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77 [파키스탄/훈자] 훈자의 마지막


 아침에 일어났더니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이래서 오늘 훈자를 떠날 수 있을까 싶다.   쏘세지와 어떻게 할지 의논을 했다.   비도 오는데 교통편도 이것저것 갈아타야되는 상황이  이동하기에는 힘겨울 것 같아,   결국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결국 이렇게 또 훈자의 하루가 유예 되었다. 어쩌면 행복한 일이고 어쩌면 불행한 일이다. 정말 떠나기 싫은 훈자지만 이 꼴 저 꼴 보기도 싫고 뭔가 다 지긋지긋해지는 순간이라 그냥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은거라 맘이 복잡하다.   비도 추적추적 오고 언제나 처럼 거실에 앉아서 노닥거리는데 갑자기 한국 중년 부부가 찾아왔다.  처음보는 분들인데 어젯밤에 도착하셨다고, 이 곳에 오면 한국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일부로  정보를 얻기 위해 오셨다는데  붙임성도 좋으시고 그래서 그 분들 덕에 아침에 간만에 이야기 꽃이 활짝 폈다.




  아저씨가 소주를 엄청 좋아한다고 소주 많이 들고 왔다면서 저녁에 소주 한잔 하시자고  얘기를 하고는 저녁에 보자고 하시고는 떠나고, 우리는 그 분들 가시고나서  밖으로 나가 새로 발견한 맛집인 레인보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맛난 스프를 먹으로 갔는데 실수로 베지스프를 시켰는데 왠걸 맹탕에 야채가 동동 뜬 스프가 나왔다.  뭔일인가 싶어 메뉴판을 보니 그제서야 야채스프에는 크림이 안붙어있는걸 뒤늦게 깨달았는데 그래도 먹을만한 야채죽. 맹물일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았다.


[ 야채스프와 치킨스프 ]



 치킨스프를 추가로 시켰는데 역시 맛있다. 하지만 최고는 역시 양송이 스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완전히 밍기적 모드, 오후쯤 그 부부분이 오셔서 마을 한바퀴도 돌아보고 발팃성도 보고오셨다고 숙소 얘기.  S 일당 만난 얘기 등등  그 몇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재미나게 이야기 하셨다.  우리는 그 분들에게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자는데 약간은 반응이 뜨뜻 미지근. 오히려 앞으로 우리의 루트를 묻길래 길깃으로 이동 할 것이라고 하니 길깃에 함께 가자고 하시는데 우리도 우리 일정을 모르는데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건네드렸다.


 그리고 그 분들 가시고나서 다시 또 밍기적 모드.  우리는 내일은 어떻게든 떠나고자 짐을 정리하면서 나는 이제 더이상 반바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고민을 했다. 옷들이 다 헤지고 찢어져서 이제 반바지 하나를 사야 될 상황.  그러던 와중에 여행 내내 한번도 입지 않은 애물단지 청바지가 있었다.  필요한 반바지는 없고 거의 안입는 청바지가 완전 애물단지라는 이야기를 쏘세지에게 하는데 갑자기 쏘세지가 그 청바지로 반바지를 만들어 입어 보라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결국 한번 수선하러 가보기로 하고 눈여겨봤던 파키 할배 수선집으로 향했다. 장사는 될까 싶은 할배네 집. 바지 자르고 싶다고 얘끼하고 자르고 밑단 박아주는 것 까지 바디랭기지로 해결. 할배도 한번에 알아 먹는다. 원래 찢어진 청바지 스타일이라 애매, 50루피였으나 할배한테 꼬매 달라고 얘기하니 돈을 꺼내 50루피 2개라며 바디랭키지로 손가락을 펴보인다.


 티케! (좋다)
 라고 얘기하고 바지를 맡기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다 낡은 도구들, 하지만 잘 관리된 날이 잘 서 청바지가 깔끔하게 자리는 묵직한 가위. 숯을 넣어 쓰는 다리미, 그리고 손으로 돌려쓰는 미싱기. 찢어진 부분은 잘라낸 청바지 원단으로 마감, 미싱기를 손 보고 돋보기 안경에 떨리는 손으로 바늘 귀에 실을 넣던 손을 덜덜 떠는 그 모습, 일련의 과정이 장인을 연상케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바지 버릴까 했는데 단 돈 1000원에 멋진 반바지로 거듭나는 그 과정, 물건을 소중히 여기던 옛 사람들의 대해 정말 새삼. 상투적이지만, 소박한 아름다움까지 느꼈다.



 이 할배는 얼마나 오랜시간 여기 앉아 묵묵히 저렇게 일을 했을까, 저 할배도 젊었을 때 큰 포부를 안고 이 가게를 시작 할 때가 있었겠지. 여러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할배의 작업을 지켜봤다.  꼼꼼하게 1시간여를 작업. 할배가 작업을 끝내고 확인해보라 제스쳐를 취하는데 쏙 마음에 들어 티케!를 외쳤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자 악수를 청하는 할배. 

[ 평범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들, 그들을 장인이라 한다]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두 달을 애물단지처럼 무겁게 느껴졌던 청바지는 멋진 쏙 맘에 드는 반바지가 되었다. 바지도 생기고 짐도 줄고, 숙소로 돌아와 좀 있다 왈리에게 김치찌개와 밥을 주문하고 쇼핑하러 나갔다. 나는 동전지갑, 쏘세지는 핸드폰  파우치. 근데  숙소에 돌아와 자세히 물건들을 살펴보니 쏘세지의 핸드폰 파우치가 좀 하자가 있었다.  내껏도 살펴보니 왠걸 내 동전지갑 역시 지퍼가 고장나있다. 18 방심했다.  얼른 우리는 물건을 바꾸로 나가니 그 사이에 문닫았다. 암튼 그리고 나서 돌아와 김치찌개와 밥을 먹는데 맛은 있으나 물이 너무 많았다. 왈리 ㅠ,ㅠ




 그래서 곧바로 개조시작!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스리나가르에서 남긴) 라면스프 풀고 고추가루 뿌리니 대박. 역시 마법의 가루.  여담이지만 다시다를 부르는 여러나라 버젼. 외국에선 매직파우더, 여기서는 코리앗맛살라





 그리고 휴식.  짐을 꾸리니 짐이 엄청 줄었다. 책 두권을 이 곳에 놔뒀고,  그간 머물며 소주, 라면, 짜파게티을 소비했고,  반바지 3, 쪼리 1 등을 버렸다.  여담이지만 쪼리가 드디어 수명을 다해서 낮에 줄 끊어짐. 어이 없다!   쪼리부터 얼른 구입해야겠다. 아니면 이슬라마바드 가서 사야지.  당분간 쪼리가 없어서 엄청 불편할듯. 암튼 많은걸 소비해서 짐이 정말 많이 줄었다.  쏘세지와 얘기하다가 내일은 반드시 폭우까지는 아니고 비가 오더라도 꼭 길깃으로 가자고 이야기 했다. 훈자의 마지막 밤이다. 이 말 도대체 몇번이나 쓰는지...

빡센 여행의 흔적 저렇게 계속 신고다녔는데 이젠 줄도 끊어졌어 ㅠ,ㅠ




 15일간 훈자에 있었다.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던 시간이다.  조금은 헛되이 보낸 시간들  아쉽기도 하지만 앞으로 빡세게 보상하면 충분한 휴식이 되었을 시간이 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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