긴다고 다른 곳에 방을 보러 간다길래 구경 갔다가 마침 근처에 사는 폴2 집에도 놀러갔다가 근처 공장정보등을 얘기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 W, 자동차를 사다!!!! ~
다음날,
아침 8시경, 일어나 밥먹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찌게를 끓여먹어보고자 대충 이런저런 각종야채와 고추장을 풀어 고추장 찌게를 만들었는데 먹을만했다. 같이 아침을 먹은 쥴리와 W가 맛있다며 칭찬을 한다. 호주와서 요리도 점점 느는 것 같다.
빨래하고 집 청소좀 하다가 W가 드디어 차를 구입하겠다며 그간 차를 봐왔었는데 이제 집에서 돈도 받았겠다 오늘 드디어 차를 산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W와 함께 나갔다. 며칠전에 맘에 든 자동차를 보고 디파짓도 걸어놓았는데 Ford 팔콘 웨건 형이었는데 차 주인을 시티에서 만나 우린 함께 차를 타고 Morley에 있는 Licensing Center로 갔다. 호주에서 언젠가 나도 차를 사서 여행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거래 과정을 보는것도 참 좋겠다 싶어서 따라 나선 참이었는데 생각보다 거래 과정이 간단했다.
이것이 호주 자동차 매매계약서
라이센싱 센터에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함께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명의이전이 완료되는데 적을 것이 딱히 많지 않았다. 면허번호 적는 란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호주면허가 없어서 심지어 이 란을 그냥 적지 않고 내도 될 정도 였다. 거의 뭐 여권번호나 이름 생년월일 정도 적어내면 끝이었다. 그렇게 차를 거래 하고 드디어 W가 차를 샀다. 함께 호주 생활을 시작한 W가 차를 사서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기쁜 맘이 들었다. 운전 방향이 반대인 호주에서 첫 운전을 시작한 W. 우린 일단 운전연습도 연습이지만 이 곳 Morley에서 시티를 거쳐 집이 있는 Glendalough로 가야 했기에 내가 인간 네비 역활을 하기로 했다.
안그래도 신호나,진행방향이 익숙하지 않은데 길도 모르고 이정표 볼 정신도 없었을 것이기에 내가 옆좌석에서 지도책을 보고 다음블럭에서 우회전, 그리고 좌회전 이런식으로 안내를 시작했다. 워낙 호주 길이 잘 정비되어있는 탓에 지도를 보고 길을 알려주는건 쉬웠다. 그렇게 우린 W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시티에 와서 우리가 맨처음 묵었던 숙소인 YMCA Jewel hose에 갔다. 이유는 다름아닌 TFN서류 때문이었다. TFN 신청을 할때 주소를 이곳으로 한 탓에 TFN 서류가 이 곳에 오기로 했기에 혹시 TFN이 나왔는지 확인하러 온건데 TFN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W차를 타고 이 곳에 오니 어찌나 감회가 새롭던지, 호주에 도착한 첫날 어두운 밤에 이 곳에 들어섰을 때의 낯선 느낌과 앞으로의 막막함은 어느새 이곳에 직접 자기차로 운전해온 W와 함께 감개무량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동네로 윌의 차를 타고 오다!
그리고 우린 함께 W의 여자친구인 쥴리를 마중나가기로 했다. 쥴리의 학원앞에서 쥴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쥴리가 끝나고 함께 가다가 쥴리가 잠깐 시티에 일을 본다길래 쥴리를 시티에 내려주고 막간을 이용해 H와 YS를 만나기위해 전에 살던 노스브릿지 집으로 갔다. 자동차 구경도 시켜줄겸 노스브릿지 집에 가서 H와 YS를 만났다. 자동차 구경을 하는데 어둑해서 그런지 차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다름아닌 헤드라이트 하나가 나간것이었다. W가 급하게 전 차주인에게 전화하니 다행이도 차주인이 고쳐준다고 해서, 문제 해결.
H와 YS는 둘 나름대로 서로 잘 지내는 것 같다. 사실 잘 지내는 것보다는 즐겁게 보이려고 말을 하는 듯 한 느낌이었는데 뭐 둘다 관심밖. 그렇게 잠시 그 둘을 만나고 다시 시티로 돌아가 쥴리를 태우고 그랜다로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려는데 '퍼참'에 그 유명한 도날드가 놀러왔다. 애들이랑도 아는 사이고 폴이랑도 아는 사이인듯, 맥주를 한박스 사가지고온 도날드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술, 여기서 잠깐 도날드가 유명한 이유. 다름 아닌 퍼참에 매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신문에 올라온 각종 구직정보를 번역하고 정리해서 올려주는 것 때문이었는데 자신은 영어공부도 하고 정보도 얻는 김에 올린다는데 참 좋은 일을 하는 친구였고, 참 유쾌한 친구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배우며 즐기며 행복한 시간이 흘러가는 그랜다로에서의 하루하루 였다.
정말 이 곳에 이사와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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