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01 [인도/바라나시] 다르질링으로 가는 길



  새들의 지저귐 대신, 원숭이들의 끽끽 소리에 눈을 뜨는 바라나시의 아침.  간 밤에 잠을 설쳐 찌뿌등하다.   밤에 잠이 안와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보다 잠들었는데 간밤에 ios7이 발표되어 사람들이 다운 받느라 난리다.  완전히 변해서 나도 조심스럽게 써보고 싶어 다운로드 시작. 간밤에 사람들이 다 다운받았는지 인도임에도 제법 속도가 나오는편, 한국에서는 10분만에 다운됐다는데 몇시간이다. 



 그동안 나는 씻고 짐정리하고 대충 다르질링 정보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좀 여유를 부려본다. 차 한잔 하고 싶어서 이리저러 동분서주. 포트가 사라져서 차 한잔 마시기도 힘들다. 뜨거운물을 팅꾸한테 부탁해서 차 한잔을 한다. 차를 마시다보니 파키스탄 생각이 떠오른다. 이 티 살 때만해도 파키스탄에서 쏘세지와 함께 였지. 추억이 떠오른다.


 차 한잔 하면서 잠시 방 바깥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다시 어젯밤 일들이 떠오른다.  애써 생각을 지울려고 다시 짐 정리를 마무리 지으려 방으로 들어가 버릴 짐을 골라냈다.  반바지 하나를 버렸다. 짐이 참 많이도 줄었다.  여행에서 비우는 재미가 좋다.


 그 동안 버린 티셔츠3벌, 카고반바지 2벌, 반바지 1벌, 청바지는 반바지로 만들어서 입고 다니고 있고, 이미 쪼리도 2개나 버렸다. 여행이란 이렇듯 짐을 비워내고 또 그 자리만큼 새로운 물건을 채워놓는 과정과 같다.


 버리고픈 운동화와 몇개의 티셔츠를 버리고 나면 더욱 줄어들겠지. 기왕 이렇게 된거 짐도 줄이고 밥도 해결 할겸. 아껴둔 진라면 한개를 꺼내어 진라면을 끓여먹었다. 아침도 해결, 짐도 하나 해결. 


 정말 인도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파키스탄에 10여일 전에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뭔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여행이 거의 끝나가는데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재미? 사랑? 행복? 어느것도 명확하지 않다. 개운치 않은 여행이지만 지금이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만은 알기에 그만 더욱더 즐겨야 겠다. 무갈 사라이까지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인도애들이 하는 얘길 들으니 요새 길 사정이 안좋아서 트래픽 걸리면 짤없으니 2시간 정도 일찍 출발 해야 된다고 말한다.


 내가 타고 갈 기차는  저녁 6시 30분 기찬데 적어도 3시에는 나가야 된다고 이야기 한다.  숙소에서 쉬고 있다. 준비는 다 끝마친 상태. 그저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워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뭔가 지금 내 마음이 그럴 마음이 아니다. 어느새 ios7이 다 다운 받아지고 업데이트 준비중이다.  다 됐나 싶은 상태에서 무려 1시간 넘게 기다리는데 그 사이 한국남자 한명이 왔다. 


 여행자의 대화 시작.
 

 대화를 나누니 다르질링에서 막 왔다고 그래서 반갑게 이것저것 정보를 물었다. 아직은 날씨가 많이 흐리고 날 좋은 날이 얼마 안된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하는 가운데 전원이 연결되어야만 업데이트 된다고 떴는데 정전중이라 업데이트 못하는 상황. 절망. 


 하지만 그 분이 다행이도 보조배터리를 줬다. 연결하자 업데이트 시작. 하지만 여기서부터도 한참이 걸려야 했다. 띤구가 2시에 출발하라고 했는데 어느덧 3시가 넘었다. 그리고 업데이트 일보직전. 이제 밖으로 나가기 몇분 전이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몰아치는데 비가 내릴 기세다 18. 뭐만 하면 비온다. 이지랄이다. 내가 이런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덧 업데이트가 완료되고 내 아이폰은 새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곧 카톡이 오기 시작한다.


 라임이었다.
 자기는 문닫아서 못간 피제리아 오픈핸즈 등을 갔는데 피제리아는 오늘부터 영업시작.  그런데 아침이라 영업을 안해서 오픈핸즈에 갔는데 에어콘이 너무 시원해서 오빠가 정말 좋아할꺼라는 이야기부터 오픈핸즈 치즈케잌 맛있어서 오빠 생각났다는 얘기 같은 걸 하는데 뭔가 울컥 했다. 지금이라도 라임에게 가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라임의 카톡에 그저 " 맛있었겠다. " 라는 대답만 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갔다.   띵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혼자서 터벅터벅 고돌리아에 도착했다. 무갈사라이 역까지 간다고 하니 릭샤왈라 새끼들이 무려 800루피를 부른다. 미친놈들


 그 중 가장 싼 가격이 300루피. 결국 300루피에 무갈사라이로 향하는데 이제 8년만에 오는 바라나시를 이렇게 또 떠나는구나. 뭔가 마음이 허전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여러 복잡한 감정을 음미할 틈도 없이 다시 여행자의 세계로 튕겨져 들어왔다. 


 비가 내리는 중에 또 릭샤 고장. 길거리에서 한참을 섰다.  결국 한참 기다리다 릭샤왈라는 포기하고 다른 릭샤기사에게 나를 넘긴다.  그렇게 릭샤를 갈아타고 무갈사라이로 향하는데 옛 기억 그대로다.  왜 4시간 전에 출발하라고 했는지 이해도 안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1시간 만에 무갈사라이 도착했다. 괜히 일찍 왔다.  비를 맞으며 역 안으로 들어와 인콰이어리에서 물어보니 연착하는듯.  일단 기차는 플랫폼 1번 혹은 2번이라고 한다. 


 시간은 시간대로 남고, 배는 고파서 나는 2층 식당으로 갔는데 깔끔하다.  볶음밥을 하나 시켜 먹으며 쉬는데 식당안으로 배낭을 둘러멘 서양애들이 우르르 들어와 말을 건다. 이태리 애들이었는데  애들이 뭐라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얘기하자 식당직원들이 기차가 연착이라고 알려준다. 전광판을 보니 타고가야 될 기차에 연착 1:30 떠있다. 아마 7시 40분 경 도착할 예정인듯. 세월 좋아졌다. 인도 기차를 전광판으로 확인하다니.


 이태리애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다르질링으로 향하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다르질링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
 
 다르질링은 고산지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기차가 곧바로 갈 수 없어서 역이 없다.
 그래서 다르질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큰 대도시인 '잘패구리' 또는 '뉴 잘패구리'역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한 뒤, 그 곳에서 다시 토이트레인 혹은 지프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러니 다르질링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는 얘기는 보통은 '뉴 잘패구리'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밧데리가 얼마 없어서 충전 좀 하려는데 충전이 안된다.   맨처음 꽂을때만 충전중으로 뜨고 곧바로 충전이 안된다. 그냥 아쉬운대로 있는가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싶어서 보니까 ios7이 되면서 ui가 바뀌어서 전지 모양옆에 조그만 충전마크가 뜬다. 어이상실. 18  아까부터 충전할 수 있었는데 한바탕 웃었다.


 ios7으로 바꾸니 대폭 바뀌어 마치 아이폰이 아닌것 같다. 핸드폰을 하나 새로 산것 같다. 4에서는 조금 무리인듯 많이 느린편인데 5s사면 겁나 빠를듯.  8배 빠른가. 마찬가지니 엄청난 속도 향상을 느낄듯  6로 바꾸면 16배 대박일듯. 혼자 여유넘치게 시간을 보냈다. 일기도 쓰고 하면서 휴식. 


 인도 기차가 연착이 기본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무갈사라이역은 연착이 작살난다더니 전광판을 보니 어떤 기차는 8시간 연착중이다.  생각해보니 난 이번여행에서는 아직 옛날만큼 긴 연착을 못겪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마날리,레 등 버스로 이동해야 되는 산간지방을 여행해서 그랬을듯 싶다. 






 이태리애들도 불안한지 계속 전광판 보고, 나한테 와서 묻고 하면서 기다리는데  기차는 결국 3시간 넘게 연착되어 9시가 넘어서야 왔다.  친절하게도 식당 종업원이 기차가 들어왔다고 알려주며 플랫폼2번이라 알려준다. 그 얘기에  모두 배낭을 메고 플랫폼 2번으로 향했다.






 한참을 플랫폼 2번에서 기다려서 서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인도인들도 뉴잘패구리에 간다고 한다. 맞게 온듯. 그리고 한참 기차가 오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오자 내가 어디가는지  물어본 인도아저씨가  나에게 가자고 손짓한다.  아저씨는 플랫폼 1번으로 바뀌었다며 그리로 가자고 손짓을 하는데 따라가니 막 열차가 들어왔는데 열차에는 전혀 목적지나 열차번호같은 것들이 표시가 안되있다. 게다가 이 열차는 코치넘버조차 안적혀 있다. 휴..





 결국 사람들에게  겨우겨우 물어 내가 타고 가야 할 코치 s3에 탑승했다. 역시나 내 자리는 다른 현지인들이 모두 자고 있다.  표가 있는데도 안일어나고 자기네 표있다고 우긴다.  존나 빡치게, 그리고 한참 실랑이 끝에야 앉을 수 있었다. 뻔뻔한 새끼들.  기차에 앉아 쉬며 음악들으며 향하고 있으니 좋다. 기차가 제일 좋다. 


 정신없는 기차 탑승이 그렇게 끝나고 다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이제 다시 또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난다. 과연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은 괜찮은 길일까?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길일까.....


 기차는 밤을 가르고 다르질링을 향해 말 없이 달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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