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퍼스로 다시 돌아와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애시당초 맨 처음 우리가 퍼스에 머물려고 했던 시간은 단 일주일 정도였다.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다시 떠날 재정비를 마치고 또 그동안 보고 싶었던 많은 이들을 보고, 맘껏 퍼스를 즐기다 가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New year까지 겹치며 완전 홀리데이 모드로 들어간 호주에서 어차피 어디로 가든 구직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예 그냥 마음을 비우고 놀게 되었다.
제니 누나네 집에서 술을 마시며 어디로 놀러 한번 가자고 가자고 맨날 여행 계획만 짜다가 정작 가게 된 시티비치. 시티비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로 조금 가면 닿는 비치였다. 퍼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도 도착할수 있는 비치들중에 하난데 유명한 스카보로비치도 있는데 우리가 간 곳은 시티비치였다. 자동차가 여러대 움직인 덕택에 꽤 많은 인원이 시티비치로 향했는데 시티에서 만나 울월스에서 장을 보고, 한국마트에서 고기 등도 산 후에 간 시티비치. 사실 시티비치란 이름만 듣고도 전혀 기대감 없이 갔던 그 곳은 예상외의 바다를 보여줘 깜짝 놀랬다. 역시 썩어도 준치라고 시티비치라도 인도양의 코발트빛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고, 가까워서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시티비치에서 자연이 내린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정말 애플과 난 그걸 보고, 호주에서 본 바다 중에 사람이 가장 많은 바다. 아니 호주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사람을 많이 본건 처음 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있었다. (뭐 그래야 대천해수욕장이나 경포대,해운대 만하겠냐마는..) 일단 우린 바베큐꺼리를 가지고 온 터라 바베큐 시설이 있는 곳을 찾아나섰고 주차장에 차를 대충 대고 나서 한참을 걸어서야 비어있는 바베큐시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호주는 좋은게 어딜가도 강이든 바다든, 공원이든 바베큐 시설이 잘 돼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런게 있어도 잘 유지되고 잘 쓸수 있는게 그만큼 성숙한 시민문화가 발달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한국에 이런게 있다면 정말 볼만 할듯.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한국사람들 답게 일단 바베큐를 시작한 우리는 쇠고기며 삼겹살이며 소세지며 마구 굽기 시작했고 함께 사 온 맥주를 마시며 달렸다.
다들 양껏 바베큐를 먹고 배가 터지기 직전에 바베큐는 잠시 중지.
이제 본격적으로 바다를 즐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파도가 엄청 쎈 덕택에 물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아예 못들어오거나 바로 앞에서만 놀았는데 나 같은 경우엔 좀 깊은 곳에서 놀다가 하마트면 정말 죽을뻔했다. 농담아니고 내 인생에서 아찔했던 순간 다섯손가락 안에 들도 였다. 파도가 쎈것도 쎈건데 근처 해상구조를 위해 세워진 탑(?!)이 세워져있는 큰 돌무더기 쪽으로 파도가 밀려드는데 물바깥으로 나갈려고 움직여도 너무 쎈 파도의 흐름에 나도 모르게 흘러흘러 그 돌무더기 쪽으로 향해지고 있었는데 농담아니고 정말 몸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파도에 밀려 돌무더기쪽에 확 밀렸다.
[ 사진 위 : 저기 해상구조를 위해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곳의 돌 무더기..]
정말 농담아니고 수영 못했으면 아마 돌에 머리를 부딪혀 큰일이 일어날수도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침착하게 머리속으로 파도에 밀려 돌무더기에 도착하면 바위를 붙잡고 서둘러 올라가야지 했는데 이게 왠걸 정착 바위까지 도착하니 뒤에서 또 쎄게 쳐오는 파도에 몸이 휙 밀려 올라가면서 바위에 부딪혔는데 다시 또 아찔했던게 거대한 바위와 바위틈 사이로 엄청난 구멍이 있었는데 정말 거기 빠졌으면 어떻게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죽을 뻔 했다. 다행이도 손과 팔에 약간의 상처(바위에 긁혀서)만 입고 바위를 힘겹게 기어올라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물에 오래있었는지 사람들은 다들 다시 바베큐시설 근처에 둘러앉아 쉬고 있었는데 죽을뻔한 얘길 해주니 안그래도 사람들이 다 보면서
" 진짜 물 좋아하나보다 안나오네 "
" 저기 위험할텐데 왜 저기로 가지 " 등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태국에서 바다에서 놀때 발에 쥐가 나서 죽을뻔 했을 때 살려달라고 손을 흔드는걸 보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던 내 동생이 생각났다. 빌어먹을..-_-;
어쨌든 그렇게 우린 여유롭게 물놀이와 바베큐를 즐기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며칠후, 다사다난 했던 2009년이 끝나는날, 조촐하게 몇명이서 제니누나네 집에 모여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신년이다보니 뭔가 큰 기대를 품고 시티로 향한 이들도 있었으나 만사가 귀찮은 늙다리들은 그냥 집에서 술한잔. 그래도 아무래도 새해다 보니 이 순간 그냥 집에서 맞이하기엔 조금 그렇다 싶어서 술을 한참 마시다 2009년 12월 31일 11시 55분 경 우린 집 밖으로 나갔고, 근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빅토리아파크 역으로 향했다. 거기서라면 어디에선가 하는 불꽃놀이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시티 쪽 방향은 뭐 아예 보이지도 않았지만 다른 방향에서 불꽃이 마구 터지는게 제법 괜찮았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큰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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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드디어 2010년이다.
2010 정말 2000년 밀레니엄이 어쩌구 하던게 엇그제 같은데 2010이다. 무슨 어릴때 공상과학소설에서 절대 올것 같지 않던 미래의 숫자. 그렇게 조촐하게 애플과 나, 신이와 제니누나 4명이서 맞이한 2010년. 그래도 다 함께 웃고 떠들며 불꽃놀이를 보겠다고 이 시간에 빅토리아파크 역에 온건 절대 잊지 못할 꺼라며 조용한 밤거리를 깔깔대며 걸었다.
그리고 기념할만한 사진 한장을 찍자며 길바닥에 누워서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데, 저 멀리서 차 한대가 달려오는 바람에 깜짝놀래서 일어났다. 차가 경적을 울리며 직진한게 아니라 우회전했다. -_-;
우회전 할껀데 왜 경적울린거...
그것때문에 또 한참 깔깔.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우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좀 시간이 흐르자 시티에 놀러나갔던 기타모임 애들이 단체로 우루루 제니누나네 집으로 왔다. 시티는 어땠냐고 묻자, 불꽃놀이는 안했고 그냥 사람들이 많았다고. 의례 그렇듯이 기분이 완전 한껏 들뜬 이들이 많아 축제분위기 정도였다고 말하는 애들. 그리고 우린 다함께 술을 마셨다.
2010년의 첫날, 술에 개쩔은 우린 다들 거실에 퍼질러 잤고 다음날 제니누나가 만들어준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기념했다. 그리고 우린 며칠간 상의 끝에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 코스로 마가릿리버를 결정했다. 원래는 제니누나의 바람대로 에스페란스 예정이었으나 조금 빈정상한 탓에 에스페란스 대신에 그나마 가까운 마가릿리버로 코스를 정했는데 가야될 사람이 많은지 본의 아니게 가기로 결정한 날 제니누나에 집에 놀러왔던 신이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신이와 내 차 두대로 놀러간 마가릿리버. 마가릿 리버는 퍼스 남쪽으로 약 300-350킬로미터 떨어진 농장지대,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인데 워홀러들에게는 포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마가릿리버의 바다는 파도가 쎄 서핑을 많이 한다고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후기 : 몇편의 포스팅이 계속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여져 내용이 중복되거나 하네요 참고하시길. 원래는 마가릿리버 여행 다녀온것 까지 묶어서 쓸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마가릿리버는 사진이 많아서 따로 포스팅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다음으로 넘깁니다. 뭐 여행자체는 큰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따로 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아마 마가릿리버 까지 포스팅 하면 그 이후는 다시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포스팅이 될 것 같네요 그럼..
[ 다음편 예고 : 마가릿 리버 여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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