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떠 밖으로 나가니 비도 오고 안개도 자욱하다. 다르질링의 멋진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터라 기대가 컸는데 풍경은 커녕 그 멋지다는 다르질링의 일출을 본다는건 꿈도 못꾸겠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고산지대 특유의 서늘함에 비까지 더해지니 추워서 방에서 쉬며 일기를 쓰는데 점점 일기양이 많아진다. 펜도 다 썼다. 진짜 다르질링 개춥다.
윈터 이즈 커밍. 겨울이 다가와 더 추운듯. 일기 쓰는것도 빡세다. 그 것도 일이라고 좀 쓰다보니 배고프다 밥먹으로 나가야지 마음 먹는데, 갑자기 그냥 눈 앞에 진라면이 보인다. 아끼면 똥된다고 여러이유로 지금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괜히 뭔가 배터지게 먹고 싶어 진라면 2개를 계란 2개 (20루피) 풀어서 먹었다.
진짜 난 라면을 너무 잘끓이는것 같다. 내 라면에 내가 개감동하며 먹고난 뒤, 준비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이 곳 다르질링에서 가까운 시킴 주를 다음 목적지로 결정해둔 상태다. 시킴은 한국가이드북에도 안나와있을 정도로 한국인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가기도 껄끄럽고 아무래도 관광지 위주라기 보다는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따라 자연풍경이 넉넉한 곳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시킴을 가기 위해서는 퍼밋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퍼밋은 다르질링에서 받을 수 있다.
밖으로 나와 언덕길을 따라 중심가로 내려왔다. 덥지 않아 좋다. 청량감 있는 공기. 나와 얼굴이 닮은 사람들. 나는 이 곳에서 이목을 끌지 않는다. 그저 그들 중 하나, 어느 숙소 주인이 말한대로 One of them
일단 제일 먼저 시킴 퍼밋을 받기 위해 외국인 등록 사무소로 물어물어 갔더니 거기서 하는 말이 여기에서도 할 수 있지만 시킴 관광청에 가면 손쉽게 할 수 있으니 만약 거기가 문 닫았으면 다시 이리로 오라고 해서 시킴 관광청으로 찾아가는데, 찾기 힘들어 어리버리 하다가 겨우 찾았다. 론리에도 나오는 유명 카페인 그리너리스 레스토랑 & 베이커리 ( Glenary's ) 맞은편에 있다.
허름한 건물 2층으로 가니 이쁜여직원 한명이 있다. 도대체 여기가 사무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넓은 오피스는 휑했다. 진짜 그냥 책상 하나가 달랑, 이 여직원 혼자 앉아있는게 다 였다. 그저 여기가 시킴관광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여직원 뒤쪽으로 벽에 붙어있는 시킴의 홍보 포스터들. 잠시 홍보 포스터를 보는데 멋진 풍경이다.
홍보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 그들이 자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고 가서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감이 온다. 여행 한두번 하나, 척하면 척이지. 내가 원하는 것들이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고요한 평화.
여직원과 얘기를 하니 시킴 퍼밋 받으려니 필요서류를 갖추란다. 필요서류는 여권복사/비자복사/사진1장이 전부다. 사진이야 항상 가지고 다니니 오케이! 복사는 어디서?
여직원은 친절하게 바로 앞 DAS STUDIO에 가면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 곳에서 나와 바로 앞에 Das Studio로 갔다. 호주에서 흔히 보았던 오피스용품 전문 판매점이었다. 그 곳에 가서 복사하면서 잠시 아이 쇼핑. 그리고 서류를 가지고 가니 여직원이 금방 서류를 척척 작성, 이내 시킴 퍼밋을 내준다. 비용은 따로 없다. 기간은 1달.
시킴 퍼밋을 받고 나는 된장끼 가득해져 바로 앞에 그 유명한 카페 그리너리스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역시 유명한 곳 답게 완전 외국인들도 많다. 잘 꾸며진 카페 내부에 우아하게 차와 식사를 즐기는 서양인들. 그들은 그저 일상이 화보다. 그들 뒤로 창이 있는데 창 밖으로 펼쳐진 다르질링의 풍경은 일품이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홍차를 시켜보았다. 다르질링에 왔으니 당연히 홍차를 마셔야지! 나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다른 건 시키지 않았다.
홍차를 한잔하며 이 분위기, 풍경을 음미한다. 차를 좋아하는데 내가 다르질링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니, 흔한 홍차의 쌉쌀한 맛 조차도 풍부하게 느껴진다.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정말 좋은 차를 마셔서 그런지 맛이 끝내줬다. 혼자지만 즐겁다. 게다가 이 곳은 와이파이까지 되는 걸.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하며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 하고 있었다.
가게 입구쪽으로 한 사람이 들어온다. 누가 봐도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그 사람. 입구로 들어와 나를 보더니 표정이 "어?! "하는 표정이다. 또 올 것이 왔구나.
망설인다.
알아본거 같은데,
말을 걸까 말까 잠시 주저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내 테이블 쪽으로 다가온다.
" 혹시..... "
" 네? " 라고 예의바르게 대꾸를 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블로그 독자였다. 늘 하는 대화 댓글을 좀 다셨느냐 닉을 얘기하면 안다라고 얘기했지만 역시 댓글 한번 안단 독자다. 그렇게 혼자만의 세상은 다시 또 일행이 생겼다.
그는 앉아서 파이를 시키고 홍차를 시키려는데 홍차 맛이 끝내주니 함께 마시자고해서 홍차는 큰 팟으로 시켰다. 그는 쿠키며 이것저것 군것질 거리를 주문한다. 덕분에 조금씩 맛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단게 싫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그 시간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일을 하는 것 같이 두근거린다. 그 사람으로부터 듣는 신선한 생각들. 신선한 이야기들. 익숙한 편안함이 주는 안정감도 좋지만, 조금 조심스럽게 서로의 생각과 의견 이야기를 나누는 선을 타는 그 순간들이 좋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은 이토록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목적도 이익도 그 곳에 섞이지 않는다. 물론 목적 없는 만남은 없지만 그저 그 목적은 가벼운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할까.
이 친구는 나이가 어린 친구였다. 군대에서 여행 준비를 하면서 내 여행기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때는 없었던 싸지방인지 뭔지 거기서 여행기를 보며 꿈을 키워갔다고 한다. 제대 한 지 얼마 안된 풋풋함.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언제 이런 풋풋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는가 이게 다 여행이 주는 묘미. 이 친구는 지금부터 김병장으로 불러주겠다.
김병장과 함께 감동의 다르질링티를 먹고 우린 밖으로 나와 언덕을 올랐다. 그러자 광장이 또 나타났다. 정말 이 곳은 쉼라와 너무나 닮았다. 곳곳의 스트릿 이름도 굉장히 비슷하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주(웨스트뱅갈) 독립 관련 집회인듯 했다.
잠시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다르질링은 어이 없게도 꽤 멀리 떨어진 콜카타가 속한 웨스트뱅갈 주에 속해있다. 오히려 문화권을 생각해보건데 시킴에 속하는게 맞지만, 주에서 독립한다는게 쉬운 얘긴가, 웨스트 뱅갈에선 절대 다르질링을 내놓을 생각이 없겠지. 한국으로 치면 전라도 여수가 갑자기 " 나 경상도에 편입할래 " 라고 하면 뭐 전라도에서 "네~ 그러세요 " 하겠나.
그런거다.
암튼 김병장과 광장에서 집회를 보며 이동하는데 거기서 우린 홍차판매로 유명한 나뜨뮬스( NATHMULLS )를 발견했다. 차의 본향 이 곳 다르질링에서도 아주 좋은 차를 파는 역사가 오래된 차 판매점. 내가 가이드북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 곳이 아니라 마을 아랫쪽 번화가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아는데 뜬금없이 꼭대기에 있는걸로 봐선 아마 지점인듯 하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곳으로 들어가니 차 관련 상품 및 차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차를 좋아한다하지만 미식가도 아니고 차 오타쿠도 아니기 때문에 수 많은 종류의 차 앞에 그냥 막막함을 느꼈다. 하지만 직원이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차 잎의 종류부터 숙성과정등 세세하게 설명해주는데 좋다.
홍차는 아시다시피 차 잎을 발효시켜서 만든다. 차 잎을 그냥 말리면 녹차, 발효시키면 홍차. 그리고 이 홍차들은 수확시키,발효방법 등등 수 많은 세세한 공정을 통해 수 많은 등급으로 나뉘어 진다.
직원은 우리 같은 차 초보를 위해 1st flush , 2nd flush ,spring, autumn 등등 각종 난해한 등급과 그 차이를 설명해주는데 사실 말로 설명을 백번 들어봤자 잘 안느껴진다. 직원은 차이를 보여주겠다며 통에서 차잎을 한가득 꺼내 두손에 모았다. 그리고 차 잎에 뜨거운 바람으로 불어서 향을 불러일으켰다. 차의 향이 진하게 전해져 온다. 하지만 초보인 우리로서는 냄새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진 못했다. 시음을 시켜주면 좋으련만 이 곳에선 돈내고 1컵씩 시음을 해야만 하는데 싼건 25루피부터 비싼건 1컵에 무려 400루피(8천원)
다르질링에 왔으니 남는 건 홍차 밖에 없다는 생각에 시음을 해보기로 했다. 한참 설명 듣고 적당한 홍차 2개를 선택해서 시음을 해보기로 했다. 비교를 위해 맛이 크게 차이난다는 2개를 시켰다. 물론 직원의 추천이었다. 가게 바깥 노점 테이블에 앉아 맛을 보는데 하나는 내가 아는 전형적인 홍차맛, 끝맛이 살짝 시큼. 그리고 하나는 가벼운 맛. 정말 직원이 설명해준 대로 두개의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두개 다 매력있었다. 홍차맛을 보다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안으로 자리를 옮기고 차를 마시는데 김병장은 홍차의 매력에 푹 빠진 듯. 오히려 나보다 김병장이 더 좋아한다. 김병장은 차를 또 하나 더 시켜서 맛보더니 곧바로 차를 구입한다. 나는 일단 보류.
차를 많이 마셨더니 물배가 불러서 헛배가 부른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있다가, 한참 시간이 흘렀다.
딱히 뭘 봐야된다는 생각도, 의무도 없었다. 다행이도 김병장 또한 첫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블로그나 카페를 보고 준비한 사람 치고는 조금 나와 스타일이 비슷했다. 무얼 열심히 봐야 된다는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안하면서 나 히피요~ 나는 자유로워요~ 이런걸 뽐내는 여행자도 아니었다. 적절하게 밸런스가 잡힌 그런 여행자.
김병장과 나는 점심 메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오니까 파전이 땡긴다. 그러면 이 곳에서는 당연히 피자지. 우리는 피자를 먹기로 했다. 끝없이 내리는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기 보단 그냥 비를 맞고 피잣집을 찾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오는 날은 역시 파전
파전이 없으면 피자다!
비를 맞으며 번화한 거리를 걷다가 찾아 간 곳은 Hot Pizza Place라는 이름의 피자가게, 다소 촌스러운 이름의 피잣집, 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뭔가 제대로 만들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랑 내 동생은 혼자서 도미노 라지 2판씩을 먹을 수 있다. 둘이서 피자로 배를 채울려면 도미노 피자 라지 4판이 필요한 것.
이런 남자들에게 피자 한판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나는 멕시칸 피자를 시켰고 김병장은 다른 피자를 하나 주문했다. 기다리보니 주문한 피자가 나와 맛을 보니 대박이었다. 인도에서 먹은 피자 중에 최고. 진짜 맛있었다. 바깥에 내리는 비를 보며 먹는 피자의 맛은 일품.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피자가 맛있었던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어서 입천장 다 디었다 -_-;;; 진짜로
피자를 먹다보니 비도 어느새 대충 그쳤는데 우린 뭔가를 보러갈지 뭐할지 고민해야 했는데 김병장이 네팔식 막걸리인 뚱바를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있는 뚱바를 파는 식당을 찾아 향했다.
그 곳은 Hot Stimulating Cafe 핫 스팀뷸레이팅 카페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곳인데, 정말 그 곳을 찾아가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났다. 길이 워낙 쉼라처럼 개 좆같아서 (다 언덕길) 론리,한국가이드북, 구글맵 모두 동원해서 찾아가는데도 멀기도 멀고 답이 안나온다. 급기야 찾아가다가 도저히 아닌것 같아 구글맵 켜서 아예 혹시나 하고 검색하니 왠걸 아예 잘못와서 도보 55분이 뜬다. 분명 근처인것 같은데 길들이 언덕길이다 보니. 그렇게 뜬다. 살짝 지형을 살펴보니 분명 직선거리로는 이 근처. 나는 저 위의 산까지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서 있던 그 곳에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지형을 살펴보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제대로 된 길은 아니지만 대충 산을 좀 타면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아 산을 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구글맵을 확인하니 직선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남자 둘이서 막걸리 먹겠다고 산을 타고 앉아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을 좀 타다보니 진짜 길이 나왔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뜬금포로 동물원이 나오고 구글맵에서는 도보 5분 정도면 나온다고 뜬다. 그렇게 해서 극적으로 찾은 핫 스팀뮬레이팅 카페.
외관은 그저 작고 소담한 평범한 가게, 안에 들어가니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아담한 가게였는데 가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약간 60-70년대 히피풍의 분위기와 일본영화에 나올법한 낡은 빈티지한 카페. 그리고 옛날 올드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안에는 이 가게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차림새의 아줌마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할려고 보니 아줌마가 젊었을 때 진짜 한 미모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그냥 아줌마, 첫인상과는 다르게 보면 볼 수록 가게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우리는 뚱바를 시키니 생각보다 일찍 나왔는데 큰 죽통같은 대나무 안에는 빨간색 곡물들이 가득 있었고, 대나무로 만든 빨대가 꽂혀서 나왔다. 도대체 이게 뭘까. 정말 여기서 어떻게 막걸리 맛이 난다는 걸까. 신기한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아줌마가 주전자를 가져와 조심하라고 얘기하며 그 위에다가 물을 붓는데 찬물이 아니라 펄펄 뜨거운 물이었다. 이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올 정도의 뜨거운 물.
아줌마가 마셔보라고 하는데, 점점 괴악스러워진다. 아니 지금 이 뜨거운 물을 마시라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아줌마 괜찮다며 마셔보라고 한다.
대나무 빨대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쭉 빨아봤다. 근데 왠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동동주 맛이 났다. 너무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더 신기한건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완전 시원했다. 와..... 정말 뭐지..
뚱바의 기가 막힌 맛에 감탄한 우린 당연히 술에는 안주! 마침 모모(티벳식 만두)를 팔고 있기에 모모를 주문 했는데 찐만두,튀김만두 두 종료. 둘 다 맛보고 싶었으나 두개 시키면 다 못먹을 것 같아 고민하자 아줌마가 친절하게 반반으로 해주겠다고 배려를 해준다.
역시 선택장애자들의 나라, 한국의 문화 반반!
욕심이 많아서 그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돈 50루피에, 그렇게 만두 반반.
만두가 곧 나오고 맛을 보는데 군만두가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이 집 찐만두는 아닌듯 ㅋ
군만두를 안주 삼아 뚱바를 마시고 있으니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다.
고지대라 창 밖으론 안개가 낀 다르질링의 풍경이 펼쳐져있는데 운치가 있었다. 여름 장마철 때 계곡에 갔다가 비를 피해 원두막에서 계곡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가게 분위기부터 모든게 너무 맘에 들었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나른해진다.
좀 먹다보니 배가 좀 싸해진다. 오랜만의 술이라 그런가. 게다가 산악지대라 금방 해가져서 날이 금방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마침 거의 뚱바를 다 먹었는지 맛이 정말 맛있는 동동주 맛에서 마지막엔 그 역겨웠던 훈자빠니 맛이 났다. 이제 우리는 돌아가보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 길. 이제 조금 다르질링의 지리가 파악이 된다.
그리고 한참 걸어 쵸우라스타 광장에 도착! 이제 길을 알겠다. 다르질링 꽤나 매력적이다. 광장 근처에서 서점이 보인다. 나는 서점 구경도 좋아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옥스포드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서점에 가서 책구경 신나게 하고 난뒤 나오자 바로 옆에 술을 파는 와인숍 (wine shop 술가게)이 있다.
남자 둘이 만났으니 술 한잔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 곳에 가서 술을 사서 우리는 함께 돌아가는데 다행이도 김병장이 Hotel Tranquillla에 머문다. 광장에서 수 많은 갈랫길 들이 있어서 내가 아는 길로 가자면 한참 돌아가야했으나 여행자의 직감, 인간 네비게이터인 나는 대충 갈림길에서 한골목을 짚었다.
" 야, 이쪽으로 가면 숙소 나올것 같은데 그치 않냐 "
" 네. 형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골목길로 들어갔는데, 왠걸 뜻 밖의 생각 그리로 향하니 거기가 바로 현지 로컬 식당들이 몰려있는 골목이다. 대박
노점도 많고 식당도 많고 쩐다. 나의 사랑 로컬플레이스! 관광객들을 위한 비싼 식당들이 아닌 진짜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들이 몰려있는 맛집 골목.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천만 다행, 마음은 뭔가를 먹고 싶었지만 아까 먹은 피자로 배가 너무 불러 아쉽지만 패스. 그 곳을 지나 계속 숙소로 향하는데 가는 동안 끊임없이 양갈래길이 나온다. 양갈래길의 연속.
언덕지형에 위치한 마을의 숙명이다.
일단 무조건 방향은 이 곳이 맞겠지만 어느 길로 가느냐가 문제
1/2의 확률로 양갈래 길에서 수차례 길을 선택했다.
4번 정도 골랐으니
숙소로 향하는 확률은 1/8
하지만 완벽한 직감으로 한번에 숙소까지 찾았다.
역시 인간 나침반
우리 숙소가 좀 더 편안한 분위기라 우리 숙소 로비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사가지고 온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대화들
이익관계가 배제되니 더 격의 없어지고,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술 한잔에 마음을 나누고, 비어가는 맥주병 만큼 새로운 것들을 채워간다.
좋다 여행!
태그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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