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06. 첫 주말의 쓸쓸함
첫 주말을 맞이한 아침. 다들 아침 잠이 많은 터라, 아침 잠이 별로 없는 난 샤워를 하고 부엌으로 내려 갔다. 키친에 가니 민망하게 전날 H가 담배를 피고 나서 꽁초를 싱크대 위에 올려놔서 굉장히 민망했다. 담배를 폈으면 밖에다 버릴 것이지 꽁초를 왜 집안에 들고와서 싱크대 위에 올려놨는지 아무튼 주인집이 봤을런지 안봤을런지 모르겠지만 얼렁 치워버리고 밥을 지었다.
밥을 짓고나서는 좀 기다리며 나름 또 호주에 왔다고 아침에 먹을려고 산 콘플레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나니 밥도 다 되어서, 내친김에 볶음밥을 만들고 아이들을 깨웠다. 그렇게 아점으로 볶음밥을 먹고나서 집에서 좀 있다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노트북이 있었지만 노트북이 없는 난 피씨방에 가야만 했는데 그나마 집에 인터넷도 안되기에 어차피 컴퓨터 좀 할려면 피씨방이 있는 시내로 나가야만 했다.
다 함께 시티로 나온 우린 어제 장을 보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더 사놓기로 하고 울월스와 한국음식재료들을 파는 한국마트인 '하이마트'에 갔다. 퍼스에 이 하이마트는 10달러를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10퍼센트 할인을 해주는데 하이마트 간 김에 내가 10불을 내고 회원가입을 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장을 보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난 피씨방에 혼자 갔다. 피씨방에 가서 퍼참이며 이것저것 보면서 호주생활에 대해 볼려고 하는데 2시간동안을 보니 왠만한건 다 봐서 더이상 볼게 없었다.
호주에 와서 첫 주말인데, 여기는 주말이 되니 시내에 대부분의 상점이나 음식점들도 오히려 문을 같이 닫아서 휑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데 문득 쓸쓸함을 느꼈다. 온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아는데 수중에 돈이 확 줄어서 잡도,돈도 없는 그 쓸쓸한 느낌. 시티에서 노스브릿지로 와서 집으로 가는 길. 수 많은 노천카페에서 커피며 맥주며 한잔 하며 즐겁게들 있는 사람들을 보며 괜시리 부러운 마음과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자일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그런 느낌이었다. 확실히 여행과 생활의 괴리는 큰 것이다. 여행으로 왔다면 내가 굳이 저런 카페들에 가지 않았더라도 흐믓하게 보았을 광경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느끼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W는 퍼참에서 본 모임에 나간다고 들떠 있다. 확실히 W가 의지 충만이다. 그에 반해 H는 도대체 무슨 의지를 가지고 호주에 왔는지 의문. W는 나가고, H와 나와 YS만 집에 있는데 YS가 닭볶음탕을 만든다. 확실히 8개월의 호주 생활로 다져진 음식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YS가 닭볶음탕을 좀 먹어보라고 해서 저녁에 밥먹으며 먹었는데 대박이다. 그리고 YS와 이런저런 대화도 나눌 수 있었는데, 얘기를 나누니 참으로 막막함이 더해져온다. 이제껏 많은 여행으로 다져졌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여행과 이 곳에서 생활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YS가 우리에게 말해준 것은 " W하고 형들은 아직 잡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요 " 라는 것이었다.
YS가 교회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만나서 얘기하는데 다들 교회에 어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구직활동을 위해서 말그대로 사람들에 도움을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이다보니 자기가 알바니 양공장에서 일했다는 말 만으로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슈퍼바이저 전화번호좀 달라고 난리 치는데 눈에 살기가 가득하다면서 그 정도 의지는 있어야 일자리를 구하죠 라면 우리에게 조언을 했다.
생각해보면 아직 구직활동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우리는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구직의 힘겨움을 아직 몸소 느껴보지 못한 호주 햇병아리들일뿐.
그래도 수 많은 한국인이, 심지어 외국이라곤 호주가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인 워홀러들이 그래도 이 곳에서 잘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힘이 나고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힘을 내본다.
밤에는 집주인들이 가구를 옮긴다고 좀 도와달래서 도와주는데, 집주인들도 신혼이고 이제 막 이집을 렌트해서 들어온터라 집꾸미는데 여념이 없다. 매일밤 둘다 퇴근하고 들어오는길에 가구며 각종 생활용품,집기들을 하나씩 들여오는데 오늘은 엄청 큰 가구들이었다. 덕분에 나와 H,YS가 힘겹게 주인남자를 도와 가구를 옮겨줬고, 거실,W방,우리방 모두 인테리어를 새로 셋팅했다. 집 정리가 끝나고 나서 집주인들이 수고했다며 맥주 한잔 하자고 해서 거실에서 맥주 한잔.
그러면서 간만에 술한잔에 대화들.
그래도 나름 첫 주말을 이렇게 때웠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나와 동갑내기인 집주인들이 처음에 호주에 워홀로 왔을 때의 얘기, 영주권을 따는 과정의 얘기, 그리고 지금 사는 얘기. 그리고 내 여행 얘기들을 하며 조금 더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문득 맥주한잔하며 어릴 때 부터 호주로 와서 워홀을 하고 영주권을 따기 위해 노력해서 이제 영주권도 따고 결혼도 한 집주인과 아직도 쥐뿔 가진 것 없이 세계를 떠도는 내 삶. 물론 내가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번 돌이켜보게 한다.
길에서 만났더라면 금방 말을 놓고 친하게 지냈을 사이일지도 모를 집주인 남자,여자. 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의 입장에서 만났기에 조금은 조심스럽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첫 주말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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