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0 [인도/라다크]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세얼간이의 촬영장소인 슈팅포인트에서 한참을 놀던 우린, 지프에 다시 올라 레로 향했다.  레에 도착해서 곧장 스리나가르로 향할 수 있다면 가기로 논의를 마치고, 레로 향하는 길.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또 이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내 평생 다시 못올지도 모르는 이 곳.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판공초. 정말 안녕!


 한참을 달려 레에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강용해 사장한테 스리나가르 행 지프를 수배해달라고 하고, 지프를 예약하는데 다행이도 자리가 있어서 스리나가르행 지프를 예약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린 지프 시간 전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다.   잠시 지프처리하고 이것저것 짐 좀 빼놓고 하는 동안, 쏘세지는 뺀질거리던 운전기사 남걀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던 것인지, 강용해 사장에게 남걀의 일에 대해 상세히 얘기를 했다. 심각하게 한참을 듣는 강용해 사장은 사과를 한다.  그는 분명 안다. 한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리란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심각한듯 받아들인다. 한국인들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 할테니 그도 분명 남걀에게 뭔가 주의를 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짐을 한켠에 두고, 밥을 먹으로 '아미고'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인들로 바글바글 거리는 아미고.   이제 이 한국음식 비슷한 아미고의 음식들을 먹는 것도 안녕이구나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레에서 어느덧 거의 2주를 넘는 시간을 훌쩍 보냈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미고에서 밥을 먹고, 우리는 다시 강용해 오피스로 간 뒤에, 마지막 짐정리를 한번 더 했다.  그러고 있는 동안, 레에 있는동안 몇번 마주쳤던 어떤 한국여자가 거기 앉아서 있으면서 이것저것 묻는데, 처음 여행 나온 듯, 아주 기초적인 질문들을 한다. 여행사에서 표를 끊고 이게 자꾸 로컬이냐고 묻는데 잘 못알아듣는다. 그러더니 인도사람타냐고 묻는데, 조금 답답했다.  차근차근 잘 설명해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지프가 도착했다.


 지프에 짐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강용해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우린 차에 올랐다.  정말 레를 이렇게 떠나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막, 레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있을테고, 너무나 일상처럼 이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자들로부터 떠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스리나가르행 지프는 잠시 레 버스터미널 근처에 서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승객을 태우려 기다렸다.  터미널 근처에 세우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로컬피플(현지인)을 세우는 듯.  그 잠시를 못참고 또 군것질 대마왕들인 쏘세지와 진이 둘이서 시장이 이 근처라며 지프에서 내려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미쳤다 얘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그러고 있는동안 예상대로 현지인 승객이 지프에 올라탔고, 운전기사는 담배한대를 피며, 여자들 어디갔냐길래 시장에 뭐 사러 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 한다. 운전기사녀석은 제법 스타일리쉬한 젊은 녀석이었는데 내가 보기엔 20대 중후반이었지만, 분명 이 정도 얼굴이라면 겉늙어 보이는 인도사람들의 얼굴을 고려할때 아마 10대후반이나 20대 초반이리라..


 어느새 쏘세지와 진이가 나타났는데 과자며, 과일들을 또 한아름 사왔다.  그리고 차안에 있는 현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운전기사한테도 나눠주고, 아주 맏며느리감들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길.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 



 Go West

 서쪽으로 향하는 길.
 
 만약 우리가 레에 더 머물면서 알치 같은 레 주변의 작은 마을을 여행했더라면 한번은 가봤을 그 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처음 가는 길.  길은 이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포장이 잘 되어 깔끔했다.   우리의 루트와는 반대로 여행했던 통영애들이 스리나가르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런 얘길 했었다.   길도 포장이 잘되어있고, 스리나가르가 고도가 낮은데, 스리나가르부터 레까지는 크게 높은 도로 없이 천천히 고도가 높아져서 부담없는 길이었다고.



 정말 그 말대로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길은 굉장히 좋은 길에 편안했다. 사실 인도여행이 처음이라면 이 길 조차도 고역일지 모르겠지만, 이미 여기서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에겐 뭐 안락함 그 이상이었다. 레에서 스리나가르까진 대략 12시간 정도의 짧은 길인데, 아마 아침이나 새벽쯤에 도착 할 것 같았다.



 여기서 잠깐! 스리나가르와 잠무&카쉬미르 주에 대해서!
  
  잠무&카쉬미르 주 (Jammu & Kashmir )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분쟁지역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 땅을 두고 수 없이 싸우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 주민들의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과는 달리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라는 것. 애시당초  인도, 파키스탄,방글라데시 3나라는 모두 한 나라였지만 분리과정에서 대다수의 종교를 차지하는 지역별로 나뉘게 되어 그렇게 나누어졌고, 잠무&카쉬미르 또한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인도땅으로 편입되며 끝없는 분쟁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향하고 있는 스리나가르는 잠무&카쉬미르 주의 주도이다. 따라서 분쟁지역의 중심은 바로 그 스리나가르가 있는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지만 분쟁으로 인해 지옥으로 변한 그 곳, 흔히 스리나가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스리나가르는 대부분의 가이드북 조차 여행을 자제 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 말그대로 이 곳은 폭탄테러,총격적인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화약고 같은 곳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스리나가르로 향하고 있었다.

혹시 헷갈릴까봐 사족을 달자면 주 이름 자체가 잠무&카쉬미르 이다. 그래서 J&K라고도 쓴다.





 [ 잠무&카쉬미르 주 지도 ; 인도 쪽에서 만든 잠무 & 카쉬미르 주 지도는 모든 주의 영토를 표기하고 있다. 반대로 파키스탄에서 만든 지도 또한 스리나가르를 포함한 여러 도시들이 들어가 있다. 이 지도는 인도 쪽에서 만든지도, 현재 실효적인 영토선은 스리나가르와 까길 바로 근처다. 까길이 파키스탄 국경과 가장 가까운 곳 ]




 다시 여행기로~

 귀에 이어폰을 꼿고.  이번 여행 내내 즐겨 듣기 시작했던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듣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 전에, 나꼼수의 영향으로 팟캐스트의 재미를 알게 된 터라 그냥 무작정 아이튠즈 팟캐스트 순위에서 1위를 하고 있던 '이이제이'를 1편부터 당시 나온 데까지 쭉 다 받아가지고 왔는데 노트북이 고장난 마당에 내가 유일하게 즐길 거리라곤 이것 밖에 없었는데 너무나 잘 가져왔다. 정말 한편한편 들을 때 마다 현대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재밌게 여행 할 수 있었다.


 혼자서 또 이어폰으로 이이제이를 들으며 킥킥 거리니, 애들이 또 " 저 오빤 맨날 혼자 저래 " 이런다.
 " 야 너네도 이거 나중에 들어봐 존나 웃겨 "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만끽하며 우린 스리나가르로 향하고 있었다.  아주 포장이 잘 된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큰 마을들도 제법 보이고, 레를 여행하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풍경이나 큰 마을들에서 이색적인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렸을까 벌써 2-3시간은 넘게 달린 듯 했는데,  저녁이 되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제법 커보이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운전기사가 뭐 좀 먹고 쉬다가자며 차에서 내렸다. 우리도 내려서 뭔가를 먹을려고 했는데 운전기사가 한 식당을 가리키며 " 저기 존나 맛남 " 이러고 어디론가 간다. 우리는 일단 마을 구경을 살짝 해보고 싶어서 그냥 일단 걸었다. 



 돌아다니다가, 한국 아줌마 두분이서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  해외에서는 정말 한국사람들이 딱 표가나서 한번에 알아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식당에 앉아서 짜이랑 이것 저것 음식을 주문했는데 여자애들은 안먹는다길래 나와 수만 둘이서 에그커리 하나 시켜서 나눠먹기로 하고 짜파티랑 시켰는데, 모두 다해서 4명이서 단돈 100루피. 레를 벗어나니 다시 인도 물가가 시작됐다. 완전 저렴!!!!




 맛있게 먹고 다시 지프로 돌아와 다시 출발!  이제 완전히 해가 지고 어둡다.   지프운전기사는 밥을 먹고 졸음이 쏟아지는지 계속 하품을 하고 피곤해 하고, 길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아슬아슬한 길들을 달리고 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  귀에서는 이이제이가 계속 날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혹시 안들어보신 분들 있음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주 재미지다.  잘 몰랐던 현대사를 알아 가는 재미.


 어쨌든 밤이 되고, 계속 달리는데 마을들이 심심치 않게 하나 둘 씩 나타나는 가운데 운전기사가 많이 피로한지 마을이 나타날 때 마다 쉬었다.  그리고 짜이 한잔.  급한 일 없으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운전기사가 하자는데로, 그렇게 중간중간 검문소에 들리거나 하는 것 까지 포함하면 꽤 많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스리나가르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진 때, 또 어느 마을에 들려 쉬는데 게스트하우스도 하나 있고, 작은 식당과 슈퍼마켓이 있는 동네였는데 거기에도 서양여행자들이 있었다. 대단한 놈들이다. 정말 바퀴벌레처럼 없는데가 없다.


 가볍게 짜이 한잔 하고 쉬다가 또 출발.   가도가도 끝이 안날 것 같은 그 길 끝에 저 멀리 환한 대도시가 보인다.  저 곳은 어디일까?


 서울 시내 야경을 보면 붉은색 십자가로 도배가 있는 것 처럼, 그 곳은 녹색 불빛이 도배가 되어있다.  중동여행을 통해 본 익숙한 야경이었다. 

 모스크로 부터 퍼져나오는 녹색 불빛,  무슬림들의 도시다.


 [ 그린라이트 ㅍㅌㅊ?? ]

 그리고 그 곳은 심심치 않게 교전상태가 된다는 파키스탄 국경과 맞닿아 있는 무슬림들의 도시 까르길(카길)이었다.  차는 어느새 도심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기사로부터 까길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파키스탄과 맞닿은 도시이며 전쟁을 치뤘었다고,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까르길로 포를 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안그래도 스리나가르 테러에 대해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까르길은 더 하다니 괜시리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음울하고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칙칙한 분위기로 인해 마치 범죄자들의 온상일 것 같은 살벌함 속에 잠시 차를 세우고 그 곳에서 우리 지프에 타고 있던 현지인 승객들이 내렸다.  그리고 이내 다시 출발하고 곧 다시 또 검문소에 들렸다.  차에서 내려서 검문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 외국인 등록을 하고 여권검사를 했다.

 
 담배 한대를 피며, 있으니 군인들이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이제 레를 완전히 벗어나서 무슬림들의 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제 인종도 완벽하게 다시 일반적인 인도인 얼굴, 혹은 서양인들의 얼굴과 똑닮은(중동 사람들 처럼)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문소를 지나자 이제 다시 위태위태한 낭떨어지 같은 길을 달린다. 그렇게 스리나가르에 한발자국 다가가고 있었다.

 우리네 얼굴과 똑닮은 사람들이 사는 레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무슬림들이 사는 곳에 들어서니 왠지 모르게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다시 또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긴장감. 그리고 잠시 인도였음을 잊었던 나에게 인도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그런 기분이었다.  끝없는 어둠 속을 뚫고 그렇게 계속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길.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와중에 우리는 또 다시 이름 모를 어느 마을에 섰다.
 
 새벽 시간, 시간이 시간인지라 온통 어둠에 휩쌓여있는 마을이었다.  다만 어디선가 계곡물소리가 웅장하게 흘렀다.  엄청난 물 소리다.  비몽사몽에 대충 어두운 곳에서 소변을 보고, 물소리 나는 쪽으로 가니 거대한 계곡이다.  도대체 이 마을은 또 어딜까.

 정말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깊게 들어와서 살고 있는 걸까.  라다크 지역을 여행하며 그 어느곳보다 깊은 물음에 잠겼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째서 여기까지 흘러 들어와 살게 되었고, 여기서 뭘 해먹고 살까.  완벽하게 무슬림권으로 돌입한듯, 이젠 더이상 레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우리네 얼굴과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관광객들도 많고, 날씨도 서늘하고 여름의 인도라고 생각되지 않은지가 벌써 몇주가 훌쩍 지났는데 새삼 다시 진짜 인도로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옥이라는 스리나가르는 과연 어떨까, 온갖 기대감 속에 가득 찬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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