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05 [인도/다즐링] 여행은 계획대로 안되니 여행이다.


 
  다즐링(다르질링)에 와서 매일아침 날씨를 확인하는게 버릇이 되버렸다.  사실 타이거힐에 일출을 보기 위해선 새벽 4시에는 일어나서 지프를 잡아 흥정하고 가야되는데 날씨에 대한 기대감이 0에 수렴하다보니 그냥 편하게 늦게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서 안개로 가득한 날씨를 확인하고 안심하는게 일이다. 


  나갈 준비를 하고 김병장과 카톡을 했다. 숙소 앞에서 만나 우린 함께 아침을 먹으로 갔다. 식당들이 몰려있는 초우라스타로 향하던 길, 론리에서 엄마의 맛이라고 극찬을 한 소남스 키친 Sonam's Kitchen이 문을 열고 있다. 


 " 김병장아, 여기 론리에서 엄청 극찬한 맛집이다."
 " 아 그래요? 뭐가 맛있데요? "
 " 뭐 샌드위치 팬케잌 이따위꺼 ㅋㅋㅋㅋㅋ "


 그러면서 지나치려는데 김병장이 여기서 밥을 먹자고 한다. 김병장을 유심히 보니 역시 여행블로그를 열심히 본 사람 답게 가이드북과 여행블로그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론리플래닛에서 극찬했다는 얘기를 들은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한다.  어쨌든 나도 그렇게 극찬하는 맛이 어떤 맛인가 싶어 오케이 하고 우린 소남스키친 안으로 들어갔다.



▲ 정갈하게 맛있던 소남스 키친의 샌드위치

 인상 좋은 티벳 여자(난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티벳여자? 네팔리? 시킴여자? 부탄여자? 그냥...티벳이 젤 이해하기 쉬울듯..)가 미소로 우릴 맞이 한다. 


 가게는 작지만 정갈하고 깔끔했다. 정말 인도 답지 않다. 한켠에 자리잡고 앉아 나는 그렇게 맛있다는 엄마의 샌드위치 맛이라는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김병장은 팬케잌을 시켰다.  큰 기대감은 없었다. 론리에서 극찬한 만큼 유명세가 있었을테니 음식 가격도 제법 현지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 이 가격에 맛이 없으면 말이 안되지 않겠나.

▲ 김병장이 먹은 팬케이크


 
  샌드위치가 나왔고 맛을 보니 맛있었다. 엄마가 샌드위치를 해준적이 없어서 엄마의 맛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이드북의 말은 그냥 흘려지나쳐 듣는게 정답이다. 나는 가성비 신봉자다. 비싼 값은 비싼값을 해야하고 싼 값의 것은 싼 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가격에 이 맛이라면 굳이 최고라는 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맛있으니 돈 많은 분들은 즐겁게 드시면 될 것 같다.



 김병장은 팬케잌에 커피까지 시켜서 아침을 즐겼다. 요새 아이들은 정말 입맛이 완전 서구화 된 듯. 암튼 맛있게 아침을 해결 하고 그냥 무작정 걸었다. 김병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동물원 가는 길. 그냥 동물원에 가보기로 했다.  한적한 길, 다즐링의 길은 모두 훌륭한 산책로다. 큰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있고, 높은 지대에 위치해서 어디서든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동물원으로 향하는 길 문득 너무 행복하단 생각을 했다.


 다즐링의 산책로들(그냥 길이겠지만..)이 너무너무너무 좋다.  걷는게 즐거운 길




 어느새 우린 동물원에 도착했다.  현지인의 두배에 달하는 100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동물원, 언뜻 보기에도 그리 크지 않은 동물원이다. 그렇지만 제법 잘 꾸며놓은 동물원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동물원엔 그래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있었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이 곳은 이 곳만의 특징이 있었다.


 아무래도 히말라야에 인접한 지리적 특성답게 히말라야에 사는 동물들이 많이 보였다. 히말라얀 스페셜!!!!  히말라야 늑대, 레오파드들, 뱅갈 호랑이등 동물은 적지만 제법 볼만 했다.  


 무엇보다도 100만년만에 와보는 동물원, 정말 입장료가 하나도 안아까울 정도로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호랑이!!!! 그 중에서도 이 지역의 뱅갈 호랑이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진짜 코앞에서 보는데 너무너무 멋짐!!! 







 호랑이 중에 시베리아 호랑이가 제일 크다던데 뱅갈 호랑이가 이정돈데 시베리아 호랑이는 진짜 지릴듯. 호랑이 보면서 만약 정글/산에서 호랑이 마주치면 얼마나 지렸을까 떠올려봤다. 암튼 호랭이 좋다.    그리고 우린 계속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니 HMI 히말라야 등산 학교가 나타난다.


 입장료에 HMI도 포함되어있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잠깐 이 곳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히말라야 등산 학교 HMI는 전설적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세운 학교로 히말라야 등반,역사 물건들이 전시가 된 박물관과 등산학교가 합쳐져있는 곳이었다.  등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미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안에 들어가서 박물관을 구경하는데 에베레스트의 등반 역사, 그리고 초창기 등반대의 장비들,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던 등반가들에 대해 볼 수 있었는데 등반에 문외한이지만 정말 극한에 도전한 인간들의 위대함이 느껴져서 숙연해졌다. 초창기 등반 장비를 보면 정말 어찌나 허접하던지 저런 장비를 가지고 그런 극한에 도전 할 수 있는지 놀랍다. 스쿠버 다이빙도 초창기 장비들을 보면 나는 절대 못하겠다는 싶을 정도로 극한 그 자체다.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인간들은 항상 극한을 추구한 이들이었다. 정신병이 걸릴 정도로 진리를 향한 그 열정, 목숨을 잃을 정도로 극한의 도전들을 해낸 사람들.


 언제나 인류는 그런 이들로 인해 조금씩 한발자국 전진하고 전진하고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한발자국씩 내딛은 그 힘들이 모여 우리 인간의 영역은 무한히 확장 중이다. 다시 한번 위대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재밌게 박물관을 보고 나와 우리는 다시 동물원으로 향했다. 우리는 희귀종 레드팬더를 보러 갔다.





 나는 이 팬더에 얽힌 사연이 있다. 옛날에 중국여행 때 쿤밍 동물원에서 이 팬더를 봤는데 그 땐 희귀종인지도 모르고, 팬더인지도 모르고, 무슨 너구리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나 했었다. 오랜만에 보는 레드 팬더는 여전히 귀여웠다. 진짜 레드팬더찡 완전 귀여움


 너구리 한마리 몰고가고 싶은 기분.  우리의 동물원 구경은 그렇게 레드팬더를 끝으로 끝! 재미나게 동물원 구경도 하고 나온 우린 허기져서 동물원 바깥에 노점에서 잠시 앉아서 쉬면서 모모로 허기를 채웠다.

 


 이제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김병장은 또 '가이드북'에서 본 티벳자활센터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맥그로드 간즈부터 티벳인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라진 나는 별로 땡기지 않았지만 딱히 가볼 곳도 없었기에 가기로 마음 먹고 모모 주인 할머니에게 길을 묻는데, 할머니가 길을 가르쳐주는데  또 다른 손님인 티벳할아버지가 아니라면서 다른 길을 알려준다. 둘이서 한참 실랑이. 둘의 얘기가 서로 다르다. 




 길이 아예 달랐기에 나는 여자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떠올라 할머니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가는데, 작은 오솔길 기분이 나는 길이었다. 뭔가 동네 약수터 가는 길 같은 그런 오솔길이었는데 중간에 갈림길을 또 마주했다.


 아..또 선택의 시간이다. 그런데 이 갈림길은 너무나도 고민 되었다. 안그래도 가는 길도 확실치 않은데 섣불리 선택하기엔 조금 망설여져서 멈칫 하는데 저 뒤에서 현지인이 한명 걸어온다.


 " 티벳 자활 센터 어떻게 가요? "
 묻자.  뜬금포로 존나 멀어서 차타고 가야된다고 얘기를 한다. 
 이게 뭔소린가...


 이 오솔길로 가다간 진짜 안되겠다 싶어서 우리는 그냥 무작정 언덕 아래로 보인는 큰길인 Hill Cart Rd로 내려가서 다시 길을 묻기로 했다. 길도 없는데 그냥 언덕을 또 막 내려갔다. 내려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 이보시오!!! 티벳 자활 센터를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하오!! " 물어보니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 거기 존나 먼데... 차타고 가야되는데 "

 아 이 무슨 뜬금포
 분명 론리 지도에는 불과 100-200미터만 더 가면 나오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존나 멀다니 뭔 소린가



 결국 의견을 모두 종합하면 티벳 자활 센터는 론리 지도에 표시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다. 즉 모모 할머니는 옛날 자활센터가 있던 위치를 알려준 것이고 그 손님 할아버지는 새로 이사한 자활센터를 알려준 것. 씨발..... 뭐 여자말을 들어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활센터고 나발이고 나는 별로 땡기지도 않았던터라 그냥 가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 포기하면 편해.
 김병장도 조금 지쳤는지 포기.


 그렇게 우린 그냥 차 밭이나 구경가자며 해피밸리 차 농장으로 가기로 했다.  엄한 곳에서 해피밸리를 물어보니 현지인들이 지름길을 알려준다. 물론 다즐링을 감싸는 큰 길인 Hill Cart Rd로 쭉 따라 걷다가 언덕아래로 내려가면 되겠지만, 현지인들이 우리의 현재위치에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Hill Cart Rd 아래쪽에 위치한 길인듯. 역시 산에 위치한 도시 답게 길들이 등고선처럼 되어있다.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우린 언덕아래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그냥 걸었다.




 가정집들이 있는 말 그대로 이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로컬플레이스.
 우리가 머물고, 돌아다니는 곳이 다즐링의 시내라면 이 곳은 주거구역인 격이다.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다즐링에서 이 곳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이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는데 개성있는 집집 마다 집 안주인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들.


 창문가에 꽃화분들을 정갈하게 놓기도 하고, 각자의 개성이 엿보이는 집들. 그리고 내 기분 만큼 점점 맑게 날씨가 개어 어느새 한켠으로는 차 밭이 보인다. 행복한 길이다. 김병장도 조금은 맘에 들었는지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여행 중, 괜히 부심부리는 것 같아 여행이 어쩌니 저쩌니 잘 얘기 안하지만 김병장에게 꼰대짓을 한번 해본다.


 " 나도 처음엔 가이드북 따라다니고 그랬는데 그냥 그런거 같아. 우리가 현지인이 알려준 이 길로 안들어왔으면 이런 이쁜 마을을 봤겠냐 "
 " 네 맞아요.. "
 

 " 여행이 그런거 같아. 계획대로 안되잖아. 그럼 또 거기서 그냥 즐길 수 있는걸 즐기면 되는거 같아. 우리가 그냥 티벳재활센터 쉽게 찾아갔으면 아마 나중에 기억도 안남을꺼야, 그런데 아마 이 여행이 끝나고 너가 돌아가면 나중에 이게 더 생각날껄 "

 
 아름다운 골목길을 지나치며 이들의 사는 모습도 가까이서 보고, 기분도 좋아졌다. 길도 너무나 편안했다.

 




 한참 걸어 도착한 해피 밸리,  넓은 차밭 한켠으로 큰 공장건물이 있다. 안에 들어갔는데 일요일이라고 차를 따지 않아 가동이 멈췄다. 조용하고 텅빈 공장 내부.  뭔가 북적한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실패!


 이번 여행에서 맨날 문닫고, 맨날 공사중이고 진짜 뭐가 제대로 생각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내려놨다. 포기하면 편하다. 그냥 해피밸리 안을 돌아다니다가 사무실을 발견 안에 들어가니 사람이 있었다.


 이 곳 관계자인듯한 남자와 서양인여행자들로 보인는 몇몇이 있다.  관계자는 서양인들을 상대하느라 우리에겐 관심이 없다.


 그냥 차밭 구경이나 좀 하다가 가자고 차 밭쪽으로 걷는데 싱그러운 녹색빛이 좋았다.  일꾼들 몇몇이 차를 따고, 큰 광주리에 차잎을 넣고 분주하게 언덕길을 오간다.




 이들이 저렇게 딴 차 잎이, 다즐링 홍차로서 전세계에 퍼져나갈 것을 생각해보니 조금은 신기하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다보니 김병장이 돌아가자고 한다.


 " 형님..그만 가시고 돌아가죠? "
 그런데 나는 그 차밭 위쪽 비포장 도로로 그냥 걷다보면 또 길이 이어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쪽으로 그냥 쭉 걸어가다보면 저 위로 올라가는 길 나오지 않겠어? "
 " 없으면요.... 어떻게요 "

 " 야..길은 이어져있게 마련이야 이어져있으니까 길이지 "


 그렇다. 지금 산에 위치한 도시다 보니 등고선처럼 분명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윗길로 가는 길이 있을테고 그렇게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김병장이 그래도 내 말을 따라줘서 우리는 함께 차밭을 따라 느긋하게 비포장 길을 걸었다.





 차밭을 지나니 다시 현지인들 마을이 나타났다.  정말 시장 구경만큼 나는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 보는게 좋았다.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가까이서 지켜보는 그 즐거움.


 한참을 걷는데 걷고 또 걷다보니 조금 지쳤다.  여기가 Hill Cart Rd를 기준으로 하면 어디쯤 까지 온 것일까?

 그리고 어느 순간 쯤. 여행자의 직감으로 이쯤이면 슬슬 위쪽 길로 이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여학생이 한명 있길래 여학생에게 물었다.

 " 여기 위로 올라가면 Hill Cart Rd 맞지? "
 " 네~ "

 


 당연히 연결이 되겠지. 안되는게 더 이상하지. 우리는 이제 위쪽 길을 향해 평지길을 끝내고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언덕길을 오르다보니 조금 지친다. 그 언덕길도 이들의 가정집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언덕길에 골목길이 형성되어있는 모습이 진짜 재밌었다. 그러던중 한 골목길에서 아주 작은 슈퍼와 식당이 붙어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식당 앞에 작은 의자가 있다. 우리는 조금 쉬어 가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 쉬면서 나는 식당에 살짝 관심을 보이는데 식당 바깥에 종이로 메뉴를 대충 써 붙여놨는데
 
 " Wai Wai 10 Rs "가 보인다.
 와이와이는 라면 이름이었다. 정말 작은 크기의 라면인데, 출출하기도 싶어서 식당 바깥에서 숨돌리며 안쪽에 식당주인아줌마에게 와이와이 한개를 주문했다. 김병장은 튀김모모(치킨)을 시켰다. 메뉴를 슥 보니 정말 가격들이 엄청 쌌다. 이게 현지인의 물가구나.


 이들의 사는 골목길... 
 우리 동네 분식집 정도 되지 않을까.


 음식이 다 되었다고 해서 식당안에 들어갔다.  작은 식당안에 앉아 와이와이를 먹는데 학교가 파했는지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한명이 들어온다.  작고 개구지게 생긴 여학생은 우리를 보더니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익숙하게 아줌마에게 " 덤알루 미미 " 라고 주문을 한다.


 소녀는 한쪽 테이블에 앉고, 아줌마는 소녀에게 라면을 하나 건네준다.  소녀는 라면을 받자마자 라면을 부셔먹으려는듯 마구 부신다. 그러더니 진짜 우리가 라면을 부셔먹듯 라면스프까지 부어서 섞는다. 너무나 익숙한 그 모습을 이 곳 다즐링에서 보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내 식당 아줌마가 소녀의 테이블에 덤알루를 내온다.  소녀는 덤알루에 아까 라면 부신것을 다 쏟아붓더니 마구 수저로 섞어서 먹기 시작하는데 너무 신기했다.


 덤 알루, 인도 누브라밸리의 투르툭에서 저걸 시켜먹었었지..
 김병장은 갑자기 저걸 보더니

 " 형님 저 저거 뭔지 알겠어요. "
 " 뭔데 "
 " 저 다즐링 돌아다니다가 저거 먹는거 봤어요, 여자애들이 슈퍼 앞에서 뽀글이를 먹더라구요. 근데 저거보니까 저게 그 뽀글이인것 같아요 "


 신기해서 여학생에게 " 맛있어? " 그랬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한다.
 우리가 식당에 앉아있는 동안 여학생들이 끊임없이 오면서 계속 "덤 알루 미미"를 주문한다.


마치 우리네 떡볶이 같은 간식,분식인가 보다.




암튼 잘 먹고 쉬고 우린 다시 언덕길을 걸어 올랐다.  끊임없이 올랐다.  언덕길 지옥!  언덕길을 계속 오르다보니 이제 학교가 끝난듯 학생들이 엄청나게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끝이 보인다.  학교를 지나쳐 오른 끝에 드디어 Hill Cart Rd까지 다 오르자. 어딘지 알겠다. 우리가 딱 다 올라오니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거기에 여학생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있다. 보니까 덤알루미미를 먹고 있다. 김병장이 자기가 여기서 처음 덤알루미미를 봤다는 것.




 진짜 슈퍼안에서는 여자 몇명이서 덤알루미미를 미친듯이 제조하고 있고, 여학생들은 그 앞에서 뽀글이처럼 덤알루미미를 미친듯이 먹고 있다.  여느 우리네 여학교 앞 모습과 똑같다. 이들에겐 이게 떡볶이다. 우리는 맛이 궁금해서 하나 주문해 먹기로 했는데 아까 그 식당과 다른점이라면  그릇에다가 덤알루를 내오는게 아니라 그냥 아예 뽀글이처럼 라면 봉지에 덤알루를 넣고 몇가지 양념을 쳐서 준다.  완전 신기. 


 덤알루미미를 받아들고 맛을 보는데 진짜 신기한 맛이었다.  덤 알루 맛이야 익숙한 맛인데 이게 라면과 스프와 그리고 몇가지 더한 양념까지 섞이니 재밌는 맛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맛을 최대한 표현하자면, 라면 부셔먹는 것처럼 다 부시고 스프까지 넣은데다가 닭도리탕에서 국물하고 푹 무른 감자를 넣어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그렇게 맵지는 않지만 매콤한편.


 정리하면 닭도리탕에서 감자와 국물을 떠먹는데 거기에 라면부신게 씹히는 느낌. ㅋㅋㅋㅋㅋ 
 우리 입맛에 엄청 맛있다는 느낌은 아닌데 또 맛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게 골 때리는게  제법 중독성있는 맛이다.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아마 이 여학생들에겐 어마어마하게 중독성 있는 맛일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신기하다.




 덤 알루 미미를 즐겁게 먹고 우린 걸어서 드디어 중심가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이다. 다르질링에 처음 도착해 내린 그 곳이다.   난 온 김에, 이제 다음 이동을 위해 갱톡행 지프를 알아보는데 200루피다. 예약 할까 말까 고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간 있다.  예약을 안해도 지프는 타고 갈 수 있겠지만 예약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또 밍기적 거리다가 일정을 미룰터.


 다르질링의 날씨가 이 모양 이꼴인 상태로는 어차피 그냥 빈둥거리는게 다일테니 미련없이 갱톡으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는 결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오전 11시껄로 예약을 했다. 김병장과 또 헤어질 시간. 



 예약하고 난 뒤 시장구경하며 초우라스타를 향해 한참 또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가는 길  핫 피자 플레이스의 유혹을 뿌리치고 초우라스타에 와서 나뜨뮬스로 갔다. 내일 다즐링을 떠난다고 하니 이제 나는 홍차를 구입할 시간이 지금 밖에 없었다. 


 선물로 구입할 홍차를 고르기 위해, 또 마지막으로 다즐링 홍차를 한잔이라도 더 마시고자 나는  홍차를 주문했다. 이제 용어들이 조금 익숙해졌다. 1st Flush, 2nd Flush Autumn 등등  비싼걸로 주문해서 먼저 1st와 Autumn을 비교해봤다.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마시면서 선물로 얼만큼 살지 고민했다. 돈이 충분하다면야 많이 사가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여행이 한참 남은 배낭여행자는 그럴 수가 없다. 가지고 다니는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여행경비도 생각을 해야 한다.


 홍차를 몇개 살지 고민했다.  이 사람 하나, 이 사람 하나, 사람 숫자를 세가면서 사갈 숫자를 계산하면서 계속 홍차의 맛을 봤다. 나는 심사숙고 하며 다시 또 다른 티의 맛을 비교하기 위해 다시 중간꺼 1sT, 2nd 를 주문해서 맛 보는데 역시 맛차이가 난다.  맨처음 다즐링 티를 마실 때는 1st가 맛있다더니 점점 2nd와 Autumn이 입맛에 맞는다.  그리고 난 큰 결심을 하고 차 6팩을 샀다. 더 많이 사가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6팩이 최선인것 같다. 오랜만에 거금이 한번에 뭉탱이로 나갔다.  인도 나갈 때까지 돈이 얼마 안남아서 돈 아껴쓰려 했는데 한번에 또 몇 일치 생활비가 나간다.  10루피 짜리 와이와이 먹고 다른사람 선물로 이만큼 쓰다니


 그래도 6팩 중에 꼬따오 형님들에게 드릴게 2팩이다. 꼬따오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무리 돈이 없어도 찬우형님,대니형님 드릴 선물을 사야지 않겠나. 오랜만에 보게 될 형님들 생각을 하며 기쁜마음으로 차를 골랐다.




 어쨌든  목돈이 왕창 빠져나가고  김병장과 나는 마지막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로컬식당들이 몰려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일명 마굿간 골목.  이 골목 초입에 마굿간이 있기 때문.   어느 식당을 갈까 하다가 역시 마지막은 쵸키네! (그 양곱창국,제육볶음 팔던 작은 식당)



 나는 떠나기전 양곱창국을 먹으려고 시키고 김병장은 뚝바를 시켰는데 양곱창국 진짜 맛있다.  국물도 시원하고 곱창들도 냄새도 안나고 훌륭하다.  김병장은 뚝바로 모자랐는지 쇠고기 모모를 시켰는데 파키스탄에서 봤떤 찹쇼로와 굉장히 비슷하다. 흔한 모모 느낌이 아니라 찹쇼로처럼 납짝만두 같았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와서 우리는 언제나 처럼 와인샵에서 맥주를 사서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술을 샀다.


 우리 숙소에서 술 한잔 하며 김병장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밤이 되고, 나는 방으로 돌아와  짐정리를 했다.
 내일 시킴의 주도, 갱톡으로 떠난다. 안녕, 다즐링



나이트엔데이와 함께 하는 즐거운 여행

즐거운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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