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00 [인도/바라나시] 만나고 헤어지고 그게 바로 여행



 아침에 일어나니 두들겨 맞은것 같다.  빨리 방콕에 가서 맛사지를 받고 싶다.  방콕에 가면 모든게 다 있을 것만 같다. 나갈 준비를 끝마치고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한번 갔는데 세상에 변이 황금색 게다가 고체다. 얼마만에 보는 정상 똥인지, 라씨 효과인지 일본음식,한국음식 덕인지.




 
암튼 밖으로 나와 라임을 만났다. 라임은 아침을 먹으로 가자며 찬단 레스토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이 곳에 대한 소개는 나도 가이드북에서 봤는데 인도/네팔 프렌즈 한국가이드북을 보면 이 식당에 대한 평이 다음과 같다.  '북인도 최고의 블랙퍼스트' 

- 이게 그 북인도 최고의 블랙퍼스트


 사실 가이드북 저자인 환타의 이런 호평들은 옛날 100배즐기기 때부터 그냥 한귀로 듣고 흘려야 되는 건데, 어쨌든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이라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이내 한국사람들이 전형적으로 밀어주는 집의 모든 특징을 보인다.


 온갖 여행자들 특히 여자여행자들이 메뉴에서부터 벽, 간판까지 이것저것 붙여놨는데 도대체 여행와서 왜 저짓거리인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이 온갖 화려한 문구들

 " 너무 맛있어요~ "
 " 이 메뉴 추천이요~ " 등


 정말 다른 여행자들이 이걸 보고 들어오라고 만든것이긴 하지만, 물론 또 이걸 보고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참..뭔가 난 이런 모습이 보기가 그렇다 씁쓸. 사실 라임을 만나서부터 계속 느꼈는데 너무 가이드북 위주로 여행하는 느낌?! 물론 나도 배낭여행 처음 시작 할땐 그랬지만 이걸 비난 하는게 아니라 그저 나랑 좀 안맞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라임은 당연히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북인도 최고의 블랙퍼스트 세트라니 블랙퍼스트 세트를 시키고 나는 토마토 스파게티 먹었는데 그냥 그랬다. 도대체 뭐가 북인도 최고라는건지는 알 길이 없을 뿐이다. 라임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라임은 완전 블루라씨에 중독되서 또 블루라씨에 가자고 하는데, 날이 너무 더우니 그냥 지금은 다른데 가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안그래도 옛날에 바라나시에서 영화보러 갔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리고 또 이번 여행에서 인도영화를 한번도 안봐서 바라나시에서 꼭 보러갈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어제 라가카페에서 빈수에게 재밌는 영화 추천도 받고, 영화관 추천도 받았다.


 라임에게 날씨가 더우니 지금은 영화보러 가서 더위를 피하는게 일석이조일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라임도 동의 우리는 고돌리아에서 싸이클릭샤 타고 IP 씨네마 몰로 향했다. (40루피)  인도도 참 많이 바뀐게, 이제 멀티플렉스가 많이 보편화 되었다. 조금은 낯설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인도인들 특유의 영화관람이 사라지고 세련된 문화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걱정. 인도영화 관람의 묘미는 마치 운동경기 보러 온 것 마냥 관객들이 스크린을 향해 응원하고 야유하고 환호하는 문화.







 한참을 걸려 도착하니 멀티플렉스가 맞다.  어제 빈수가 런치박스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는데 오다가 광고를 보니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도 그냥 생각없이 보는 코메디를 지향할 것 같은 영화.  매표 창구 앞에서 있으니 인도인들이 신기해 하며 말을 걸어온다.  


[여담] 런치박스를 나중에 한국에서 보게 되었는데, 잔잔하고 괜찮은 영화였다. 추천한다.



 "니네는 뭐봐? "
 " 우리? 그랜드 마스티 "

 내가 오는 길 본 한 눈에도 코메디 영화 광고인 그 영화다.


 거기서 잠깐 보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랜드 마스티 표를 사고 있었다. 라임과 논의 끝에 그랜드 마스티를 보기로 했다. 사실 어차피 말도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좋다. 표를 끊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니 쇼핑몰과 함께 있는 복합몰이다.  들어가서 천천히 둘러보며 제일 꼭대기에 있는 영화관으로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실내도 제법 후덥지근 했는데 만약 영화관 실내도 에어콘을 안틀어주면 진짜 땀뻘뻘 흘리며 힘들듯.





 하지만 입장을 하니 에어콘이 빵빵하다. 다행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본 인도영화. 그랜드 마스티.  예상대로 완전 코메디 영화다.  성적 유머와 코드로 가득한 영화다. 말을 몰라도 대충 다 스토리 흐름을 알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인도영화를 인도극장에서 보니 너무 즐거웠다. 멀티플랙스라고 인도인들의 반응들이 세련되게 바뀌지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왠걸 기우였다.


 영화에 수 많은 섹스한 여자들이 엄청나오는데 인도인들이 난리다. 진짜 이쁜여자 나올 때 마다 환호하고 휘파람 불고, 역시 인도다.   예전과 조금 변화된게 있다면 여자관객들은  남자 배우 나올 때 남자들처럼 환호하고 휘파람을 분다. ㅋㅋㅋㅋ 조금은 남녀평등이 된 듯. 영화대사는 전혀 못알아듣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도 관객들도 모두 즐거웠다. 조금 아쉬운건 인도영화 치곤 짧은 런닝타임.


 정말 인도는 즐길거리가 많다.  라임과 함께 즐겁게 영화를 본 뒤 우리는 IP몰 구경을 하다가 1층에 있는 맥도날드에 갔다. 인도음식만 먹기로 했는데 또 본의아니게 자꾸 이렇게 된다. 이미 간거 어쩌겠는가  그냥 합리화 하는 마음으로 인도에 왔으니 특이한거나 먹어보고자 인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버거를 먹어보기로 했다.  








제일 눈에 들어온게 맛살라 버거. 다행이도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나는 맛살라버거를 먹었는데 매콤하니 제법 먹을만 했다. 전 같으면 양도 안찰 양이 었지만 배불리 먹고 나와 다시 사이클릭샤를 탔다.  왠만하면 오토릭샤를 타고 싶었으나 최소 3배 가격. 다시 고돌리아로 오는데 날씨가 많이 가라 앉은게 가장 더운 시간 때 시원한 극장에 간게 신의 한수였다.









 고돌리에 와서 역시 라임은 블루라씨 노래를 부른다. 진짜 엄청난 마력의 블루라씨 우린 같이 블루라씨에 가서 플레인 라씨 먹는데 진짜 꿀맛이다. 미쳐버릴것 같다. 진짜 맛있다.  라씨를 마시며 뭘 할지 대화를 나누다가 바라나시에서 뭔 할일이 있겠는가 여행자의 특권 빈둥거리기. 그래서 빈둥거리기 좋은 라가카페에 갔다.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널부러져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쉬었다. 

 

나는 내일 다르질링으로 떠난다.  다르질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괜시리 라임이 신경 쓰인다.  내 마음은 잘 모르겠다. 라임이 참 유쾌한 사람이고 즐거운 사람이고 또 여자로서 매력도 충분하다.  그래서 그럴까 자꾸 이 여자가 신경쓰인다. 물론 남녀는 때론 긴 얘기 필요없이 눈빛,분위기 그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만으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라임의 유쾌함과 친근함이 그저 상쾌한 여자로서 발산되는 기운인지 나에 대한 호감인지 조금은 헷갈린다. 그런데 말이지. 사실 여행친구로서는 사실 나랑 쿵짝이 잘맞는 기분은 아니다.


 물론 아직 서로 숙소를 같이 쓴다던가 그런걸 안해봤으니 모르겠지만 그냥 현재까진 너무 가이드북 나온데, 인도방랑기에 소개시켜준데. 이런데 위주로 열심히 다니는 기분?!   뭐 그게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지금 현재 나의 여행패턴과는 그리 맞지 않는 기분이었다. (나도 가이드북 안본다는 얘기가 아님)


 여자로선 맘에 들지만, 여행친구로서는 아직 모르겠는..

 " 내일 다르질링 가는구나. 그럼 오늘이 마지막 밤이네 "
 어느 새 말도 트고 살짝 정이 든 여행자의 멘트였다.

 " 응... "
 
 " 다르질링 좋다고도들은 하더라.... 나도 가고싶다 "
 라임이 살짝 운을 띄운다.

 " 그래? 그럼 같이 가, 다르질링 같이 가면 되지 "
 " 어...근데 표를 구할 수  있을려나? "


 나는 이미 델리에서 모든 표를 다 끊었지만, 라임은 표를 지금 당장 구해야되는 상황. 바라나시는 또 역도 무려 4개. 그 역들을 돌아다니며 표를 구해야 되는 판. 게다가 나는 또 하필 제일 먼 무갈사라이 역에서 타고 간다. 막상 라임이 나를 따라가고 싶어하지만 표가 문제인 상황.


 다르질링을 함께 가던, 아니던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그리고 어쩌면 라임을 보는 마지막 밤. 불과 이틀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 새 정이 들었다.


 우리는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보내자고 해서 맥주도 팔고 한국음식도 판다는 쏘나이스 홈으로 가기로 했다. ( 라가카페는 술 안판다. 아 그리고 오늘 저녁은 커리 먹을려고 했는데 ㅠ,ㅠ 또!!! ) 그렇게 라임과 함께 쏘나이스홈에 갔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고 옥상에 식당이 있는 쏘나이스홈


 갔더니 그냥 휑한 옥상에 테이블과 의자 좀 두고 있는게 전부.
 진짜 뭔 분위기가 ㅋㅋㅋ 공사현장에 있는 느낌 ( 인도 건물들 옥상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전력사정이 안좋으니 촛불을 켜줬다.
 그게 오히려 분위기를 무드있게 만들어줬다.


 일단 메뉴를 달래서 보는데 나름 라가카페와 미묘하게 다른 메뉴들. 서로 경쟁을 안하려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주종이 맥주로 한정되어있으니 맥주 안주로 고르는데 닭강정이 있길래 주문하니 2시간 전에 주문해야 한다기에 프라이드 치킨을 시키고 맥주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촛불 아래 둘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남녀간의 미묘한 분위기
  


 대화는 서로의 가장자리를 맴돌며 대화의 흐름은 여행얘기,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 재밌는 얘기들을 나눴지만 자꾸 괜시리 그 흐름의 가장자리가 신경쓰이는 순간순간.  사실 나 역시도 확신은 없다. 뭐 그냥 여행자 대 여행자로서 여행 동지가 생기면 좋은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론 좋은 여행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 하지만 지금은 아직 라임이 괜찮은것 같다. 

 또 한편으론 여자로서 매력은 있는데. 딱 그정도. 

 " 그나저나 넌 어쩔려? 다르질링 갈려면 내일 표를 구해야되는데 아니면 낼 그냥 무작정 가서 거기서 구해보던가 난 그렇게 많이 하는데 "
 " 오빠가 낼 안가면 안돼? 나랑 티켓 다시 끊고 가면 안돼나? "


 좀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왜냐면 사실 나도 이제 인도 여정 막바지다. 말했듯이 델리에서 모든 일정 티켓을 다 끊어 놓은 상태라, 지금 이걸 취소한다는건 나는 내가 가고싶었던 곳이나 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된다는 소리였고 딱히 더 머물고자 했던 생각이 없던 바라나시에 하루 더 있게 되는거다. 이 모든 것들은   " 라임과 함께 " 라는 조건과 맞바꾸며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다.


 과연 저 모든걸 내가 용납하면서 라임과 함께 할 것인가?
 사실 저 질문을 했을 때 나는 답이 나왔다.



 만약 지금이 맥간이고 여행 시작이라면 난 충분히 다 포기하고 라임과 함께 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힘겹게 나온 여행, 이제 얼마남지 않은 여행을 라임 때문에 다 뒤바꿔야 한다는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다 못해 내가 돈이 충분히 많았더라면 아마 난 비행기표도 버리고 기차표도 다 버리고 라임과 지금부터 천천히 인도여행을 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고 한정된 돈이 있었다. 

 
 참 가슴아프게도 다시 티켓 끊고 함께 가자는 라임의 얘기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중.  결정을 내렸다. 그냥 나는 너무나 힘겹게 나온 여행이라서, 한국가면 너무나 그리울 이 여행이 하루하루가 그저 무척이나 소중할 뿐이었다. 


나는 애써 화제를 바꿔야 했다. " 난..근데 표 못 바꿀꺼 같은데... "


 " 나랑 같이 다르질링 가.. 내일 가지말고! "
 " 진짜 그건 아닌거 같아..나 그럼 다 취소해야돼 "
 " ...... "


 라임은 더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뭔가 좀 더 편한 사이라면 나도 장난으로 넘기며 " 니가 뭐 표 다 끊어주면 가고~~~ " 이랬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밤이 되고야 말았다.
 즐겁게 맥주와 치킨을 먹고는 밖으로 나왔다. 함께 하는 마지막 밤.





 라임은 또 블루라씨가 먹고 싶다는거다. 블루라씨 중독.
 그래도 숙소에서 블루라씨까지는 멀어도 이 곳에선 그리 멀지 않아서 블루라씨에 가서 우리는 함께 라씨를 먹고 숙소가 있는 뱅갈리토라로 돌아왔다. 



 " 우리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
 " 어.. "

 " 내일은 뭐할꺼야? "
 " 그냥 뭐 빈둥대야지 먹고 싶은거 먹고 블루라씨도 먹고 "

 " ㅋㅋㅋㅋㅋ 그놈의 블루라씨 "
 " 너무 맛있어 "

 " 나도 내일은 짐 싸고, 그냥 그래야 되니까 뭐 같이 밥 먹을 수 있으면 마지막으로 밥이나 먹고 헤어지던가 그러자 "
 " 아니야 오빠. 내일 안보는게 나을것 같아.. 오빠 아침부터 짐 싸고 그럴텐데 나도 밥 먹고 돌아다니다보면 약속 못할 수도 있으니까... "

 좀 서운했지만, 이해는 됐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뱅갈리 토라까지 왔다.

 " 그래,,여행 조심히 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보자 "
 " 어..오빠. "








 
라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숙소로 데려다줬다.  숙소에 들여보내며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라임과 악수를 하고 그렇게 나는 홀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온 몸이 땀범벅이다. 씻고 샤워하고 방에 홀로 침대에 누웠다가 이내 다시 땀이 범벅이 된다. 다시 샤워를 하고 일기정리, 일정정리하며 다르질링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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