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71 [파키스탄/훈자] 훈자의 소소한 일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밍기적거렸다.  계획상으로 울타르 메도우로 가려고 했으나,  쏘세지가 일어나더니 몸이 찌부등해 죽겠다고 한다. 이글네스트 왔다갔다 한 것 때문인가,  어제 그것도 움직인거라고 또 게으름 피우는데 결국 12시 다 되어 갈 때까지 밍기적거리다가 울타르 메도우에 안가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안가도 상관은 없다. 훈자는 그냥 이 곳에 머무른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었다. 정말 훈자는 여행의지를 꺾는 곳이다. 계속 밍기적대다가, 그냥 오늘 하루도 빈둥대기로 한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밥부터 먹겠다고 어제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레인보우 레스토랑에 갔다.







 레인보우 레스토랑은 안에 들어가면 벽에 칠판으로, 항상  오늘의 메뉴 라고 해서 즉시 나오는 메뉴들이 적혀있었다.  오늘의 메뉴를 확인해 보니 치킨비리야니가 보이길래, 나는 치킨비리야니  쏘세지는 버섯크림스프가 먹고 싶다고 버섯크림스프를 따로 시켰다. 오늘의 메뉴 답게 치킨비리야니는 주문한지 몇분도 채 안걸려 나왔다. 비리야니의 맛은 깔끔하고 괜찮았다. 그런데  비리아니도 괜찮은데  무엇보다도 좀 후에 나온 크림스프가 대박. 정말 스프 제대로.  너무나 그리웠던 그 크림스프맛이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이걸 먹고는 완전 감동해서 둘이서 함박웃음 짓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정말 바보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제 밥먹고 이 집 음식 다 맛있겠다는 생각했는데 진짜 대박이다. 너무나 맛있게 잘먹고, 오늘은 빈둥대면서도 할 일은 하자 싶어서, 그동안 틈틈히 쓴 엽서들을 들고 나온  우린 엽서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길 가면서 사람들에게 우체국을 묻고 또 물어서 처음으로 항상 왔다갔다 하는 길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 처음으로 올라가봤는데 왠걸 가면서 깜짝 놀랬다. 지금까지 왔다갔다 했던 길은 번화가가 아니었다. 여기가 더 번화했다. 게다가 수 많은 가게들,  여기에는 내가 사고 싶은게 다 있겠다 싶었다. 학생들이 오가고 있길래 난 마침 일기 쓰는 볼펜도 다 떨어지고 해서 볼펜을 살려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재팬촉에 가면 있다는거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여유롭다. 햇살마저





등반가 하세가와의 이름을 딴 하세가와 메모리얼 스쿨




 가는 길, 슈퍼, 정육점, 치킨파는 가게 등등 온갖 유용한 가게들이 몰려있다. 왜 여길 이제서야 왔나 싶다.  쭉가니 하세가와 메모리얼 스쿨이 있다.  그래서 재팬촉인가 보다. 일본국기도 걸려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길로 그냥 쭉 가도 알리아바드가 나온 다는 것이다. 놀라웠다. 여길 이제서야 오다니. 식당들도 많이 보였다. 맨날 빈둥대느라 이 곳에 올 생각도 안했었다. 어쨌든 이 곳에서 펜 사고 잠시 둘러보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우체국에 가니 직원 3명의 작은 시골 우체국. 우표 물어보니 엽서하나당 35루피(350원) 나는 총 12장이다.  직원이 우표를 쭉 꺼내서 주는데 20짜리 1장, 15짜리 1장 두장을 붙여야되는데, 무려 24장의 우표-_-;;;  덜덜.   혼자서 열심히 우표 붙이고 하는데 우체국 장이 도와줘 금방 끝냈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인도에 간디가 있다면 파키스탄엔 진나가 있다



 이렇게 여행 중, 엽서를 보내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먼 이국에서 이 것을 받았을 때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엽서를 부치고 난 뒤 우린 숙소 근처로 와서 이발소로 향했다. 지저분해진 내 머릴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발 가격을 물어보니 150루피라는 제법 쎈 가격을 부른다. 일단 난 투블럭으로 자르고 싶어서 그 동안 머리 자르게 되면 보여줄려고 모아놨던  투블럭 사진들을 아이폰에서 보여줬다.  사진을 한참 보더니 젊은 이발사는 할 수 있다며 도전을 하는데, 조금 불안해졌다. 


 


 중간중간 머리를 자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발사가 투블럭을 잘 못 이해하는 듯 했다.  내가 머리자르는 걸 구경온 동네 파키스탄 청년 두명이 앉아서 내 머릴 보며 깔깔댄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한 파키스탄 청년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 근데 왜 이런 머릴 하는거야? " 묻는데, 그냥 할말도 없고 해서 " 코리안 스타일 " 이라고 하니까 빵빵터진다. 이들의 눈에는 이게 정말 말도 안되는 머리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중간 점검을 하는데 정말 아닌 것 같아서 잠시 멈추게 하고, 다시 투블럭 사진을 보여주다가, 내가 전에 하고 있었던 투블럭 일 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자르나 왁스 같은거 발라서 세울거라고 바디랭기지와 짧은 영어를 섞어 얘기하니 이해 했다는듯이 다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는데. 






 머리 위쪽을 막 자르기 시작.  알고보니 완전 잘못 이해했다. 이 이발사는 투블럭이 아니라 머리 자체를 아예 투블럭 이후 왁스로 세운 머리처럼 아예 그 모양대로 자르기 시작한다.  내 마음은 어느새 평온해졌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놨다. 포기하니까 편하다.   이제 내 모든걸 이 남자에게 맡겼다.







 이발사는 정교한 조각을 다듬듯, 내 머리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컴머리처럼 잘라버리는데 아쉬운대로 그냥 적당한 선에서 끊고 마무리 시켰다. 그래도 삭발안하게 한게 어딘가 싶어서 기분좋게 돈내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그때부터 완전 휴식모드. 그리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 밥을 먹으로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레인보우





예상한 맛은 아닌데 맛있다 ㅋ



 먹고 싶었던 갈릭치킨,칠리드라이 치킨을 시켰는데 밥 포함. 덮밥식으로 나왔는데 맛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맛, 아니 기대했던 스타일의 요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대만족. 게다가 이 곳은 정말 인터넷이 존나 빨랐다. 그동안 다운 받아야 했던 걸 다 다운받는데, 옆방 그 이상한놈이 공유 해주고간 파키스탄 론리플래닛을 다음클라우드로부터 싹 다 다운받았다. 훈자에 머무는 내내 시도해도 너무느려서 다운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마침 우리는 하루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인터넷도 빠른데 하루에게 연락해보자고 해서 하루에게 연락을 해서 . 영상통화!!! 



 오랜만에 하루와 인사 나누는데 정말 보고싶었다.  하루도 어느새 한국에 들어와 참 여행생각이 많이 나고 보고싶다며 이야기하는데, 사람이 그리운 훈자의 나날들이라 그런지 더욱 많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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