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99 [인도/바라나시] 처음 마주한 바라나시




 아침에 뭘 할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바라나시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어제가 바라나시의 추억이라면 오늘은 바라나시에 그렇게 왔어도 못했던 것들, 사람들이 여행자들이 맛있다고 유명하다고 했던 곳들을 가볼까 싶다. 아무래도 그럴려면 오늘은 간만에 열심히 하루종일 돌아다닐 것 같다. 무더운 더위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일찍 일어났으나 라임과의 약속 시간이 있어서 밀린 일기 쓰고 일정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갈 준비를 끝내고 10시에 약속을 한 골목 사거리로 향했다.
 나가니 마침 다른 골목길에서 라임이 걸어온다. 나도 모르게 살짝 두근거린다. 

 유쾌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라임.
 
 " 우리 아침부터 먹으로 갈까요? " 물어보자 
 " 네~! " 

 밝게 대답하는 라임

 " 뭐 먹을까요? 전 사실 어제 생각해둔게 있는데, 메구 카페 아세요? "
 " 알죠~ 거기 맛있어요~ "


 " 그럼 메구 카페 갈까요? 전 좀 일본음식이 살짝 땡겨서.. 안그래도 맛있다고들 하니 가보고 싶네요 "
 " 네! 고고씽~ "

 밝다 밝어. 정말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꼭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함께 배낭여행을 정말 힘들게 하고 싶다. 험난한 인생 그까짓 배낭여행 돈쓰러 다니는 것도 못버티면 어찌 버티겠는가. 그래서 그런가 여행 중 만나는 여자들을 유심히 보면 걔 중에 정말 탐나는 여자들이 꼭 한명 씩 있다.  남자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씩씩하게 깡다구 있게 돌아다니고, 유쾌하고, 즐겁고, 그런 여자들.
기분 좋은 바라나시 골목길


 우리는 함께 메구카페를 향해 걸었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뭔가 라임은 또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 사람이 가식이 없다고 해야하나, 정말 깨어있어보이는 사람이다. 진짜 오픈마인드가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회생활을 통해 배운 뻔한 사회생활 스킬을 뽐내며 괜히 공감가는 척 맞장구쳐주는 척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걸어가면서 얘기하는 그 하나하나에서도 주변의 공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조금 닮고 싶은 사람이다. (댓글 안다는건 빼고 ㅋㅋㅋㅋㅋㅋ)


 메구 카페에 도착하니 우리가 개시 손님이었다.  안에 앉으니 시원한 에어콘이 나오고 있다. 걸어오면서 흘린 땀이 식는다. 메뉴판을 보는데 눈 돌아간다.  다 먹고 싶은 맛나는 메뉴들.  특히 나는 에비동(새우튀김덮밥)을 먹고 싶었으나 가격 때문에 치킨카츠동으로 결정.

 라임도 치킨카츠동을 시키고 우리는 함께 먹을 김밥 하나를 시켰다.
 
 조금 기다리니 우린 드디어 가츠동 대면!




 언제나 처럼 사진을 찍고 먹는데 대박.  너무 맛있었다.

 " 전 여기가 한국 어지간한데 보다 맛있는 거 같아요 " 라고 라임이 얘기하는데
 " 전 그 정도는 아닌거 같은데요 맛있긴 맛있는데 그래도 한국가면 더 맛난데가 있죠 " 







 사실 맛은 있었으나 뭐 그정도까지는 아닌 거 같다. 먹다보니 뒤늦게 김밥이 나왔는데 사실 난 한국 김밥보다 상큼한 일본식 김밥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인도에서 계속 텁텁한 것만 먹다보니 상큼한게 그리운게 사실인데 왠걸 내가 한국에서도 거의 입에 안대는 캘리포니아 롤 수준의 거대 김밥이 나왔다. 진짜  개인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김밥.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위가 줄어든 탓인지 가츠동 하나만으로도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  그 큰 김밥을 완전 배터지게 먹었다. 덕분에 우린 부가세까지 따로 해서 거의 300루피(1인당)을 내었다. 배를 두들기며 시원하게 에어콘 바람을 쐬고 있으니 이제서야 다른 손님들이 온다. 일본인들이 많이 왔다. 

 " 이제 뭐할까요? "
 " 라씨 먹으로 가요. "
 
 " 우와 저도 라씨 너무 좋아하는데 가요 라씨먹으로! "
 " 전 사실 블루라씨라는데가 엄청 유명하다는데 정작 한번도 못가봐서요. 거길 가보고 싶은데 혹시 아세요? "

 " 아! 저도 진짜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근데 요샌 시원라씨가 엄청 유명하다던데 "
 " 아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

 " 저도 아직 가보진 않아서.. 가볼까요 "

 그렇게 우리는 블루라씨를 향해 걸었다.

 바라나시는 라씨가 유명하다.
 참고 링크 : http://nitenday.kr/1122    블로그 라씨 관련 글 참고

 
 수 많은 라씨가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전통적인 강자 블루라씨. 그리고 한국인들이 밀어주는 신흥 강자 시원라씨.   블루라씨가 원탑이었으나 최근 블루라씨에서 방(마약)이 들어간 라씨 먹이고 한국여자를 성추행 하는 일이 벌여서 인도방랑기들에서 인도여행에서 유명한 유력인사(?!)들이 적극 시원라씨를 밀어주는 형국.  


 걸어가면서 라임과 블루라씨와 시원라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블루라씨가 방을 넣은 라씨를 판 것은 잘못됐지만 그냥 뭔가 그걸로 보이콧하고 시원라씨를 밀어주는 한국사람들이 좀 웃겼다. 무슨 그 것도 권력이라고, 여행자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 느낌 물론 듣고 안듣고는 자유지만 좀 그러했다. 


여자의 의견이 궁금했는데 라임은 별로 신경 안 쓴다는 듯 이야기 한다. 자기도 인도여행 좀 해봤지만 한국여자 여행자들 중에 몇몇은 여행의 자유를 만끽한다는 느낌으로 인도인들과 너무 격의 없이 어울리다보니 여지를 준다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요지는 그렇다 아마 블루라씨에서 모든 여행자들한테 방라씨를 주었겠나? 그 여자가 여지를 주지 않았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공감이 갔다. 
 선을 적당히 긋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오픈마인드로 여행을 하는게 자기는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세상에 내 생각과 너무 똑같다.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대화가 통한다.







바라나시의 골목골목을 헤치고 도착한 시원라씨



 블루라씨를 향해 가는 길, 황금사원이 있다. 워낙 미로같은 골목이라 살짝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하면서 우리가 두리번 거리자, 근처에 있던 상인들이 먼저 " 너네 블루라씨 찾지? " 라며 길을 알려준다.  

 "오..어느 정도길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었길래 먼저 알려줘 "
 
 정말 이후부터는 가다가 길을 멈추고 사람에게 말을 걸라치면 인도인들은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손으로 가리키며 " 블루라씨 저쪽 " 이런다. 진짜 어마어마하다. 점점 기대감이 커졌다. 덕분에 아주 손쉽게 한 골목에 들어섰고, 먼저 요새 뜬다는 시원라씨가 보이고 블루라씨를 알리는 표지판 겸 광고판도 눈에 보인다.


 " 우리 시원라씨 한번 마셔볼까요? "
 " 좋아요~ "

 시원라씨에 먼저 가자 한국사람들이 와있다.  기대감에 부풀었다.  과연 어느 정도길래 다른 사람들꺼를 보니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시킨 플레인 라씨가 나왔는데 맛본 소감은?


 엥! 이걸 왜?


 어지간한 동네 동네라씨보다 맛이 없었다. 이게 도대체 왜 유명할까 싶은.  역시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특이한척하려는 한국여행자들의 입소문과 지지 때문이가 싶다.  라임 역시 완전 실망한 표정이 역력.  이건 뭐 굳이 찾아와서 먹을 수준은 아니다.  진짜 인터넷에 떠도는 맛집들이 이런식이다. 




 예를 들어 내 블로그를 보고 내가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간 사람이 10명이라면 이 중에 맘에 들어하는 사람/싫어하는 사람이 있을테고 이 중에 또 블로그나 카페를 하는 사람이 거기 가봤더니 좋더라 이런걸 올리면 또 다시 그 중에 10명이 가고 .... 이런식?

 하지만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유명세에 비하면 진짜 아닌 느낌. 우린 간단히 그렇게 한잔씩만 하고 곧장 자리를 옮겨 곧장 바로 앞 골목에 블루라씨로 향했다.


















 나는 배가 불러서 시원라씨와 맛을 비교해고자 똑같은 플레인 라씨 스몰(10루피)을 하나 주문했는데 기다리며 살펴보니 다른 현지인들 (시원라씨에 비해 현지인들이 월등히 많음 ) 마시는걸 보니 비쥬얼이 쩐다.  역시 명불허전인가 싶다.

 
 그리고 라씨가 나와서 맛보는데 씨부랄 대박. 
 맛난다. 진짜 쩐다!!!!! 

 인도여행하며 먹은 라씨 중 5번째 정도는 속할듯.   시원라씨랑 비교하면 애시당초 비교가 왜 필요한지 모를 수준.  무조건 블루라씨다.  블루라씨야 말로 정말 찾아와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블루라씨에 감동했다.

 라임을 쳐다보니 라임의 표정이 시원라씨 때와 완전 다르다.
 정말 미소가 최고다.

 그 미소만으로도 맛을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 하하 와 이거 너무 맛있는데요 "
 " 그러게요 시원라씨랑 왜 양대산맥이 됐지 "

 " 진짜요! 이거 비교 가능한 맛이 전혀 아닌데 "
 " 한국 여행자들이 밀어줘서 그렇겠죠. "


 진짜 너무 맛있다며 라임은 이제부터 매일 블루라씨에 와서 라씨를 먹겠다고 공언하며 또 다른 라씨를 하나 더 주문한다. 진짜 개쩐다. 이거 한국에서 내면 떼돈 벌듯. 블루라씨에서 그렇게 입과 눈이 즐거운 라씨를 마시며 이제 뭘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난 계획이 있어서 라임에게 " 전 사실 이전 바라나시에선 너무 아무것도 안해서 그냥 이번엔 안가봤던데도 가보고 그러고 싶어요. "

 그리고 난 대충 가볼 곳 이름을 줄줄이 댔다. 

 " 어 그러면 같이 가요, 아씨가트 거기에 가보고 싶던 식당도 있고 하니.. "

 우린 함께 고돌리아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릭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BHU (베나레스 힌두 대학교) 

 백만년만에 싸이클릭샤를 타고 가고자 흥정을 하는데 역시 오토릭샤에 비해 확연히 싸다. 
 50루피에 흥정을 끝내고 릭샤를 타고 가는데 릭샤왈라가 " BHU 메인게이트? " 냐고 묻는데,  순간적으로 지도에서 본 BHU의 거대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말그대로 서울대에 갈려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면 좆돼는 그런 느낌?!

 딱히 어디로 가자고 정확히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일단 무조건 가자고 이야기 하고 가는데 100만년만에 타보는 싸이클릭샤가 옛날 생각을 나게 한다. 정작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 타보는 사이클릭샤다.







 가만히 있어도 찜통인데, 이런 무지막지한 태양과 더위에서 뼈만 앙상한 릭샤왈라가 힘겹게 페달을 밟는다.  라임은 사이클릭샤 왈라에게 미안해진다고 릭샤왈라를 동정한다.  나는 미안해 할 필요없다 이들의 직업이다. 라며 얘기하고 BHU로 향하고 있었다. 길은 큰 어려움없이 큰 길을 따라 쭉 가다보니 아씨가트 이정표도 보이고, 오늘 가볼 수 많은 힌두사원들의 이름이 적힌 이정표도 보인다.  BHU를 다녀온뒤 큰 어려움 없이 돌아다니며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참을 갔다. 
 진짜 더위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적당히 더워야 되는데 이건 뭐 진짜 태양이 너무 타들어간다.  어느 덧 저 멀리 웅장한 BHU의 메인게이트가 보인다. 게이트 안으로 릭샤며 자동차들이 달린다. 역시 하나의 거대한 도시 느낌이 드는 대학이 맞다.


 메인게이트 쯤 도착해서 릭샤왈라가 여기서 멈추냐고 하길래 그냥 무조건 가라고 일단 가라고 하며 나는 아침에 아이폰 카메라로 찍어둔 오늘 가볼 곳 목록을 살펴보다가 BHU안에 위치한 '바라트 깔라 바반 박물관'이름을 댔다.


 " 바라트 깔라 바반 "이라고 얘기해주자 릭샤왈라는 고개를 까딱하며 잘 정비된 학교 안의 도로를 달려 한 건물 앞에 세워준다. 박물관 이름이 정확히 적혀있었다. 내려서 돈을 주려고 하는데 라임은 더운데 고생했으니 릭샤왈라에게 70루피를 주자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50루피였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60루피정도 주는게 맞는거 같다. 그리고 내가 인도애들을 좀 아는데 이 기사 분명히 돈 더 달라고 할꺼다.  이야기하는데 역시나 릭샤왈라가 100루피를 달라고 한다.

 고돌리아에서 - BHU까지 50루핀데
 메인게이트에서 여기 조금 더 들어왔다고 50루피를 더 불러버린다.

 역시 인도놈들에게 자비따윈 사치다.  어쨌든 돈을 주니 마니 하다가 결국 잔돈이 없어서 80루피를 줘버린게 되었다.  암튼 릭샤에서 내려서 박물관에 들어갈까 하는데 그 전에 우리는 너무나 갈증이 나있었다. 어찌나 더운지 정말 어제 오늘 난 더위먹는 기분을 느꼈다.  싸이클릭샤 타고 느릿느릿 천천히 오면서 찌는듯한 태양 아래 그대로 노출 되었으니 그럴법하다.

 여기 대학교니까 당연히 매점이 여기저기 있겠지 생각하고 지나가는 학생들이며 이 건물 저건물로 매점을 찾아헤매는데 왠걸 이 거대한 대학에 매점이 없었다. 뭔가 마시고 싶어 미칠것 같아 학생들한테 물으니 한쪽을 가르쳐준다. 학교가 워낙 커서 진짜 진이 다 빠진다.  물을 사가지고 왔어야했는데 라씨를 먹고 난 뒤라 완전 방심했다. 정말 안그래도 갈증 작렬인데 타는듯한 태양. 찌는듯한 더위, 죽을맛이다. 




 겨우 매대 하나를 찾았는데 그냥 과일 짜서 파는 쥬스다. 일단 너무 갈증나서 하나 사먹는데 원액 따위. 미지근하다. 지금 원액이 무슨 소용 시원한게 필요하다. 미지근한 과일쥬스는 그냥 약간의 갈증만 덜어준다. 벌써 지친 우리는 일단 근처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쉬었다. 나는 뭔가 이때 오기가 발동했다.

 " 진짜 지금 너무 갈증나는데요, 물을 사서 마셔야겠어요 분명 어딘가 있을꺼에요 "
 " 네 그래요 저도 진짜 갈증이 심하게 나네요 아 물을 왜 안사왔을까요 "

 사람들에게 또 물어물어 계속 잘 정비된 학교 안 도로를 따라 걸었다. 걷고 또 걷고 한참 걷는데 어느 순간 라임은 " 전...이제 못가겠어요 진짜 너무 힘들어요 "

 그런데 포기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걸어왔고 다시 거기까지 걸어가는 것도 진짜 힘들것 같다. 이젠 무조건 물을 사야 하는게 맞는 판단같다.

 " 그럼 제가 혼자서 물 찾아볼게요 그늘에서 쉬고 있어요, 카톡 되죠? "
 " 아..네.. "

 카톡을 주고 받고 나는 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런데 곧장 다음 블럭에서 나는 또 다른 매대를 발견했다. 매대 가까이 가니 여긴 작은 슈퍼마켓 같았다. 아까 같은 쥬스도 팔지만 무엇보다도 떡하니 안에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 그 냉장고의 포스란...

 인디아나 존스가 성배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기뻤을까? 하는 기분
 
 ' 아이구..라임 조금만 더 힘내서 한블럭만 왔으면 됐는데... '

 나는 라임에게 물을 발견했다고 카톡을 보내주고 위치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일단 시원한 물을 하나 구입했다. 주인이 물을 건네주는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이 차가워!' 완전히 시원한 물. 뚜껑을 따고 들이붓기 시작하는데 진짜 그저 이 물만으로 온 몸이 시원하게 세탁이 되는 기분. 진짜 진이 다 빠졌던 몸에 기운이 마구마구 솟기 시작한다. 진짜 신나게 마셨다. 이제 갈증이 해결되니 뭔가 맛난걸 먹고 싶어  마날리에서부터 즐겨마셨던 FIZZ 애플 쥬스를 하나 사서 마시는데 캬~~~ 맛난다. 너무 맛난다.



 이제 갈증이 해결됐고, 한쪽에 걸터 앉아 담배나 한대 필까 하는데 보니까 수도꼭지가 보인다. 하하하하하
 나는 수도꼭지로 가서 그냥 머리감고, 세수하고 물을 마구 끼얹는데 갈증이 해결된 판국에 시원한 물까지 몸을 적시니 천국이 여기다. 그리고 나서 그늘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는데 라임이 터벅터벅 걸어오다가 여길 발견하고 이쪽으로 온다.

 " 빨리 와요 이거 마셔요! "
  사람 패턴이 똑같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라임. 그리고 FIZZ 맛을 보고, 바로 근처에 수도 꼭지를 보더니 가서 세수를 한다. 그리고 그늘에서 휴식모드.


 진짜 살 것 같다. 
 살인적인 더위다. 여기 근처에 또 무슨 힌두교 사원같은게 하나 있다던데 어떻게 할래요? 물었더니 라임은 " 전 진짜 더이상 못걷겠어요 진짜 힘드네요 "  나도 사실 못가겠다. 그래서 우리는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시킨 상태에서 아까 그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힘내서 박물관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100루피다. 게다가 짐검사가 엄청나게 까다롭는데 짐을 맡기고 카메라 조차도 맡겨야 한다는거다. 솔직히 카메라 정도는 주머니에다가 몰래 가져갈 수 있었는데 박물관 외관에서 큰 흥미가 안껴져서 그냥 카메라도 맡기고 갔다.


 정말 꽤 많은 박물관을 방문한 이번 여행이라 그런지 박물관을 대충 구경.


 크게 볼거는 없었다.  그저 잠시 바깥의 무더위를 피해  이런저런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는 유물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게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박물관을 대충 돌아본 우린 밖으로 나왔다. 진짜 어지간해선 이 더위에 걷는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 릭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이도 대학교 안에도 릭샤가 돌아다니고 있어서 지나가던 릭샤를 하나 잡아타고 툴리 마나스 사원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제 물도 가지고 있어서 아까보단 참을 만했다. 툴리 마나스 사원으로 향하는길 인도 길이 워낙 개판이다보니 한켠에 정말 큰 웅덩이 움푹 패여서 싸이클릭샤가 도무지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릭샤왈라가 우리보고 내리라고 하고 자신도 내려서 릭샤를 끌어서 웅덩이를 지나가는데 이 때였다.


 " 아!! " 외마디 비명
 뒤를 쳐다보니 라임이었다.

 릭샤왈라가 구덩이에서 릭샤를 올리면서 바로 앞에 있던 라임의 뒤꿈치를 타이어로 조졌다. 완전 아파보였다.  그리고 우린 다시 릭샤에 올라타고 툴시 사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릭샤비를 내려고 하는데 라임은 돈을 안주겠다고 자기가 오히려 치료비 받아야겠다고 난리난리. 아까 릭샤왈라 고생한다고 돈 더 주자던 그 라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이 때 참 난처했다. 릭샤왈라는 돈 달라고 하는데 라임은 릭샤왈라에게  오히려 치료비 내놓으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다. 누가봐도 이건 릭샤왈라가 잘못했다.  한국이었더라면 당연히 치료비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지만 인도에서 어쩌겠는가 릭샤왈라랑 경찰서를 갈것도 아니고, 뭐 고소를 할 것도 아니고,  게다가 정말 이 새끼들 하루벌어 먹고 사는데 좀 보기 안좋았다.  

 나는 라임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다.
 무자비하게 나에게 사기치려는 놈들에게 응징했던 그 과거들, 당장 어제도 그 삐끼를 때렸던 일을 떠올려보면 정말 나의 모습이 타인들의 눈에 이렇게 비치는구나 생각하니 뭔가 화끈해졌다. 참 인간이란 얼마나 모순된 동물인가.

 다른 릭샤왈라에게 친절했던 라임은 이 릭샤왈라에겐 악마처럼 보였을 것이다.

 인간의 관계란 이렇다. 어떤 악마같은 사람이라도 친한친구와 가족에겐 천사일 수 있다. 내가 욕하는 직장상사, 타인도 누군가에겐 참 좋은 사람이다. 모든게 상대적이고 모순되어있는데 사람은 마치 절대적 선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해놓고 그에 맞춰 이분법적 잣대로 모든 행동을 규정한다.

 
 계속 상큼하고 유쾌했던 라임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좀 뭐랄까 낯설었다.

 릭샤왈라가 계속 돈달라고 하고 라임은 " 우리 빨리 그냥 사원가요! " 이러는데 릭샤왈라가 계속 쫒아온다. 그리고 쫒아와서 돈달라고 하는데 사원에 온 수많은 인도인들이 그 모습을 본다. 릭샤왈라는 주변 인도인들에게 하소연 하듯 인도말로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 한다. 라임은 화난 표정으로 릭샤왈라를 쳐다보고 있고, 나는 뭘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툴시 사원을 살짝 보는데 지금 전혀 사원을 볼 기분이 아니었다. 뭔가 찝찝한 기분.

 결국 릭샤왈라는 포기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여기 들어가지 말까요? 전 막상 흥미가 없네요 " 라고 말하자 라임도 동의하며 그냥 다른데 가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네요 라고 얘기한다.  방금 릭샤랑 그런일도 있고 하니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두르가 사원에 가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걸어 두르가로 향하는 길, 두르가에 막상 도착하니 역시 이 곳도 별볼일이 없다. 힌두교 자체에 큰 매력도 못느끼고, 사원들도 크게 멋지거나 하지도 않아서 결국 우리는 그냥 아씨가트나 가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아씨가트로 향하는 길, 아씨가트에 도착하니 다른 가트들과 마찬가지로 아씨가트도 개씹창 나있다. 진짜 아작났는데 다른 가트들 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완전히 흙더미들이 가트를 뒤덮었다. 얼마나 많이 물이 찼으면 이정도로 가트가 덮였을지 상상조차 안간다.
 
 그 곳에서 관광지에 한두명쯤 있는 영리한 꼬마아이가 있었다.  능숙한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꼬마여자애는 아직은 목적을 숨기고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살갑게 다가온다. 나는 그 꼬마가 귀여워서 꼬마에게 장난칠 요량으로 아작난 아씨가트를 가리키며

 " 이거 쉬바신이 한거야? " 라며 놀리니 아이의 표정이 굳는다.

 " 강가(갠지스강)가 이렇게 한거다 " 라며 기분을 나뻐한다.

 " 니네 맨날 사기쳐먹고 그래서 쉬바신이 노해서 벌준거야 " 라고 얘기하니 꼬마는 화를 내며 가버린다.









 라임은 " 여기 저 와보고 싶었던 식당이 있어요 거기 한번 가봐요 "
 그렇게 향한 바로 가트 위쪽에 자리잡은 피제리아 라는 식당.

 피잣집이었는데 가트가 멀쩡했더라면 강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피자를 즐길 수 있는 속된 말로 한국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딱 그런 식당! (라임이 된장끼가 살짝 있네! )





 근데 왠걸, 갔는데 세상에 물이 얼마나 많이 찼었으면 그 높이 위치한, 가트 위쪽에 있는 피제리아는 개씹창. 어느 정도냐면 화덕을 다시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바라나시 물난리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인도여행 가기 전부터 힌두교의 또다른 성지 리쉬께쉬 지역이 물난리로 500명이 죽었다는 기사를 한국에서 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참고 : 리시께쉬가 성지인 이유는 힌두교들의 성지 갠지스강이 시작되는 지역이 리시께쉬지역임.. 그러니 보통 성지가 아님 ]

 어쨌든 뭐만 하면 문닫고 안되는게 익숙해져있는 나완 달리 라임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발길을 돌려 다시 간 곳은 라임이 또 눈여겨본 또 다른 식당? 카페. 이 곳 역시 바로 근처에 있었다.

 라임과 함께 향한 곳은  OPEN HANDS라는 카페.
 그런데 왠걸 문이 닫았다.

 더 웃긴건 평소 밤8시까지 영업인데 오늘만 오후3시에 문닫는다고 종이에 적혀있는 채로 이미 닫혀있다.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 너는 내 자식이지만 진짜 재수도 드럽게 없는것 같다. 일이 왜 그렇게 안풀리냐 " 라고 말을 한적이 있는데 진짜 난 딱 이런다 뭐만 하면 다 일이 망쳐진다. 재수도 드럽게 없다.  허탈,  사실 여길 내가 가고 싶은 곳도 아니지만 어쨌든 왔는데 이렇게 문 닫혀있으니 참 허무하다. 나는 무슨 불운의 아이콘인가.

 이번 여행은 특히 무슨 마가 낀것 같다. 라임도 마찬가지로 뒷꿈치 까지고 가는데 마다 다 문닫으니 뭐 기분이 완전 다운돼었다. 그냥 다시 고돌리아 돌아가서 우리 맛있는거 먹으며 기분 풀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뭘 먹을까 이야기하다 역시 여행 할 때 우울할 땐 무조건 한국음식!

 라임은 " 라가 카페 가요! " 라고 이야기 한다.
 라가카페는 꽤 유명한 한국사람이 하는 한국 식당인데, 모르겠다 나의 첫번째 인도여행 때는 이런데를 안가서 잘 모르겠고, 생긴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나름 인도방랑기 같은데서 적극밀어줘서 잘 나가는 한국식당이다. 무엇보다도 식당주인이 또 인도/네팔 가이드북 저자 중 한명. 잘 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나도 이름만 이번 여행 때 처음 들어봐서 그리로 향하기로 했다. 싸이클릭샤를 타고 아씨가트에서부터 30루피를 주고 고돌리아에 도착했는데,  라임과 난 또 하나 통했다. 가기 전에 블루라씨 가서 라씨 한잔을 더 먹자고, 좀 맛있어야 말이지.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우리는 함께 의기투합해서 블루라씨에 가서 새로운 라씨를 또 도전했는데 뭐 시키는 것 마다 다 맛난다. 난 애플파파야 라씨마셨는데 진짜 상큼상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거 만들 줄 알면 내가봤을적에 한국에서 큰 부를 이룰듯. 

 부가 뭔지 만수르 처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배우는게 쉬운일이 아니라 그렇겠지만.

 라씨를 다 먹고 우리는 이제 라가카페로 향하는데 문제는 방금 라씨를 먹고 아침에 배불리 먹고 물배채우고 막 그래서 그런지 막상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배 좀 꺼트릴까 싶어서 바로 근처에 화장터를 보고 오기로 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바라나시의 명물 '마니까르니까' 가트로 향했다. 이 곳은 성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온 수 많은 힌두교인들의 장례,화장을 치루는 곳이다. 정말 장작을 산처럼 쌓아놓고 시체를 태우는데 바라나시에 온 여행자들이라면 무조건 오는 곳이다.

 나 역시도 100만년만에 와본다. 이 곳은 삐끼천국이다. 관광객 등쳐먹을려고 대기중인 삐끼가 어마어마. 일단 높은 곳에서 보고자 화장터에 있는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 구경을 했다. 사진 촬영 자체가 금지되어있어서 사진을 안찍는데 문제는 삐끼들이 다양한 유형,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시비걸면서 기부금 내라는 놈들부터 진짜 구걸의 새지평을 여는 창의적인 기법들이 많이 있다. 역시 종교의 발상지 인도!



 

오랜만에 화장하는 모습 보는데  잠시 할머니가 떠올라 슬픔에 잠겨 있을 무렵 옆에서 뜬금포로 병원에서 사람 진짜 죽는거 매일 봐서 아무렇지 않다며 뜬금없는 시체부심 부리는 라임 덕에 슬픔이 확 날라가버렸다. 뭐랄까 아까 릭샤왈라 사건부터 이것까지 살짝 깬다. [여담이지만 꽤 유명한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









 조금 더 구경하나 싶었는데 미친 인도약쟁이 새끼 하나가 와서 또 자꾸 시비걸고 귀찮게 해서 우리는 그냥 건물에서 나와서 라가카페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니 제법 인테리어를 편안하게 잘꾸며놓았다. 안에는 이미 한국사람 한명이 와있었다.  우린 배가 고프지 않은 관계로 쉬면서 오랜만에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땡겨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한참 밍기적 거리며 쉬었다.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식당에 혼자 앉아있던 남자도 함께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각자 책보다가 그냥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라가 카페 정말 밥집이지만 카페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여기서 한 인도 남자애를 만나는데 한국어를 곧잘 한다. 아니 진짜 잘 한다. 한국이름은 빈수!

 근방에 유명한 게스트하우스 쏘나이스홈 사장이 자기 형과 형수라는데 형수는 한국여자다. 나도 아는 사람들 페북을 통해 본적이 있다. 어쨌든 빈수한테 이런저런 것도 묻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절하게도 내가 그 동안 궁금해 하던 인도 노래 제목도 모두 알려주고 인도노래 구하는 법도 알려준다.  완전 척척 박사. 묻는 질문에 모두 척척척척 쩐다.

 한참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저녁 8시경. 아무래도 한국음식이다보니 가격이 제법 비싸다. 
 메뉴 두개를 시켜먹을까 하다가 하나는 모자르고 둘은 남길 것 같고. 

 우리는 함께 양배추 쌈밥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사실 잡채밥이 조금 먹고 싶었지만 라임은 잡채밥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하니 쌈밥하나를 혼자서 먹는것도 오버고,  그렇게 쌈밥을 함께 먹는데 비싼 가격만큼 퀄리티가 아주 훌륭했다.  진짜 밑반찬 쩔었다. 얼마나 풍성한 밑반찬을 보는지 특히 오이냉국은 그냥 개감동  신선한게 너무너무 그리워서 그랬는지 진짜 최고의 오이냉국이었다.
 
 이외에도 오뎅볶음이며 델리의 쉼터와는 달리 아주 높은 퀄리티의 밑반찬들.  다른 메뉴도 정말 맛나겠다 싶었다. 정말 여기에 소주만 한잔 더 하면 소원이 없겠다 싶을 정도. 우리는 밥을 먹고도 그 곳에서 한참동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뒤에서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워낙 하루 종일 더위에 돌아다니느라 진이 빠져서 체력이 방전상태. 

 숙소로 돌아와 곧바로 샤워하며 휴식하는데 하루종일 어찌나 열을 받았는지 몸이 뜨거워서 식지를 않는다. 내 몸 열기에 내가 죽을 판. 샤워후에도 몸이 후끈 거린다. 옆방에는 한국사람들이 들어온 것 같다. 걸어놓은 빨래를 보니 커플인 것 같다. 

 내일은 빈수에게 영화 보고 싶다니까 추천해준 바라나시 시내에 IP 씨네몰이란 곳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라임도 함께 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 바라나시 원없이 구경했다. 지난 날 여유를 부려 가지 못했던 곳들을 다 섭렵했다.  진짜 바라나시 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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