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포스팅에 앞서..

 이걸 그냥 한편에 뭉뜽그려서 넣을려고 했다는 사실에 새삼 웃음이 나와서. 따로 한편으로 포스팅합니다.
 그래도 애플인데 ㅎㅎ 내가 너무 했음

 78. 애플이 떠나는 날

 믿어지지 않는 날이 다가왔다.
 애플이 떠난다.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 했던 내 여자.

 전 날, 여자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배웅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하루 휴가를 냈다.
 
 한달 전, 일주일 전만 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짐을 다 싸서 거실에다 내려놓고 있던 애플.

 떠나는 날 아침.

 아침일찍 일어났다. 이날 내가 꽂아준 오현이가 첫 출근 하는 날, 날이 날이라 함께 공장에 출근을 하진 못하고, 아침에 함께 가는 라이언에게 데려가 인사시키고 얘 공장에 인사 좀 시켜주라고 부탁을 했다. 원래는 아침에 그냥 출근해서 9시까지만 일하고 오현이 슈퍼바이져한테 인사시키고 할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오늘 세시간은 그냥 세시간이 아니니까.

 오현이를 라이언에게 데려다 주고는 집으로 와 좀 있다가 함께 아침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뭐 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뭐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요새 한국 가는 가장 싼 비행기인 말레이시아 항공은 요상스럽게도 저녁시간이 아니라 오후4시 비행기. 공항에 늦어도 3시까지는 가야했다.

 밥이 잘 안넘어갔다. 애플도 맘이 참 착찹한듯 했다. 뭐랄까 무슨 부귀영화를 위해서 얘를 먼저 보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냥 같이 있다가 여행 하고 가지. 왜 가나 하는 섭섭함도 있었다. 애플 같은 경우엔 죽어도 이제 여행은 안가겠다 뭐 이런 주의였고, 그리고 호주에서 한달 정도 더 있으면 돈 까먹으니까 그냥 한국 먼저 들어가겠다 였고. 나는 호주에서 한달도 더 있어야 했지만 그보다 호주,뉴질랜드 여행이 하고 싶었고, 또 잠시 한국에 들어가더라도 동남아에는 좀 들려서 내가 그토록 몇년동안 받고 싶어 죽겠던 타이 마사지도 받고 싶고 오랜만에 태국에 들리고 싶었다. 뭐 어쨌든 결국 합의점은 애플이 그냥 한국에 먼저 돌아가는 거였는데, 기분이 묘했다.

 

 

 

[ 사진 위 : 뭐 당일날 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 그냥 올림-_-;; 왠지 저 사진 너무 귀여움 ㅋㅋㅋ ]

 

 - 뭐 가고 싶은데 있어?
 - 아니면 뭐 먹고 싶은거라도
 그러자 애플은 소박한 대답을 한다. 2년동안 한국음식은 아주 질리도록 먹어서 마지막 날인 오늘은 햄버거를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 여자... 먹고 싶은게 햄버거라니 아...
 
 - iga 옆에 서브웨이 먹을래?
 + 어
 - 그럼 내가 사올께
 + 아냐 같이 걸어가서 사오자

 애플이 그렇게 항상 산책 한번 하자고 해도 난 귀찮았다. 그냥 집에서 쉬면서 술 먹고 이런게 너무 좋았는데 어쩌다가 한번 산책이라도 하면 좋아서 죽을라고 하고 팔짱끼면서 너무 행복해했는데 사실 그래도 난 귀찮았다. 그래서 산책 10번 하자고 하면 한번 할까 말까 였는데 오늘같은 경우엔 말만 하면 무조건이었다.

 밥 먹고나서, 짐 정리 좀 더 하고 애플이 뭐 필요한 물건 있다고 해서 그거 찾아주고. 애플은 뭐는 버릴꺼고 뭐는 누구 줄꺼고 뭐 이런식으로 짐 분류를 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어느덧 11시 경. 슬슬 나가 볼까?

 평생 안꺼내던 카메라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오늘은 정말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다.
 

 집 밖에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래도 호주에 2년 넘게 있었는데 맨날 술 먹고 놀아서 외국티가 하나도 안난다고, 여기서는 그래도 달동네 취급받지만 한국에서 봤을때 외국냄새가 물씬 풍길, 이 곳 주간스트릿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앞.

 

 

 



 이제 곧 있음 떠날 애가, 아직은 실감이 안나는지 마냥 즐거워 보인다.
 이제 곧 잠시 이별 할 거기에 더욱 즐겁게 행동 한다. 평소에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곳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무수히 많이 아무 생각 없이 오갔던 글랜다로 역 근처.

 

 


 글렌다로 역에서도 사진 한방 찍으면서, 우리는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호주에서의 일들을 얘기했다.
 처음 글렌다로 왔을 때 느꼈던 내 느낌이라던가, 애플의 첫 호주 인상에 대해서 걸어가면서 얘기하는 것들 하나하나가 호주를 추억하게 한다.

 직선거리로는 꽤나 가까운데도 걸어서는 이렇게 글렌다로 스테이션 때문에 빙 돌아서 IGA로 향해야 했다.
 겨울이 다가오는지 쌀쌀하면서도 햇빛아래선 타들어갈듯이 덥다. 그러다 그늘안으로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호주의 이 날씨 참 좋다.


 걸어서 도착한 Pollard St.
 나에게도 참 의미 있는 곳이고, 애플에게도 의미 있는 곳.
 
 이 곳을 걸으며 난 예전에 청소 일 할때 일 끝마치고 저녁에 돌아올때 느꼈던 어떤 쓸쓸함 같은 걸 얘기했다.

 - 청소 할 때, 집에 돌아오는 길이 굉장히 쓸쓸 하거든, 다들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있는데 난 밤 늦게 일 끝나고 올 때면 아무도 없고, 동네가 조용하고. 그렇게 쓸쓸할때 니가 왔거든 니가 온 이후엔 집에 갈 때, 아 집에가면 니가 음식하고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좀 힘도 나고 그랬어

 뭐 이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어느새 도착한 곳은 피터네 집 바로 앞이다.




 사진 자세히 보면 애플이 뻑큐 날리고 있다.
 이 집,
 내가 맨처음 글렌다로에 놀러와서 저기 제일 끝 유닛인 유닛 D에 놀러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폴도 만나고 여러 사람들도 만나고 너무 즐거워서 아예 이 곳으로 이사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몇년후에 내가 바로 옆집을 렌트 할 줄이야. ㅎㅎㅎ 참 사람 사는게 신기할 따름.
 
 그것도 피터와의 악연으로 인해서 쫒겨나게 되었지만, 참 애증이 서린 곳.

 이 앞에서 피터 욕을 둘이서 실컷 하고 나서 애플이 "돌던지고 도망가고 싶어" 진짜 짜증난다면서 얘기하는데 진짜 피터생각하면 조금 피가 거꾸로 돌긴 한다. 

 그리고 바로 옆, 우리의 보금 자리였던 집 앞에서 사진 한방 더 찰칵.
 저 집에서 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련하다. 진짜 사랑스러운 집이었는데.

 집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주고
 집을 꾸미고 사는 것에 대한 느낌을 알려준 곳.

 한국집은 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살아서 아주 낡았다. 그래서 집에 대한 어떤 애정이 없었는데 정말 나중에 내 집을 가지게 되면,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살아야지 하는 그런 구체적인 생각이 잡혔던 곳이다.


 바로 이 집 길 앞에 있는 아프트는 또 우리가 카나본 올라가기 직전에 살았던 곳.
 악명높은 쉐어하우스 주인을 만났었던..

 물론 사진 상 보이는 아파트 바로 뒷쪽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기념사진은 그냥 이 아파트 사진으로 ㅎㅎ


 좁은 곳 3곳에 우리의 추억이 가장 많이 쌓인 곳들이 모여있다.
 피터네 집은 나에겐 맨 처음 호주를 즐겁게 시작하게 해준 곳이며 애증의 공간
 애플에겐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신이와 내가 픽업해서 데려온 첫 호주 집

 그리고 아파트는 정말 힘들게 일할때 애플과 하루벌어 하루벌어 먹고 살면서 힘겹게 지내다 카나본 올라가기로 결심하게 했던 그런 의미

 그리고 렌트하우스는 첫 렌트를 하면서 희노애락을 느꼈던 곳. 참 이렇게 별거 아닌 동네 산책만으로도 호주에서의 모든 일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평소 같으면 그냥 또 지나쳤을 곳들인데도 오늘은 날이 날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폴라드 스트릿을 빠져나가 하본 스트릿에 들어섰다.
 이 곳들도 마찬가지.
 여기는 예전에 MJ,SR 살았던 집인데 하면서 회상에 잠기고 더 웃긴건 그 집을 나중에 남기가 관리하게 되서 렌트양도 넘기느라 고생했고.

 애플 사진에 뒷 배경에 나오는 집은 신이가 살았던 아주 낡은 집. 정말 바닥 나무가 위로 튀어올라서 아주 골깟던 옛날 집. 그래도 그 곳에서 얼마나 기타모임을 자주하고 술을 자주 먹었던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을정도로 다들 돈이 없던 시절이지만 너무나 즐거웠다. 지금은 돈이 남아돌아서 시나브로가서 19불짜리 돼지갈비를 몇인분씩 시켜먹고 해도 그 땐 10불 20불 모아서 KFC가서 닭한번 사먹고 맥주 먹으면서도 힘겨웠고 그러면서도 즐거웠었던 시간들.

 IGA에 도착해서, 서브웨이에 들어갔다.
 애플에게 " 마지막인데 니가 직접 주문해 볼래? " 묻자. 역시나 나보고 시키란다.
 주문을 해서 큰걸로 2개 주문하고 바로 옆 IGA에서 음료수를 좀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왔다갔다 약 한시간의 이 길.
 그러면서 재화 얘기가 또 나왔다.
 매일 계란 공장 일끝나고 IGA에서 내려줘서 여기서부터 마리오랑 함께 여름에 더울때 걸어 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IGA에서 현재 사는 Jugan st.집까지 거의 걸어 본 적이 없으니 알기는 알아도 어떤 체감느낌은 별로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한시간을 걷는데 이 길을 매일 걸었을껄 생각하니 안쓰럽고 새삼 재화녀석이 또 괴씸해진다.

 처음엔 재화를 이해했지만 나중에 결국 자기 필요에 의해 데려다 줄 수 알았다는걸 알았을 때 배신감이 컸다는 애플의 말에 더욱 녀석이 짜증난다. 암튼 우리에겐 떼어낸 암세포 같은 존재. 

 



 걸어서 집에 다시 돌아오니 땀이 범벅이다.
 그리고 좀 쉬면서 사가지고 온 서브웨이 버거를 먹는데 맛있다고 좋아한다. 난 잘 안넘어가서 내꺼까지 주니까 주문할때 너무 많다고 난리치던 애플 큰걸로 2개를 게눈 감추듯이 먹는다. 이렇게 좋아할줄 알았으면 시나브로 가서 소주 먹을 시간에 햄버거 하나라도 더 사줄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에 걸린 시계를 봤다.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온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애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온다. 
 애플 가는 거 보려고 왔다며 일을 일찍 끝마친 딘이라던가 상철이등이 집에 왔다.




 그리고 좀 있으니, 남기, 동관이,지건이가 왔다.
 애플 공항에 데려가 주겠다고 온 것이다. (당시 나도 차를 판 상태니..난 원래 차를 빌릴려고 했다)
 
 고마웠다.
 자기 일들도 바쁜데..

 일단 아직 시간이 남아서 애들한테 냉장고에서 음료수 좀 꺼내주고, 잠시 있는데 애들이 또 놀리기 시작한다.
 " 이따 공항가면 경무 우는거 보겠다 " 이러면서 아주들 난리..

 애플의 짐정리가 마무리 되고, 2시가 조금 넘었다.
 좀 더 있을까 싶었는데 마음이 시려서 그냥 일찍가기로 하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슬슬 공항가자 "
 " 아직 시간 있잖아 " 남기가 말하는데 " 그냥 가자 일찍 가자 " 라고 얘기하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차에 올라탔다.

 애플의 기분은 지금 어떨까.
 홀로 떠나는 사람의 마음
 홀로 남는 사람의 마음
 나는 지금 말로 표현 못할 기분인데 애플도 그럴까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대화는 거의 없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애들이 말한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공항 가는 길이 끝나지 않길 바랐지만 호주의 아주 훌륭한 교통사정으로 20분도 안되서 공항에 도착했다. 멀리 공항이 보이자 아 진짜 가는건가, 별의 별 마음이 들었다.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는 동안 가지 말라고 말할까, 이런 생각도 해보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출국 수속을 하고, 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출국카드 작성하고 뭐하면서 잠시 머물었다. 아직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한시간은 넘게 애플이랑 함께 있어야 되는데 난 또 나대로 애들이 한시간동안 기다리는게 좀 맘에 걸려서 일찍 들여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면 보고있으면 아주 눈물을 쏟고 난리도 아닐게 두려워서이기도 했다.

 " 경무 슬슬 울때 됐는데 " 막 이러면서 애들이 놀리는데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애플도 덤덤해 보였다.
 
 애플은 " 오빠들 그냥 가 나 먼저 들어갈게 " 이러고 나 역시도 " 가자, 들여보내고 .. "
 애들은 왜 그러냐고 한시간 정도 더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도 우기고 애플도 우겨서 그냥 애플을 들여보내고 우리는 가기로 했다.

 


 사진을 찍고,  몇달 뒤에 만나자고 얘기하면서 애플이랑 인사를 나누면서 눈을 보는데 잘 울지 않는 이 여자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웃으면서 손 흔들고 진한 포옹한번 나누고 들여보내는데 애들이 "아 괜히 우리 있어서 키스도 못하고 그런거 아냐? " 막 이러는데 평소같으면 농담따먹기도 했을텐데 아무대답도 안나왔다. 애플을 들여보내고 시계를 보니 출발까진 아직도 1시간도 넘게 남았다. 여기서 혼자 한시간동안 멍때리고 있겠네 하는 생각에 또 괜히 울컥.

 주차장에 와서 차를 타고 퍼스시티로 향하는 길.
 차를 타고 창문을 열어 창밖을 보는데 비행기를 떠나보낸게 아니라, 아직 공항안에 애플이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애플을 떠나는 것 같아 갑자기 요상한 마음에 가슴이 울컥 하더니 눈물이 쏟아져내린다. 애들이 있어서 소리내 울진 않았지만 창문을 열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레 가렸다. 앞 좌석에 앉아있던 남기가 그 모습을 봤는지 농담을 걸어온다.

 내가 퍼스시티에 도착하고 나서도 아직 애플은 퍼스 공항안에 혼자 있겠네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슬퍼진다. 친구들이 집에가면 반겨줄 사람도 없는데 들어가서 뭐하냐고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해서 남기네 집으로 갔다. 잠시 집에 앉아서 멍하고 있으니 나가서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애들이 술 마시러 가자고 얘기한다.

 " 오늘 같은 날 또 한잔 해줘야지.. "

 아직.. 애플이 안떠났으니까.. 좀만 기다리자.
 이러고 시계를 보다가 애플이 비행기를 타고 호주를 떠났을 정도의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는 술을 마시러 갔다.  한국식 드럼통 고깃집인 '통'에 가서 고기에 술 한잔 하면서 애써 웃으며 " 아 자유다!!! " 이러면서 얘기했는데 DK가 속깊게 자기도 한국에 여자친구 있어서 누구보다 맘 잘 알겠다며 위로해준다. 다들 날 위로해준다고 통에서 또 2차로 시나브로로 향했다. 시나브로에서 술 마시고 신나게 노는데도 마음이 계속 무거워진다.

 술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트레인에서 내려서 글렌다로 스테이션에 내렸다.
 불과 몇시간전에 애플과 함께 걸었던 그 길 그 장소.

 스테이션에 내리자마자 눈물이 미친듯이 흘러내렸다. 울면서 집까지 걸어갔다.
 다행이었다. 호주는 한국 같지 않게 저녁만 되면 어둡고 인적이 드물다.

 스테이션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5분 여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리고 소리내어 크게 울었다.
 그 어느곳에도 내 울음 소리가 닫지 않는 적막함 속에 내 울음 소리만 울려퍼졌다.

 집 가까이 다가오자 우리집에서부터 또 시끌벅적 소리가 들린다. 애들 소리다.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목소리에 괜히 울컥 한다.

 마음 한편에 오늘 같은 날 애들이 날 위로해주겠지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난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들어오느라 밤 늦게 오긴 했는데 난 이렇게 슬픈데 웃음소리가 날 짜증나게 했다. 애들이 애플 잘 갔냐며 묻는데 난 별 말 안하고 거실 바닥에 쓰러졌다. 가만히 있으니 애들의 웃음소리가 계속 된다. 내 울음소리는 애들의 웃음소리에 묻혔다. 그리고 밤늦게 12시 넘어서까지 계속 된 웃음소리에 그만 나도 모르게 애들한테 화를 내고 말았다.

 " 씨발 좀 조용하라고! 잠이나 자! " 라고 크게 소리쳤다.
 나중에 미안했지만 그 날, 참 너무 슬픈 마음이었다. 결국 애플을 보낸건 내 의지와 애플의 의지였는데 괜히 애들한테 성질을 부렸다. 애들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화냈던 날인것 같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아침에 출근을 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밥을 먹을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냉장고 한가득 각종 밑반찬이...

 찬장을 열어보니 각종 라면과 통조림들이....

 " 오빠 밥 걱정 안하게 다 준비해놓고 갈게 " 라고 말했던 애플이 떠오른다.

 눈물이 또 난다. 허전한 마음.
 
 그렇게 애플의 큰 빈자리 속에서 나는 호주 생활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포스팅 후기)

  애플과 오늘 전화로 다투고 나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 다시 한국에 와서 만나고 싸우고. 새삼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니 화해전화라도 걸어야겠는데 남녀사이가 뭐 그러다시피 괜히 자존심을 또 내새우고 이렇게 싸우고 있다. 내일 함께 놀러가기로 했는데, 마음이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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