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아침 체크아웃 9시 30분. 8시 쯤에 일어나 체크아웃 준비를 하고 대충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는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대충 준비하고 코랄베이를 떠나기 전에, 뷰포인트에서 낮의 코랄베이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잠깐 들렸다가 가기로 했다. 벌써 뜨거운 태양이 타오르는 때, 뷰포인트로 올라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랄베이의 풍경, 아니 그 바다색은 정말 너무 이쁜 그림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물감을 풀어놓은 듯 저런 색이 나올런지, 자연의 색감은 정말 인간이 절대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사진 위 : 코랄베이 4색 그라데이션... 좀 짱..]
사진으로 멋진 바다를 담고 다시 길을 나섰다. 코랄베이에서 엑스마우스 까지는 약 2시간거리. 길은 역시나 쉬운 길.
쭉 달리다보니 계속 흔했던 풍경 속에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개미집. 사실 호주 고속도로에서 (사막기후지역) 흔하게 볼 수 있는게 바로 개미집인데, 개미들이 흙을 쌓아올려 거대한 탑을 만든 것인데, 높이가 보통 2-3미터 가량 된다. 개미가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단단하다, 가까이서 만져보면 그냥 돌덩어리다. 어쨌든 그 흔한 개미집이 왜 흥미로운가 하면, 엄청나게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풍경은 마치, 미얀마, 버강에서 본 수 천개의 탑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수 없이 많이 높게 솟아올라 있는 진한 황토색의 개미집들. 정말 장관이었다.
그렇게 엑스마우스까지 향하는 길은 개미집들의 천국, 권이 이 풍경을 보고는 마치 지금 우리가 개미들의 나라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라고 했으니 얼마나 많은지 느끼리라..
그리고 약 2시간만에 우린 엑스마우스에 도착했다.
호주 서북쪽 반도에 위치한 엑스마우스. 닝가루 해상공원 관광을 위한 거점이 되는 관광도시(?!)
역시 유명세 답게 도시에 들어서자 제법 마을이 크다. 카나본 보다 조금 작은 것 같은 엑스마우스. 일단 언제나 그렇듯이 제일 먼저 우리의 눈에 들어온건 약 500미터 전방에 Visitor Center가 있다는 이정표. 호주는 이 비지터 센터가 너무 잘 되어있는데 정말 가이드북이 없어도 여행하기 편한 곳이 이 곳 호주다. 비지터 센터에 가면, 숙소정보부터 이 곳에서 무엇을 봐야하는지 까지 나와있고, 그외에 인근의 다른 도시들( 꽤 멀리 있는 도시도)의 무료정보책자도 챙길수 있어 다음 목적지를 결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비지터 센터를 발견하고 차를 주차장에 대는데 또 우리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에뮤'
정말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유명한 야생동물인데 타조를 닮은 새다. 보통 퍼스에서 카나본으로 올라올때도 많이 본다고 하는데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는 동생은 퍼스에서 카나본에 올라가다가 에뮤를 쳐서 사이드미러가 나갔다고 하는데 우린 둘다 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동네에 돌아다니는 에뮤를 볼 줄이야. 완전 대박. 정말 북쪽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진정한 호주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처음 보는 에뮤가 신기해 좀 구경하다가, 우린 비지터 센터로 들어갔다. 역시 관광지 답게 제법 잘 해놓은 비지터 센터, 먼저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우릴 반긴다. 제일 먼저 무료로 챙길수 있는 각종 지도와 소책자를 챙기고 비지터 센터에 있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구경했다. 일단 숙소 정보를 좀 보고, 뭘 봐야하는지도 체크. 에어콘 바람을 쐬며 좀 쉬다가 이제 숙소를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내가 사실 원한건 허름해도 싸고 여행삘을 느낄 수 있는 백패커이지만 백패커보다 리조트나 카라반파크가 흔한 호주 답게 백패커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호텔이나 리조트라고 붙은 좋은 숙소들에서도 일부 백패커스를 위해 도미토리 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몇개의 리조트를 돌아 도미토리 방을 봤는데 우린 한 카라반 파크에 있는 도미토리 방에 머물기로 했다. 카라반 파크라고 무조건 캠핑카만 세우두는 장소만 있는게 아니라 어느정도의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도미토리나 방이 있기 때문에 방을 구할 때는 카라반 파크도 체크해보는것이 좋다. (1인 28*2*2일 112불)
다행이도 방이 여유가 있어서 도미토리 임에도 사람이 없어 방에 들어갔는데 4인실이었다. 가격은 뭐 역시나 호주 다운 가격. 그래도 굉장히 깨끗하고 사람이 없어서 더블룸 쓰는 기분. 그래서 둘다 기분이 좋아졌다. 짐을 풀어놓고, 곧장 나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비지터 센터에서 챙긴 (어느 마을에나 있는) 마을 소개 책자 하나를 들고 나갔다. 이런 책자 하나면 그 마을 관광가이드북은 필요가 없다. 지도며, 봐야될 것들에 대한 소개가 잔뜩.
일단 바다부터 가보기로 했다. 가까이에 있다는 타운비치는 재껴두고 조금 떨어져있으면서 가장 가까운 비치로 갔다. 이 비치의 이름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름의 비치다. 이름하여 " 번데기 비치 " 농담아니고 정말 bundegi 비치. 차를 타고 엑스마우스 타운에서 약 12킬로미터, 금방 번데기 비치에 도착했는데 듣던대로 코랄베이가 엑스마우스가 더 이뻤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별로가 아니었다. 물의 빛깔은 코랄베이와 마찬가지, 다만 코랄베이는 해변의 모래가 하얗게 길고 완만하게 펼쳐져 있는 덕택에 얕은 물의 빛깔이 하얗게 넓게 퍼져있어서 더욱 아름다워보인것이고 번데기비치는 얕은 부분이 굉장히 짧아 색의 조화가 덜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다 색 자체만 놓고 보면 코랄베이와 똑같았다.
더군다나 타운에서 가까운 바다가 이정도 수준이라는게 더 놀라웠다. 만약에 우리가 엑스마우스에 정착하게 된다면 정말 이런 바다를 아주 우습게 일끝나면 가서 놀 수 있을 정도. 권이 마침 마법을 시작한터라 엑스마우스에서 이틀을 좀 쉬면서 있기로 했다. 그래서 번데기 비치에서는 권은 물에 안들어오고 혼자 놀았는데 혼자 노니 좀 심심해져서, 게다가 권의 말 마따나 멋진 바다도 하루면 충분했다고....-_-;;
어제 코랄베이에서 좀 놀아서 그런지 이 곳에서의 즐거움은 그저 뜨거운 태양빛에 지친 몸을 차갑게 식히는 것 뿐. 좀 놀다가 해변가에 있는 무료 샤워실에서 소금기를 닦아내고 대충 타월을 둘르고 다시 운전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터틀센터였는데 마을소개책자에 보면 바다거북들이 산란하는 걸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 곳으로 향하다 우연히 등대가 눈에 들어와 등대를 보러 갔는데 등대가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등대를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등대가 위치한 언덕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일품.
그리고 다시 내려온 우린 터틀센터로 갔다. 지금이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뭐가 뭔지 자세히 모르고 대충 책자만 보고 온터라, 이 곳에 와서 밤에만 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터틀센터라고 해봤자 무슨 건물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오두막 같은거 하나 세워져있고 바다거북에 대한 설명이 좀 있고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권이 몸이 아프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자고 해서 돌아가는 길, 또 하나 책자에 나와있는 곳을 향했다. (책자에 뭐..대충 엑스마우스에서 할 것, 볼 것 이라고 해서 약 25가지 정도를 소개해놨는데 그 중에 하나 ) 그 곳은 1907년에 난파된 난파선이 해안가에 있다는 설명이 붙은 곳이었다.
권에게 난파선이 있는 곳이라고 하자, 해적선,보물선 같은걸 상상했는지 급 관심을 보이며 언제 아팠냐는듯이 빨리 가자고 하는 권. 하지만 1907년이란 년도가 맘에 걸렸던 나, 그리고 별것도 아닌대를 관광지랍시고 소개하는 특성을 볼 때 (정말 멋진곳도 많지만, 별것도 아닌 곳을 관광지화 시킨 곳도 많다) 뭔가 찝찝했다. 1907년이면 그래도 철로 된 배를 탈 때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왠걸 도착해보니 정말 쇠로 된 배가 난파되어있었다. 근데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거리의 문제였다. 해안가에 난파선이 있다고 해서 뭐 적어도 해변가는 아니더라도 바다에서 조금 들어가면 난파선이 있어서 물에 들어가면 좀 볼 수 있을려나 했는데 아주 저 멀리, 먼 바다 중간에 난파선이 보였다.. 씨발놈들....
[사진 위 : 저 멀리 아득히 있는게 난파선....어쩌라고..]
정말 정확히 권이랑 약 그곳에 30초 정도 머물렀다. 그리고 나오는 길, 카나본을 떠나 처음으로 만나는 동양인 그것도 한국인들.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또다른 한국 커플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했는데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카라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커플이라고 했다. 안그래도 우리가 북쪽으로 향하면서 가장 일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곳이 카라타였는데 그 커플이 얘기하는 카라타의 정보들이 내가 들었던 정보들과 일치했다.
일자리는 많고, 머물 곳은 없다. 아마 일자리는 구하기 쉽겠지만, 백패커 조차 구하기 힘들어서 카라반 파크에 텐트치고 사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정도... 게다가 새로운 정보는 일 구하기 쉽다는 말이 퍼진 탓에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는 것, 정말이지 요새 호주의 도시에서의 구직난을 생각해보면 어느 곳에 일자리가 많다는 얘기가 퍼지면 그 어떤 깡촌도 곧장 코리안 타운으로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
어쨌든 잠깐 그 커플과의 대화로 우리는 더욱 혼란 스러워졌다.
사실 우리의 여행에 있어서 목적지 결정에 좀 문제가 있었다. 진행방향대로 그냥 북쪽으로 향하자는 내 의견과, 이렇게 더운데, 있는 사람도 떠난다는 때 북쪽을 왜 가는가, 게다가 일자리들이 차츰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는데 날씨도 선선하다는 남쪽으로 가자는 권의 의견 차이. 만약에 둘 쪽에 확실한 일자리만 있다면 난 북쪽을 선택하겠지만, 사실 북이든 남쪽이든 다 불확실한 상태가 아닌가. 그러다보니 나의 의견도 흔들렸다.
게다가 다윈을 제외하고는 딱히 그 먼길을 향해야 할 이유를 잘 못느끼즌 상황에서, 보고 싶고 가보고 싶었지만 북쪽으로 올라오며 전혀 가보지 못한 퍼스 남부 지역들을 만약 남쪽으로 향하면 보게 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게다가 원래 가고자 했던 지역 역시 남쪽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올라오기 직전에 권과의 의견조율을 통해, 그렇다면 코랄베이와 엑스마우스를 구경하고 남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막상 그렇게 마음 먹고나니, 그러면 퍼스에 들려 이제는 어느정도 공장 이력이 쌓인터이니 공장지대(게다가 자동차도 있다)를 돌며 이력서도 돌리고 어플라이를 해놓고 또 갈려고 했으나 못갔던 '웨이브락'이라던가 기타 여러 관광지 며 지역들을 갈 수 있겠구나, 더군다나 이제 곧 크리스마스 시즌. 크리스마스를 시골 촌구석이 아니라 퍼스에서도 보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커플의 한마디, 일자리는 많아요.
빌어먹을....
완전히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권도 그 한마디에 많이 흔들렸는지 자신이 먼저 말한 남쪽행에 대해서 혼란스러운듯 " 나도 이제 모르겠다. 그냥 오빠가 정해 " 라고 말했다.
계획은 이제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냥 북쪽으로 쭉 밀고 올라가려던 일정은 권의 남쪽행 제안에 의해 바뀌었으나, 이제는 카라타에서 온 커플의 한마디에 또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혼란을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만드는 전화 한통.
숙소에 돌아와 좀 쉬는데 얼마나 답답했던지 권은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좀 넣어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다른 지역이라고 해봤자 거의 다 남쪽 이곳저곳에 퍼져있고 아는 형 한명만 북쪽이었는데. 다들 시골 농장지역에 있다보니 전화가 안터지니( 이러니 옵터스..) 전화를 안받고 북쪽에 있는 형만 전화를 받았는데 이게 왠일. 북쪽에 있던 형은 어느새 이동을 해있었는데 그 지역은 다름 아닌, 우리가 만약에 남쪽에 간다면 이 곳에 가자고 얘기했던 바로 그곳, 덴마크였다.
덴마크는 맨처음 퍼스를 떠날 때 남부로 향하면 보통 일자리가 많은 마가릿리버,번버리 등지 가는데 우리는 그 어려운 와중에 여행자 답게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고르다보니 선택한 곳이 그 덴마크였는데, 진방이의 후림으로 포기하고 카나본으로 올라온 곳이었고 그러다보니 이번에 카나본을 떠나며 만약 남쪽으로 가게 되면 덴마크에 가자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 곳에 그 형이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인연이었던걸까.
기쁜맘으로 덴마크의 상황을 물어보니, 안좋은 대답만 돌아온다. 역시나..
카나본을 떠날 때, 모두가 왜 하필이면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떠나는냐, 이제 이 긴 홀리데이 틈에 어떤 곳에서 사람을 뽑겠는가, 크리스마스 보내고 1월쯤에 떠나라는 얘기를 수 없이 많이 들었었는데 정말 딱 그말과 똑같은 얘길 하는 것이다. 덴마크도 현재 크리스마스 직전이라 사람들을 잘 안뽑는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렇게 형과 전화를 하고나서 이 놈의 전화 한통 덕택에 권과 나의 계획은 점점 더 혼란만 가중되었다. 머리 아픈 건건 머리 아픈거고, 일단 저녁시간이 다 되었기에 씻고 밥이나 먹기로 한 우린 샤워를 끝내고 키친으로 향했다. 굉장히 깨끗한 키친 시설과 키친 덕택에 기분은 좋았으나 냄비나 접시등 주방기기들이 전무. 다행이도 냄비,후라이팬 및 각종 주방용품이 있었던 우리라 천만 다행.
저녁은 카레, 냄비밥을 하고 후라이팬에 카레를 해서 먹는데 가스불이 약해서 (정확히 말해 전기로 되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약해서 ) 정말 오래걸렸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맛나게 카레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우린 계속 다음 목적지에 대한 토론을 했다. 하지만 뭐 결론이 나겠는가 일단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그렇게 엑스마우스의 첫날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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