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21. 파티 그리고 휴식


 폴이 떠난 허전함이 가득한 집도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점차 회복 되어 갔다. 빅팍3자매며 다른 이들이 여전히 줄곳 놀러왔고 또 이제는 권이 함께 하기에 외로움이 덜했다. 폴이 있을 때 만큼 매일 파티가 열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빈자리는 서서히 또 다른 이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많이 친해진 쉐어메이트 이태리커플 엘리자베타(베타,베따라고도 부름), 밀로스. 그 외에 다른 외국인 친구며 한국인 친구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베타와 밀로스 덕분에 나와 권(영어이름 애플)도 술을 쉴수 있었다. 그리고 대신에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때 프랑스인 마이클에게는 크라페를 배웠는데 프랑스 발음으로는 크랍이었는데 난 맨처음 마이클이 저녁때 크랩을 먹자고 하길래 오랜만에 게 좀 먹어보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당황스러운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잘 배웠던 것 같다.


 밀가루랑 계란이란 반죽을 해서 파전 부치듯 후라이팬 크기 정도로 여러장의 피를 만들고 여러가지 속으로 쓸 재료들을 준비 해서, 얇은 피에 자기가 먹고 싶은 재료들을 안에 넣고 돌돌 말아서 먹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맛있었다. 


 그리고 베타와 밀로스에게는 정통 이태리 스파게티를 전수 받았는데, 많은게 내가 생각한것보다 달랐다. 제일 먼저 우리나라 어느 영화에서 나와서 유명해진 스파게티 면 던지기, 스파게티 면이 익었으면 벽에 던졌을 때 붙는다는건데 밀로스와 베타는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 모습에 굉장히 신기해했다. 어쨌든 잠깐 스파게티만드는 법을 설명하자면, 맨첨에 면을 삶을 때 우리는 소금과 면끼리 들러붙지 말라고 식용유를 조금 넣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그들은 소금만 살짝 넣어주었고 그리고 면을 삶는 동안 조그만 냄비로 스파게티 소스를 만든다. 식용유를 넣고 양파를 넣고 볶아주면서 편하게 넣고 싶은 재료(참치나 버섯이나 고기등)를 넣고 스파게티 소스를 넣고 소스를 준비하고 그리고 면이 다 익으면 물기를 빼고, 면에 붙은 남은 물기를 제거 하기 위해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르고 면을 한번 볶아서 완전히 물기를 날려버린 후에 그 상태에서 조그만 냄비에 만들어둔 소스를 붓고 다시 한번 볶아준다. 


 이렇게 배운 이태리 스파게티는 기름을 여러번 써서 그런지 기름기가 가득하지만 굉장히 입맛에 맞았고 맛있었다. 게타가 기름기를 둘러서 많이 만들어놓고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나중에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서 먹어도 면이 안뭉치고 맛도 거의 그대로. 어쨌든 덕분에 한국에서 라면먹기 보다 더 자주 해먹게 되는 스파게티도 이때의 베타와 밀로스의 가르침이 컸다.


 베타와 밀로스는 집에서 직접 피자도 만들었는데 도우까지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켜서 만들었는데 이 역시도 참 신기하고 재밌는일이었다. 게다가 덕분에 피자도 배터지게 먹었으니 말이다. 


 반대로 또 이들은 한국의 김밥을 그렇게나 좋아라 했다.

 한번은 다 함께 김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쥴리나 폴과 살면서 여러번 김밥을 먹어본 마이클은 제법 능숙하게 김밥을 만들었고, 베타와 밀로스는 김밥이 처음이었는지 만들며 너무 즐거워했다. 이렇게 술을 안마시면서도 즐거운 그랜다로우의 나날들. 



 

 


 그래도 다른 한국인 친구들도 많고, 또 절친인 빅팍3자매등이 있었기에,  게다가 우리 유닛 D 옆에는 술꾼망나니들인 아리쉬들이 잔뜩 살고 있어서 언제든 술을 먹으면 우리집으로 쳐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어느새 이 집은 다시 파티가 끊이지 않는 집이 되었다. 


 잠깐 옆집 망나니들을 소개하자면

 아이리쉬(아일랜드인)들이 대다수였는데 정말 재밌는 녀석들이다. 언제나 술을 마시는 이 녀석들은 값이 싼 박스와인을 즐겨먹는데 박스와인의 박스포장을 뜯고 안에 와인이 든 은박포장만 어깨에 걸친채 곧바로 입에다 와인을 따라 먹었다. 평화로운 유닛 D에 쳐들어와 난동아닌 난동을 부리는데 정말 재밌는 놈들이었다. 


 다시 또 잠깐 박스와인을 소개하자면, 요리할 때 쓰거나 가볍게 마시려는 값싼 와인으로 흐믈흐믈한 은박포장에 와인을 넣고 종이 박스에 넣어서 파는데 은박포장에 와인이 나오는 프라스틱 뚜껑같은게 달려있어서 뚜껑을 살짝 밀면 와인이 조금씩 흘러나오는데 은박포장이 흐믈거리기 때문에 종이 박스로 다시 포장을 해놔서 보관도 용이하고 마시기도 편하게 되어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한번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게 다시 파티가 계속 되어가는 어느날.


 신의 생일날. 우리들은 신의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신의 주목을 돌리기 위해 MJ를 투입. 다른곳에 데려간 사이. 집을 꾸미고 생일파티를 완료했다. 


 신이 오고, 서프라이즈 파티. 시작.

 엘리자베타나 밀로스는 처음만나는 한국인들이 우리고 뭐든 다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있기에 우리의 생일파티 모습이 재밌었나 보다. 특히 굉장히 유쾌발랄하고 배움이 빠른 엘리자베타는 장난으로 생일주를 만들어주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금새 생일주의 본래 목적을 깨달았는지 손수 한국인 대다수가 싫어한다는 베지마이트를 크게 한 스푼 떠서 신의 생일주에 타서주는 친절함을 베풀었다. 덕분에 얼마나 웃겼는지..




 이렇게 매일 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문득,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권도 많이 질렸던 모양이었다.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자 어딘가 놀러를 가기로 생각했다. 참 웃긴게 이 호주란 나라가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보니 주위에 공원 투성인데 공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또 공원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규모다. 아닌 말로 집에서 약 5-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만 가도 이건 뭐 공원 수준을 뛰어넘는 멋진 곳들이 많았다. 사실 말이 공원이지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그냥 뭐 보존지역이다. 공원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어쨌든 어느날 항상 술 마시느라 호주에 왔는데도 어딘가 좋은데 놀러 데려가지 못한 권에게 미안해서 동네 공원이나 갔다 오자고 권을 데리고 나갔다. 사실 나도 그랜다로우 살면서 매일 술만 마셨지 이렇게 가까운 공원임에도 처음 왔기에 나 역시도 초행길. 그래봤자 집 앞이었기에 슬슬 걸어서 공원으로 향했는데 정말이지 대박이었다. 


 크기도 크기지만 세계적인 희귀종이라는 블랙스완이 유유히 호수에서 노는데 정말 이런게 집앞에 있는 공원이라니 새삼 호주인들의 그 풍요로움이 부러워졌고 이렇기에 더욱 이 나라에서 살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많아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권(영어이름 애플)도 이제 어느새 호주에 많이 적응해서 빅팍3자매들과 함께 퍼스에서 트레인(전철)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프리맨틀에도 놀러가고 즐거운 하루 하루를 보냈다.  나 역시도 이제 술 이외에도 낚시를 다녀오거나, 공원에서 야구를 하면서 놀곤 했다. 그렇게 우리의 호주 생활은 정착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평화롭고 즐거운 호주 생활에 조금씩 어두운 기운이 풍기기 시작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