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이번 편은 호주 생활에서 비록 동생이지만 베스트 프렌드였던 신이에 대한 만남에서 부터 이별을 정리한 얘기입니다.  수기를 다 보신 분은 기억을 더듬어 보셔도 되고, 이번 기회에 워킹 수기 한번 더 처음부터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군데 군데 신이와의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73. 눈물의 이별
  12월 초부터 걱정스럽고 슬퍼졌던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함께 동고동락 해준 신이가 한국으로 떠난 다는 것, 호주 생활에서 더욱이 워킹홀리데이메이커의 생활에서 이별과 만남은 너무나 당연한 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워킹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는가, 하지만 신이가 간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이 가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비행기표까지 떡하니 끊어놓고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기 한달 전부터 그 생각만 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술 자리에서 신이 떠나는 얘기도 자주 나오고, 가기전에 여행 한번 가자.. 뭐 이런 얘기도 하게 되고,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신이...

 이 워킹 홀리데이 수기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것이다.
 맨 처음 호주에 도착해서 어리버리 까고 있었고, 윌(W)때문에 글렌다로에 처음 놀러가게 되었을 때 폴을 만났을 때 폴이 자전거 판다고 폴2한테 이빨까고 있을때 폴2랑 같이 온게 바로 신이었고, 기타모임 덕분에 친해지고 그렇게 만났던 신이.
 
 당시에 이제 막 호주 도착해 어리버리 까던 나에게 신이는 신같은 존재였다. 함께 지내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잡 없이 구직하고 다니던 신세였는데 당시에 퍼스에 삼성이라고 불리우던 바터를 다니고 있었으니 (물론 지금은 바터가 아주 개병신임) 무슨 말을 하랴, 당시 바터면 일주일에 1500불,2000불 이렇게 벌 때, 차도 얼마나 좋은걸 타는지 당시 차가격이 3800불이었다.

 나중에 카나본 갔다오고 이 녀석도 농장에서 세컨비자를 따고 와서 다시 퍼스에서 재회를 하고. 내가 계란 공장에 한번 꽂아주고 짤리고, 픽업하다 사고도 나고 암튼 우여곡절도 많지만 렌트를 하고나서 당연히 형이랑 같이 살아야지라며 흔쾌히 도와준것도 신이었다. 렌트 털리고 힘들 때 두번째 렌트할때도 굳은일 다 도맡아서 해주고 카지노도 같이 다니고 ㅎㅎㅎㅎ 돈도 같이 엄청 많이 잃고..

 그러다보니 추억이 너무 많이 쌓여버려서 그 추억에 녀석이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울적해졌다.

 호주에서 만난 아삼육이라고나 할까, 오죽하면 애플이 "신이한테 하는거 반만 나한테 좀 해봐 " 했을 정도니..
 
 말그대로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그 정이 얼마나 더 컸으랴.
 그런 녀석이 떠난다니 이건 말이 아니었다.

 12월 크리스마스 때, 다행이도 친구들끼리 여행가자고 얘기가 나와서 신이와 여행을 같이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우린 1월 1일 기념으로 또 여행을 가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그전에 해야 될 얘기가 신이의 도박 문제였는데, 도박=신,  신=도박 그 자체가 성립될 정도였다.

 신이는 내가 맨 처음 호주 왔을 때 이미 바터를 다니고 있었고 3800불짜리 차를 타고 다녔다. 내가 봐도 그렇고 본인도 얘기하듯이 Job운은 하늘이 줬다. 내가 카나본에서 내려오고 녀석도 이제 막 남부 농장쪽에서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갑자기 전화 한통 받고 또 주에 1500불 이상 버는 랍스터공장으로 출근했을 정도. 그거 끝나고는 계란공장, 계란공장 끝나자마자 쇠고기 공장. 정말 내가 아는 한 신이 일 쉬는거 한번도 못보고 계속 일하고 공장도 돈 많이 주는데만 다녔으니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으랴.

 내가 호주 첨 와서 한 두달 하루 벌어 먹고 살고, 카나본에서 한달, 퍼스내려와서 한달, 쉬었는데도 워킹 끝내고 번 돈을 계산해보니 약 85000불 정도 였는데

 신이도 더 벌었음 더 벌었지 못벌진 않았을 터.

 근데 문제는 도박이었다. 내가 카나본에서 내려왔을 때, 이미 신이는 도박에 중독되있었다.
 


 내가 카나본에 올라가고 나서 신이는 버스우드 Burswood (카지노가 위치한 동네)에 가기 시작했는데 역시 도박은 잃는것보다 따는게 무섭다고, 처음에 돈을 엄청 따는 바람에 그 때 카지노에 빠져든 것이었다. 카나본에서 내가 내려와서 퍼스에서 다시 재회했을 때 이미 번 돈들도 꽤 잃고, 차도 팔아서 카지노에 꼴아 박았다. 그걸 욕하고 붙잡아줬었는데 같은 집에 살면서도 나 몰래 카지노갈려다가 몇번을 걸리고 나는 못가게 하고 신이는 몰래가고 이 짓의 반복. 

 그러다가 내가 렌트도 날리고 차도 날리고 그러면서 대략 금전적으로 약 6000-7000불 정도 손해보는 일이 생겼는데 이것 때문에 욱하는 마음에 카지노를 가게 되었다. 사실 개처럼 일해서 번 돈이 존나 어이 없게 휙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잠시 이성을 잃었던 듯. 하지만 그 마음에 카지노를 가서 돈을 오히려 더 많이 잃게 되었다. 신이와 난 별의 별 계획을 다 세워서 가서 일주일 넘도록 맨날 따서 (우리의 계획대로..) 무슨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이라도 잡은듯이 이제 다시 회복하는구나 싶으면서 즐거워했다가 나중에 그게 썩은 줄이라는걸 알았다. 

 결국 최종적 스코어로 나는 약 2만불 (순수하게 내돈 잃은것만, 보통 카지노에서 돈 잃은 사람들은 땃다가 잃은돈도 잃었다고 부풀림) 을 잃었다. 

 뭐 어쨌든 나는 그래도 벌어둔 돈이 있어서 이 악물고 그냥 잊고 할 수 있었지만, 신이 사정은 좀 달랐다. 말그대로 어차피 푼돈 몇푼 들고가나 카지노에서 올인해서 좀 회복해서 가나 그 차이. 

 암튼 이렇게 도박얘기를 길게 하는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1월 1일 여행때도 그랬다. 신이는 몰래 카지노에 갔다. 분명 아침 6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퍼스 역에서 사람들이랑  다 보기로 했는데 애가 없다. 알고보니 새벽에 나갔던 것.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알았다고 한 애가 오지 않았고 결국 7시쯤 전화해서 " 형 미안해 못가겠어 " 라고 얘기하는데 그 날 신이는 호주에서 마지막 승부였던 것 같다.

 마지막 여행은 그렇게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신이를 위한 파티.
 사람들이 모두 우리집으로 왔다. 이 파티의 끝. 새벽이 되면 신이는 공항으로 떠난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기분이 너무 울적했다.
 안그래도 한달전부터 술만 마시다가 신이 가는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는데 덕분에 이걸로 애들이 맨날 뭐만하면 경무 울겠네 울겠네 이러면서 놀리는데... 

 그 날, 정말 감정이 복받쳤는지 폭풍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울고 신이도 울고.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참 보기 좋았는지, " 내가 호주 떠날 때 누가 날 위해 울어줄꺼야.. " 이런 얘기부터 참 좋은 얘기들을 많이해주는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술이 너무 취해 신이랑 얘기도 거의 못하고 잠들었다가 새벽3시에 깼다. 
 다들 출근하는 새벽인데도 모여줘서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는데 애들이 신이 간다고 날 깨웠다.
 
 짐을 챙겨서 집 밖으로 향하는 신이.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술은 너무 먹어서 죽을 것 같고, 당시 아침에 새로운 공장 첫출근이라 째지도 못하는 상황인것도 짜증나고 자다 깨서 정신도 없는 와중에 신이를 배웅하는데..

 나에게 두손 꼭 붙잡고 신이는 말한다.

 " 형. 카지노 가지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만은 꼭 웃으면서 호주를 떠났으면 좋겠어 "
 " ...... "
 " 형 형이 그랬지 마지막 남은 몇천불이라도 그냥 한국 가져가라고.. 이제 그렇네 그 몇천불이라도 가져갈껄 그런 생각이 드네 형 카지노 절대 가지마 "

 눈물이 났다.

 그렇게 신이는 한국으로 떠났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고 돌아와서 집에 들어오는데 또 눈물이 났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신이가 퇴근해서 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야 되는데 안들어온다.
 신이가 없다.

 마당에서 담배를 피는데 빨랫줄을 보는데 또 눈물이 난다.
 저거.. 이 집 이사와서 신이랑 같이 빨랫줄 고쳤는데...

 집 안 구석구석 신이가 안도와준게 없었다. 너무나 큰 빈자리...
 그렇게 호주 생활의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신이가 떠나갔다.

 이렇게 워홀의 만남은 언제나 이별.
 
 때문에 호주에 오래 사는 영주권자들이나 학생애들이 쉽게 맘을 안여는게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맘을 열어주고 살갑게 챙겨주던 친구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또 그들이 굉장히 보고싶어지는 날이다.

 아래 신이와 즐거웠던 추억의 사진들로 포스팅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 사진 아래 : 차이나 타운에서 술 먹다가, 신이가 술먹고 쓰러져서 남기 옆에 누운거, 신이의 손이 남기의 거기를 묘하게 ㅎㅎㅎㅎㅎㅎ]


[ 사진 위 : 내가 너무 좋아하는 훠궈. Steam pot, hot pot 뭐 이렇게 불리우는데 진짜 맛남. 저게 진짜 짱. 절대 많이 시키지 말고 3인분 정도만 시키길 바람. 정말 많이 먹었는데 3인분 시키나 5인분 시키나 양 차이 없음. 2인분만 시켜도 됨. 대략 적정 인수는 5명가면 2인분이 적당. 배부름. 술 값 아끼고 싶으면 차이나타운가서 저거 먹고 한국 술집 가도 됨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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