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에 앞서 이 카테고리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의의를 다시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여행에서 만나는 특이하고 재미나고 별의 별난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정말 다시한번 여러가지에 대해 일깨워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만 포스팅하는 특별한 카테고리다. 이 포스팅은 현재 머물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급하게 올린 것이다. 너무 얘기하고 싶어 참을 수 없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으로 이 포스팅을 적는다. 심지어 이제 막 필리핀에 도착해서 여행기도 올리기 전에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글을 보시면 아시리라.
아름다운 필리피노 마간다 바바에 '유진'
L.A카페라는 지금은 베이 카페로 이름이 바뀐 유명한 마닐라 마나떼 지역의 펍이 있다.
이 곳은 필리핀 여자를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중에 하나.
하지만 굳이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떠나서도 꽤나 재밌는 장소다.
이곳에서 맨 처음 만난 유진. 유진은 우리가 앉은 옆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 때까지도 이 여자가 그 곳에 있는 여느 다른 여자와 별 다를 바 없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유진과 친해지게 된 계기는 그녀의 한국말 때문이었다.
워낙 한국 사람을 많이 접하고, 심지어 한국에 갔다 왔다, 한국남자랑 결혼했다 이혼했다 하는 여자들이 많은 터라 한국말 꽤나 잘하는 필리핀 여자들이 많았지만, 유진은 더욱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한국어 농담을 하고 북한 사투리로 우리를 웃길 정도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아시리라.
유진 덕분에 유진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엘에이 카페(이름이 현재 베이 카페임에도 엘이이카페로 얘기하는 것은 모두가 이 곳을 엘에이 카페로 부르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에서 술 한잔 하고, 나가서 길거리에서 한잔 하고, 클럽에 가고 ,다시 또 길거리에서 술 한잔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L.A 카페에서부터 유독 친절한 모습과 다른 필리핀 여자애들을 챙겨주는 모습에서 '착하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자리를 바꿔가며 술자리를 가지는 가운데서도 계속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정말 이뻤다. 냉정히 말해 얼굴은 정말 못생겼다. 오해마시길 바란다. 어쨌든 그런 가운데 내가 파트너 없이 홀로 심심하게 앉아있노라면 괜찮냐고 재밌게 놀자며 나를 유독 챙기는 그 모습, 한 여자애가 춤추다 킬힐때문에 넘어지자 누가 부탁도 않했는데 웨이터에게 부탁해서 뜨거운 수건을 가져다가 찜찔해주고 맛사지를 해주면서 챙겨주는 모습에 진짜 착하구나 생각했다.
계속 술자리와 씨끄러운 클럽때문에 그리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착하다라는 인상은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득히하게 나와 유진 둘만이 남았다. 그 전까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어떤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고 서로 못을 박은 상황인지라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는데, 노점에 앉아서 술 마시다가 꽃을 팔러온 꼬마애가 자꾸 나를 귀찮게 하자. 나를 가리키며 유진은 말했다.
" 내 보이프렌드도, 내 친구도 , 내 손님도 아니다. 이 사람은 내 형제다 "
라며 변명을 해서 꼬마애를 쫒아보내려고 했지만 꼬마애가 믿지 않자 나중에 초강수를 둔다.
" 엄마는 필리피노, 아빠가 필리피노 근데 나는 필리핀 살았고, 이 사람은 한국에 살았다. 우린 형제다 " 이렇게 말하자 얼마나 코피노 (한국사람과 필리핀 사람 혼혈)가 많았으면 꼬마애가 수긍을 한다.
이에 못이라도 박는듯 유진이 날 가리키며 꼬마애에게 " 봐. 이사람 완전 한국 사람같지 않지? "
그러자 꼬마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러면서 꼬마애에게 장미꽃을 팔고 싶다면 이 사람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줘라 그럼 내가 하나 사주겠다. 라며 둘러대서 보낼려고 했는데 그말을 듣자마자 꼬마애가 진짜 여자를 찾으로 돌아다닌다. 진짜 웃겼다.
암튼 그러면서 유진과 더욱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사람들의 스타일, 필리핀 사람들의 스타일.
다른 아시아 사람들의 스타일. 어릴때부터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어릴때는 나도 다른 여자애들 처럼 저런 L.A 카페 같은데서 외국남자들을 구하며 돈을 벌었고, 굉장히 바람둥이였다. 내 첫사랑도 한국남자였고, 이제 까지 한국남자를 정말 많이 만났다. "
" 그런데 이젠 좀 바뀌었다. 한달 전에 필리핀 남자랑 결혼을 했다. "
- 근데 왜 엘에이 카페에 갔냐?
" 믿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놀러갔다. "
뭐 이런 대화를 하면서 여행 애기가 나왔다.
" 나는 여행자다. 나도 남자고 다른 사람들처럼 섹스를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좀 달라졌다. "
" 하지만 필리핀 여자들은 여행자와 이곳의 다른 한국사람들과의 차이점을 죽어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
뭐 이런 한탄까지. 얘기하고, 필리핀 정부 비판까지 깊숙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막 하루가 지난 필리핀인데 한 한달은 보낸듯한 느낌이었다. 관광지나 보러 다녔으면 절대 알수 없었을 것 같은 필리핀 정부에 대한 얘기, 필리핀 사람에 대한 얘기 정말 오랜만에 여행에서 오랜만에 '그래, 바로 이게 여행이야' 라는 기분에 너무 행복해졌다.
유진과 대화가 너무 유쾌하고 즐거웠다.
대화가 즐거웠는지. 내가 조심스럽게 슬슬 갈까? 라고 묻자 좀 만 더 애기하자고 하는 유진.
유진은 그러면서 현재 필리핀의 문제점을 애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필리핀의 지금 현재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사람은 끝없이 가난해지고
돈이 있으면 문제가 생겼을때 (예를 들은건 살해당했을때) 경찰들이 발빠르게 움직이지만
돈이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때 경찰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필리핀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강도도 너무나 많다. 그건 너 처럼 한국사람뿐아니라 필리피노인 나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절대 어두운 골목을 가지마라, 그들은 너가 외국인인걸 알아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넌 일본사람같다. 필리핀 사람은 일본사람은 돈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 선글라스나 카메라를 가리키며) 그들은 이 것들의 가격이 얼마인지 안다. 그들은 이거 훔치고, 심지어 널 살해할꺼다.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게 필리핀이다.
그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족도 형제도 그들에겐 오직 돈만 보인다. 돈이 보이면 죽인다. 그게 다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의 숙소까지 널 데려다 주고 난 돌아가겠다.
" 그래도 넌 여자잖아, 내가 알아서 찾아가볼게 "
" 난 필리피노고 넌 여기 처음온 한국사람이야. 내가 널 데려다주는게 맞어"
이러면서 끝까지 완고한 그녀.
그리고 대화를 끝내고 술자리에서 일어나 둘이서 숙소로 걸어오는데 다행이도 숙소가 근처였다.
근데 길을 걷던중 한 필리피노 소년이 나에게 다가오며 삐끼처럼 호객행위를 하면서 내 손을 잡는데 순간 느꼈다. 내 지갑에 그의 손이 닫는 그 느낌. 예전 인도여행 할 때 인파로 가득한 인도기차역에서 누군가 내 바지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었을 때의 그 느낌. 깜짝놀래면서 바지 주머니로 들어와 내 지갑을 건드린 그 손을 쳐내는데, 그와 동시에 유진이 그 소년에게 필리핀말(따갈로그)로 큰소리로 난리를 친다. 소년이 왜 그러냐는듯이 발뺌을 하자, 유진과 그 소년이 말싸움을 한다. 그리고 그 말싸움을 끝내고 다시 길을 걷는데, 유진이 얘기한다.
" 봤지? 이게 필리핀이야. "
" ........ 나도 느꼈어. 그 손이 내 지갑에 닿는걸.. "
" 똑똑히 봤어 그 손이 니 주머니로 들어가는걸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해 "
" 고마워.. "
" 아냐, 넌 내 브라더야 "
" 고마워.. " (고맙다는 말 밖에 할 말이..)
" 이래서 내가 널 데려다 주겠다는거야 "
그리고 숙소 앞에 도착하자.
밤에 절대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를 다시 한번 하면서,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고 말하는 그녀.
" 저쪽으로 다시 돌아가면 그 사람들한테 보복당할지도 몰라, 택시를 타야겠어 "
그렇게 난 그녀를 택시에 태워보냈다.
필리핀에 도착한지 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다. 정확하게 26시간이 지났다. 마치 한달이상 지났던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26시간 내에 그녀와 만나 참 많은 시간을 얘기 할 수 있었다.
술자리에서 잠깐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 너 진짜 착한것 같다. 너가 만약에 한국에 온다면 꼭 술한잔 살게 "
" 술 한잔만? "
" 좋아! 이미그레이션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꼭 연락해 "
" 나 외국인 등록증 있어. "
" 아.... "
유진은 한국남자와 결혼 했다가 한번 실패한 경력이 있다.
하루도 되지 않아 한국남자와 결혼했다가 실패한 수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한국 남자랑 결혼하면 맞을꺼다. 버림 받을꺼다 라고 얘기하는 여자들.
그럼에도 결국 돈 때문에 한국남자들을 찾는 여자들
이제 외국인 남자는 잊고 필리핀 남자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유진.
짧은 만남 속에서 긴 여운을 주는 사람이었다. 첫만남과는 달리 너무 아름다운 여자였다.
다른 여자들처럼 몸이나 팔려고 애쓰는 여자라고 맨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지만,
참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자기네 나라의 슬픔에 눈물 흘리며 얘기 할 줄 아는 여자였다.
한국 뉴스에서는 모자이크처리와 음성변조를 해주는데 필리핀은 그런것이 없다.
그것 때문에 한 성실한 경찰이 오해를 받아,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라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며 한국 스타일이 필리핀 스타일에 비해 훨씬 성숙되있다.
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며, '한국은 그렇지 않아 '라며 잠시 한국에 대한 욕을 날릴려던 내 자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며 분노와 슬픔을 따뜻함으로 바꾸는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숙소에서 랩탑을 꺼내들어 지금 이 글을 남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름답다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필리피노 '유진'에 대한 포스팅을 마친다.
마간다 바바에 유진!
( 마간다는 따갈로그로 이쁘다, 바바에는 여자를 뜻한다 )
포스팅 후기)
여행기와 이 글에 유진의 사진은 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배낭을 풀러 메모리카드 리더기를 꺼내고, 사진을 편집하고, 느린인터넷 사정에 사진업로드 하고 할 여유가 없네요.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 전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 와 있습니다. 자세한 여행기는 필리핀 여행기 곧 올려드릴테니 그 때 보세요. 필리핀 첫글이 이런 글이라 괜시리 기분이 좋네요. 필리핀 역시 명불허전. 필리핀 여자 쉽다 뭐 이런 애기를 첫 얘기로 적을 뻔했는데 천만 다행입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밤입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전 지금 이 무더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삭막한 필리핀 마닐라의 야경속에서도 너무 행복한 밤입니다.
그리고 지금 술을 많이 마시고 쓰는터라 많이 누락된 내용도 있을껀데 나중에 좀 더 보충하고, 유진 사진도 올려보겠습니다. 어쨌든 너무 빨리 이 즐거운 얘기를 올리고 싶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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